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화 〉 용의 춤 (3)
* * *
“우와…”
“정말 대단해요.”
파티 준비가 완료된 메간 씨의 집.
그녀의 집은 원래부터 화려 했지만 더욱 화려함을 뽐내고 있었다.
입을 벌리고 놀라워 하는 건 나와 애슐리 뿐만이 아니었다.
이곳에 처음 오는 올리비아와 아이라만도 마찬가지.
둘은 메간 씨의 허락을 받고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귀여운 아이들이로구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메간 씨의 도움 덕분에 참가할 수 있었던 파티.
파티 주최자인 메간 씨의 초대에 다시 한번 감사를 표했다.
“그나저나 애슐리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구나.”
애슐리 씨를 주변을 돌면서 이곳저곳을 확인하는 메간 씨.
그녀를 좋아하는 메간 씨로서 가지는 감정은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칭찬 감사해요. 메간 씨.”
“그리고 존도 정말 멋지고 말이야.”
이번에는 내 차례.
그녀는 고깔모자를 쓰고 내게 다가와 미소를 지었다.
“세미 정장인데 괜찮을 지 모르겠어요.”
“괜찮단다. 파티란 즐기는 거지. 격식을 차리는 자리가 아니야.”
“그래도…”
아무래도 참가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드래곤이니 어쩔 수 없었다.
“괜찮다. 그나저나…”
뒤로 물러서서 나와 애슐리 씨를 바라보는 메간 씨.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가리켰다.
“오늘 나는 괜찮느냐?”
그녀의 귀여운 질문.
나는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입에 걸렸다.
아찔한 형태의 드레스를 입은 그녀.
붉은색의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등이 완전히 드러난 드레스를 입고 계셨다.
머리를 풀어 헤친 그녀의 모습.
거기다 엄청난 볼륨의 몸매와 합쳐져 마치 고대 신화의 미의 여신을 보여주는 듯했다.
“정말 아름다우세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나와 애슐리 씨의 칭찬에 흡족해 하시는 메간 씨.
그녀는 기분 좋게 웃으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런데 고깔모자는 왜…”
“아, 이거 말이냐?”
자기 머리에 있는 고깔모자를 가리키는 메간 씨.
그녀는 검지 손가락으로 손짓하더니 금세 손에 고깔모자 두 개를 더 만들었다.
“너희 것도 있단다.”
“제 말의 의미는…”
“파티인데 고깔모자는 필수지 안 그렇느냐?”
“…”
이미 애슐리 씨에게 다가가 고깔모자를 씌워 주신 메간 씨.
애슐리 씨는 순순히 메간 씨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이제 네 차례로구나.”
“음…이건 제가 쓸게요.’
“왜 그러느냐?”
“그게…”
조금 전에 본 애슐리 씨와 메간 씨의 모습.
그러니까 큰 두 덩이가 만나는 장면을 보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내가 해야 한다.
내 시선이 무언가에 향해 있는 걸 본 메간 씨.
그녀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다가오셨다.
“그러니까 더 하고 싶지 않느냐?”
“…”
“순순히 받아들이거라. 그게 편하니까.”
한 번 경험한 적이 있는 감촉.
나는 이걸 다시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
내가 미안한 표정으로 애슐리 씨를 바라보자 애슐리 씨는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아무튼 메간 씨의 소기의 목적은 끝난 상태.
나와 애슐리 씨는 메간 씨와 똑같은 고깔모자를 쓴 상태가 되었다.
“보기 좋구나. 이래야 파티 분위기가 살지.”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메간 씨의 말에 맞장구를 치는 애슐리 씨.
확실히 파티 분위기를 살려 주는 느낌이라 부정할 수 없었다.
“그나저나…이제 슬슬 사람들이 올 텐데…”
말을 흘리는 메간 씨.
그녀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가장 첫 번째 손님이라고 하셨다.
“얼마나 오시는 거예요?”
“음…일단 붉은 용을 모두 소집했는데 얼마나 올지는 나도 잘 모르겠구나.”
“그래도 메간 씨가 부른 건데 다들 오시지 않을까요?”
내 질문에 고개를 젓는 메간 씨.
그녀는 미소 지으며 드래곤에 대해 추가 설명해주셨다.
“드래곤들이 말을 잘 듣는 존재라면 이런 걱정을 하는 건 무의미한 행동이지.”
