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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잎 카페-105화 (105/292)

〈 105화 〉 돛단배 (4)

* * *

한참 수영이 끝난 뒤.

나는 메간 씨의 소원에 대해 애슐리 씨를 통해 개인적으로 알 게 되었다.

원래는 비밀로 하려고 했었던 애슐리 씨.

하지만 그녀는 내 끈질긴(?) 노력 덕분에 사실의 일부분을 실토했다.

“그게요…”

마침 메간 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말을 꺼내는 애슐리 씨.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다.

“…네?”

“그게…깜짝 파티를 위해서 라서…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중요한 거예요.”

“…”

깜짝 파티라…

짐작 가는 게 하나도 없으니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살짝 미소를 짓는 애슐리 씨.

그녀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그냥 어제와 같은 파티에 참가해 달라는 내용이니까요.”

“아…”

한 마디로 간단한 메간 씨의 파티 참여 요청.

굳이 이렇게 하지 않으셔도 됐는데…아무래도 깜짝 파티다 보니 이런 식으로 날 놀리려고 하신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또 파티 참가라니…

확실히 파티를 즐겨하는 밴쿠버 문화에 완벽히 적응한 메간 씨 다웠다.

날 힐끗힐끗 바라보는 애슐리 씨.

무언가 더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애슐리 씨와 눈이 마주치자 어색한 미소를 짓는 그녀.

나는 이 부분에 대해 깊게 들어가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메간 씨가 도착했다.

“다들 간식 먹자꾸나!”

메간 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이유.

그 이유는 간단하게도 간단한 간식을 먹기 위해서였다.

실내 수영장 안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건 처음.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보니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어차피 내 수영장인데 무슨 상관이냐.”

메간 씨의 호탕한 말씀.

나는 그 덕분에 실내 수영장에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먹는 호화로움을 즐겼다.

물론, 리조트나 야외 수영장 혹은 호텔 내 수영장에서는 즐길 수 있는 일이지만,

내 경우에는 그런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에 이런 감정을 느꼈다.

내게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건네주시는 메간 씨.

나는 물 밖으로 나와 그녀가 건네는 아이스크림을 받았다.

“여기 비건용 아이스크림이란다.”

“감사해요. 메간 씨.”

애슐리 씨를 위한 비건용 아이스크림.

다시 말하지만 꼭 베지터리안이나 비건용 음식이 아니더라도 드실수 있지만,

비건용을 먹을 때가 속이 편하므로 애슐리 씨는 비건용 제품을 선호했다.

“여기 아이들을 위한 나폴리탄.”

올리비아와 아이라만에게 장난스럽게 말씀하시는 메간 씨.

그녀는 삼색 아이스크림 그러니까 초코, 바닐라, 딸기 맛이 뒤섞인 나폴리탄.

우리나라에서도 삼색 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한 아이스크림이지만,

원래 이름은 나폴리탄이라고 했다.

19 세기 쯤에 나폴리에서 탄생한 삼색 아이스크림.

이것에 대한 역사를 잘 알지 못 하지만 딱 이 정도만 알고 있었다.

“저희 어린아이 아닌데요.”

장난스럽게 되받아치는 올리비아.

그녀는 메간 씨와도 어느 정도 친해졌는지 이런 장난을 주고받았다.

“내 눈에는 어린아이들이란다.”

올리비아와 아이라만은 물론 나와 애슐리 씨에게도 어린아이에게 말하는 것처럼 말씀하시는 메간 씨.

드래곤이자, 붉은 용의 수장이신 그녀의 연륜을 생각하면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과 반대로 엄청난 아름다움과 몸매를 자랑하시는 메간 씨.

정말 그녀가 입은 비키니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건 개인적으로 하는 생각.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는 나만의 생각이었다.

나는 일편단심 애슐리 씨.

어제의 일도 그녀의 요청이 아니었다면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무슨 생각하세요?”

수영장과 바닥의 경계.

그 경계에 걸터 앉아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는 나.

그 옆에 앉아 있던 애슐리 씨가 내게 물었다.

내가 잠시 멍때리고 있게 궁금하신 모양이었다.

“아…아니예요. 수영을 너무 열심히 했나 봐요.”

애둘러 표현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렇다고 애슐리 씨에게 내 생각을 말할 수 없으니 당연했다.

“그래요?”

살짝 미소 짓는 그녀.

다행히 그녀는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

“바닐라 아이스크림 맛은 어때요?”

