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4화 (95/111)

재회. 그리고... - 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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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합니다. 괜찮아요?” 

수호는 머리를 긁적이며 소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뒤에서 안경을 쓴 어떤 남자가 튀어나와 수호의 손을 탁 내려치며 뾰족하게 말했다. 

“괜찮으니 놔두세요. 당신은 앞도 안 보고 다닙니까?” 

“아아, 죄송해요. 잠깐 다른 생각을 하다보니까….” 

“앞으로 조심하세요. 괜찮니 초선아?” 

안경의 사내, 준호는 그렇게 쏘아대고는 초선을 일으키며 이곳저곳을 살폈다. 혹여 다쳤을 까, 이곳저곳을 살펴보며 안위를 묻는 모습을 보며 수호는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초청가수인가? 한국사람 같은데….’ 

수호는 혹시나 싶어 말을 한국말로 바꿔 입을 열었다. 

“혹시 한국인이십니까?” 

“… 알아서 뭐하려고요?” 

“오, 오빠….” 

“넌 조용하고 있어.” 

‘… 나 참.’ 

역시 날카롭게 쏴대는 준호. 초선이 염려스러운 표정으로 뭐라 말하려 했지만 준호는 손을 살짝 들어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리고는 계속 경계의 눈빛으로 수호의 이곳저곳을 살피며 대답했다. 

“네. 한국인이 맞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상관할 바는 아닙니다.” 

“… 대답이 참 까칠하네요.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듣자하니 너무 무례하다.  

자신의 잘못이 있기에 어지간하면 사과하고 넘어가려고 했지만… 남자의 말투가 수호의 신경을 슬금 슬금 건드리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화장실 사건 때문에 기분이 무척이나 좋지 않았 수호였다.  

“그런 걸 묻는 게 실례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것도 당신이 알바는 아니니 상관하지 마시죠. 다음부터 조심하세요. 가자 초선아.” 

준호는 그렇게 말하고는 초선의 손목을 잡아 억지로 이끌었다. 초선은 수호에게 미안하다는 듯,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고 수호는 황당함으로 가득한 표정을 짓다가 설래 설래 고개를 저었다. 

‘음? 저건….’ 

그 때 수호의 눈에 빛나는 하나의 물건이 들어왔다. 

수호는 허리를 숙여 그것을 집어 들었다. 

‘손수건? 이건…!’ 

수호가 집어든 것은 손수건이었다. 

그것도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체크무늬의 베이지 색 일반 손수건이었다. 그러나 수호는 그것을 보며 무척 놀라고 있었다. 손수건에 휘갈겨진 익숙한 필체, 그건 분명히…. 

‘싸인?’ 

누군가의 싸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무척 익숙한…. 

‘프론티어… 강수호?’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을까? 

수호가 들고 있는 손수건에는 다름 아닌 수호, 본인의 싸인이 담겨져 있었다. 수호는 황당한 마음에 허 하고 웃으며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바로 그 때. 

홱! 

“이리 주세요! 그거 제거에요!” 

누군가 그것을 빼앗아가며 날카롭게 쏘아댔다. 수호가 멍하니 고개를 드니 준호의 손에 이끌려 갔었던 그 소녀, 초선이었다.  

“후우,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네….” 

손에 든 손수건을 후욱 하고 불며 조심스레 터는 그녀, 마치 큰 보물이라도 되는 듯, 그녀는 그것을 매우 소중하게 다루고 있었다. 수호는 의아한 생각에 물었다. 

“그 싸인… 혹시 프론티어 강수호 싸인 아닙니까?” 

“네? 맞아요. 그런데… 그건 어떻게 아시는 거죠? 싸인은 가지고 있는 이가 무척 드문데….” 

그녀는 의심스럽다는 듯, 수호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러면서 혹여 손수건을 빼앗길까봐, 재빨리 뒤에 감추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수호는 설래 설래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아, 아가씨 취향도 참 특이하시군요. 프론티어라니… 혹시 팬이신가요? 이곳에 들어오신 것을 보면 오늘 출전하실 분 같은데… 혹시 초청가수? 맞나요?” 

