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0화 (81/111)

아시아의 별 - 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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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아… 무지 넓구나!” 

초선은 주변을 둘러보며 크게 탄성을 내질렀다.  

높이 솟은 빌딩들, 그리고 여기저기서 현란하게 번쩍이는 네온사인들.  

“카지노? 이런 곳에 카지노가 저렇게 크게 있어?” 

초선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이런 대도시에 카지노라던가 하는… 한국에서는 왠지 불법 도박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이렇게 크고 화려하게 있으니, 미국 초행인 초선으로서는 놀라는게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나오길 잘했어! 정말 멋진 곳이야!” 

도시 중독자라고 했던가? 

도시의 공기와 풍경을 너무 좋아해서 그것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 어쩌면 초선도 그와 같을지 모른다. 사춘기 시절, 친구 없이 오로지 꿈만을 위해 내달렸던 그 시간들, 초선은 스타가 되고나서는 가끔 이런 식으로 스트레스를 풀며 외로움을 달래고는 했었다.  

“어? 핫도그!” 

얼굴에 점점 화색이 도는 초선. 

어느 새 그녀의 발걸음은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초선이 그렇게 뉴욕 시내를 걸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한편에서 그녀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봐 존스. 동양인이야. 어때? 한판 벌여볼까?” 

“하, 하지만 좀 어려 보이는데….” 

“뭐, 상관없잖아? 어차피 동양인인데.” 

건장한 체구를 지닌 세 명의 사내. 두 명의 백인 사내는 존스라 불린 흑인의 사내를 보며 나지막히 혀를 찼다. 존스는 체구도 가장 뛰어나고 화날 땐 격투기 선수들 못지 않은 위용을 자랑하는 멋진 친구이긴 하지만 이런 점에서는 무척 약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  

실제로 그는 화려한 대뷔를 준비하고 있는 유명 격투기 선수이기도 했다.  

두 명의 백인 친구, 코엘리와 도노반은 존스의 어깨에 각자의 팔을 두르며 조용히 말했다. 

“봐봐. 저 옷들, 간편한 차림새 같지만 하나 하나가 비싼 명품들이야. 거기에다가 이곳엔 처음 온 듯, 여기저기 두리번거리고 있잖아. 필시 돈 많은 여행자일게 분명하다고!” 

“넌 정말 경기나 스파링 때는 야수 처럼 돌변하면서 이런 작은일에는 이렇게 소심하니… 너 그러다가는 큰 선수가 못 돼. 출세해서 네 불쌍한 동생들 호강시켜 줘야 하잖아?” 

“도, 동생들… 호강….” 

정곡을 찌르는 말에 존스는 민대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머리를 긁적이는 것은 그가 곤란할 때 나오는 버릇이었다. 존스는 지금 큰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었고 그의 순진함은 존스의 힘을 빌어 위세를 떨치려던 두 친구의 간교함에 넘어가려 하고 있었다. 

“돈도 많을 거야. 지금도 굶고 있을 텐데… 가서 뭣좀 사주자고.” 

“맞아. 나중에 네가 성공하고 출세하면 갚으면 되는 거야. 하자 존스. 응?” 

“… 응. 알았어.” 

결국 존스는 굳게 결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두 친구는 얼굴에 화색을 띠었다.  

“이럴 줄 알았어! 넌 역시 사나이야!” 

“그럼~! 존스가 어떤 사람인데, 앞으로 세계를 놀라게 할 격투기 챔피언이 될 남자라고! 이 정도 용기야 당연하지.” 

“헤헤….” 

추켜세워주는 말에 금세 좋다고 웃는 존스. 두 친구는 너무도 순진한 존스의 모습에 서로 의미심장한 표정을 교환해 보인 뒤 뒷주머니에 손을 꽂고 앞으로 나섰다. 

그들의 눈에 입가 주위에 캐찹을 묻히면서 맛있게 핫도그를 먹고 있는 초선의 모습이 보였다.  

“어이, 이봐.” 

‘음?’ 

한창 뜨끈뜨끈한 핫도그를 우물거리던 초선은 자신을 부르는 듯한 소리에 살짝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건장한 체구의 백인 남성 두명이 건들건들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깐 시간 좀 낼 수 있을까? 우리 좀 보지?” 

“물어볼게 있거든.” 

코엘리와 도노반은 턱으로 자신들의 뒤에 있는 존스를 가리켰다. 우리 뒤에는 이렇게 굉장해 보이는 사람이 있으니 쓸데 없는 짓은 꿈도 꾸지 말라는 제스쳐였다.  

‘… 뭐지?’ 

