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단풍잎 카페-58화 (58/292)

〈 58화 〉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 (4)

* * *

오랜만에 찾아온 타나야 씨.

매번 보던 경찰 복장이 아닌 평범한 복장을 하고 오시니 귀여움이 배가 된 느낌이었다.

"어서 오세요 타나야 씨. 잘 지내셨어요?"

"애슐리 씨도 잘 지내셨어요?"

서로 인사를 나누는 타나야 씨와 애슐리 씨.

그사이에서 눈치를 보는 올리비아를 본 타나야 씨는 그녀에게 다가가 인사를 나누었다.

리암 씨와 있었던 일.

경찰인 타나야 씨는 리암 씨에게 딸이 있다는 걸 이후 조사에서 알게 되었다.

추가적으로 베일리 씨에게도 자세한 내용을 들어 올리비아가 걱정하는 부분을 알고 계셨다.

그런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라피씨.

나는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타나야 씨는 정말 다정다감 하시네요."

"물론이예요. 책임감도 높아서 가족들을 다 챙기니까요."

타나야 씨를 칭찬하는 말.

하지만 이 말에는 묘한 기시감이 숨어 있었다.

일 전에 타나야 씨가 말한 이야기 속에는 타나야 씨가 가족에 얽매여 있다는 걸 들은 기억이 있었다.

그런 걸 탐탁지 않아 하는 라피씨.

타나야 씨를 좋아하지만

그녀가 그녀의 가족 전체를 책임지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는 모양이었다.

"음료 한 잔 하시겠어요?"

"시원한 음료로 부탁할게요. 달지 않으면 뭐든 괜찮습니다."

생각보다 간결한 그의 취향.

처음 보았던 조인족의 이미지와 달라 그의 주문은 간단했다.

그를 위한 차가운 음료.

이걸 준비하는 사이 애슐리 씨와 올리비아가 두 분을 테이블로 안내해 주었다.

"타나야 씨는 핫초콜렛으로 부탁한다고 하셨어요."

애슐리 씨가 받아온 주문.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추가로 핫초콜렛을 준비했다.

당시 레일리 씨와 타나야 씨가 맛본 핫초콜렛.

테네시 사건 당시 우리 카페에 오셔서 마셨던 핫 초콜렛이 그리워 다시 찾아오겠다고 하셨다.

그게 오늘 일줄은 몰랐지만,

그녀가 이렇게 직접 찾아와 안심이 되었다.

시위대의 목표가 되어 공격당할 뻔한 타나야 씨.

그녀는 위험한 상태에서 겨우 벗어나 시위대의 공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타나야 씨의 마음속에는 많은 상처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라피씨를 위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타나야 씨를 위한 핫초콜렛.

사는 방식도 취향도 다른 두 분이 어떻게 만났는지 궁금해졌다.

"이 음료는 제가 사는 거예요."

내가 빙긋 웃으며 말하자 타나야 씨가 손사래를 치셨다.

"아니예요. 저희가 낼게요."

"네, 괜찮아요. 저희가 낼게요."

완강히 거부하시는 두 분.

나는 두 분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번에 저 도와주신 것도 있고 이렇게 찾아와주셔서 감사하는 의미도 있어요."

"아..."

그제야 내가 건넨 핫초콜렛을 받아 든 타나야 씨.

그걸 본 라피씨는 살짝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 음료를 받아주셨다.

"물론, 어느 정도 값은 치르셔야하는 거 알죠?"

"후후. 그게 저희도 마음이 편해요. 뭐가 궁금하세요?"

눈치 빠른 경찰관님.

거기다 파트너인 라피씨도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셨다.

"여기에 있는 제 파트너가 더 궁금해하는 거 같으니까 그녀에게 넘길게요."

입을 달싹 거리고 있었던 애슐리 씨.

그녀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 그녀에게 우선권을 먼저 주었다.

"두 분이 어떻게 만나게 되신 거예요?"

내 마음과 일치하는 그녀의 질문.

잘했냐는 듯 날 바라보는 애슐리 씨의 표정이 너무 귀여웠다.

"두 분 원래 그러니까 말씀하셔도 돼요."

상황을 정리해주는 올리비아.

그녀의 말에 라피씨와 타나야 씨가 살짝 웃더니 동시에 말을 시작하셨다.

"차량 수리 할 때..."

