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단풍잎 카페-48화 (48/292)

〈 48화 〉 살리카 법 (4)

* * *

"저..."

"말해 보렴."

존이 면회를 하는 동안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애슐리와 올리비아.

둘은 그래도 많이 친해져서 같이 있어도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지 않았다.

"애슐리 씨는 존 씨의 파트너...이신거죠?"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존 씨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렇군요."

덤덤히 고개를 끄덕이는 올리비아.

그녀는 물끄러미 애슐리를 바라보았다.

"내 얼굴에 너무 티나니?"

장난스럽게 되묻는 애슐리.

그 말에 올리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슐리 씨가 존 씨를 볼 때마다 미소 짓는 게 보여서요."

"헤헤..."

머쓱한 듯 웃는 애슐리 씨.

그녀는 올리비아를 바라보았다.

"존 씨를 보면 행복하거든. 그래서 나도 모르게 내 마음속에서 자꾸 삐져나오는 거 같아."

"그렇군요...두 분은 정말 잘 어울리시는 거 같아요."

"그렇게 생각해 줘서 고마워."

"저..."

"응?"

"저도...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요?"

올리비아의 한 마디.

그 한 마디에 애슐리는 대답 없이 올리비아를 바라보았다.

"아빠랑 같이 살고 있다는 게 싫다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음..."

"네 편이 더 있으면 좋겠다는 거지?"

"...네, 맞아요."

외로운 소녀.

자기 편이라고는 하나뿐인 아버지가 전부였다.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그런 아버지 말이다.

"어른의 조언이라 지루할 텐데 괜찮겠니?"

"후훗. 제 아빠도 자주 하시거든요. 피임은 꼭해라...네 몸을 조심히 여겨라 같은 것들 말이에요."

"좋은 아버지시구나."

"물론, 그런 게 관계에 중요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고개를 묵묵히 끄덕이는 애슐리.

자신도 이 세계에 도착해 자기 육체적인 것만 탐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상처를 받았다.

이 아이도 자신과 똑같은 슬픔을 겪게할 생각은 없었다.

"네 선택을 존중해. 하지만...가만히...천천히 네 상대가 될 사람의 눈을 오랜 시간 바라보는 걸 추천해."

"눈을 요?"

"응. 최소한 거짓말을 하는지 아닌지 알 수 있거든."

빙긋 웃는 애슐리.

그 말에 올리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게 사소한 것이라도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믿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해. 물론...숨기는 것과 거짓말은 다르지만 말이야."

"어른의 세계는 어렵네요."

장난스럽게 말하는 올리비아.

그 말에 애슐리는 대답 없이 웃음으로 답했다.

"다른 질문도 있는데요."

"무엇이든 해 보렴."

"아파요?"

"음...솔직히 처음에는 정말 아팠어. 너무 아프고 눈물도 찔끔 나오지."

"그런 걸 왜 남자들은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꼭 할 필요는 없단다. 하지만...음...네가 이상하게 볼 수도 있겠지만..."

면회를 끝나고 나오는 존을 본 애슐리.

그녀는 빙긋 웃으며 답했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면...그 체온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기분이야."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인 올리비아.

그녀도 애슐리를 따라 존을 바라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 보이는 표정을 한 애슐리.

그 표정을 본 올리비아는 그녀의 말을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 * *

"애슐리 씨랑 올리비아가 많이 친해졌네."

면회를 끝내고 온 돌아오니 올리비아랑 애슐리 씨의 관계가 많이 좋아 보였다.

같이 카페를 청소하면서 친해졌지만,

내가 없는 사이 더 친해진 느낌이었다.

"올리비아. 저쪽 경관님이 안내해 주실거야."

고개를 끄덕인 올리비아.

그녀는 경관님의 안내받아 면회실로 향했다.

면회는 무조건 경관 감독하에 1 명만 가능했기에 내가 먼저 리암 씨와 면회를 했다.

올리비아보다 먼저 리암 씨와 말할 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애슐리 씨 옆에 앉은 나.

그녀는 조십스럽게 내 손을 잡아주었다.

"미안 해요. 애슐리 씨."

"아니에요. 올리비아라면 저도 환영이에요."

다행히 이해해주는 애슐리 씨.

내 집이지만 이제는 나와 애슐리 씨의 집이기에 그녀의 동의를 미리 구했다.

올리비아가 한동안 우리 집에서 머물기로 한 것.

