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단풍잎 카페-85화 (85/292)

〈 85화 〉 스칼렛 (5)

* * *

메간 씨의 입에서 나오는 드래곤에 대한 이야기.

마치 신화처럼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태초에 신의 선택을 받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생물.

이들은 정말 신의 축복받은 존재였기에 모든 생물보다 뛰어났다.

하지만 정말로 신이 자신들을 살피고 있다는 생각하고 있는 이들은 매우 극소수였다.

대부분의 드래곤들은 자기 힘에 취해 행동했고,

그 행동에 의해 드래곤들의 악행이 펼쳐지기도 선행이 펼쳐지기도 했다.

어릴 적 읽어던 동화 같은 이야기.

메간 씨 역시 인간들의 상상력에서 표현된 자신들의 모습을 따라 한 적이 있었다.

공주님 납치.

이런 것처럼 다른 드래곤들도 이런 행동들을 하기 시작했다.

“드래곤의 상상력은 생각보다 빈약하거든.”

메간 씨의 설명.

그 설명에 나와 애슐리 씨는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여기에 맞다고 말할 수도 없는 상황.

그래서 나와 애슐리 씨는 웃음으로 이 어색한 상황을 넘어갔다.

“그리고…그때부터 시작이었다고 하더구나.”

메간 씨도 모르는 이야기.

그녀의 세대 이전의 이야기다 보니 많은 신화적인 요소가 뒤섞였다.

용사와 마왕.

물론 실제로 존재한 것이라 볼 수 없는 존재들이었지만,

이 중 용사는 확실히 존재했다.

메간 씨를 사랑에 빠지게 한 운명의 상대.

아드리아 씨의 말에 의하면 그 남성분은 용사셨다.

물론 메간 씨를 만난 용사가 마왕을 무찌르는 동화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그 윗 세대의 용사는 마왕으로 추정되는 요소와 싸운 모양이었다.

“그때부터 드래곤들이 나뉘어지기 시작했지.”

마왕과 용사.

흔히 선과 악으로 구분할 수 있는 이 이분법 적인 상황.

드래곤들은 그렇게 나뉘기 시작했다.

제멋대로 행동하는 드래곤들.

원래 하나의 색을 가지고 있던 그들은 그들의 성향에 따라 나뉘기 시작했다.

“그러면 원래 드래곤은 한 가지 색이었다는 건가요?”

“나도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늙은이의 말로는 그렇다고 하더구나.”

여기서 언급되는 늙은이라는 분은 아드리아 씨.

밴쿠버로 넘어온 드래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드래곤이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강력하다고 여겨지는 검은 용.

흔히 블랙 드래곤이라 불리는 종족의 수장이 시기도 했다.

“그러면 원래는…”

“원래는 오색 빛의 색깔을 가졌다고 해.”

메간 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나와 애슐리 씨.

본능적으로 다섯용이라는 개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다섯까지 색깔의 드래곤들.

원래는 하나의 색이었던 이들은 그들의 성향에 따라 색이 분화하기 시작했다.

물론 신화적인 요소가 가미가 되긴 했지만,

드래곤이라는 시간을 초월하는 존재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런 요소가 중요했다.

“그러면 메간 씨의 선조 분은…”

“성격이 불 같았겠지.”

미소 짓는 메간 씨.

나는 이렇게 온화한 그녀와 불 같았던 그녀의 선조와의 연결점을 상상할 수 없었다.

“다섯 용의 존재 중 우리가 가장 파괴에 가까운 존재란다.”

“…네?”

“내가 왕국을 없앴던 이야기를 기억하는지 모르겠구나.”

“아…”

자신이 지키던 왕국을 불태워 버린 메간 씨.

그 이유를 잘 알고 있는 나는 메간 씨를 이해할 수 있지만,

인간들의 기준으로는 그저 파괴를 일삼는 종족에 가까웠다.

“하지만 파괴의 근본은 무언가를 지배하기 위한 것이 아니란다.”

메간 씨의 설명.

난 그 말에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했다.

“조금 설명해 주실수 있나요?”

“파괴란 존재를 지워내는 것이다. 순환이라는 개념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질적인 생각이지만 말이다.”

