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펠라 페스티벌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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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아하하… 잘 있었어?”
수호는 억지웃음을 흘리며 너무도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네 명의 여인들은 아뭇소리도 않고 조용히 수호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관객들은 조용히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혜민이 누나. 혜정이, 민혜, 그리고… 현주.’
5년간, 고독한 여행길에서도 한 번도 잊어본적 없는 이름들. 모두가 한 번쯤 호감을 갖았던 여인들이었고 특히 혜민 같은 경우, 수호의 첫사랑이었던 상대였다. 무엇보다도 현주, 그녀는 자신에게 큰 상처와 더불어 좌절감을 주었던 여인이 아니었던가?
“네가 가고 나서 참 많은 일이 있었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단발머리의 여인, 혜민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려했다. 그러나 주변 상황을 직시했는지, 곧 피식 웃었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구나. 조금 있다가 이야기 하자. 너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나도 그렇지만… 여기, 현주는 쌓인 이야기가 많을 거야. 그렇지?”
“… 네.”
그 때와 다름없는 조용한 어투.
길게 늘어뜨린 흑단결 같은 머리카락에 핏줄이 보일 정도로 희고 도드라진 피부.
무엇보다 자신에게 향한 흑요석 같은 저 아름다운 눈망울은 5년전, 자신이 짝사랑했던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아니, 더욱 아름답고 신비로워진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혜정이와 민혜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혜민, 혜정, 그리고 민혜야 이지스 패션 타운의 공연 때 서로 알게 된 사이라고는 하지만 현주는 아니었다.
사정이 궁금했지만 지금은 한가로이 상봉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혜민은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사회자에게 마이크를 받아 관객들을 향해 밝고 경쾌한 어조로 말했다.
“오래 기다리게 하여 죄송합니다. 5년 만에 만나는 사람이다 보니 너무 반갑고 충격적이어서 정신이 없었군요. 기다리셨던 만큼 후회 없는 감상을 하게 해드리죠. 아, 그전에 동료 한 명을 소개해드립니다. 혹시 올해 뉴욕에서 있었던 스쿨 오브 페스티벌을 기억하시는 분 계시나요?”
웅성 웅성.
그 말에 관객들이 웅성였다.
모를 리가 없었다.
엠페러 엔터테이먼트가 주최하여 그토록 성대한 규모로 치러진 그 국가적인 행사에는 여러 유명인사와 더불어 락의 영웅이라는 인테라의 루이슨 하워드도 참여 했으니 말이다.
“다 아시는 군요. 그럼 그 행사의 최고 유명인사도 잘 아시겠군요?”
“유명인사? 은빛 가면을 말하는 건가?”
“음? 아~ 그 세인트 하이 스쿨의 k라는 선생?”
“m.캐리의 노래를 불렀던 그 사람 말이지? 대단했다고! 엄청났어!”
그 공연 동영상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크게 퍼진 상태였다.
사람들은 서로 웅성이며 심각한 표정으로 그 영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혜민은 득의의 미소를 지으며 다시금 수호를 가리켰다.
“여기서 소개합니다. 은빛 가면의 남자, 미스터 K입니다!”
“엥? 뭐, 뭐야? 은빛 가면?”
“저, 애송이가 그 은빛가면이라고?”
“서, 설마… 그럴 리가….”
급격히 소란스러워지는 반응.
그럴만도 했다.
그는 그 감격적이고 전율스러운 공연을 끝으로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으니 말이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수호에게 집중되었고 수호는 난감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이거 참… 영락없이 발목 잡혀 버렸네. 이래서야 도망가지도 못하겠잖아?’
기다리라고는 했지만 틈을 봐서 도망을 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으로 와 버리면 도망은 커녕, 앞으로 여행도 속 편히 못하게 되어 버린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미스터 K는 한국 사람으로 5년 전, 아시아 최정상에 군림했었던 프론티어라는 보이 그룹의 리드 보컬이었습니다. 혹, 강수호라는 이름을 알고 계시는 지 모르겠습니다. 알고 계시는 분 있나요?”
“프론티어? 아, 아아~ 그 아카펠라 그룹?”
“알지! 나도 그 그룹 노래를 들어본 적 있어! 음반도 샀다고!”
“그럼 은빛 가면의 정체가 프론티어의 리드보컬이라는 거야?”
다행이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는 듯 했다. 물론 개중에는 그게 뭐냐며 머리를 긁적이는 사람도 상당 수 있긴 했지만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음악을 사랑하고 노래에 미쳐 지내는 이들이 대다수이다. 그들이 아시아 뿐 아닌, 단 한 장의 음반으로 세계 음악 시장을 뒤집어 버렸던 그 놀라운 그룹을 모를 리가 없었다.
