소설리스트

단풍잎 카페-110화 (110/292)

〈 110화 〉 기마병 (4)

* * *

“저희는 이만 가 볼게요.”

환하게 웃는 타나야 씨.

그 옆으로 베일리 씨가 함께 했다.

“나도 슬슬 가 봐야겠네.”

오늘은 일찍 가시려고 하시는 그레이스 씨.

보통은 마감 시간까지 계시는 분이 일찍 가신다는 말에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벌써 가시나요?”

아쉬워하는 애슐리 씨와 올리비아.

확실히 애슐리 씨와 올리비아에게 인기가 많은 그레이스 씨였다.

“미안 해. 존의 친구 때문에 요즘 조금 바쁘거든.”

조금 전까지 이야기했던 애니메이션 영화에 대한 이야기.

제임스와 회사 그사이에 껴있는 그레이스 씨는 영화 감독으로서 바쁜 일과를 보내고 계셨다.

“나중에 타나야 씨 결혼식 전날에 하루 자고 가려는 데 괜찮지?”

“물론이죠.”

내 말에 환하게 웃는 그레이스 씨.

그녀도 타나야 씨와 베일리 씨와 함께 밖으로 나가셨다.

텅 빈 카페.

아직 점심시간이 아니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그렇게 다시 일해야 할 시간.

조금 있으면 몰려 올 손님들을 위해 미리 준비해두어야 했다.

* * *

“오늘은 생각보다 많았네요.”

올리비아의 말.

그 말에 애슐리 씨는 공감하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올리비아. 오늘은 정말 바빴어.”

“오늘 무슨 이벤트라도 있었나…”

평소보다 많은 손님들.

보통 행사가 있는 경우에 있을 법한 손님들이라 자연스럽게 BC주 관련 행사가 있는지 살펴봤다.

“이유가 있었네.”

핸드폰으로 확인한 BC 주 이벤트 캘린더.

우리나라처럼 나라 전체에 있는 이벤트도 있지만,

프로 빈스(Province) 마다 이벤트가 다르기 때문에 밴쿠버가 속한 브리티쉬 컬럼비아 이벤트 달력을 봐야 했다.

“주 독립 기념 왕립 기마 경찰의 도로 퍼레이드가 있었네. 왜 전혀 몰랐지?”

각 주 별 독립 시기가 미묘하게 다른 캐나다.

BC 주의 경우 1971 년 7 월 20 일에 캐나다 연방에 가입했다.

그전까지는 영국령에 속하면서 미국에 가입하느냐 캐나다에 가입하느냐로 갈림길에 서 있었다고 한다.

BC 주 자체가 미국 워싱턴 주와도 가깝고 두 주의 특색이 매우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미국 처지에서는 알래스카와 육로로 연결되는 주가 생기는 것이니 당연히 환영했다.

반면, 캐나다의 처지에서는 미국보다 더 절실했는데 그건 태평양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주였기 때문이었다. 만약 BC 주가 캐나다가 아닌 미국에 들어갈 경우 태평양 연안으로 교역할 수 있는 통로가 사라지는 캐나다.

그래서 연방정부는 BC 주에게 커다란 제안하나 했는데 그게 바로 퍼시픽 라인이었다.

밴쿠버와 동부에 밀집된 캐나다 중심 도시인 몬트리올, 토론토, 오타와와 연결되는 기차선.

이걸 제안받은 BC 주는 미국이 아닌 캐나다를 선택했다.

이걸 기념하기 위해 종종 주 단위가 아닌 연방 단위에서 왕립 기마 경찰을 통해 퍼레이드를 벌였는데 그게 바로 오늘이었다.

“원래 날짜보다 앞당겨져서 그런가 봐요.”

올리비아의 말.

그 말에 나는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최근 총독 관련해서도 많은 일이 있었던 캐나다.

사건이 벌어진 곳이 BC 주, 밴쿠버였고 며칠 뒤면 BC 주 독립 기념일이라 이것에 맞춰 행동한 느낌이 강했다.

즉, 우리는 생각이 달라도 캐나다 사람이다 라는 생각을 사람들에게 심어 주기 위한 행동으로 보였다.

