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모인 프론티어 - 02 -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아아, 피곤하구만.”
“일을 안 해서 그런다. 너도 빨리 자리 잡고 일을 시작하는게 낫지 않겠나?”
“글세? 영~ 생각이 없네….”
“2년 동안 집안에 걱정 끼쳤으면 된 거다. 너도 참 어지간한 녀석이군.”
미국, 은빛 머리에 흰색 가운을 입은 사내는 묵묵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갈색 머리의 미청년은 씨익 웃으며 크게 기지개를 폈다.
“안녕하세요~!”
“어디 가시나봐요?”
“수한 씨도 오셨네요~ 여전히 놀고 계신가봐요?”
두 사람을 발견한 간호사들이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은빛 머리의 사내, 상찬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일 뿐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지만 수한은 손을 흔들며 밝은 미소를 건넸다. 가끔 아름다운 간호사들이 지나간다 싶으면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걸기도 했지만 그 이상의 접근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간호사들은 좋다는 듯 지나가며 저들끼리 소리를 지르며 수한의 인기를 또 한번 증명해주었다.
“으음, 넌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건가?‘
무뚝뚝함이 철철 흘러넘치는 말투.
다른이들이 들었다면 냉철함마져 느꼈을 그 말투에 수한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글쎄? 아직은 딱히… 하고 싶은게 없네.”
사실 수한의 두뇌라면 마음만 먹으면 금방 일을 시작하여 성공할 수 있다. 더욱이 머리가 좋다고 인간이 나쁘고 수완이 더럽거나 하지도 않은 터라 금방 중심이 되어 일을 이끌 수 있을 터였다.
그야말로 결점이 없는 남자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런 수한에게 상찬이 가지고 있는 불만 한 가지는 바로 몇 년 째, 어떠한 일도 안하고 놀기만 한다는 것 뿐이었다. 물론 자신의 저택 지하에 마련되어 있는 개인 작업장에 들어가 가끔 무언가를 하는 듯 했지만 요세는 그것도 요원한 듯 했다.
친구에 대한 걱정에 상찬은 오늘도 한숨을 내쉬며 깔끔히 정돈된 흰색과 회색의 복도를 걸었다.
미국, 뉴옥의 최대 종합 병원, ‘클리랜스’의 본관에서 벌어진 아침의 대화였다.
- 삐리리리….
“음? 뭐지?”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에 수한은 주머니에서 은색의 폰을 꺼내들었다.
“김수겸 사장님? 왠일이지?”
- 딸깍.
수한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은색 슬라이드의 버튼을 눌렀고, 그러자 허공에 미세한 입자가 순식간에 모여들더니, 수겸의 얼굴을 만들어냈다.
- 수한이냐? 너 지금 어디야!
“네? 가, 갑자기 소리를…!”
볼륨을 최대치로 올려놓은 것도 아니건만, 수겸의 외침은 귀를 찡하게 울렸다. 수한은 얼굴을 찡그리고 귀를 막으며 퉁명스래 말했다.
“어디긴요. 상찬이 녀석 집무실이지요.”
- 거기는 이른 아침일 텐데… 이 녀석! 너 아직도 백수 생활이냐? 하여간… 그러게 나랑 솔로 계약 하자고 했지?
“아아아~ 놀고만 있는 건 아니니 걱정마세요. 그나저나 무슨 일이세요? 평소에는 상찬이 녀석에게 전화를 하더니….”
- 아아, 급하다 보니 실수로….”
“… 실수요?”
나한테 전화한게 실수라고?
수한은 벙한 표정으로 되물었고 수겸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듯, 무언가를 쾅 내려치는 듯 하며 급하게 입을 열었다.
-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야! 너희들 지금 함께 있지? 잘 됐어! 빨리 인터넷 해봐! 그… 사이트 이름이… 아, 클릭 월드! 그 동영상 사이트 너희들도 알고 있지?
“네. 알고는 있는데… 뭐 불이라도 났나요? 그런 거라면 한국에 있는 용운이에게….”
- 지금 장난할 때가 아니야! 빨리! 빨리 접속해봐!
“네~네~ 도대체 뭣 때문에 그러는지…”
무슨 일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평소의 모습과는 드물게 수겸은 무척 흥분한 상태였다. 어지간한 일로는 미동조차 않는 사람이 바로 김수겸인데 무엇이 그를 이렇게 만든 것일까?
“상찬아. 너도 들었지? 한번 접속좀 해 봐라.”
“지금 하고 있다.”
상찬 또한 연유가 궁금했던지 벌써 타자를 치며 사이트 주소를 입력하고 있었다. 수한은 핸드폰을 든 채로 상찬의 옆에 다가갔고 수겸은 아직도 멀었냐며 두 사람을 계속해서 보챘다.
“됐다.”
“됐다는데요? 여기서 뭐 어떻게 하죠?”
마침내 화면이 떠오르자 수한 다음 일을 물었다. 그러자 수겸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 지금 그 사이트 아주 난리가 났어! 3일만에 조회수 백만을 돌파한 공연 동영상 때문인데… 너희들도 보면 깜짝 놀랄 껄? 빨리 한번 봐봐! 빨리!
“도대체 뭐길레….”
수한은 알 수 없다는 듯 투덜댔고 상찬은 무언가를 찾는 듯 하더니 한 영상을 클릭하고 창이 뜨기를 기다렸다. 곧 버퍼링 중 이라는 글자가 뜨며 플레이 카운트가 뜨기 시작했다.