특히 그들의 콘서트 동영상과 리드 보컬, 강수호의 이지스 패션 타운 결승 공연 동영상은 지금도 널리 알려져 있었다. 이제 사람들은 수호의 얼굴을 조금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발을 내딛었고 어떤 이들은 수호를 둘러싸고 신기하다는 듯, 악수를 하며 싸인을 요청하기 까지 했다. 참으로 감정의 변화가 다양한 사람들이었다.
“지, 진짜 입니까? 당신이 정말 프론티어의 리드 보컬입니까?”
가장 급격한 변화를 보인 이는 다름아닌 사회자였다. 그는 경악의 표정으로 황급히 다가와 수호를 채근했고 수호는 멋쩍게 웃으며 그렇노라고 대답을 했다.
‘역시 강수호! 이름 값을 아주 톡톡히 하는 구나! 좋아, 이 정도 했으면 되었겠지? 이제 공연만 보여주면 본선 진출도 어렵지 않겠어.’
혜민은 조용히 웃었다.
이 정도로 기대를 모았으면 어지간한 삽질을 하지 않는 이상, 뜨거운 반응을 보여줄 것이다.
“그럼 저희의 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 아아~ 거기 모여 계신 분들! 수호 군은 우리랑 같이 공연을 해야 하니 좀 풀어 주세요! 싸인은 나중에도 해드릴 테니까요!”
“와하하핫!”
그녀의 익살스런 재치에 관객들이 큰 웃음을 터트렸다. 지목당한 이들은 멋쩍게 미소를 지으면서 뒤로 물러섰고 그녀는 수호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혜정이야 한국에서도 유명한 가수였으니 말할 필요 없고 현주와 민혜도 예상보다 좋은 목소리와 감각을 지녔으니 화음 맞추는 데 불편하지는 않을 거야. 바로 노래 부를 수 있지?”
“하지만 난 한 번도 음을 안 맞춰 봤잖아. 무엇보다도 그 쪽이 무슨 곡을 할 지 난 전혀 모르는 상태라고.”
“후훗. 그건 걱정하지마 너도 잘 아는 곡일 테니까.
“잘 아는 곡?”
“응. 여자들 네 명이 할 만한 곡. 거기에 사람들도 납득할 수 있을만한 유명한 노래라면 뭐가 있겠니?”
“글세? 유명한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딱히 떠오르는 곡이 없었다. 혜민은 일행들과 함께 의미심장한 미소를 교환한 다음 수호에게 말했다.
“ABBA의 Dancing Queen 알지?”
“아아!”
순간 터져나오는 탄성. 그러나 곧 고개를 갸웃하며 떠오르는 의문을 거론한다.
“하지만 아카펠라로 해야 하잖아. 그 곡은 워낙 많은 버전으로 리메이크가 돼서 곤란하단말이야. 구성 방식이 워낙 복잡해야지. 에이, 못해. 난 못해.”
수호는 손을 고개를 저으며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혜민이 짐짓 화난 듯, 뾰족해진 목소리와 표정으로 수호에게 말했다.
“정말 이러기야? 우리는 너 만나려고 그 힘든 여행길을 자처했었는데….”
이 정도라면 자신이 아는 그 소심하고 마음 약한 수호는 부탁을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속으로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다음 들려온 수호의 말은 그녀의 예상을 뒤엎어 버렸다.
“누가 시켜서 온 게 아니잖아. 내가 뭐 잘못했으면 모를까, 보아하니 내가 오죽 보고 싶었으면 그랬겠어? 아아~ 이 놈의 인기라는 게 참…,”
어깨를 으쓱이며 지긋이 고개를 젖는 수호.
혜민을 비롯한 세 여인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수호는 여기서 말을 끝맺지 않고 혜정과 민혜의 어깨에 두 팔을 걸치며 말했다.
“그리고 이건 누나랑 너희들의 무대지 내 무대가 아니야. 본인들의 의지로 참가 신청을 했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지. 난 못해.”
“강수호!”
“아아~ 그렇게 화를 내도 소용없어. 뭐, 사실 내가 아니더라도 잘 할 수 있으면서 왜 그래? 누나야 뭐 천재 음인이도 인정하는 실력이니 말할 것 없고 혜정이도 한국에서는 알아주는 가수잖아. 현주랑 민혜 노래야 들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누나가 인정할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리고 연습도 나 없이 했을 것 아니야? 갑자기 끼여들면 오히려 맞춰둔 구성과 느낌이 사라져 버릴거야. 누나도 잘 알텐데?”
