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화 〉 회의 (5)
* * *
저녁에 있을 파티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들.
이 이야기를 끝내고 단체 손님을 위한 샌드위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애슐리 씨가 미리 전달해준 주문.
이 주문을 토대로 6 명분의 샌드위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먼저 회사로 돌아간 샐리 씨.
그녀를 위한 샌드위치는 제임스가 나중에 회사로 돌아갈 때 그녀에게 건네준다고 했다.
"음료도 그렇고 평범하신 분들이 없네..."
헬창 제임스의 닭가슴살 샌드위치를 시작으로 다양한 샌드위치 주문이 들어왔다.
가장 신경 쓰이는 주문은 당연히 식물족 분의 오더.
그녀와 대화를 나눠보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주문을 통해 대략적인 식성을 유추해 볼 수 있었다.
화사한 꽃으로 치장한 외모와 코를 간질이는 향을 풍겼던 그녀의 이름은 에리카 씨.
그녀의 요구사항은 생각보다 특이했다.
사람과 비슷한 몸을 가진 애슐리 씨.
그렇기 때문에 소화가 편하기 위해서 비건 음식을 드실 뿐 일반적인 음식을 드실수는 있었다.
물론 식물족 분들도 많은 계열이 나누어져 있었고,
대부분의 식물족 분들은 비건이나 베지터리안 계열이셨지만 이분은 비건과 동떨어진 식성을 가지고 계셨다.
카페하면서도 처음 본 육식성 식물족 분.
에리카 씨의 주문은 미트러버 샌드위치였다.
베이컨 세장과 페퍼로니, 스모크 햄, 포레스트 햄 그리고 치즈를 넣는 육식주의자들을 위한 식사.
심지어 추가로 소고기를 갈아 넣어 만든 토마토소스를 넣어달라는 요청을 해주셨다.
다른 분들이 주문은 금방 만들 수 있는데 이건 추가적인 조리가 많이 필요하니 이것 먼저 만들어야 했다.
"도와 드릴까요?"
옆에 다가온 애슐리 씨.
나는 그녀의 도움에 감사함을 표했다.
"원래는 혼자하려고 했는데 취향이 너무 다양하셔서요."
"저도 주문받을 때 많이 놀라긴 했어요."
닭가슴살 샌드위치.
미트러버 샌드위치.
쿠바식 샌드위치.
트로피컬 샌드위치.
홍콩식 햄 에그 샌드위치.
빈즈온 토스트.
마지막으로 연어 샌드위치 주문이 있었다.
여기서 가장 손이 많이 가는 게 미트러버 샌드위치였고,
다음은 쿠바식 샌드위치였다.
가장 쉬운 샌드위치...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치만 쉬운 음식은 당연히 빈즈 온 토스트였다.
잘 구운 토스트 위에 베이크드 빈 통조림을 올려주면 끝났다.
악명이 높은 영국식 음식.
하지만 캐나다는 영국 영향을 많이 받았기에 빈즈 온 토스트를 즐기는 분들이 많았다.
그렇게 하나씩 만들어지는 샌드위치들.
샐리 씨를 위한 연어 샌드위치만 별개로 포장하고 나머지 샌드위치를 모두 만들 수 있었다.
애슐리 씨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일에 대해서도 그녀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고마워요. 애슐리 씨."
"둘이 하니까 더 빠르게 끝난 거 같죠?"
빙긋 웃는 그녀.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미소였다.
"애슐리 씨가 만드는 거 도와주셨으니까 서빙도 도와 드릴게요."
"카운터는요?"
"제가 맡고 있을게요."
어느새 옆에 다가온 올리비아.
그녀는 1 층에 있는 그레이스 씨와 이야기하는 것에 푹 빠져 있었다.
"손님들이 뭐라 그러시겠다."
"지금은 쉬는 시간이라 괜찮다고 하셨어요."
나름 변명하는 올리비아.
나는 그녀를 혼낼 생각이 없으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애슐리 씨와 함께 2 층으로 올라왔다.
단체 손님들이 오시고 처음 올라오는 2 층.
회의가 끝나고 이야기도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는지 다들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올리비아 대신 네가 올라왔네?"
의자에서 일어나 날 반겨 주는 제임스.
나는 그에게 닭가슴살 샌드위치를 건넸다.
"애슐리 씨가 샌드위치 만드는걸 도와주셔서 말이야."
"보기 좋네."