아직 올리비아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리암 씨가 잘 설명해 줄 거라 믿었다.

"리암 씨가 허락하셨나요?"

"네, 오히려 미안 하고 고맙다고 하시더라구요. 리암 씨가 허락해주셔서 다행이에요."

"올리비아를 홀로 둘 수 없으니까요."

검창과 경찰 쪽에서 리암 씨를 폭행죄로 고소할지는 확실하지 않은 상황.

그동안 혼자 있어야 하는 올리비아는 보호자가 없어 이혼한 엄마와 지내야 했다.

올리비아의 생모이지만 알콜중독자인 그녀.

최근에도 알콜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해 치료받고 있다는 그녀와 올리비아를 같이 있게 할 수는 없었다.

올해 9월 학기에 졸업하는 올리비아.

만약에 리암 씨가 실형을 선고 받을 경우 9 월까지는 우리 집에 머물 예정이었다.

이미 법적 동의를 할 수 있는 나이다 보니 혼자 지낼 수 있지만,

아직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보호자가 필요한 조금 이중적인 상황이었다.

흔히 말하는 가디언.

해외 유학을 혼자 온 미성년 아이들에게 의무적으로 필요한 가디언도 이런 경우 때문이었다.

물론 캐나다인인 올리비아는 가디언은 필요 없지만 보호자가 필요했다.

"이해해 줘서 고마워요. 애슐리 씨."

진심으로 그녀에게 고마운 상황.

둘만의 공간에 올리비아가 잠시 머문다는 것을 허락해준 애슐리 씨에게 정말 고마웠다.

"아니에요. 저라도 그랬을걸요. 존 씨가 절 받아주셨듯이 말이에요."

비 오는 날 만난 그녀.

그때의 기억이 어제와 같이 생각났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오히려 고마워요. 애슐리 씨 덕분에 이렇게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으니까요. 제가 애슐리 씨를 받아 준게 아니라 애슐리 씨가 절 받아 준 거에요."

"...존 씨."

날 바라보는 애슐리 씨.

그녀의 큰 눈 주변으로 물기가 느껴졌다.

"우는 건 조금만 참아주세요. 경찰서에서 우시면 제가 나쁜 놈 같잖아요."

"헤헤...알겠어요."

빙긋 웃는 애슐리 씨.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경찰서에서 로맨스 찍어?"

"잘 지내셨어요 애슐리 씨? 그리고 몸은 어때요 존 씨."

우리 뒤에서 나타난 제임스와 베일리 씨.

나와 애슐리 씨는 몸을 일으켜 둘을 환영했다.

"병원 일은 정말 감사해요. 베일리 씨."

"아니에요. 존 씨와 당시 주변에 있던 분들 덕분에 저희는 타나야를 무사히 지킬 수 있었으니까요."

당시의 일촉즉발의 상황.

만약 실리카 씨와 프랭크 씨가 없었다면 타나야 씨는 위험했을 수도 있었다.

"저보다는 실리카 씨와 프랭크 씨 그리고 주변 분들의 도움이 있었죠."

나도 실리카 씨의 도움을 받아 살아남은 상황.

베일리 씨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들을 사람은 아니었다.

"존 씨가 아니었으면 그분들이 안 오셨을 테니까요."

빙긋 웃는 베일리 씨.

나는 고마움에 살짝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그나저나 오늘은 리암 씨를 면회하러 오셨다면서요?"

"맞아요. 리암 씨의 딸인 올리비아랑 같이 왔어요."

애슐리 씨의 설명.

그 설명에 베일리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타까운 일이에요... 뒤늦게 알게 된 일이지만 리암 씨의 사연은..."

일과 별개로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베일리 씨.

그녀의 말에 제임스가 베일리 씨를 위로했다.

"어쩔 수 없었어."

"알아..."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베일리 씨.

그러고는 나를 바라보셨다.

"보호자 신청은 확인해 두었어요. 올리비아가 성인이 되는 이번 9 월까지죠?"

"네, 맞아요."

"존 씨가 캐나다 영주권을 가지고 계시고... 6 개월 이상 이곳에 사셨으니 보호자 신청은 문제없이 진행될 거에요."

보호자 신청.

양육권을 가진 부모에게서 일시적으로 보호권을 양도 받아 자녀를 보호할 때 하는 법적 절차였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법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친척에게 맡기는 경우도 있지만,

캐나다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 민감하므로 법적인 절차를 따르는 것이 중요했다.