“그렇죠…”

영속하는 존재.

사실 사람은 유한한 존재이면서 영속하는 존재였다.

드래곤에 비해 압도적으로 제한적인 수명.

그런데도 이렇게 문명을 이루고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 인류는 계속 나아갔다.

다소 이상한 표현.

하지만 이것보다 적절한 표현을 하기 어려웠다.

“창조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그들의 의도를 개입할 수 있지.”

“파괴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메간 씨.

그녀는 날 바라보며 미소를 지으셨다.

“정확하단다. 창조도 파괴도 마찬가지지. 그사이에 의도가 섞이기 마련이란다.”

“그게 드래곤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알려 주실수 있나요?”

“선과 악의 개념을 떠나서, 색을 떠나서, 무언가를 지배하려는 의도를 가진 드래곤들도 있단다.”

“아…”

다섯용의 존재들.

원래는 선악의 개념,

즉 이분법적으로 나뉜 개념으로 분화되었다.

하지만 진실은 전혀 달랐다.

그들의 성향이나 선악의 구분에 따라 나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겉모습만 바뀌었을 뿐이었다.

“사람들에게 이 개념을 설명할 때마다 어렵더구나.”

“…확실히 그런 거 같아요.”

사람을 넘어 모든 생명체가 생각하는 생각법.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지만 이분법 적인 생각을 많이 했다.

옳다 그르다.

맞다 틀리다.

흑백 논리.

그 논리 속에 갇혀 있다는 게 나쁘다는 걸 알고 있지만,

막상 그 논리는 생각보다 편안 함을 제공하곤 했다.

상황을 명확하게 가르는 선악.

그사이에서 사람은 생각보다 많은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래서 옛 신화와 달리 오색용의 개념은 그저 색이 다른 드래곤들의 이상향으로 본 단다.”

그레이스 씨가 말한 에레스트림.

그리고 메간 씨의 오색용.

다름을 인정하는 개념의 오색용.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었다.

이상향.

요즘 들어 자주 듣는 이야기였다.

“지루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다섯용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고 파티에 대해 말하지.”

이어지는 메간 씨의 설명.

다섯용의 주요 드래곤 들은 말 그대로 다섯 색깔이었다.

검은 용,

붉은 용,

녹색 용,

황금 용,

푸른 용,

이 다섯 드래곤은 사는 지역이 다르다 보니 일부 특징이 있다고 한다.

자애로운 검은 용,

성급한 붉은 용,

느긋한 녹색 용,

탐험심이 강한 황금 용,

마지막으로 자연을 아끼는 푸른 용까지.

“물론 모든 드래곤이 그런 건 아니란다.”

“확실히 메간 씨만 보더라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색깔로 성격을 나누는 건 사람으로 치면 문화권 별로 성향을 판단하는 행위.

이 기준으로 세상을 전부 나누기에는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들은 너무 많았다.

그런 것처럼 드래곤도 마찬가지.

각자 성향이 다르기에 그저 이런 느낌이다 하면서 알려 주는 가이드 라인에 불과했다.

“하지만 가끔은 내가 성급하다는 생각을 하곤 해.”

메간 씨의 말.

그러고는 애슐리 씨를 꼬옥 안아주셨다.

“네, 그런 거 같아요. 메간 씨.”

미소 짓는 애슐리 씨.

그녀의 품에 안긴 그녀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애슐리가 너무 귀여운 게 문제란다.”

메간 씨가 말씀하신 성급한 그녀의 행동.

정확하게는 기분에 따른 행동이라 이해할 수 있었다.

하긴…

내게 말씀하시는 것만 보더라도 가끔은 기분에 따라 말씀하시는 느낌이었다.

“그나저나 파티는…”

“아, 그 이야기를 안했군.”

미소 짓는 메간 씨.

그녀는 마지막으로 남은 파티에 대해 설명했다.

원래는 행사인 붉은 용의 날.

파티로 변질한 이유가 드래곤들이 제멋대로라는 이유가 있었다.

“새 생명을 축복하고…동시에 일종의 확인 작업을 하는 거지.”