“음…지방이 많아서 그런지 풍부한 맛이네요.”

간단한 바닐라 맛.

물론 모든 바닐라 맛이 똑같지 않았기에 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기본적으로 당분과 지방의 만남으로 극대화되는 아이스크림.

특히 지방이 높고 단맛이 강할수록 아이스크림의 맛이 극대화 되었다.

최근에 봤었던 다큐멘터리에서 설명했던 아이스크림.

이 아이스크림이 주는 행복도는 정말 만족스러운 섹스를 했을 때의 감정과 매우 비슷해 중독성이 있다는 설명을 했던 기억이 났다.

“표현이 섬세하시네요.”

“하하…그게… 아이스크림에 진심인 분들이 제 곁에 많으시거든요.”

기본적으로 아이스크림에 진심이신 케인 씨.

이탈리아 출신으로써 아이스크림에 대해서 누구보다 자부심이 높으셨다.

원래 카페에 아이스크림을 구비할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케인 씨의 강력한 요청으로 생겨난 아이스크림.

우리 카페에도 종종 두 개에서 세 개 정도의 젤라토가 들어오곤 했다.

이것도 Oysco의 마크 씨를 통해 들어오는 품목 중 하나여서 따로 발주를 넣어야 했다.

“애슐리 씨도 맛 표현을 잘하시니까 한번 해보실래요?”

“저두요?”

“네, 간단한 놀이 같은 거죠. 지금 드시는 아이스크림이…”

눈에 보이는 색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아이스크림.

먼저 맛을 본 애슐리 씨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셨다.

“그러면 제가 맛을 표현해 볼 테니 무슨 아이스크림인지 맞춰 보실래요?”

“재밌겠네요.”

내 말에 아이스크림을 살짝 맛보는 애슐리 씨.

그녀는 잠시 고민에 빠지더니 미소를 지으셨다.

“달콤하면서도 촉촉하고…고소한 느낌에 중간에 느껴지는 카라멜 향과 스모키한 느낌이 아주 좋아요. 강하지 않지만 초콜렛 맛도 나구요.”

“음…바닐라 카라멜 브라우니인가요?”

“정답이예요!”

미소를 짓는 애슐리 씨.

그녀는 자신이 맛을 잘 표현했다는 것에 대해 기쁨을 느끼셨다.

“헤헤…바로 알아 맞춰주셔서 고마워요.”

“아니예요. 애슐리 씨가 표현을 너무 잘해주신 덕분이죠.”

귀여운 애슐리 씨.

그녀는 발로 물장구를 치며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하셨다.

그렇게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사이.

나는 수영하면서 느낀 궁금증을 그녀에게 물었다.

“그런데 귀는 괜찮아요?”

“귀는 왜요?”

“토끼 수인의 귀는 예민하다고 하셨으니까요. 귀에 물이 들어가면…”

“아…”

고개를 끄덕인 애슐리 씨.

그녀는 내게 가까이 다가와 자기 귀를 보여 주었다.

그녀가 다가오자 느껴지는 그녀의 체온.

내 몸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반응했다.

다행히 숨길 수 있는 정도.

다는 짐짓 괜찮은 척을 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토끼 수인의 귀는 귀이면서도 귀가 아니기도 해요.”

“…네?”

“저희도 사람들처럼 이쪽 귀도 존재하니까요.”

“그건 그렇죠.”

토끼 수인 전부가 그런 것은 모르겠지만,

내가 보아온 토끼 수인과 애슐리 씨를 보면 모두 사람처럼 귀가 있고 머리에 추가적으로 토끼 귀가 달린 형태였다.

“이쪽 귀는 움직일 수 있지만 소리를 듣는 다기보다는 감정을 표현하는 데 많이 쓰곤 해요. 그래서 예민한 부분이죠.”

여기서 말하는 예민한 부분.

그러니까…애슐리 씨가 많이 흥분하면 그녀는 이곳을 잡아주길 원했다.

그녀의 성감대 중 하나인 그녀의 귀.

조금 가학적인 모습이 될 수 있지만 그녀의 요청이기에 받아 주는 편이었다.

“그래서 추가적인 신체의 일부분이면서…이쪽 귀로 물이 들어와도 상관이 없어요. 그래서 토끼 수인들이 수영을 즐겨할 수 있는 거죠.”

“아아…그렇군요.”

매일매일 새로운 걸 알아 가는 느낌.