"순찰차 수리 할 때..."

여기도 제임스랑 베일리 씨 커플이랑 비슷한 느낌이었다.

물론, 느끼하지는 않지만 둘이 동시에 말을 시작하는 걸 보면 관계가 매우 깊은 걸 알 수 있었다.

"네가 말해 타냐."

"고마워 릭."

연인 답게 애칭을 사용하는 두 분.

타나야 씨의 이름은 타냐라는 애칭으로,

라피씨는 릭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제가 경관으로 첫 출근할 때 이야기예요."

"당시 타냐는 정말 긴장한 상태였으니까요. 하하."

"릭!"

"알겠어. 계속해."

신입 고블린 경찰.

지금도 신입에서 많이 벗어나지 못했다고는 하시지만 그보다 더 전의 이야기였다.

"저는 주로 교통 위반 관리를 했어요. 뭐...아시겠지만...현장에는 부족하긴 했죠..."

"마치 애니메이션 속 주디 경관처럼 말이죠?"

올리비아의 말.

그 말에 타나야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어떻게 보면 더 나은 상황이라는 게 당시에도 베일리 씨가 선배로 교통 경찰 역할을 알려주셨거든요."

"그러면 그때부터 지금까지...?"

"안타깝게도 그건 아니예요. 첫날에 만나고 바로 헤어지고 나중에 돼서야 이렇게 파트너가 되었죠."

"아아..."

나름 인연이 있는 베일리 씨와 타나야 씨.

둘은 그런 인연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강한 유대감이 있었나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교통 경찰 일을 수행하는데... 제 순찰차가 말썽을 일으켰어요. 정확하게는 후미등 파손이었죠."

"경찰차 후미등이 파손이 어떻게...?"

"제가 긴장한 나머지 실수한 거예요. 결국 제 돈으로 차량을 수리하러 가게 되었죠."

그러면서 라피씨를 바라보는 타나야 씨.

아무래도 그때 그를 만난 모양이었다.

"당시 차량을 수리하러 갔는데 라피가 있었어요. 그래서 수리를 부탁했죠."

"라피씨가 엔지니어라고 하셨죠?"

"네, 정확하게는 수석 엔지니어 겸 차량 정비소 관리직이었어요. 지금은 다른 일하지만요."

첨언을 하는 라피씨.

그의 말에는 많은 정보가 있었다.

"당시 모두 점심을 먹으러 가서 제가 혼자 남아 있었거든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제 운명의 상대가 올 줄은 몰랐죠."

라피씨의 말에 타나야 씨는 얼굴을 살짝 붉히셨다.

"모두 앞이 잖아."

"그래서?"

"정말..."

한 번 라피씨를 째려보는 타나야 씨.

그녀는 다시 대화를 주도권을 가져와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아무튼, 그렇게 수리가 끝나고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친해지고...그러고 여행 취미도 알게 되고 연락처도 교환하게 된 거죠."

"그걸 수리하는 동안에 말이죠?"

"...네."

얼굴을 붉히는 타나야 씨.

그런 타나야 씨가 귀엽다는 듯 라피 씨가 말을 붙였다.

"제가 타냐를 붙잡고 있었거든요. 사실 오래 걸리는 작업이 아니지만 기회다 싶었으니까요."

"그건 처음 듣는데?"

"물론 지금 말하는 거야."

투닥 거리는 라피 씨와 타나야 씨.

풋풋한 커플의 애정행각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두 분은 어떻게 만나신 거예요?"

라피씨의 질문.

우리가 했던 질문을 다시 우리가 받으니 조금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타나야 씨가 라피씨에게 살짝 눈치를 주었는데 안타깝게도 라피씨는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애슐리 씨.

내가 나서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와의 운명적인 만남에 있어서 과거의 부분은 많이 사라지고,

비 오는 날의 기억만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후 그녀와 살게 된 이야기까지 이어지자 라피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존 씨도 운명적인 만남을 하셨네요."

"네, 정말 운명적인 만남이죠."

애슐리 씨와의 운명적인 만남.

그날 카페 앞에서 만난 내 파트너는 운명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 말에 날 바라보는 애슐리 씨.

그녀는 빙긋 웃고 있었다.

"휴우...저도 빨리 연애를 해야겠어요."

두 커플 사이에 끼어 있는 올리비아.

