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단풍잎 카페-65화 (65/292)

〈 65화 〉 사랑은 단풍잎 카페에서 만나 (5)

* * *

카페 바에 앉아 라떼를 마시는 멜리사 씨.

그녀와 이야기를 더 나누게 되었다.

그러다 나온 메간 씨의 마법 이야기.

블랙 드래곤이자 다섯 용의 수장이신 멜리사 씨는 흥미롭게 바라보셨다.

"꼬맹이가 꽤 세심하게 마법을 걸어두었네요."

"네?"

"예전에 그녀의 남자 친구보다 더 섬세하게 걸려 있어서 놀랐어요."

"어...그녀의 남자 친구라고 하신다면..."

"영웅이죠."

"아..."

메간 씨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존재.

원래는 자신을 제거하려 나타난 존재였는데 어느새 사랑에 빠졌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였다.

그때 메간 씨는 남자라고만 말했지 영웅이라 말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왜 영웅이라 불리는 지 알 수 있었다.

홀로 드래곤에 대적하는 존재.

그런 존재가 있다면 나라도 영웅으로 추대할 것 같았다.

"아무래도 영웅인 그에게 거는 마법보다 더 필요한 건 알고 있지만...그래도 그가 좀 질투하겠는데요?"

"생각보다 메간 씨가 엄청 신경 써 주셨네요."

간단하게 걸어 주신 줄 알았던 메간 씨의 마법.

하지만 멜리사 씨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작업이었다.

문득 생각난 질문.

하지만 혹여라도 이게 누가 될까 봐 고민이 되었다.

"파트너에 대한 질문인가요?"

"바로 알아맞추셨네요."

"존 씨의 표정을 읽기 쉬우니까요."

"..."

이게 칭찬인지 아닌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멜리사 씨가 웃고 계시니 아무튼 긍정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괴롭혀서 미안 해요. 파트너라...저도 예전에는 연애라는 걸 했었어요. 일종의 유희였는데..."

"유희요?"

"드래곤들은 무한에 가까운 삶을 살아요.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아..."

이 종족 중에 가장 신비로운 존재인 드래곤.

그렇다 보니 메간 씨를 찾아온 그 남자 분 같은 존재가 아니라면 드래곤은 불멸의 삶을 살았다.

"엘프들 보다 더 길고 무한한 삶이죠. 그래서 우리는 자신이 세월에 바래지지 않기 위해 유희라는 걸 해요."

"일종의 족적을 남기는 거군요."

"맞아요. 좋은 표현인데요? 나중에 써먹어야겠군요."

빙긋 웃는 멜리사 씨.

나는 그녀의 칭찬에 머쓱하게 웃었다.

"드래곤은 무성에 가까워서 유희를 할 때 선택권이 있죠. 남자일 때도 있고 여자일 때도 있구요."

"메간 씨는 이후로 계속 여자로 살아오신 거 같던데..."

"그 남자의 영향이 크죠. 그래서 대부분의 드래곤들은 유희하면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요. 인간에 비유하자면... 긴 사춘기를 보내는 거죠."

"아아..."

알면 알수록 신기한 드래곤의 세계.

그렇게 유희하면서 자기 정체성을 쌓아가는 것을 사춘기라 표현하시니 확 와 닿았다.

"가끔은 미쳐 버리는 용들도 있지만요."

"네바다 주의 드래곤 분들 말씀이시죠?"

캘리포니아 동부와 네바다 주에 걸쳐 있는 거대한 사막.

죽음의 사막이라 불리는 데스 밸리에 사는 야생성 넘치는 드래곤 분들이 생각났다.

북미 대륙의 태평양 연안에 열린 포탈.

그 포탈을 넘어온 존재들은 모두 멜리사 씨나 메간 씨, 애슐리 씨 그리고 제임스 같은 존재들만 넘어온 게 아니었다.

자기 삶대로 살고 싶어 하는 일부 종족들.

그들은 광활한 북미대륙으로 퍼져 사람들이 잘 살지 않는 곳으로 숨어들어갔다.

그중 유명한 곳이 데스 벨리였다.

"같은 용족이지만 가끔은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이예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멜리사 씨.

그녀는 북미대륙의 다섯 용의 수장이 시기에 그 문제에 대해서도 관여하시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제 파트너에 대한 말은...음...지금은 없어요. 이전에는 있었지만 말이예요."

"많이 그리우시겠네요."

"네...사실 이 모습도 그녀의 모습이예요. 그녀를 잊지 않기 위해 그녀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죠."