“네. 저 초청가수 맞아요. 저 모르시나보죠?” 

“네? 알아야 합니까?” 

“… 이래뵈도 아시아에서는 유명한 가수라고요. 한국 사람이라면서 나를 모르다니… 이상한 건 오히려 그 쪽이군요. 그리고 말이죠. 전 취향 특이하지 않아요!” 

그녀는 그렇게 쏘아대며 살짝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검고 맑은 눈동자가 수호의 눈에 들어온다. 

‘… 예쁘네. 이런 곳에 한국인 가수가 초청될 정도면… 진짜 꽤 실력있는 가수인가 보군.’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 대단한 일이다. 

이런 대규모 행사의 초청가수가 한국인이라니… 요즘의 세계 가요계 정황에 대해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있던 수호로선 적당히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살폈다.  

인형처럼 가느다란 팔과 다리, 그리고 백옥같이 흰 피부가 유난히 눈에 띈다. 왜 처음에 이런 모습을 못알아 봤는지가 이상할 정도였다.  

“또 무슨 일입니까?” 

그 때 수호의 상념을 깨는 익숙한 소리가 또 다시 들려왔다. 상당히 수호를 경계했던 사내, 바로 준호였다. 그는 재빨리 초선을 뒤에 숨기며 수호를 지긋이 노려보았다.  

“아아, 저 가수아가씨가 손수건을 떨어뜨려서 말이죠. 뭐, 이런 것도 실례고 무례한 짓이라고 말하실 생각이라면 더 이상 할 말 없습니다.” 

슬슬 비꼬아지는 말투.  

이 이상숙이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수호도 분위기를 가라앉히며 그를 노려보았고 순식간에 두 사람사이에는 냉전이 흐르게 되었다.  

“초선아! 내가 그 쓰레기 같은 손수건은 버리라고 그랬지? 병균 옮는다고 했어 안 했어!” 

“하, 하지만 이건…!” 

“내가 좋은 걸로 사줄께! 저 남자가 주워준 것 따위는 버려! 도대체 그 이상한 낙서가 되어 있는 수건이 뭐가 그렇게 소중하다고… 그래봤자 프론티어라는 그룹, 1집만 내고 사라진 반짝 가수잖아!” 

“아, 아냐! 프론티어는 반짝 가수가 아니야! 프론티어는…!” 

“됐어! 어쩄든 내 말대로 해!” 

그는 그렇게 신경질을 부렸고 초선은 많이 들어본 이야기라는 듯, 그의 뒷모습을 향해 낼름 혀를 내밀어 보였다. 그 귀여운 모습을 보자니 왠지 들끓어 오르던 화가 가라앉는 듯 했다. 

“후우, 싸울 생각 없습니다. 초청 가수라면 빨리 가보시죠? 소리를 들어보니 이제 막 리허설을 시작한 것 같던데… 늦으면 혼나는 거 아닙니까? 인기가수 매니저님?” 

수호는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물론 나름대로는 이쯤에서 관두자고 한 말이었지만… 아쉽게도 그 속뜻을 파악해서 듣기엔, 준호의 현 상태가 그것을 용납하지 못했다.  

덥썩! 

“한판 붙자는 거냐! 아까부터 왜 시비를 거는 거야!” 

“…….” 

화를 버럭 내며 멱살을 잡는 준호.  

그는 당장이라도 수호를 한 대 후려칠 듯한 눈으로 수호를 노려보았다.  

‘… 미치겠군. 인기가수 매니저라서 그런 건 이해하겠는데… 어떻게 꼬여도 이렇게 꼬였지? 무슨 놈의 성질머리가 저따구야?’ 

이쯤 되자 가라앉았던 화가 다시 끊어 오르기 시작한다. 

어지간하면 그냥 넘어가려고 했지만… 이건 정말 해도 너무했다. 

어떻게 성격이 삐뚤어졌다고 해도 저딴 식으로 삐뚤어질 수가 있단 말인가! 

“… 놔.” 

조용히 말하는 수호. 

“못 놔 이 자식아! 어떻게 할래. 한판 붙을래? 엉?!” 