그러나 초선이 그 말을 알아들었을 리 만무하다.  

초선은 선그라스 속으로 크고 맑은 눈을 깜빡이며 여전히 핫도그를 우물거리고 있었다.  

“쳇. 영어를 못하나 본데?” 

“이래서 동양 원숭이들은 피곤하다니까. 그 선생도 그렇고 교장도 그렇고… 아, 요즘 정말 피곤하네?” 

“킥킥! 이번에 온 너희반의 한국인 선생을 말하는 거지? 뭐, 좋잖아? 몇몇 여자애들은 그 선생 멋있다며 호감을 보이는 눈치던데.” 

“에이, 신경 꺼. 어쨌건 이 일이나 빨리 진행하자고.” 

잠시 대화를 나누던 둘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인 뒤, 소녀를 둘러쌌다. 그리고 나지막히 말했다.  

“따라 와. 죽기 싫으면.” 

흉흉하게 빛나는 눈빛들.  

이에 존스는 그들 뒤에 서서 자신들을 곁눈질하며 지나가는 이들에게 사나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 설마?’ 

드디어 상황을 파악한 초선.  

초선은 불길한 예감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것을 느끼며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사내들은 자신이 달아날 수 없도록 자신을 둘러싸고 퇴로를 차단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불길한 눈빛을 보내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 

“꺄아… 웁!” 

위기를 느낀 초선이 크게 비명을 지르려 하자 도노반이 이를 눈치채고 재빨리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 뒤를 이어 코엘리는 묵묵하게 흰 손수건에 가려진 잭나이프의 끝을 그녀의 등에 살짝 가져다 대며 말했다. 

“닥치고 따라와.” 

자신없는 영어였지만 이 순간에는 왜 이렇게 귀에 잘 들려오는 것인지… 그녀는 새삼,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며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파악! 

“꺄악!” 

음습한 골목으로 초선을 데리고 온 세 명의 사내들. 그들은 초선을 벽으로 세계 밀친 뒤, 그녀를 둘러쌌다. 그리고 음습한 표정으로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있는 거 다 내놔.” 

“예, 예? 뭐, 뭐라고 하시는 거에요? 저 영어 못해요….” 

겁먹은 표정으로 고개를 내젖는 그녀. 

“… 후우, 이거 피곤하게 걸려가지고는….” 

“뭘 믿고 혼자 나다니는 거야? 이거 참….” 

그러자 코엘리와 도노반은 슬쩍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으쓱였다. 존스는 괜시리 초선이 불쌍하다 생각하며 안쓰러운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 스윽. 

다시한번 잭 나이프를 들이미는 코엘리.  

이런 상황에서는 서로 알아듣지 못할 말을 중얼거리는 것 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최선이다. 거울처럼 반짝이는 칼날을 그녀의 흰 목에 가져다대며 코엘리는 조용히 미소지으며 말했다. 

“뒤져봐.” 

“오케이.” 

말을 마친 도노반은 그녀에게 손을 가져갔다. 

‘아아아…!’ 

그녀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욕망으로 물든 손을 보면서도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으나 목에 닿아 있는 칼이 두려웠다. 무엇보다 들은 풍문에 외국, 특히 미국의 양아치나 건달들에게는 인정사정이라는 것이 없어 자칫 잘못하다간 죽임을 당하는 수가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무엇보다 이런 상황은 생전 처음 당해 보는 상황. 그녀의 두려움은 점점 더 커졌고 바르르 떨리는 가녀린 몸은 사내들로 하여금 색다른 흥미를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 재미있겠는데? 좀 즐겨도 되겠지?” 

“뭐, 좋을대로.” 

음심으로 가득한 도노반의 표정을 보며 코엘리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뒤로 물러섰다. 

“적당히 하고 끝내라고.” 

“걱정마. 알아서 할 테니까.” 

점점 일그러지는 표정.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모자를 벗겼다. 그러자 화악하며 숨겨졌던 탐스러운 머리카락이 허공에서 나풀대며 그의 코를 간질였다.  

“흐음~ 좋은 냄세.” 

머리카락을 한웅큼 집고 코에 가져다 대는 도노반. 마치 마약 중독자 마냥, 그의 표정은 몽롱해져 있었다.  

“어디보자….” 

도노반은 기대가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의 선그라스를 벗겼다. 잠시 후 검고 맑은 눈과 함께 형용치 못할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이 세 사내의 눈에 들어왔다.  

“……!” 

주위는 잠시 침묵에 빠져들었다. 화장하나 없는 얼굴이었지만 주근깨등을 비롯한 티 하나 찾아볼 수 없는 순백의 피부와 오똑한 콧날, 그리고 삼키고픈 붉고 작은 입술은 세 사내의 얼을 쏙 빼놓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내들을 놀라게 한 것은 따로 있었다. 