한 마디로 말을 잘 안 듣는다는 의미.
예전에 말씀하신 말이 생각났다.
말 잘 안 듣는 드래곤들.
최근에 메롯 씨를 보면서 이런 느낌을 약간이라도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확실한 건 당사자들은 올 거야.”
여기서 말하는 당사자는 이번 파티의 주인공들을 말했다.
파티라고 하지만 일종의 행사인 오늘의 이벤트.
새로운 생명을 축복하는 행사이기에 당연히 갓 태어난 해츨링과 부모가 오는 건 당연했다.
“아 참, 잠시만요.”
깜빡하고 꺼내오지 못한 선물.
한국의 돌잔치 느낌이라는 생각에 준비한 선물을 차에 두고 왔다는 걸 기억했다.
“무슨 일이냐?”
“선물을 차에 두고 왔어요.”
“그렇군. 같이 갈까?”
메간 씨의 제안.
하지만 그녀는 이제 손님을 맞이해야 했기 때문에 그럴 순 없었다.
“괜찮아요. 임시 카드키도 받았고 오는 방법도 알게 되었으니까요.”
내 손에 들린 카드키.
임시로 발급받은 키라 오늘까지만 사용할 수 있는 키였다.
“저도 같이 갈게요.”
나와 같이 가려고 하는 애슐리 씨.
나는 괜찮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여기 계셔도 괜찮아요. 금방 다녀올게요.”
살짝 아쉬워하는 애슐리 씨.
하지만 드레스 차림의 그녀가 많이 움직이는 건 좋지 못한 거 같아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실리카 씨에게 받은 드레스와 하이힐.
그리고 반짝이는 목걸이를 하는 애슐리 씨.
그런 이유에서 여기에 계시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금방 다녀올게요.”
고개를 끄덕인 애슐리 씨.
나는 바로 엘리베이터를 잡아서 지하로 향했다.
다시 돌아온 지하.
나는 내 자동차가 어디에 있는지 알 길이 없어 일단 지하 사무실로 향했다.
안에서 근무하는 한 남성분.
그 분에게 다가 갔다.
“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제가 차에 물건을 두고 내려서요. 혹시 차량 위치를 알 수 있을까요?”
“저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몸을 일으키는 직원분.
나는 미안 함에 그를 바라보았다.
“괜찮아요. 제가 직접 가서 해도 되는데…”
“저희도 보안상의 이유가 있어서 동행해야 합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미안 함을 드러내는 직원분.
보안상의 이유라고 하니 동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도착한 내 차량.
한적한 곳에 위치해 바로 찾을 수 있었다.
“아, 저기에 있네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미소 짓는 남성분.
시크교 전통의 터번을 하고 계셔서 고개를 숙일 수 없으니 미소로 대신해 내 감사를 받아 주셨다.
트렁크에 넣어 둔 선물.
드래곤의 아이, 그러니까 해츨링이 뭘 좋아 할지 몰라서 한국 돌잔치 선물로 검색해 구해 온 선물들이었다.
원래는 베이비 샤워 형식이 대부분인 캐나다.
여기서 말하는 베이비 샤워는 부모측에서 원하는 품목을 알리면 하객들이 가져오는 방식을 뜻했다.
하지만 메간 씨의 갑작스러운 초대로 참여하게 된 우리들.
베이비 샤워 품목을 물어 봤지만 이미 다 나간 상태라 나와 애슐리 씨 나름대로 선물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메간 씨는 빈손으로 와도 된다고 하셨지만,
아무래도 돌잔치 비슷한 이 파티에 빈손으로 가기 조금 그래서 준비했다.
“선물은…여기에 있고…그리고 영수증이…어디에 있더라…”
그렇게 영수증까지 완벽하게 챙기고 지하 주차장에서 나올 수 있었다.
환불에 관대한 나라.
보통 14 일까지 환불이 가능한 캐나다.
경우에 따라 추가로 30 일까지 연장도 가능했다.
혹시라도 부모 측이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영수증은 꼭 필요했다.
그렇게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했는데 입구 쪽에 익숙한 사람들이 보였다.
말끔한 정장을 입은 밴 씨.
그리고 하얀색의 눈부신 드레스를 입은 마르타 씨.
마지막으로 예전에 보았던 중성적인 외모에 간단한 후드와 반바지만 입은 메롯 씨까지.