특히나 나 같은 제 3자의 경우에 더욱 그러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그런데 리암 씨는..."

"그건 아직 경찰 내부에서 결정된 사항이 아니라서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죄송해요. 존 씨."

"아니에요. 이해해요."

리암 씨의 고소 관련해서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는 상황.

그렇다 보니 베일리 씨는 이 부분에 대해서 언급을 자제하셨다.

"다들 너무 심각한 이야기만 하는데?"

제임스의 말.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수라도 있어?"

"물론이지. 조금 있으면 베일리가 퇴근하니까 저녁 먹기 좋은 시간이지. 마침 이 근처에 맛있는 중국 음식점이 있는데 갈래?"

"네가 사는 거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지."

"그래. 네 퇴원 기념으로 살게."

"베일리 씨 앞이라고 멋있는 척하는 거야?"

"왜? 안 될 것도 없잖아?"

빙긋 웃는 제임스.

그 모습에 베일리는 귀엽다는 듯 제임스를 바라보았다.

"이래서 제가 제임스를 좋아해요."

제임스의 볼에 살짝 입을 맞추는 베일리 씨.

제임스는 그녀의 입맞춤에 기분 좋다는 듯 헤실거렸다.

이렇게 보니 정말 잘 어울리는 커플이었다.

"대신 음료는 내가 살게. 베일리 씨에게 도움받은 것도 많아서 말이야."

"알겠어."

내 제안을 받아 준 제임스.

나는 그와 피스트 범프를 하고 웃었다.

예전부터 죽이 잘 맞는 친구.

그러다 보니 이런 부분들이 잘 통했다.

"애슐리 씨는 중국 음식 괜찮아요?"

베일리 씨의 질문.

그 질문에 애슐리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먹어 본 건 중국식 만두가 전부라서 잘 모르지만 새로운 걸 도전하는 건 언제나 즐겁죠."

"좋은 자세에요. 그리고 그 음식점에는 비건을 위한 메뉴도 많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애슐리 씨가 비건인 걸 알고 있는 베일리 씨.

그래서 그녀를 위한 비건 메뉴가 있다는 걸 알려주셨다.

"고마워요. 베일리 씨."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사이.

올리비아가 면회를 끝 마치고 우리에게 돌아왔다.

"존 아저씨. 이쪽 분은...?"

"이쪽은 베일리 경관님이셔. 제임스의 파트너이자 밴쿠버에서 제일 터프하신 경찰이시지."

"절 너무 띄워주시는 거 아니에요? 존 씨?"

그렇게 올리비아를 바라본 베일리 씨.

올리비아도 베일리 씨의 근육질 몸매가 멋있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정말 멋있으세요. 아...! 저는 올리비아예요."

"안녕, 올리비아. 나는 베일리라고 해. 만나서 반가워."

올리비아와 악수하는 베일리 씨.

올리비아는 베일리 씨가 정말 멋지다고 생각하는지 눈을 떼지 못했다.

"아무래도 미래의 경찰관이 될 사람을 여기서 본 거 같은데?"

"올리비아라면 훌륭한 경찰관이 될거예요."

베일리 씨의 말에 첨언하는 애슐리 씨.

그 상황에 자기 행동을 인지한 올리비아는 볼을 붉혔다.

"죄...죄송해요."

"아니야. 괜찮아. 우리는 이제부터 중국 음식점을 가려는데 중국 음식 좋아하니?"

"네, 좋아해요. 아빠가 가끔 누들박스에서 음식을 사오시거든요."

"그 기름 흘러나오는 거 말이야? 으..."

일그러지는 제임스의 표정.

미국식 중국 음식을 혐오하는 제임스 다웠다.

"애한테 그러는 거 아니야 제임스."

"그런 것 말고 진짜 중국 음식을 먹어야지. 거기에는 오렌지 치킨 같은 건 없으니까."

오렌지 치킨.

오렌지 제스트와 치킨 그리고 시큼한 소스를 뒤섞은 음식이었다.

흔히 말하는 미국식 중국 음식이라 부르는 음식.

애초에 중국 음식에서는 그런 음식이 없는데 새롭게 만들어진 혼종이었다.

"정말요?"

전혀 몰랐다는 듯이 말하는 올리비아.

그 표정에 제임스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가 진짜 중국 음식을 알려 줘야겠네."

중국 음식을 알려주는 오크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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