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스쿨 오브 페스티벌! - 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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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와중, 지훈의 눈에 한 무리의 모습이 보였다.
‘음? 저들은 뭐지?’
지훈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이들과 달리 출입문 앞에 선 그들은 각자 무언가를 껴안고 잔뜩 얼어 있는 모습을 보였다. 언뜻 보면 그냥 서 있는 것 같았지만… 지훈 뿐 아니라 누가 보더라도 그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것 쯤을 알아차릴 수 있을 터였다.
‘후후, 첫 참가자들인가?’
지훈은 그렇게 생각하며 작게 미소 지었다.
확실히 이 광경을 처음보면 그 누구라도 놀랠 것임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흠, 저 사람이 인솔 교사인가?’
지훈은 다른 이들과 는 유독 다른 모습의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는 다 낡은 청색의 모자를 쓰고 있었고 그 밑으로 검은 색의 길다란 머리카락들이 보였다.
“죠엘, 저기 저 사람.”
“네? 누구 말씀하시는 건가요?”
죠엘이 다가와 지훈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저기 청색 모자 쓴 사람, 동양인 아닌가요?”
“네? 흐으음…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저 남자가 저 아이들의 인솔 교사인가 보죠? 신기하네요. 동양인 선생이라… 뭐, 경우가 없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하이 스쿨에서는 정말 드문 일인데… 출전하는 걸까요?”
“아마도 그럴 것 같군요. 왠지… 관심이 가는데요?”
“그렇습니까?”
지나가듯 대답하는 죠엘.
그러나 지훈은 지금 이상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이게 단순히 관심일 뿐일까? 아니면….’
뭔가… 알 수 없는 느낌.
단순히 동양인을 봤다는 것 때문일까?
생전 보지도 않았던… 그리고 그 모습 조차도 자세히 보이지 않는 사내에게서 지훈은 낯익은 그리움을 느껴야 했다.
가슴이 두근 거린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자세히 알 수는 없었지만… 정말 이상한 느낌이었다.
‘주목할 필요가 있겠군. 나야 천천히 즐겨도 손해날 것 없는 행사이니….’
분명 참가할 것이다.
물론 그들이 이 예선전에서 떨어진다면 아쉽겠지만… 지금은 정체 모를 감정 때문에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쓸 이유는 없다. 그저 행사가 시작되면 즐길 뿐, 그 전에는 해야 할 일들이 꽤나 많다.
‘그래도… 이상한 느낌이야.’
그를 한참 내려다보던 지훈은 고개를 흔들며 발걸음을 돌렸다. 지금은 다른 생각할 틈이 없다. 오후에는 뉴욕 시장과의 식사 약속이 잡혀 있기 때문이었다
“저는 가보겠습니다. 수고하세요.”
“네.”
죠엘은 멀어져가는 지훈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다.
“허허, 세인트? 그곳에서도 참가를 했단말이야?”
“이거 기가 막힐 지경이로군. 도대체 저들은 무슨 용기로 참가를 한 거지? 할 게 있나?”
“글세…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담배와 술을 할 수가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강렬하게 마약을 즐길 수 있나, 섹스를 잘 할 수 있나, 뭐 그런 시범을 하려는 것일까?”
“어느 쪽이 되었건 솔직히 조금 불쾌하군. 저런 놈들을 받아들이자고 이런 대회를 여는 것은 아닌데… 쯧쯧.”
혀를 차는 소리.
비난 소리.
그리고… 비웃음!
‘하아아… 여기에서도….’
수호는 슬며시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설래 설래 저었다.
어떻게 그냥 지나가나 싶더니 이곳에 들어와서도 또 이렇다.
그것도 지금은 학생들이 아닌, 이 행사를 주최한다는 주최측에서 말이다.
정복을 입고 신분을 증명하는 명찰을 목에 건 행사 요원들은 저마다 특별반 학생들을 보며 중얼 거렸고, 소란스러움에 가려졌던 그것은 조금씩 세인트 학생들에게 시선이 주목 됨에 따라 생생히 들리게 되었다.
‘정말 대단한 녀석들이었군. 어떻게 해야 이렇게 그 넓은 뉴욕에서도 유명해 질 수가 있는거지? 뭐, 툭하면 누가 죽었다느니, 폭행으로 병원에 실려갔다느니 해서 문제가 된 학교라는 건 진작 알고 있었지만… 정말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기가막혔다.
도대체 이 녀석들의 과거가 어떻길레 학생들의 가슴에 달려 있는 뺏지를 보고서 바로 그들이 세인트 하이 스쿨의 학생인 것을 알아챌 수가 있단 말인가?
‘참가하는 학교만 수백이 넘는다고 들었는데… 기가 막히는구만.’
한숨을 쉬지 않으려고 해도… 이 정도 되면 더 이상 뭐라 대꾸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
그 냉소들을 눈치챈 탓일까?
들어와서 내부 광경을 보고 얼어붙었던 학생들은 아예 발걸음을 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푹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정말 문제아들의 모습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지만… 수호는 이해했다. 그들이 아무리 덩치가 크고 각종 범죄를 저지를 이들이라고는 하지만 본연은 한창 친구들과 어울려 놀 때의, 감수성이 예민한 십대의 사춘기 소년, 소녀들인 것이다.
수호는 살짝 웃으며 그들이 퍼져 있는 곳의 중앙으로 걸어갔다.
“……?”
“뭐지? 선생님이 왜 저러는 거야?”
“그, 글쎄?”
순식간에 집중되는 시선들, 특별반 학생들은 수호의 갑작스런 행동에 의아한 모습을 보였다. 경기장 중앙까지 걸어간 수호는 두어 차례 헛기침을 내뱉고는 목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뭐해! 빨리 안 오고!”
크게 외치는 수호.