"이건 샐리 씨꺼예요."
제임스에게 샐리 씨의 샌드위치를 건네는 애슐리 씨.
제임스는 그녀에게 샌드위치를 건네 받고 감사함을 표했다.
"고마워요. 애슐리 씨."
"별말씀을요."
화기애애한 제임스와 애슐리 씨.
나는 제임스를 바라보았다.
"왜?"
"나한테는 왜 고맙다고 말 안 해?"
"친구끼리 그런 거 말하는 거 아니야."
장난스럽게 말하는 제임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서빙을 이어 나갔다.
"윌리 씨가 쿠바식 샌드위치 맞죠?"
"네, 맞아요.감사해요."
그에게 건넨 쿠바식 샌드위치.
영화에도 나온 적이 있어서 유명해진 샌드위치였다.
내 눈치를 살피는 윌리 씨.
나는 괜찮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쿠바식 샌드위치 안에 가득 차 있는 치즈들.
보통은 트리플 치즈로 자주 사용되는 체다 치즈, 에멘탈 치즈, 그리고 스위스 치즈가 들어간다.
하지만 윌리 씨의 주문으로 스위스 치즈 대신 들어간 모짜렐라 치즈.
윌리 씨가 쿠반(Cuban) 샌드위치의 윗부분을 열자 치즈가 길게 늘어났다.
쭉쭉 늘어나는 치즈.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시선이 모였다.
"이렇게 맛있게 만들어 주실 줄이야. 제임스 씨가 추천한 이유가 있었네요."
"과찬이세요."
윌리 씨의 칭찬.
나는 칭찬을 받아 기분이 좋아졌다.
"괜찮으시다면 인스탁에 좀 올려도 될까요?"
"네 올리셔도 괜찮아요."
사진을 찍기 시작하는 윌리 씨.
그 뒤로 제임스가 기웃거렸다.
"팀원들 사생활 감시하냐?"
"아니, 그런 건 아닌데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말이야."
장난스럽게 말하는 제임스.
팬덤이 많은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정보 유출하지 않으려고 제임스가 부단히 노력했다.
"걱정 마세요. 제임스 씨."
그런 제임스를 안심시키는 윌리 씨.
나는 이번만큼은 윌리 씨의 편에 섰다.
"단골한테 이러기야?"
"카페 홍보해주시겠다는데 당연히 윌리 씨 편을 들어야지."
"존 씨랑 저랑 생각이 잘 맞는데요?"
장난스럽게 말하는 윌리 씨.
그걸 본 제임스는 영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저...제 샌드위치는..."
조심스럽게 손을 들은 여성분.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미안 함을 표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에리카 씨."
"아니예요."
괜찮다는 듯이 손 사래를 치시는 에리카 씨.
화려한 그녀의 외모와 별개로 그녀는 수줍은 스타일이신 모양이었다.
"여기 미트러버 샌드위치 입니다."
"감사해요. 그리고 혹시...추가 소스를 얻을 수 있을까요?"
"소고기를 갈아 넣은 토마토소스 말씀하시는 거죠?"
"네."
"금방 가져다드릴게요."
그녀를 위한 소스를 가져다 드릴려고 했는데 애슐리 씨가 내 옆에 다가오셨다.
"저도 추가 요청이 있어서 내려가야 해서요. 제가 가져올게요."
"고마워요. 애슐리 씨."
나 대신 가져와주신다는 애슐리 씨 덕분에 나는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내가 서빙한 건 제임스의 닭 가슴살 샌드위치,
윌리 씨의 쿠반 샌드위치.
그리고 에리카 씨의 미트러버 샌드위치 였다.
그동안 서빙을 완료하고 추가 주문까지 받으신 애슐리 씨.
일에 적응하는 속도가 빠른 것을 넘어 이제는 혼자서 카페를 맡아도 될 정도로 적응하셨다.
"이거 정말 맛있네요."
에리카 씨는 미트러버 샌드위치를 정말 맛있게 한 입 베어 물어 드시고 계속 감탄사를 표현하셨다.
"칭찬 정말 감사해요."
"어떻게 하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입안 가득 육즙이 느껴져서 좋아요."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에리카 씨.
입에 살짝 토마토소스가 묻은 게 눈에 띄었다.
"여기 냅킨이요."
"앗, 고마워요."
냅킨을 받아 든 에리카 씨.
그녀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침착하게 입술을 닦았다.
"혹시 잠시 시간 되세요?"