그녀의 말에 우리 네 명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 해. 올리비아."

애슐리 씨의 말.

그 말에 올리비아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저도 제 편 만들어서 자랑할 테니까 모두 기다려 주세요. 알겠죠?"

올리비아의 장난스러운 말투.

그러자 타나야 씨와 라피 씨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올리비아라면 좋은 파트너를 만나게 될 거야."

"여기서 좋은 파트너라는 건 말이야..."

"존 아저씨, 우리 아빠처럼 말하고 계신거 알고 계시죠?"

장난스럽게 대꾸하는 올리비아.

나는 그녀의 말에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하하하. 타냐가 왜 여기를 좋아하는지 알겠네요."

크게 웃는 라피 씨.

그의 웃음에는 행복함이 느껴졌다.

"이런 느낌이구나 싶어요. 그러니까...편안 함 말이죠."

"괜찮지?"

"이런 곳을 소개해 줘서 고마워 타냐."

타나야 씨의 소개로 같이 온 라피 씨.

그도 우리 카페 분위기를 좋게 봐주셔서 고마울 따름이었다.

"더 이야기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슬슬 점심 주문해야할 것 같은데...맞죠?"

타나야 씨의 말.

그 말에 나는 밖을 바라보았다.

타나야 씨의 말처럼사람들이 점점 우리카페로 모여 들기 시작했다.

우리 카페가 오랜만에 열어도 늘 찾아오는 손님들이 감사했다.

"이번에는 저랑 올리비아가 러시 타임 해볼게요. 존 씨는 여기에서 잘하는지 봐주세요."

애슐리 씨의 자신만만한 말투.

거기다 올리비아도 있다 보니 그녀는 둘이서 카페 내 가장 바쁜 시간을 직접 해 보겠다고 말했다.

언젠간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병원에 있거나 개인적인 일이 있을 때를 대비해 직접 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 주세요. 알겠죠?"

"알겠어요. 존 아저씨."

빙긋 웃는 올리비아.

애슐리 씨의 제안대로 이곳에 앉아 두 명이 잘하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두 분은 점심 어떤 걸로 괜찮으세요?"

카운터로 가기 전 주문을 받으려는 애슐리 씨.

그녀의 말에 타나야 씨와 라피 씨가 주문을 시작했다.

간단한 햄치즈 크로와상 샌드위치를 시키신 라피 씨.

추가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더 시키셨다.

그리고 모짜렐라, 체다, 몬테레이 잭 치즈를 넣어 깊은 치즈 맛을 느낄 수 있는 치즈 샌드위치에 햄을 추가를 선택한 타나야 씨.

음료는 지금 드신 음료로 충분하다고 하셨다.

"그리고 치즈 케이크 한 조각 부탁할게요."

타나야 씨는 추가로 치즈 케이크 조각을 주문하셨다.

"디저트로 시키시는 거죠?"

"네, 같이 가져다주셔도 상관없어요."

"확인했습니다."

이제는 능숙하게 주문을 받는 애슐리 씨.

그걸 옆에서 지켜보면서 필기를 계속하는 올리비아.

둘 다 열심히 하는 모습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이제 다시 테이블에는 나와 라피 씨 그리고 타나야 씨만 남았다.

"두 분다 열심히 하시네요."

타나야 씨의 칭찬에 나는 살짝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그렇게 셋이 이야기하는 도중 여행 이야기가 나왔다.

예전에 타나야 씨의 말에 따르면 라피 씨는 여행을 즐기신다고 들었던 것이 기억이 났다.

"여행은 제 행복 중 하나예요. 특히, 타냐와 같이 가는 여행은 언제나 제게 많은 영감을 불어넣어 주죠."

라피 씨의 말에 눈치를 살피는 타나야 씨.

아무래도 그와 당일치기로 여행하는 것에 대해 아직도 미안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었다.

"괜찮아. 타냐.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해."

"이해해 줘서 고마워."

둘 사이에 끼어 있는 가족의 문제.

타나야 씨에게는 가족이 중요했고,

그런 걸 이해하는 라피 씨였지만 그는 타나야 씨를 사랑할 뿐이지 그녀의 가족을 원하는 게 아니었다.

둘 사이의 미묘한 갈등.

나는 잠시 라피 씨와 이야기했을 때 느꼈던 기시감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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