그 목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돔 구장 내부고 쩌렁 쩌렁 울리며 순식간에 모든 소란이 잦아들었을 정도였다. 특별반 학생들은 이 놀라운 광경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수호를 바라보았다.
“언제까지 뒤에서 떠드는 이 볼품없는 녀석들에게 기죽어 있을 꺼냐! 너희들이 쓰레기면 쓰레기다운 모습을 보여 봐!”
잦아드는 소란.
수호의 영향탓인지, 한창 예전이 치러지던 곳들도 모두 멈춘 채 수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수백, 아니, 어쩌면 천 단위가 넘을 듯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수호는 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내가 그렇게 가르쳤냐! 가슴을 당당하게 펴라! 너희들을 욕하는 사람들은 신경 쓰지 마! 어차피 저들은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사람들이야! 뒤에서 남을 욕하는 자, 평생 그렇게 욕하고 시기하고 질투하다가 아까운 삶을 그대로 버리게 되는 게 바로 이 세상의 진리야!”
수호는 방금까지 자신의 제자들을 욕했던 이들을 손으로 가르치며 외쳤다.
“본 때를 보여주면 되는 거야! 그러니까 당당하게 어깨를 펴라! 뒤에서 남 욕이나 하는 진짜 5류 쓰레기들에게 욕먹을 정도로 네놈들은 형편없는 놈들이 아니야! 내가 보증한다!”
그 말을 끝으로 수호는 더 이상 말문을 열지 않았다. 그저 뒷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그들을 말 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저벅….
그 때 들리는 발걸음 소리.
먼저 앞으로 나선 이는 제인이었다.
제인은 자신의 악기, 일렉 기타를 오른 쪽 어깨에 바꿔서 짊어 진 뒤 앞으로 걸어나아갔다. 많은 이들이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았지만 제인의 걸음을 평소와 다름없이 당당하기만 했다.
그러다가 순간 멈칫하는 제인,
“뭣들하고 있어? 선생님이 빨리 오시라잖아.”
그녀는 뒤를 돌아다보며 반 친구들에게 그렇게 말하고 또 다시 아무일 없다는 듯 걸음을 옮겨 수호의 옆에 다가갔다. 수호는 피식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토닥였고 그대로 같이 자신들이 예선전을 치룰 곳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말없니 그 모습을 바라보던 특별반 학생들.
꾸욱.
그들은 자신들이 지닌 악기를 꽉 쥐며 뒤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느껴지는 수없이 많은 비난의 시선들은 더 이상 그들에게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맞는 말이다.
처음부터 부딪히며 살아온 인생.
싸움과 폭력으로 점철되어져 왔던 인생.
이곳이라고 그렇게 못할 것은 없다.
다만 그 방법이 틀려졌을 뿐.
처음부터 자신들이 내딪었던 이곳은 자신들을 멸시하고, 깔보았던 이들과 벌일 또 하나의 전쟁터였을 뿐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걸음을 옮겼고 한 곳에 멈춰섰다.
수호는 자신들을 멍하니 바라보는 심사위원들에게 다가갔다.
- 쾅!
“여기가….”
크게 울려퍼지는 굉음.
심사위원들의 앞에 있는 책상을 힘있게 내려친 수호는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 세인트 하이 스쿨의 예선 시험 장소 맞죠?”
“마, 맞네만….”
그러자 얼빠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대머리의 중년인,
수호는 그의 머리를 쓱쓱 문지르며 말을 이었다.
“3류 양아치 학교에서 예선 치루러 왔습니다. 보다시피 보는 눈들이 안 좋고 자리가 불편해서 그런데… 저희가 먼저 시험을 쳐도 상관없겠죠? 그렇죠?”
점점 강렬해 지는 눈빛.
‘…꿀꺽.’
저도 모르게 그 시선에 제압당한 대머리의 중년인, 다섯 번째 시험 장소를 총괄하는 심사위원, 조나단 G 케이프 선생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우선 시험을 허락하겠네!”
“고마워요.”
수호는 부드럽게 대답하여 웃어보였다. 그리고는 뒤를 돌아보며 크게 외쳤다.
“우리 차례다! 멋지게 끝내버리고 이 지긋 지긋한 시험장을 벗어나자! 알겠나!”
“네 ― !!”
“대답 좋고~!”
쩌렁 쩌렁 울려퍼지는 학생들의 대답에 수호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학생들은 각자 들고 온 악기를 셋팅하며 예선 시험을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예선 시험장 내의 수많은 이들은 그들이 준비해온 악기를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고 또 어떤 이들은 말도 안 된다든 듯,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그 과정을 지켜보았다.
저들이 가지고온 악기.
바로 그것은…,
“… 저 구제 불능 녀석들, 설마 그 흉내를 낼 생각은 아니겠지?”
바이올린, 비올라와 첼로 등을 비롯한… 바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합주 할 때 쓰는… 소위 부자들의 대표적인 교양 악기들이라 불리우는 바로 그것들 이었다.
“말도 안돼!”
“저 녀석들이 클래식이라도 연주 하겠다는 거야?”
“저 깽패에 양아치 쓰레기 녀석들이?”
모두가 경악을 했고 말도 안된 다는 듯, 비명을 질렀다.
순식간에 경기장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고 그들을 잘 아는 심사위원들, 교사들, 그리고 진행위원들 또한 의심에 찬 눈초리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순간, 그들은 마지막으로 중앙에 설치되기 시작하는 그 무엇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있던 조나단, G 케이프 선생. 올해로 음악교사 30여년을 맞이하는 베테랑 교사는 멍한 표정으로 중얼 거렸다.
“일렉 기타와… 네 대의 신디사이저? 설마….”
계속 계속 갑시다!
간만에 순위권 진입이라는 거 해보자아아앗~!!!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