확실히 토끼 수인인 그녀는 사람과 다른 점이 많았다.

외형에서는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머리에 달린 토끼 귀부터 꼬리에 달린 앙증맞은 토끼 꼬리까지.

사랑스러움을 가진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도 꿀이 떨어지는 구나.”

우리 곁에 다가온 메간 씨.

그녀는 질린다는 표정으로 애슐리 씨 옆에 앉았다.

“아까 올리비아랑 아이라만과 함께 있으시지 않으셨나요?”

“맞단다. 귀여운 아이들이 연애를 어떻게 하나 궁금해서 확인차 이야기를 했지.”

“하하…”

확실히 연애가 처음인 올리비아와 아이라만.

성격이 정반대인 둘은 서로와 다른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잘 어울렸다.

리암 씨를 닮아 생활력이 뛰어나고 자기주장이 강한 올리비아.

카페 내에서 일을 배울 때도 언제나 열심히 일하는 그녀는 자기 의견을 피력하는 데 있어서 숨김이 없었다.

반면, 이야기를 잘 들어 주고 가끔 올리비아의 돌발적인 행동에도 당황하지 않는 아이라만.

침착하면서도 수줍음이 많은 남자아이는 올리비아의 행동에도 언제나 미소를 보이는 착한 아이였다.

그렇다 보니 잘 어울리게 된 상황.

정확하게 사귄 건 얼마나 된 지는 모르겠지만,

저들도 나와 애슐리 씨 만큼이나 빠르게 서로에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벌써 서로를 애칭으로 부르고 있더구나.”

“애칭이요? 아…”

보통 북미 쪽에서는 연인들 끼리 자주 하는 애칭.

흔히 말해 제임스와 베일리 씨가 사용하는 허니와 비슷한 느낌이 강했다.

간단한 예시로 애칭을 자주 사용하는 커플인 타니야 씨와 라피 씨.

라피 씨는 타나야 씨를 타냐라고 줄여 불였고,

타나야 씨는 라피 씨를 릭으로 줄여 불였다.

이런 식으로 서로를 애칭으로 부르는 커플들.

올리비아도 올리라는 애칭이 있는데 아이라만은 무슨 애칭이 있는지 궁금했다.

“올리비아는 올리라고 불릴 테고…아이라만은 짐작이 안 되네요.”

“라만이라고 부르더구나.”

“아아…”

그냥 간단하게 앞에 있는 아이를 줄여 버린 아이라만.

아무래도 아이라만을 다 부르는 것보다는 라만이 더 친근감 있게 보이긴 했다.

“뭐, 아무튼 너희와 많이 닮았더구나.”

“저희랑요?”

애슐리 씨의 질문.

그 질문에 메간 씨는 사랑스러운 눈길로 애슐리 씨를 바라보았다.

“너희가 처음 만나고 나에게 설명했을 때를 까먹은 모양이로구나.”

“하하…하.”

이제는 자동으로 나오는 머쓱한 웃음.

입에 달라붙어서 당혹스러울 때마다 자연스럽게 나왔다.

확실히 메간 씨의 말처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불타오르기 시작한 나와 애슐리 씨.

그녀의 옷을 사기 위해 메간 씨의 도움을 받아 랍슨 스트리트로 쇼핑을 갔던 때가 있었다.

물론 엄청 오래전은 아니지만,

그때의 풋풋함을 다시 상기 시켜 주시는 메간 씨가 얄궂으셨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너희들 편이란다.”

그러면서 아이스크림을 드시는 메간 씨.

나는 그런 메간 씨를 바라보며 말을 아낄 수 없었다.

“그러시는 분이…”

“왜 잡아 먹었냐고? 후후…그건 애슐리에게 물어보거라.”

“애슐리 씨를 방패로 삼으시다니 너무 하신 거 아니예요?”

“이게 다 연륜이 아니겠느냐?”

장난스럽게 넘어가시는 메간 씨.

그녀를 바라보는 애슐리 씨도 그녀를 못 말리겠다는 듯이 웃음을 지었다.

“내일은 내 개인 요트를 타고 돌아다닐 생각인데 괜찮겠느냐?”

“…개인 요트요?”

“그래. 가끔은 배를 타는 것도 재미있더구나.”

“…”

거대한 펜트 하우스와 개인 요트.

가끔 드래곤이 지닌 부에 대해 혀를 내 두를 수밖에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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