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3화 〉 돛단배 (2)
* * *
아이라만과 같이 대화하면서 만든 식사.
모두를 위한 식사를 준비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다행히 아이라만이 도와줘서 이 긴 시간을 빠르게 끝낼 수 있었다.
능숙하게 계란 반숙을 만들어내는 아이라만.
영어로는 서니 사이드 업이라 불리는 간단한 요리다.
만들어야 하는 갯수가 많아 실수 할 수도 있었지만,
아이라만은 모든 계란 반숙을 완벽하게 만들어 내는 기적을 선보였다.
“대단한데?”
“파트 타임 할 때 배워뒀거든요.”
미소 짓는 아이라만.
예전에 그가 말한 것이 기억이 났다.
정확하게는 이혼 한 건은 아니지만,
사실상 이혼한 상태인 아이라만의 부모님.
자신의 양육비를 위해 밤낮으로 홀로 근무하는 어머니의 부담을 덜어 드리기 위해 여러가지 파트타임 일을 했다는 걸 들었다.
그렇게 만들어 진 수 많은 계란 반숙들.
그리고 내가 준비한 바싹 구운 베이컨과 야채 볶음.
마지막으로 아직도 은은한 향을 뿜어내고 있는 커피가 완성되었다.
마침 2 층에서 내려오는 올리비아.
그녀는 잠옷 차림으로 눈을 비비며 내려오고 있었다.
눈이 마주친 아이라만과 올리비아.
둘은 어제의 일을 기억했는지 잠시 서로를 보고 얼굴을 붉혔다.
청춘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걸 말한다면 너무 아저씨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입을 다물었다.
“맛있는 냄새.”
어색한 분위기를 피하기 위해 올리비아 어색한 말투로 이런 말을 했다.
“아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늦은 거 같아.”
아침에 커피를 내리고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흐른 시간.
밖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주말을 즐기고 있었다.
“브런치라 말하기에도 애매하잖아요. 헤헤…”
어색하게 웃는 올리비아.
그녀는 아이라만의 옆에 앉았다.
“잘 잤어?”
“어…음…응.”
여전히 수줍어 하는 아이라만.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 밖에 없었다.
“둘이 이야기하고 있을래? 난 애슐리 씨랑 메간 씨를 깨우고 올게.”
“네, 천천히 다녀오세요.”
그렇게 도착한 방안.
밖에 있다가 다시 이 방으로 들어오니 어제의 흔적의 냄새가 코를 맴돌았다.
아직도 곤히 자고 있는 애슐리 씨와 메간 씨.
일단 사랑스러운 두 여인을 깨우기 위해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창문을 열자 들어오는 신선한 바람.
살짝 달짝지근하면서도 여름의 냄새를 잔뜩 품은 바람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부스럭 거리기 시작하는 애슐리 씨.
아무래도 이미 깨어 계신 모양이었다.
내가 깨워 주길 바라며 자는 척을 하는 그녀.
나는 사랑스러운 애슐리 씨의 장난에 장단을 맞춰줘야 했다.
이불을 살짝 걷어내자 드러나는 귀여운 토끼 귀.
마치 토끼 굴안에 숨은 토끼처럼 숨어있는 애슐리 씨를 찾아냈다.
이불을 살짝 더 내리자 보이는 애슐리 씨의 얼굴.
귀여운 그녀는 자는 척을 하고 있는데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애슐리 씨. 일어나요.”
내 말에 반응하지 않는 척하는 애슐리 씨.
하지만, 소리에 예민한 토끼 수인 답게 이미 귀는 쫑긋 거리고 있었다.
귀여운 그녀.
나는 아무래도 그녀가 바라는 대로 해줘야 했다.
잔 머리가 흘러내려 덮어버린 그녀의 새하얀 이마.
나는 조심스럽게 머리를 옆으로 쓸어내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헤헤…”
“이제 일어나실 거에요?”
“네. 이제 잠에서 깨어나야 할 시간이니까요.”
베시시 웃음을 짓는 그녀.
애슐리 씨는 날 바라보며 포근한 미소를 지었다.
“메간 씨는요?”
“메간 씨는 여기에 있어요.”
애슐리 씨가 이불을 드러내자 보이는 메간 씨.
