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단풍잎 카페-68화 (68/292)

〈 68화 〉 규칙 (3)

* * *

평소보다 2 시간 일찍 영업을 종료한 카페.

레몬청과 라임청을 다 만들고 냉장보관까지 마무리 지었다.

"고생하셨어요. 너도 고생 많았어 올리비아."

"감사합니다. 헤헤."

올리비아는 라임청으로 만든 간단한 모히또를 마시며 여유를 즐겼다.

"이거 정말 맛있네요. 일반 무알콜 모히또보다 덜 달아서 좋아요."

여름에 마시기 좋은 칵테일.

라임청과 탄산수 그리고 카페에서 기르는 민트를 넣어 무알콜 모히또를 만들었다.

"무알콜도 괜찮지?"

"네, 그리고 개인적으로 술을 안 좋아하기도 하구요."

리암 씨와 이혼한 어머니,

심각한 알콜 중독으로 아직도 고생하고 있어서 술에 대해 좋게 생각하지 않는 올리비아였다.

"좋은 선택이야. 애슐리 씨는 모히또 맛 괜찮아요?"

"네, 완전 좋아요. 그리고 지금 카페 분위기하고 너무 잘 어울리구요."

살짝 붉어진 하늘.

아직 해가 지려면 멀었지만 천천히 떠오르는 붉은 노을에 기분이 좋아졌다.

밖의 열기가 조금 식어가는 시간.

이때 마시는 모히또는 여유로움을 주었다.

다들 홀짝이면서 모히또를 마시는 사이.

밖에서 노크하는 사람이 있었다.

오랜만에 카페 문을 두드리시는 분.

래브 씨였다.

개 수인이신 래브 씨.

그녀는 운동하고 오신 건지 지친 기색이었다.

그 옆에는 파트너로 보이는 남성분도 같이 서 있었다.

내가 잠궈진 문을 열고 나가자 미안한 표정을 짓는 래브 씨.

그리고 파트너 분도 어색한 미소를 짓고 계셨다.

"미안해요. 영업 종료하신 걸 몰라서요."

"하하..."

"잘 지내셨어요? 래브 씨? 오늘은 레몬청이랑 라임청을 만드느라 조금 일찍 영업을 종료했는데 반가운 손님이 오셨네요."

"케빈이랑 운동을 마치고 카페가 생각나서 왔는데 저희가 늦었네요."

미안한 듯 어색한 미소를 짓는 래브 씨.

나는 괜찮다는 듯 손을 저었다.

"옆의 분은..."

"안녕하세요. 존 씨. 래브에게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케빈이라고 합니다. 취미는 아시다시피 낚시구요. 하하."

장난스럽게 자기소개를 하는 케빈 씨.

살짝 벗겨진 머리에 살짝 마른 체형.

검은 머리에 푸른 눈을 하신 케빈 씨는 맨눈으로 보기에 동유럽 분 같았다.

마른 체형과 대비되는 굵은 다리를 보아 래브 씨와 자주 달리기를 하신 모양이었다.

그 외 특이점으로는...

예전에 래브 씨가 낚시를 좋아하는 남자 친구분을 위한 선물을 물어보셨던 것이 기억났다.

"저도 낚시를 종종 다녀서요. 낚시할 때 스마트 워치 괜찮죠?"

"추천해주셔서 감사해요."

이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저희는 이만 가 볼게요."

"혹시 괜찮으시면 음료 한 잔씩 하고 가실래요? 오늘 만든 레몬청이랑 라임청으로 만든 모히또가 남아 있거든요."

"저희가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한데..."

괜찮다는 듯이 말씀하시는 케빈 씨.

나는 괜찮다는 듯이 두 분을 안으로 모셨다.

"와서 맛도 봐주시고 평가도 해주시면 저희야 감사하죠."

여름에 자주 팔리는 레몬 스쿼시와 달리 이번에 처음 만든 라임 청.

그래서 이걸 만든 나와 애슐리 씨 그리고 올리비아는 맛있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의 의견을 다를 수도 있었다.

맛 평가도 받을 겸 그들을 우리의 작은 시음회에 초대했다.

"이분들은...?"

안에서 쉬고 있던 애슐리 씨와 올리비아.

둘은 운동복 차림의 래브 씨와 케빈 씨를 바라보았다.

"이쪽은 래브 씨이시고 이쪽은 케빈 씨예요. 래브 씨는 제임스랑 같은 회사 다니고, 내일 단체로 오시는 분이세요. 케빈 씨는 래브 씨의 파트너 분이시구요."

간단한 소개.