“아, 나오네.”
“음… 은빛 가면이라… 특이한 사람이네?”
수한은 동영상의 제목을 보며 그렇게 중얼 거렸다.
화면은 이곳저곳을 비추었고 잠시 후 제목 대로 은빛 가면을 쓴 사내가 등장했다.
- 은빛 가면 나왔지?
“네. 근데 뭐 이 사람이 범죄라도 저질렀나요? 무슨 큰 공연 동영상인 것 같은데… 으음, 스쿨 오브 페스티벌? 아아~ 뭔지 알겠네. 매년 열린다는 그거 말하는 거구나. 노래라도 부르는 모양이지?”
이곳에서 지내면서 팝 스타들의 콘서트에도 많이 갔었고 그 외 실력있는 언더들의 공연도 많이 접했던 수한과 상찬이었다. 그렇기에 큰 행사의 공연이라고 뭐 새로울 게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 너희들, 내가 장담하는 데 분명 깜짝 놀란다. 나도 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으니까! 하하하! 어쨌든 다 보면 전화해라! 난 용운이와 성진이에게도 알려야 되겠어!
뚝!
수겸은 그렇게 말한 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아무래도 국제 통화 요금, 그것도 화상 요금이 꽤나 비싸게 먹힌다는 것을 감안한 행동인 듯 했다.
“음, 라이브인가? 그랜드 피아노라… 뭔가 노래라도 부를 생각인가 보네?”
수한의 말마따나, 무대 중앙에는 거대한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었다. 그 위에는 마이크 여러 대가 스탠드에 받쳐져 있었고 사내가 앉은 곳에 또한 마이크가 놓여 있었다.
손가락을 풀며 숨을 고르는 듯 하던 사내는 이윽고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고 곧, 화면은 거대 전광판으로 바뀌며 곡의 제목과 가수 이름을 크게 표시해 주었다.
“이야, 머라이어 캐리의 히어로? 남자로 보이는데… 카스트라토라도 할 생각인가? 그런 거 별로 안좋아 하는데.”
“으음.”
상찬역시 마찬가지였던 듯, 두 사람의 이마는 살짝 찌푸려져 있었다. 확실히 아무리 잘한다 하더라도 카운터 테너의 카스트라토 흉내는 느끼 및, 재수 없기 마련이다. 남자가 여자 노래를 가성으로 부르려는 것 만큼 무모한 짓도 없고 바보 같은 행동도 없다고 생각하는 두 사람에게 있어서 남자의 행동은 그다지 추천하고 픈 것이 아니었다.
더욱이 머라이어 캐리의 노래 같은… 높은 가창력과 여성적인 필을 중시하는 스타일은 더더욱 그렇다.
두 사람의 기분이야 어떻든 노래는 시작됐고…
“뭐, 뭐야 이거…?”
“…….”
노래가 진행되면 될수록,
그리고 동영상 속의 목소리가 격정적으로 치닫아 가면 갈 수록.
“세, 세상에! 이, 이거…!”
두 사람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윽고 동영상이 끝나고 화면이 멈추어 버렸을 때….
“…….”
“…….”
두 사람 또한 숨을 멈추고 경직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크게 치켜 떠진 수한의 눈.
그리고… 더욱 가라앉은 상찬의 표정.
“이거 분명히…?”
“이 목소리는…?”
두 사람의 뇌리에 한 소년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너무도 안타깝고… 가슴 저리는 형제애를 보여줬던 두 소년.
그리고… 재능이 있으면서도 여러 여건 때문에 스스로를 묶어두고 채찍질 해야 했던… 지금도 잊지 못할 그 소년.
“강수호!”
“강수호!”
서로 짜맞추기라도 한 듯, 둘은 동시에 외쳤다.
두 사람은 다시 고개를 돌려 동영상을 플레이 시켰고, 절정 부분을 계속해서 되돌려 보며 자신들의 추측에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이 목소리… 강수호! 그 녀석이 분명해! 남자면서도 이렇게 재수없을 정도로 소름끼치는 고음은 그 녀석 외에는 불가능해!”
“어디갔나 했더니 그 유명한 세인트 하이 스쿨의 교사라니… 엉뚱한 녀석이군.”
다른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다.
그 누구보다 수호의 목소리를 잘 아는 두 사람이었기에 그들은 확신할 수가 있었다.
5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거라고는 체격과… 더욱 능숙해진 필링이었다.
프론티어의 리드 보컬.
자신들이 한 때나마 가수를 하게 된 원인이었던 소년….
이제는 장성한 청년이 된 수호가 5년만에, 그들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제길! 나 잠깐 갔다올 때가 있어! 사장님께 연락은 네가 좀 해라!”
“어디가는 건데?”
“어디긴! 준비해야 할 게 있다니까!”
- 콰앙!
상찬이 더 말할 여지를 주지 않고 수한은 문을 세게 닫은 채 뛰쳐나가 버렸다. 상찬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테이블 위에 놓여진 사무용 전화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수겸에게 전화를 걸고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걸로…5년간의 휴식은 끝난건가?”
음, 그냥 장난 했을 뿐인데...;;;;
설마 제가 연중을 하겠습니까? 하하하하..;;;
고객 여러분께 알립니다.
본 제품에 하자가 없었다면 주저없이 추천과 감상, 리플의
삼종 셋트를 납부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본 제품을 애용해 주신 고객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리며....[ 퍽퍽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