그녀도 살짝 상기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메간 씨. 오늘은 안돼요. 어제의 일로 끝났어요.”
“칫…”
바로 불만을 표하는 메간 씨.
그녀 역시 잠자는 척을 하고 있었다.
“왜 애슐리만 해주고 난 안되는 것이냐?”
“그거야…”
뭐라 딱히 말할 수 없는 상황.
어제야…뭐…애슐리 씨의 허락하에 있었던 일이지만,
오늘은 전혀 아니었다.
달빛에 취해 많이 흥분한 상태였던 애슐리 씨.
다시 말하지만 토끼 수인은 만월 때 그 능력이 더욱 뛰어나지는 느낌이었다.
물론 애슐리 씨가 직접 말한 건 아니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예전에 애슐리 씨와 메간 씨 그리고 내가 했던 첫 번째 경험도 만월.
그것도 빛이 엄청 아름답게 나는 아름다운 보름달이었다.
아무튼 그 영향을 받아 적극적으로 변한 애슐리 씨.
메간 씨는 그 틈을 파고 들었다.
물론 지금은 대낮이고 달도 사라진 지 오래였다.
“애슐리 씨의 허락이 없거든요.”
그 말에 날 바라보는 애슐리 씨.
그녀는 살짝 웃으며 날 바라보았다.
“쳇…부럽구나…”
투덜대면서 일어나는 메간 씨.
그녀는 여전히 불만인 듯 볼을 부풀렸다.
메간 씨의 귀여운 모습.
나는 그 모습에 웃음이 삐져나올 뻔 했지만 지금 분위기 상 그럴 수 없었다.
* * *
커다란 펜트 하우스에 있는 식당 공간.
그 넓은 공간에 나와 애슐리 씨, 메간 씨, 아이라만 그리고 올리비아가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주말인데 뭐 할거라도 있느냐?”
갑작스러운 메간 씨의 질문.
나는 그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이번 주말은 딱히 일정이 없었어요.”
최근 주말마다 이곳저곳을 다녔던 나와 애슐리 씨.
그러다 보니 원래 이번 주말은 메간 씨의 붉은 용의 날을 보내고 집에서 편하게 지낼 생각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편하게는 정말 아무것도 안하는 편안한 하루를 말했다.
가끔은 게으르게 지내는 것도 주말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나.
그래서 원래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자 가구 중 하나인 소파에 누워 주말 동안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흐음… 그렇군.”
“메간 씨는 주말에 계획 있으세요?”
“나도 딱히 없어서 물어 본 거란다.”
“아아…”
주말에 할 일 없는 건 메간 씨도 마찬가지.
제 아무리 붉은 용의 수장이라 하시더라도 주말에는 이렇게 지내시는 모양이었다.
“저희도 마찬가지에요.”
메간 씨와 비슷한 표정으로 말하는 올리비아.
그녀의 말에 아이라만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우리 집에서 주말 동안 노는 건 어떻게 생각하느냐?”
“메간 씨의 집에서요?”
“뭐, 내 집중 하나이지만 이 집에는 수영장도 달려있고 나름 놀거리가 있으니까 말이다.”
“아, 맞다. 2 층에 수영장이 있더라 구요.”
어제 2 층에서 잔 올리비아.
그녀는 2 층을 돌아다니다가 수영장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건물 밖이 아니라 안에 있는 수영장.
비싼 집이다 보니 이런 것도 가능하구나 싶었다.
“그런데 수영장이 2 층에 있는 건 신기하네요.”
“1 층에서도 볼 수 있단다.”
“…?”
어제 그 일을 하는 동안 수영장으로 보이는 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거대한 통유리에 마치 어항처럼 된 곳만 봤는데…어?
“그럼 혹시 저거 수영장이에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메간 씨.
나는 물고기들이 다니길래 대형 어항인 줄 알았는데 수영장이었다.
“…”
“걱정하지 말거라. 진짜 물고기는 아니고 마법으로 만들어낸 모형에 가까우니까.”
전지전능한 마법.
어제 9 시간의 긴 마라톤을 하면서 느낀 점이긴 하지만 메간 씨의 마법은 정말 대단했다.
붉은 용의 수장이신 메간 씨의 마법.
그 마법의 능력으로 저런 것도 만들 수 있구나 싶었다.