바톤을 이어받은 래브 씨와 케빈 씨가 어색하게 자기소개를 하셨다.

"정말 죄송해요. 영업 종료하신지 모르고 불쑥 찾아와서 말이에요."

"아니에요. 편하게 앉고 싶은데 앉으셔도 돼요."

자리를 안내해주는 애슐리 씨.

그리고 올리비아도 그런 애슐리 씨를 도와줬다.

"제임스 씨의 친구분이시면 제 친구나 마찬가지니까요."

웃으며 너스레를 떠는 올리비아.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저희도 카페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으니까요."

내가 살짝 붉어진 노을이 드리운 카페를 가리키자 래브 씨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정말 아름답네요."

붉은 노을이 드리운 카페.

붉은색과 카페 내 벽돌들 그리고 장식품들의 그림자가 뒤섞여 알 수 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었다.

"두 분다 목이 마르실 테니까 한 잔씩 하시면서 편하게 쉬세요."

두 분을 위한 음료.

얼음이 들어가 몸을 식히기에 적합한 모히또 두 잔을 건네드렸다.

운동 후라 목이 마르신 듯 받은 음료를 바로 드셨다.

"우와..."

"정말 맛있네요."

"괜찮죠?"

긍정적인 대답을 주신 케빈 씨와 래브 씨.

애슐리 씨와 올리비아 그리고 내가 만든 라임청이 호평을 받아 기분이 좋았다.

"정말로 맛있어요. 일반 모히또 같은데 더 달고 뭐랄까..."

"중독성이 있다?"

"정확한 표현이야. 케빈."

자신들의 표현에 흡족해하는 두 분을 보며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해요 존 씨. 저희가 가끔 이러거든요."

"괜찮아요. 보기 좋은데요?"

풋풋한 느낌의 래브 씨 커플.

서로 느낀 점을 공유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저도 라임청을 만드는데 기여하긴 했지만 대부분 여기에 있는 애슐리 씨와 올리비아가 만들었어요."

"두 분 다 대단하신데요?"

"이 모히또 정말 맛있어요."

칭찬받은 애슐리 씨와 올리비아.

둘은 기쁜 듯 미소를 지으셨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모히또 한 잔을 마실 수 있다니...정말 놀라운 카페네요."

연신 감탄 하시는 케빈 씨.

나는 그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이후 이어지는 모히또에 대한 간단한 대화들.

대부분 카페 분위기와 라임의 청의 맛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도중 언급된 제임스의 이야기.

그 이야기에 래브 씨는 복층 위에 준비된 공간을 바라보셨다.

"제임스 답네요."

"그 녀석이 좀 많이 꼼꼼하죠."

"가끔은 너무 꼼꼼한 게 아닌가 싶지만 그만큼 저와 주변 동료들을 챙겨 주는 사람은 제임스 뿐이니까요."

덤덤히 말씀하시는 래브 씨.

그녀의 말에 따르면 회사 내 제임스의 인망도 좋은 편인 모양이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스트레스 때문에 전 맨날 케빈의 곁에 있어야 했을걸요."

남자 친구분인 케빈 씨의 직업이 수의사였다는 게 기억이 났다.

"래브 씨와 병원에서 만나셨다고 하셨죠?"

"네, 애슐리 씨와 존 씨가 카페에서 만난 것에 비하면 덜 로맨틱하죠."

케빈 씨가 장난스럽게 말씀하시자 래브 씨가 그를 바라보았다.

"케빈?"

"수술실에서 눈이 맞았다는 이야기가 로맨틱하다고 할 수는 없잖아."

"에휴..."

"수술실에서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애슐리 씨.

그녀는 케빈 씨의 말에 놀라움을 드러냈다.

"네, 비염으로 고생하는 래브와 수술실에서 만났죠."

래브 씨와 처음 만났을 때를 이야기하시는 케빈 씨.

그의 이야기 속 래브 씨는 생각보다 경계심이 많으신 분이었다.

"래브는 조금 날카로워져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가 비염의 원인이 되었고 결국 그 비염이 그녀의 후각을 마비시켜 더 스트레스받게 했죠."

"그때는 어쩔 수 없었어요. 프로젝트할 때면 항상 그러거든요."

덤덤히 말씀하시는 래브 씨.

제임스만 보더라도 프로젝트라 불리는 작업을 할 때면 신경이 살짝 날카로워 보이긴 했다.

"그래서 어떻게 반하게 되신 거예요?"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를 경청하는 올리비아.

그녀는 케빈 씨와 래브 씨의 사랑 이야기에 깊은 흥미를 보였다.

"그녀를 처음 봤을 때 바로 사랑에 빠졌거든요."