"저요?"
"네, 이렇게 맛있는 샌드위치를 만드신 분과 이야기하고 싶어서요."
눈을 반짝이며 날 바라보는 에리카 씨.
나는 조금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조금 있으면 바빠지는 시간이라서요."
"아쉽네요."
"여기도 존을 노리는 사람이 있었네."
또 내 뒤에 나타난 제임스.
어디 하나 빠지는 곳이 없었다.
"여기에 있는 존은 임자 있는 친구라서 말이야."
"제임스...에리카 씨에게 무슨 실례야."
"왜? 이런 건 확실하게 말해야지."
장난스럽게 말하는 제임스.
나는 혹여라도 에리카 씨가 부담을 느끼셨을까 봐 걱정했다.
"걱정하지마세요. 제임스가 저러는 건 자주 알고 있으니까요."
빙긋 웃는 에리카 씨.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날 난감하게 만든 제임스.
나는 이 사건의 원흉인 이 오지랖 오크 녀석을 노려보았다.
"워워, 진정해. 그냥 에리카랑 너랑 친하게 지내게 하고 싶어서 끼어든 거뿐이야."
"이게 친해지는 방법이야?"
"일종의 '오크식' 친해지는 방법이지."
"말이라도 못하면...에휴."
"아무튼 에리카랑 친해졌으면 해서."
"무슨 말이야?"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제임스의 말.
갑작스럽게 에리카 씨랑 친해지길 바란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내 옆에 다가온 윌리 씨.
그리고 멀리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스캇 씨도 다가왔다.
"뭐...뭐예요?"
"우린 네가 필요하거든."
갑작스러운 제임스의 말.
그 말에 날 둘러싼 네 명이 모두 날 바라보았다.
부담스러운 분위기.
그치만 피할 구멍은 보이지 않았다.
"존 씨가 많이 당황하신 거 같은데요?"
윌리 씨의 말.
그 말에 제임스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걱정하지 마. 잡아먹는 건 아니니까."
"...농담이라도 그런 말은 안 해줬으면 좋겠는데."
"다 잡아먹는 건 아니고 반쯤 먹을 예정이야."
"..."
제임스의 장난.
나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여기서 가장 이성적으로 보이는 스캇 씨를 바라보았다.
"제가 설명해 드리죠."
스캇 씨의 설명.
나는 그를 바라본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저희는 애니메이션을 만들 생각이예요."
"이미 만들고 계시고 있는 거... 아니었나요?"
"맞아요. 그치만 대부분 외주 형식이죠."
어렴풋이 느껴지는 그들의 요구.
나는 이들의 눈에서 예전에 잭 씨에게 보았던 눈빛을 볼 수 있었다.
"저희는 이번 외주를 끝으로 저희만의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어요."
그 말에 모두가 날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제가 왜...필요한 거죠?"
"이 카페를 애니메이션의 배경으로 삼고 싶어요."
"이 카페를요?"
당황스러운 이야기.
갑작스러운 제안에 나는 제임스를 바라보았다.
"아직 경영진에게 허락도 받지 못한 프로젝트야. 그전에 너한테 허락을 받아야 할 거 같아서 물어보는 거지."
빙긋 웃는 제임스.
나는 영락 없이 잡아먹히게 생겼다.
"그러니까...저희 카페를 배경으로 애니메이션으로 만드신다는 거죠? 저는 그저 장소를 제공하면 되구요."
"장소를 제공하지 않으셔도 돼요. 대부분 VFX로 대체되니까요."
래브 씨의 말.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이 카페를 배경으로 써도 되는지 동의를 구하고 있는 거예요."
에리카 씨의 말에 나는 이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주로 대형 회사들의 커미션을 맡아온 제임스가 다니는 회사.
이들도 자신들의 창작물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었고,
이 창작물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 계획의 기초 단계.
스토리나 등장인물, 배경등을 구상하는 단계 중에서 배경에 속하는 곳이 이 카페라는 뜻이었다.
"계약서 관련해서는 경영진에서 허락이 떨어지면 바로 보내줄게."
제임스의 말.
나는 그 말에 그를 바라보았다.
"돈은 안 줘도 돼."
"정말?"
"할아버지가 정말 좋아하실 거 같거든. 물론, 나도 영광이고."
늘 자기 카페가 사람들 마음속에 기억되길 바라셨던 할아버지.
그의 염원이 이렇게 이루어질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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