"아아..."

드래곤의 유희.

그 무한한 삶에 잠시 곁을 지킨 파트너의 모습을 소중하게 여기는 멜리사 씨.

나는 드래곤이 아니기에 그 무한함이 주는 공허함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 공허함이 주는 지독한 외로움은 영생에 따르는 대가로 보였다.

"그래서 가끔은 사람들이...그리고 다른 이 종족들이 부러워요."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부러움.

그건 드래곤이라는 신에 가까운 전지적인 존재에게도 존재하는 감정이었다.

그렇게 이야기하다 문득 생각난 질문.

그녀의 말 속에는 아직 파트너가 없다고 하셨는데 티비에서는 한 여성 분과 동행하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티비에서는 노신사로 나오시는 멜리사 씨.

그 노신사 분 곁에는 항상 금발에 아름다운 엘프분이 동행했다.

"파트너가 없다고 하셨는데...티비에 나오시는 분은 누구신거죠?"

"아, 그녀는 제 자손이예요. 사람들의 말을 빌리자면...딸이죠."

"따님분이셨군요."

"네, 늙은 저를 도와주는 기특한 아이죠. 제 보좌관과 함께 저를 도와주고 있어요."

그렇게 자기 딸에 대해 자랑하시는 멜리사 씨.

이런 모습을 보니 영락 없는 부모의 모습을 하고 계셨다.

"나중에 제 딸이 오더라도 반갑게 맞이해 주실수 있나요?"

"물론이죠."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마워요. 존. 둘은 금방 친해질거라 제가 장담할 수 있어요."

"네?"

"그녀도 사랑에 빠져 있거든요."

나와 애슐리 씨를 번갈아 보는 멜리사 씨.

그녀는 기쁜 듯 자기 딸의 연애를 자랑하셨다.

"정말요? 축하드려요. 혹시 상대방 분에 대해 여쭤봐도 될까요?"

"제 보좌관과 사귀고 있어요. 언론에서도 이미 눈치채고 있더라구요."

멜리사 씨가 숨김없이 말씀하시는 이유.

가십거리를 놓치지 않는 언론이 이미 여러 번 언급한 모양이었다.

"제가 총독 후보자가 되기 전부터 사귀고 있었더라구요."

그때를 기억하시려는 듯 잠시 생각에 빠지신 멜리사 씨.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셨다.

"지금 행복하신가요?"

갑작스러운 멜리사 씨의 질문.

하지만 내 복잡한 머릿속과 달리 내 입은 바로 움직였다.

"네, 매일매일이 행복해요."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삶.

이런 삶이 내게 찾아올지 몰랐다.

"제 딸과 같은 말씀을 하시네요."

"따님 분도 이런 이야기를 하셨나요?"

"네, 그래서 가끔은 질투나기도 하지만요."

장난스럽게 말씀하시는 멜리사 씨.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셨다.

"다음에도 이 모습으로 올게요. 그리고..."

내 목에 걸린 메간 씨의 이빨 목걸이.

그걸 잠시 바라보시고는 고개를 저으셨다.

"메간의 이빨을 잘 보관하길 바라요. 드래곤의 이빨은 행운을 가져다주거든요."

"아..."

"그러면 다음에 또 올게요."

"와주셔서 감사해요. 멜리사 씨."

빙긋 웃으며 손 인사를 마지막으로 나가신 멜리사 씨.

그녀가 나가고 바 위를 청소했다.

내게 다가온 애슐리 씨.

그녀는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 미소를 짓고 계셨다.

"무슨 이야기하실지 알고 있어요. 애슐리 씨. 하지만 그전에 채점부터 해야겠죠?"

나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어릴 적 학습지 선생님처럼 말했다.

"치잇...여기요."

입이 들썩거리는 애슐리 씨.

하지만 그녀는 순순히 내게 종이를 건넸다.

"여기 부분만 제외하고 전부 맞았어요. 대단한데요?"

금방 배우는 애슐리 씨.

처음 배운거치고는 빠르게 배우는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아직도 끙끙대고 있는 올리비아에 비하면,

애슐리 씨는 재능이 있다고 말해도 될 정도였다.

"이 부분은 이해가 안돼서 말이예요."

"Net profit(순이익) 예상 말이죠?"

"네, 공식을 대입하더라도 잘 이해되지 않더라구요."

"그건 말이죠..."

예전에 나도 많이 틀렸던 문제.