최근까지도 BC 주 내 워싱턴 주와 합치자는 이야기가 작게 나마 있으니 연방 정부의 입장으로 생각해 보니 급하게 치를 수밖에 없다는 걸 이해할 수 있었다.

“확실히 최근 시위가 많은 영향을 준 모양이네.”

그날 이후 많은 것이 바뀐 캐나다.

총독 선임권 관련해서 대립각을 일으킨 사람과 이 종족의 싸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내 눈치를 살피는 올리비아.

나는 그녀에게 미안 함을 드러냈다.

“미안하구나. 올리비아.”

“아니예요.”

사건의 핵심 인물은 나와 리암 씨.

그렇다 보니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죄책감을 들 수밖에 없었다.

나는 내 조심성 없는 행동에 후회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기에 나는 그녀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살짝 침울해진 분위기.

애슐리 씨는 웃으며 분위기를 바꾸려고 주제를 바꿨다.

“그나저나 행사라니 신기한데요?”

애슐리 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올리비아.

아무래도 그녀가 여기에 오래 살았으니 알고 있는 BC 주 이벤트가 많았다.

“일단 독립 기념일이 있구요…”

이어지는 각종 행사들.

물론 휴일로 지정되는 날도 있지만 재미 만을 위한 날도 존재했다.

대표적인 행사가 핼로윈.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즐기는 행사가 되었다.

다음으로 손꼽히는 행사가 LGBT 2 퍼레이드.

솔직히 말해서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LGBT 2의 거주 인구가 샌프란시스코 다음으로 많은 밴쿠버에서는 큰 규모의 행사가 열린다.

벌거벗은 남자분들과 여성 분들이 사람들을 오가며 콘돔을 뿌리는 행사.

솔직한 마음으로 유학생으로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 봤던 그 축제에 대한 충격이 너무 컸다.

물론 이 이외에도 3 월에 하는 성 패트릭 데이나 발렌타인 데이, 망자의 날 등등.

각국의 사람들이 만들어 낸 행사도 많았다.

“저도 꼭 참여해 보고 싶어요.”

의지를 불태우는 애슐리 씨.

그녀는 귀를 쫑긋 세우며 자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내 눈에는 귀여워 보이는 행동.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랑 같이 다 보러 다녀요.”

“헤헤…”

그걸 멀리서 지켜보는 올리비아.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꿀이 떨어지네요…”

“너도 이제 아이라만이 있잖아.”

내 말에 볼을 부풀리는 올리비아.

그녀는 투덜대며 내 말에 대꾸를 했다.

“지금은 없잖아요.”

“좋아. 그러면 오늘 점심시간도 끝났겠다. 두 시간 일찍 퇴근할 수 있게 해 줄게. 아이라만이랑 같이 퍼레이드 보고 와.”

“정말요?”

“다행히 오후 5 시에 캐나다 플레이스에서 모여서 마무리한 다음 끝난다고 하더라. 오후 4 시에 퇴근하면 볼 수 있을 거야.”

우리 카페에서 조금 걸으면 도착하는 캐나다 플레이스.

가까워서 10 분 ~15 분 사이면 걸어서 갈 수 있었다.

“아이라만에게 알려도 돼요?”

확실히 하려는 올리비아.

이런 부분에 있어서 리암 씨와 닮았다.

“물론이야. 나랑 애슐리 씨도 같이 갈 생각이니까.”

“정말인가요?”

기뻐하는 애슐리 씨.

나는 그녀를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애슐리 씨랑 퍼레이드 보러 가려구요.”

“헤헤…”

“대신 그때까지 다들 열심히 일해야 해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올리비아와 애슐리 씨.

다들 점심시간으로 인해 난장판이 된 카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유달리 많았던 오늘 점심 손님 때문에 더러워진 바닥.

바닥 담당은 나였기에 대걸레를 가져와 바닥을 닦고 있었다.

그때 울리는 가게 업무용 전화.