“확인 작업이요?”

“누가 새로운 남자 친구 여자 친구를 사귀었나. 하는 거 말이야.”

“아아…”

일종의 친척 모임.

그들의 근황을 묻는 일종의 명절 같은 느낌이 들었다.

메간 씨의 품에 안겨 있는 애슐리 씨.

그녀는 메간 씨를 바라보며 무언가 궁금한 듯한 표정을 지으셨다.

“그러면 다른 드래곤 분들도 여러 종족 분들과 사귀시는 건가요?”

“그렇단다. 우리는 이 부분에 있어서도 다른 종족과 다르게 성급하지.”

장난스럽게 말씀하시는 메간 씨.

그녀가 말하는 성급하다는 의미가 개방적이라는 뜻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기존 관념을 파괴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단다.”

파괴의 종족.

붉은 용의 파괴 대상은 뜻밖에 순혈주의였다.

“그래서 저희를 초대하시는 거군요.”

“맞아. 너희가 와줘서 자리를 빛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란다.”

미소 짓는 메간 씨.

나는 그녀의 의도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파악할 수는 없지만,

지금 느끼는 그녀의 말의 의도는 정말 단순한 초대에 가까웠다.

“그리고 매번 나 혼자여서 쓸쓸했단 말이지.”

“네?”

“다들 연애 중이라 나는 항상 혼자 파티에 참가했다는 이야기란다.”

메간 씨의 말.

그 말에 우리가 초대 받는 이유가 있었다.

그녀의 전 사랑 이후로 항상 혼자 살아왔던 메간 씨.

그렇게 혼자서 다른 붉은 용들을 만나야 했다.

대부분 즐거운 연애하고 있는 이들.

당연히 속이 상한 메간 씨는 참가하고 싶지 않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참가해야 했다.

붉은 용의 수장.

그런 존재가 파티를 불참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행사이면서 파티인 장소.

그것도 이세계에 존재하는 붉은 용이 모두 모여 근황을 나눈다는 부분에 있어서 명절과 같았다.

즉, 메간 씨는 많은 붉은 용으로부터 명절 때 들을 만한 이야기를 계속 들어왔다는 뜻이었다.

이제 서야 이해되는 그녀의 고충.

한국에서 캐나다로 옮겨 온 뒤 항상 혼자 살았던 내게 주변 사람들이 연애가 필요하다는 말을 한 것과 같았다.

“그래도 이번에는 너희와 같이 참가할 수 있게 되었으니 좋구나.”

“그냥 불러 주셔도 되셨는데…”

“드래곤들이 잔뜩 온다고 하면 거절할 까 봐 어쩔 수 없었단다.”

일종의 안전장치.

다시 말하지만 메간 씨는 자주 뵙는 드래곤이라 괜찮았지만,

다른 드래곤 분들은 확실히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메간 씨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후 이어지는 이야기들.

다음 주 주말에 만난다는 이야기와 올리비아도 참가해도 되는지에 대한 질문.

이 두 가지를 더 이야기로 메간 씨의 집에서 내려왔다.

“운동하는 데 방해해서 미안하구나.”

미안 함을 드러내는 메간 씨.

나는 그녀에게 괜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애슐리 씨도 마찬가지.

그녀도 괜찮다는 듯이 손사래를 쳤다.

“그럼 다음 주말에 보자.”

메간 씨와 헤어진 우리들.

나는 애슐리 씨를 바라보았다.

“지금 운동하기에는 조금 늦은 거 같죠?”

“네, 그런 거 같아요.”

살짝 어둑한 하늘.

원래 오늘 운동하기 위해서 밖으로 나왔는데 메간 씨를 돕느라 시간이 지체되었다.

“그럼 천천히 걸을까요?”

“좋은 생각이예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노을 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걷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와 걸으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단순히 발을 맞춰 걷는 것뿐인데 기분이 좋았다.

날 물끄러미 바라보는 애슐리 씨.

그녀는 장난스럽게 조금 빠르게 스텝을 걸었다.

살짝 빨라진 그녀의 걸음 걸이.

나는 그녀의 장난에 맞춰 나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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