수식만 대입하면 바로 얻을 수 있는 답이지만,

조금만 깊게 생각하면 이게 왜 이상한지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나도 많이 틀렸기 때문에 애슐리 씨에게 이 문제에 대해서 확실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

"우와...대단해요."

"저도 많이 틀려서 설명하기 쉬웠을 뿐이예요."

"그래도...이런 걸 다 알고 혼자 카페를 운영해 오신거잖아요."

"처음에 고생을 조금 했어요. 다행히 리암 씨와 보리스가 많이 도와주어서 다행이었죠."

내 은인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카페일은 리암 씨와 보리스에게 배웠다.

"리암 씨는 괜찮으실까요?"

"괜찮으실 거예요."

사실 어제 베일리 씨에게 받은 전화에 따르면,

리암 씨는 사회봉사활동 6 개월 명령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들었다.

현재 입건에서 수사까지 진행된 상황.

당시 나를 폭행한 걸 베일리 씨와 타나야 씨 두 분이 지켜보셨기에 이 부분에 대해서 경찰측 입장은 강경했다.

다행히 폭행죄 초범인 리암 씨.

그러므로 집행유예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아사회봉사활동 명령이 유력하다는 게 베일리 씨의 말이었다.

이건 개인적인 설명.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는 그녀의 말에 나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존 씨?"

"아, 미안 해요. 잠시 생각을 하느라... 아무튼 애슐리 씨는 이제 재고관리를 배우셔도 될 거 같네요."

"재고 관리요?"

이미 정리가 끝난 재고.

마크 씨가 도와주신 덕분에 빠르게 재고 정리를 끝낼 수 있었지만 조금 부가적인 서류 작업이 필요했다.

원래는 올리비아가 끝나면 같이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조금 있으면 점심시간이니 그전에 애슐리 씨에게 알려주고 올리비아에게는 나중에 알려주는 것으로 생각을 바꾸었다.

"네, 재고관리가 카페 관리의 핵심이거든요. 매출도 중요하지만 재고관리에서 문제가 생기면 모든 게 뒤틀리니까요."

가장 중요한 재고 관리.

특히나 카페의 음료 재료들은 부패하기 쉬운 것들이라 더욱 세심하게 관리해야 했다.

이런 부분들이 매출에 영향을 많이 주기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애슐리 씨와 함께 재고 관리하면서 이런저런 지식을 알려주었다.

가장 기본적인 선입선출부터 시작해서코스트 관리(Cost control)와 로스 관리(loss prevention control) 까지.

이런 걸 알려주고 있는데 애슐리 씨가 바로바로 이해하니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기분이 좋았다.

"둘이 카페에서 연애 중인 거야?"

애슐리 씨를 가르치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이번에도 손님이 오시는 걸 놓치고 말았다.

"제임스?"

"잘 지냈어요? 애슐리 씨? 그리고 거기 올리비아 까지."

리암 씨의 카페 청소와 중국 음식점 이후로 친해진 올리비아와 제임스.

둘은 대화도 잘 통하는지 금방 친해졌다.

제임스에게 다가온 올리비아.

그녀는 제임스가 반가운지 그를 격하게 안았다.

"이런이런 올리비아도 내 매력에 빠져 버렸네."

장난스럽게 말하는 제임스.

올리비아는 그런 제임스가 웃기는 지 웃음으로 답했다.

"점심 먹으러 온 거야?"

"아니, 내일 미팅 전에 한 번 더 확인하러 온 거야."

"미리 전화주지. 그러면 멋지게 프레젠테이션까지 준비했을 텐데."

내 말에 제임스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서라. 네가 얼마나 네 카페에 진심인지 잘 알고 있으니까. 그저 관리자 직책이라 확인하러 간다고 하고 남들보다 일찍점심시간을 즐길뿐이야."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하는 제임스.

하지만 그가 일에 대해서 얼마나 꼼꼼한지 잘 알고 있었다.

"올리비아. 미안한데 제임스를 위한 음료 한 잔 만들어 줄래?"

"네, 그럴게요. 제임스 씨? 어떤 음료로 하실래요?"

"올리비아가 해주는 거면 다 좋아."

자상하게 웃는 제임스.

그는 올리비아를 친동생처럼 여기고 있었다.

"음료가 준비되는 동안 미팅 공간이랑 준비한 거 보여 줄게."

"이럴 줄 알았다니까."

"솔직히 이렇게 해야 나도 마음이 편해서 그래."

"이러니까 너랑 나랑 죽이 잘 맞는 거지."

빙긋 웃는 제임스.

그와 애슐리 씨와 함께 단체 예약이 준비된 장소로 이동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