"첫 만남예요?"

"네,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한눈에 반했어요. 그래서 바로 데이트 신청을 했죠."

케빈 씨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그때가 기억난 래브 씨는 못 말리겠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셨다.

"저는 약을 받으려고 상담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근처에 맛있는 식당이 있는데 같이 식사할 생각 있냐는 질문을 받았었죠."

"그래도 그 식당 좋아했잖아."

"그 식당 덕분에 연애를 시작했죠."

래브 씨의 말에 케빈 씨는 만족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셨다.

"제 지인의 추천이었는데 이렇게 써먹을 줄은 몰랐지만요."

케빈 씨의 말에 올리비아와 애슐리 씨는 이미 두 분에 이야기에 빠진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 질문이 있는데..."

"저도요."

어스름한 분위기.

거기에 시원한 음료까지 있다 보니 이런 로맨스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두 여성 분이었다.

자연스레 애슐리 씨와 올리비아가 질문을 했고,

래브 씨가 하나씩 그것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주셨다.

결국, 따로 떨어진 나와 케빈 씨.

나오 케빈 씨는 서로 바라보고는 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저희끼리 이야기해야겠죠?"

"남자들끼리 이야기할 시간도 필요하죠. 하하."

장난스럽게 말씀하시는 케빈 씨.

그는 내게 모히또가 담긴 잔을 내밀며 간단한 건배를 제안하셨다.

짠.

이후 진짜 술처럼 마시는 나와 케빈 씨.

나름 둘이 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낚시가 취미인 사람들이 연령대가 비슷하다 보니 그런 모양이었다.

"얼마나 연애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예전에 래브씨가 언급하신 것처럼 결혼까지 생각하고 계시는 케빈 씨.

둘은 얼마나 사귀셨는지 궁금했다.

"3 년 정도 됐네요. 연애도 좋지만 지금은 둘 다 결혼하고 싶어해서 결혼 계획을 만들고 있어요."

"정말요? 축하드려요."

"하하. 감사해요. 아시다시피 준비해야 할게 많아서 먼일이지만 축하받는 건 언제나 기분이 좋네요."

"준비해야 할 것들이요?"

"네, 둘 다 좋아하고 사랑하니까 결혼하겠다 라고 만 하기에는 해야 할 일이 많더라구요."

케빈 씨의 고충들.

그 고충들은 과거 결혼을 생각했던 내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족 문제, 직장 문제, 집 문제 등등.

그중 가장 큰 문제는 가족 문제였다.

발트해 국가, 리투아니아 출신의 케빈 씨.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게 가족과의 관계도 중요하게 여기셨다.

"가족들의 반대가 있나요?"

"제 부모님들도 제가 밴쿠버로 모셨거든요. 그래서 저희 부모님이 저보다 래브를 좋아하세요. 하하."

"부럽네요."

내게는 미래의 이야기.

나중에라도 애슐리 씨를 부모님에게 한 번 소개는 해드려야 하는데 막상 생각하니 막막했다.

이 종족이 낯선 한국.

그렇다 보니 부모님이 어떻게 반응하실지 걱정되었다.

갑자기 내가 말이 없자 케빈 씨가 내 안색을 살피셨다.

"아, 죄송해요. 잠시 생각하고 있었어요. 저도 비슷한 상황이라 생각하다 보니..."

내 눈이 닿은 곳에 있는 애슐리 씨.

그녀는 래브 씨의 이야기에 빠져 래브 씨와 이야기를 즐기고 있었다.

"존 씨의 나라도 비슷한가요?"

"가족 이야기하시는 거라면 맞아요. 하지만 제 부모님들은 아직 한국에 계시고 이 종족을 본 적이 없으시거든요."

"아아..."

고개를 끄덕이는 케빈 씨.

그래서 내가 왜 잠시 고민에 빠졌는지 이해해주셨다.

"확실히 그렇군요."

그러면서 케빈 씨는 나와 애슐리 씨를 번갈아서 보셨다.

"네?"

"두 분다 결혼 준비가 되셨다는 걸 알게 되어서요."

"무슨..."

"애슐리 씨는 지금..."

내게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는 케빈 씨.

수의사 분 답게 애슐리 씨의 겉모습만 보고도 바로 알아 차리셨다.

처음 듣는 이야기.

애슐리 씨가 발정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게 언제까지인지는 몰랐다.

그런데 케빈 씨는 이 부분에 대해 잘 알려주셨고 추가적으로 토끼 수인의 특징을 조금 알려주셨다.

나는 케빈 씨의 설명을 듣고는 잠시 애슐리 씨를 바라보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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