“집이 너무 넓은데 아무것도 없으면 심심하다는 생각에 만들었지.”
메간 씨의 말에 눈을 반짝이는 아이들.
물론 10 대 후반의 아이들이고 곧 성인이 될 올리비아와 아이라만이지만,
어린 아이처럼 눈을 빛내며 저 신기한 수영장을 꼭 가보고 싶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하. 걱정 말거라. 식사가 끝나면 안내해 주마.”
메간 씨의 호탕한 웃음.
그러자 아이라만과 올리비아는 기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미 올리비아와 아이라만은 넘어간 상태.
메간 씨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나와 애슐리 씨를 바라보았다.
“너희도 주말 동안 즐기는 건 어떻겠느냐?”
사실상 올리비아의 보호자이자,
아이라만의 임시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는 나.
아이들이 저렇게 좋아하는 데 보호자인 내가 거절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애슐리 씨는 괜찮아요?”
마지막 보루인 애슐리 씨.
만약 그녀가 거부한다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메간 씨의 놀라운 마법으로 만들어낸 수영장에 빠져드신 애슐리 씨.
그녀가 숲 속에 살 때 강가에서 수영을 즐겨 했다는 걸 간과하고 말았다.
“저도 수영장 꼭 가보고 싶어요.”
메간 씨의 큰 그림.
나는 내 주말 계획을 완전히 접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 주말 동안 우리 집에서 지내는 걸로 결정이 났군. 하하하.”
호탕하게 웃는 메간 씨.
그녀는 마치 승리했다는 듯 포크를 뒤집어 두툼한 베이컨을 찍었다.
마치 내가 저 베이컨처럼 느껴지는 상황.
나는 메간 씨의 집에서 주말을 보내게 되었다.
* * *
식사가 끝나고 모두들 들뜬 마음으로 수영복을 갈아 입는 사이.
조금 시간이 걸리는 애슐리 씨와 메간 씨를 방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운명의 장난인지 마침 차량 트렁크에 있는 수영복.
예전에 베일리 씨와 제임스를 만났을 때 갔던 속옷 가게에서 산 애슐리 씨의 수영복이 있었다.
언제 한 번 수영장을 가자고 했었던 나와 애슐리 씨.
혹시라도 까먹을까 봐 그녀의 수영복과 내 수영복을 미리 차량 트렁크에 실어 두었다.
그 때 실어둔 수영복.
그걸 오늘 쓰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게 수영 준비가 된 나와 애슐리 씨.
반면, 올리비아와 아이라만은 수영복이 없었다.
그래서 둘은 잠시 수영복을 사러 잠시 밖으로 나갔다.
지금 집안에 있는 건 나와 애슐리 씨 그리고 메간 씨가 전부.
그런 이유에서 수영장 가는 길을 모르는 나는 애슐리 씨와 메간 씨가 수영복을 입는 동안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다시 말하지만 정말 큰 규모를 자랑하는 메간 씨의 펜트 하우스.
복층이 아니라 정말 큰 집처럼 2 층 구조를 가지고 있었고,
방도 엄청 많아 길을 잃기 쉬웠다.
실제로 어제 있었던 일.
나는 잠시 화장실을 찾으러 밖으로 나갔는데 잠시 길을 잃었던 적이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열린 문.
가장 먼저 나온 사람은 다름 아닌 애슐리 씨였다.
예전에 속옷 가게에서 산 적이 있는 그 수영복.
간단한 검은색 경영 수영복에 가까웠는데 애슐리 씨가 입으니 다른 옷처럼 느껴졌다.
“헤헤…조금 부끄럽네요.”
원래 수수한 경영 수영복이지만,
이 수영복이 애슐리 씨의 몸을 감싸자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특히 애슐리 씨의 큰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느낌.
나는 이 어색한 상황에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마침 이 어색한 상황을 깨 주신 메간 씨.
그녀는 경영 수영복을 입은 애슐리 씨와 나와 달리 화려한 붉은색 비키니를 입고 나타나셨다.
“실내 수영장이라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어차피 내 집이지 않느냐? 그리고 이게 움직이기 편하고…무엇보다.”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 메간 씨.
그녀는 날 지긋이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너도 좋아하는 것 같으니 말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