밴 씨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아, 존 씨를 만났어요. 안 내려오셔도 될 거 같아요.”
날 알아본 밴 씨.
그는 메간 씨와 통화 중이었던 것으로 보였다.
나와 애슐리 씨, 올리비아, 그리고 아이라만 때처럼 어떻게 올라가는지에 대해 메간 씨의 도움을 구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안녕하세요? 밴 씨, 마르타 씨 그리고…”
마르타 씨 뒤로 살짝 숨는 메롯 씨.
그때 이후로 날 살짝 경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안녕하세요. 존 씨.”
미소 지으며 인사를 해주시는 밴 씨와 마르타 씨.
두 분은 손으로 메롯 씨를 앞으로 나서게 해 내게 인사를 시키려고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요지부동인 메롯 씨.
나는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저한테 키가 있으니 저를 따라오시면 될 거 같아요.”
“다행이예요.”
살짝 미소 짓는 마르타 씨.
매번 느끼는 거지만 드래곤들은 모두 선남선녀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으시면 키를 저한테 주시겠어요? 지금 들고 계신 게…”
“아 고마워요. 밴 씨.”
나는 임시 카드키를 밴 씨에게 건넸다.
입구에 키를 대자 열리는 문.
그는 선물을 든 나를 위해 문을 잡아주었다.
“고마워요.”
“아니예요.”
살짝 미로 같은 지하 주차장 측.
나는 이들을 이끌고 메간 씨의 집으로 향하는가장 빠른 엘리베이터로 안내했다.
마찬가지로 카드키가 필요한 엘리베이터.
눈치 빠른 밴 씨는 카드키를 사용해 엘리베이터의 문을 열었다.
그렇게 들어간 엘리베이터 안.
살짝 어색한 분위기에 나는 먼저 말을 걸었다.
“오늘 밴 씨도 멋지시고, 마르타 씨고 아름다우시고 메롯 씨도 귀여우신데요?”
“하하. 감사합니다. 존 씨도 멋지세요.”
내 칭찬에 칭찬으로 답 해주시는 마르타 씨.
밴 씨도 살짝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셨다.
“칭찬 감사해요. 존 씨. 그런데…그 손에 드신 거 선물인가요?”
“아, 네. 저는 갑작스럽게 초대 받아서 베이비 샤워 품목이 이미 다 나갔더라구요. 그래서 저희 나름대로 준비해봤어요.”
“안 그러셔도 되는데…”
“그래도 새 생명을 축하하는 자리인데 빈손으로 오기 조금 그래서요.”
머쓱해서 나는 이런 식으로 말했다.
그 말에 미소 짓는 밴 씨 부부.
밴 씨는 선물에 흥미가 있는지 내게 질문을 던지셨다.
“혹시 무슨 선물인지 알 수 있을까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선물로 준비했어요. 솔직하게 말해서 해츨링에게 선물을 해 본 적이 없으니 이걸 마음에 들어해 줄지는 모르겠네요. 하하.”
내 웃음에 고개를 끄덕이는 밴 씨.
새로운 해츨링의 탄생을 축복하는 자리에 초대된 건 처음이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아마, 아이도 좋아할 거예요. 존 씨와 애슐리 씨의 진심이 들어간 선물이니까요.”
마음 따듯해지는 말씀을 해주시는 마르타 씨.
나는 살짝 고개를 숙여 감사함을 표했다.
“그래서 음…한국에서 유행하는 장난감 같은걸 가져 왔어요.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고 하더라구요.”
“한국에서요?”
“정확하게는 코퀴틀람의 마트에서 사 온 물건이지만요. 하하.”
캐나다에서도 흔히 볼 수 있게 된 한국산 제품들.
특히 한인 지역인 코퀴틀람의 마트에서는 이런 물건들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해츨링이 갓 태어난 아이여도 3 살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말씀하신 메간 씨.
그녀의 말을 따라 한국 3 살 정도의 나이가 좋아할 만한 물건으로 준비했다.
부디 어린 해츨링도 아기 상어를 좋아해 주었으면 하는바람이다.
“다 도착했네요.”
그렇게 다시 도착한 메간 씨의 펜트 하우스.
내가 없는 사이 손님들이 오셨는지 처음 보시는 분들이 꽤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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