“그건 맞는 말이야. 하, 하지만 너라면…!”
그건 혜민도 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수호의 목소리와 그의 천부적인 감각을 잘 아는 그녀이기에 그것이 억지라는 것을 잘알고 있었다. 그래서 뭐라 반박하려는 찰나, 수호는 팔 한쪽을 풀어 그녀의 입술에 검지를 갖다 대었다. 그리고 한쪽 눈을 찡긋 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잘 알아서 해봐. 5년만에 듣는 노래. 나도 한번 조용히 관람해 보고 싶으니까. 누나는 잘할 수 있을 거야. 분명히.”
수호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혜민의 볼을 토닥였다. 예상치 못한 기습에 그녀의 얼굴이 화악 붉어져 버렸다
‘후훗! 누나도 순진한데? 좋아. 여기서 마무리.’
수호는 더욱 짙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귓가에 얼굴을 가까이 대었다. 그리고 나긋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잘 해봐. 내가 없어도 누나의 실력은 최고라는 걸 믿으니까. 힘내. 알았지?”
“으, 으응…!”
귓가에 들어오는 부드러운 음성, 그리고 미세한 바람이 그녀의 오감을 자극한다. 그녀는 살며시 몸을 떨었고 부끄러운 듯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이 꽤나 이채로운 수호였지만 곧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이 모든게 자신이 변했고 또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였기 때문이었다.
‘어라?’
문득 그녀를 살피던 수호는 그녀의 얼굴 전체가 붉어진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
그녀.
첫사랑에게서 묻어나는 성숙한 여인의 향기와 두근거림의 향수.
‘어디.’
장난끼가 발동한 수호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그대로 그녀의 귓불을 살짝 앙물었다.
“꺄악!”
교성을 지르는 그녀.
귓가에서 시작되어 전신으로 퍼지는 묘한 짜릿함이 아주 잠깐이었지만 정신을 몽롱하게 할 정도였다.
“오오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관객들이 입을 모은 채 탄성을 터트렸고 어떤 이들은 휘파람을 불었다. 자신만만한 섹시한 미녀인 혜민이 무척 달아오른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게 뜨거운 청춘의 피를 지닌 그들을 설레게 했던 것이다.
“자. 난 그럼.”
수호는 마지막 속삭임을 끝으로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수호는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나지막히 미소지었다.
‘예전엔 안 그랬는데… 정말 많이 섹시해졌단 말이야? 혜민이 누나도 그렇고 다른 애들도 그렇고… 이거, 욕구불만인가?’
확실히 5년의 여정 동안, 수호는 그 어떤 것에도 신경을 쓰지 않은 채 오로지 음악에만 관심을 써 왔었다. 음악과 함께 했던 지난 시간, 욕구가 끊어오를 20대의 나이에 이런 놀라울 정도의 네 명의 미녀들과 재회를 하게 되었으니… 수호로서는 가슴이 설레이는 일임에 분명했다.
‘뭐, 괜찮겠지. 당분간 쉬면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말이야. 간만에 수한이 형들에게도 연락을 해보고… 이야기도 들으면서 회포나 풀자. 무엇보다 그녀들이 왜 날 찾아 이곳에 왔는지도 궁금하니까.’
차라리 도망치지 못할 거면 상황 자체를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수호는 그렇게 생각하며 정리해야 할 것들을 하나하나 떠올렸고 그러는 사이, 좌중의 소란은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
어느 덧, 하나 된 마음으로 마음을 가라앉힌 그녀들은 나란히 서서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있었다.
이윽고 그녀들의 작은 입술이 벌어지며 경쾌한 화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날이 가면 갈수록 에로틱하게 변모해지는 리턴 투 싱어입니다.
으음, 이전의 지적, 감사합니다.
사실 거기서 한 장면 더 추가했어야 하는데 깜빡 잊고..^^;
korea보다 corea가 더 정확한 명칭입니다.
이번 월드컵 때에도 대한민국의 공식 명칭을 corea republic으로 처리했었죠?
골든 베스트 10위권에 올랐습니다.
부서진 세계의 라이큐가 매신저로 제게 절망하더군요.
자기도 아이디를 ㄱ 으로 바꿀 것을 그랬다면서요. ^^;
더더욱 뻗어갑시다!
내친김에 이걸로 5위권안에 진입하고 퍼스트 메이지로
1위 탈환의 역사를...이라고 하면 꿈인가요? -_ㅡ;;
오늘도 음악과 함께 좋은 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