다들 바쁜 시간이었기에 내가 카운터에 가까우니 카운터로 돌아가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카페 입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안녕하세요. 저 죄송한데 혹시 배달이 가능할까요?

어디서 들어 본 듯한 익숙한 목소리.

일단은 상황을 설명해야 했기 때문에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 인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죄송합니다. 픽업 주문만 가능해요.”

­아,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 손님.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때 선상에서 봤던 분의 이름을 말했다.

“혹시 크리스토퍼 씨 인가요?”

­…? 네, 맞습니다만… 절 어떻게 아시는 거죠?

전화를 통해 들었던 익숙한 목소리.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말했는데 그 분이 맞았다.

“설명하기에는 조금 긴 데…”

당시 요트에서 했던 걸 이야기하자 바로 알아차리는 경관 님.

그분은 놀랍다는 듯 내게 말했다.

­세상이 참 좁네요.

“그러게요. 하하…”

­안타깝지만 다음에 직접 가서 마실게요.

“우바 기사를 시켜서 픽업 하면 괜찮지 않을까요?”

우리나라처럼 모터사이클, 그러니까 오토바이를 이용한 배달이 흔하지 않은 캐나다.

그렇다 보니 택시를 대신하는 우바를 이용한 우바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자전거 혹은 전동 킥보드로 배달하는 사람들을 이용했다.

배달 시스템 자체가 없는 가게들.

그래서 이런 배달 시스템을 이용해 픽업을 해 배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루 생활 비가 비싼 캐나다.

그래서 종종 사람들도 이런 배달 일을 통해 돈을 벌기도 했다.

­그게 사정이 있어서요…하하…

크리스토퍼 씨의 설명.

물론 특성상 자세히 설명하실수 없었기에 간략하게 설명하셨지만,

대략 지금 왜 우바 기사를 부를 수 없는지에 대해 알려주셨다.

보안과 관련된 일.

세심하게 따지면 나도 안 되는 것 같았는데 이 부분에 있어서 굳이 자세히 물어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군요…그러면 이번만 제가 갈게요.”

­정말이세요?

“네, 마침 카페도 어느 정도 정리돼서 괜찮을 거 같아요.”

­배려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는 크리스토퍼 씨.

아무래도 국가를 위해 일하시는 분이다 보니 이런 배려를 해 드리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나다에서도 흔하게 퍼져 있는 이런 생각.

미국처럼은 아니지만,

보통 군인, 소방수 그리고 경찰 분들은 그 업무에 대해 존경 받는 경우가 있었다.

그들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하는 방법.

퍼레이드 때문에 움직일 수 없는 그들에게 음료를 가져다주는 걸로 감사함을 표현할 수 있다면 충분히 할 생각이 있었다.

“주문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카페 라떼랑…

그렇게 이어지는 많은 주문들.

아무래도 크리스토퍼 씨가 막내셔서 그런지 대원들의 음료를 주문하는 역할을 맡으신 모양이었다.

“주문 다시 한번 확인할게요. 라떼 미디엄으로 4 개, 아이스 커피 2 개 시럽 추가…”

많은 양의 주문.

그렇다 보니 주문을 확인하는데 만 시간이 꽤 걸렸다.

­네, 맞습니다. 그리고 양해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아니예요. 금방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주문을 다 받고 이제부터 만들어야 하는 상황.

나는 혼자 만들기 어려워 애슐리 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애슐리 씨.”

“네?”

“주문이 왔는데 도와주실수 있나요?”

“물론이죠.”

하던 일을 멈추고 카운터로 돌아온 애슐리 씨.

그녀는 손을 닦고 내 옆에 섰다.

“주문이 많네요. 픽업 주문인가요?”

“배달 주문이예요.”

“저희는 배달 안 하지 않나요?”

“그게…”

크리스토퍼 씨의 사정을 애슐리 씨에게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아무래도 사정이 있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이 상황을 이해하신 모양이었다.

그녀에게 설명하면서 만든 음료들.

나는 이 음료들을 조심스럽게 옮겨 담았다.

“다녀올게요.”

처음으로 가보는 배달.

나는 내 올드카를 끌고 배달 장소로 향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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