그러자 준호가 더욱 발끈하며 멱살을 쥔 손에 더욱 힘을 준다. 순식간에 주변 공기가 싸늘히 식어갔고 바쁘게 움직이던 사람들이 하던 행동들을 멈추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하아아….” 

수호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이쯤 되면 말로 할 수 있는 단계가 지났다. 

‘생긴 건 무슨 서울대 범생이처럼 생겨가지고… 성격한번 정말 더럽구만?’ 

검은 뿔테 안경에 왠지 낙타같이 생긴 얼굴.  

겉모습만 봐서는 뭐든지 곱게 곱게 해결할 것 같은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로 보이는데 알고 보니 이 남자, 꽤나 성격이 더럽다. 느껴지는 악력도 보통이 아닌 것으로 봐서 한창 때, 꽤나 이름을 날렸을 사람 같은데… 그거는 그거고 지금은 지금이다.  

수호도 꽤나 화가 나 있는 상태다. 

텁. 

수호는 멱살을 쥔 손의 손목을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세게 힘을 주며 한 자씩, 힘주어 말했다. 

“놓으라고 했다. 사람들 보는데서 개 쪽 당하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놔라.” 

“크윽…!” 

얼굴을 찌푸리는 준호.  

손목에 느껴지는 엄청난 악력에 준호는 멱살을 놓으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주, 준호 오빠! 아저씨! 이게 무슨 짓이에요! 오빠를 놔주세요! 오, 오빠! 괜찮아!” 

한편 뒤쪽에서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초선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수호와 준호를 떨어뜨리려 둘 사이를 파고들려 했다. 그러나 연약한 그녀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위험하니까 비켜 있어!” 

타악! 

“꺄악!” 

준호는 크게 소리치며 등으로 그녀를 세계 밀었고 이에 초선이 몇 발자국 빠르게 뒤로 주춤거리다가 결국 힘을 이기지 못하여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이 개자식! 죽여 버린다! 으아아아!” 

결국 이성을 잃어버린 준호는 크게 고함을 치며 나머지 왼쪽 주먹을 들어 수호의 얼굴을 공격하려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멈춰!” 

파아악! 

어디선가 커다란 외침이 울려 퍼지며 순식간에 다가온 정체불명의 인영이 수호와 준호의 사이를 파고들었다. 그는 두 사람의 마주잡은 팔을 팔꿈치로 세계 올려쳐 버린 뒤 두팔을 좌우로 쭉 뻗어 수호와 준호를 강제로 물러서게 했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이게 무슨 짓들입니까!” 

힘 있는 외침. 

수호와 준호, 그리고 한편에 주저앉아 있던 초선은 이 갑작스러운 사태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보아하니 두 분다 한국인이신 것 같은데… 여기에서 그만하시죠. 타국에서 나라 망신 시키지 맙시다.” 

차가운 목소리.  

그리고 신비로워 보이는 은빛의 머리카락.  

“아아! 다, 당신은…!” 

그를 알아본 초선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는 바로…. 

“가, 강지훈씨?” 

엠페러 엔터테이먼트의 신비의 대표 이사.  

그리고 위기에 빠진 자신을 구해주고 신비하게 사라졌던 바로 그 남자였던 것이다. 

초선과 준호는 이 당황스런 반전에 어찌할 줄을 몰라 했다. 

그러나 그 두 사람과는 다른 의미로 크게 놀란 한 사람이 있었다. 

‘지훈… 강지훈? 서, 설마…!’ 

너무 덥네요. 

정말 힘들어 죽습니다 죽어. 엉엉.ㅠ.ㅠ  

여러분들은 어떤 음악을 좋아하시나요? 

두 가지만 꼽으라면... 

전 마이클 잭슨의 will you be there 와 

백 스트리트 보이즈의 shape of my heart 

를 제일 좋아합니다.  

자유로우면서도 모험적인 리듬과 분위기가 너무 좋고 

잔잔하면서도 격정적인 화음이 너무 좋습니다.  

1부에서 나왔던 곡들이지만 다시 한번 들어보시길 강추합니다. 

여러분들의 베스트 2는 과연 무엇 무엇인가요? 

오늘도 음악과 함께 즐거운 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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