“서, 설마 이 계집….” 

“… 초선?” 

“마, 말도 안돼…!” 

충격. 그리고 경악. 

분명 눈앞에 있는 이 소녀는… 최근, 미국의 언론에서도 그렇게 떠들고 있는 통칭 아시아의 별, 초선이 틀림없었다. 눈을 의심하기도 했지만 결코 꿈은 아니었다. 그리고 비슷한 사람도 아니었다. 분명 초선본인이었다. 

“아, 아니에요! 전 초선이 아니에요!” 

그들의 입에서 나온 자신의 이름을 들은 초선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내가 초선인 걸 알았어. 그, 그렇다면…!’ 

불길한 상상이 스쳐지나간다. 

낯선 장소. 

음습한 골목.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세 명의 사내들.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이곳에서… 자신이 세계에서도 적잖은 수의 남성들이 우상처럼 여기고 있는 그 톱스타, 초선인 것을 확신하게 된다면… 것잡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 아니에요! 전 몰라요!” 

급격히 박동하는 심장. 

그녀는 세차게 고개를 내저으며 부정했다. 

“우리 집에는 포스터도 있다고! 내 동생이 얼마나 좋아하는데… 초선이 맞아!” 

“오오오!” 

존스의 외침에 설마 싶었던 두 사람은 탄성을 내질렀다.  

인형을 연상하듯 아름다운 이 얼굴…. 

‘대, 대박이다!’ 

존스가 그렇다고 말한 이상 틀림없을 것이다. 존스의 동생들이 연예인들에 대해 유별나게 꿰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색다른 눈빛으로 초선을 바라보았다.  

이전에는 없었던 호기심과 쾌감. 그리고 욕망이 두 얼굴에 스멀거리기 시작했다.  

“생각이 바뀌었어. 코엘리에게 맡기고 적당히 보내려고 했는데… 간만에 2:1도 괜찮겠지?” 

“어? 존스는?” 

“뭐… 그건 나중에 존스의 생각에 맡기지. 어차피 우리 일행의 중심은 존스잖아. 안 그래?” 

“응? 아아~ 헤헤. 맞아.” 

존스는 순박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두 사람은 다시 미소를 지은 뒤 초선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런 행운이라니… 어디, 아시아의 별은 무슨 맛인지… 맛좀 볼까?” 

“흐흐흐…!” 

번들거리는 두 눈.  

‘아아…!’ 

점차 다가오는 두 사내.  

초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들의 손이 자신의 어깨를 잡을 때 초선은 두 눈을 꽉 감았고, 가슴을 비롯해 몸을 더듬는 손길들이 느껴질 때 이를 악물었다.  

“흐흑…!” 

터져 나오는 흐느낌. 

크게 소리 높여 울고 싶었지만 아직 거두지 않은 잭나이프의 칼날은 그녀의 입을 다물게 했다.  

쫘아아악! 

거칠게 찢어지는 상의. 

“꺄아…웁!” 

결국 참지 못하고 크게 비명을 지르려 하자 예상했다는 듯, 코엘리가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그녀의 귀에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소리지르면… 죽는다!” 

“……!” 

안색이 변하는 그녀. 

정확히는 몰라도 그 대강의 뜻은 알아들은 초선이었다  

죽는다. 

반항하면… 허튼짓을 하면… 낯선 땅, 음습한 골목에서 비참히 죽을 지도 모른다! 

‘어, 어쩌다가… 이럴 줄 알았으면… 이럴 줄 알았으면 도망 나오는게 아니었는데… 내가 바보였어! 흐흐흑!’ 

커다란 절망감이 엄습해 온다. 

혹여, 누가 구해주지 않을까 싶어, 시내로 이어진 길목을 바라봤지만 그 누구도 오지 않는다. 아니, 어떤 사람들은 분명 자신과 눈을 마주쳤음에도 불구하고, 선뜻 구해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용기 있는 이들이 오려고 했지만 그 뒤에 버티고 선 존스의 흉악한 얼굴과 덩치를 보고는 도로 길을 재촉하기도 했다  

“사, 살려줘요… 살려…!” 

꿈이 많은 나이. 

스타이고 수많은 팬들의 여신이라고는 하지만… 그 본질은 백마 탄 왕자와 장밋빛사랑을 하고픈 순수한 감성의 소녀. 

그것이 지금 철저하게 무너지려 하고 있다. 

누구에게도 허락지 않은 가슴과 몸을 더듬는 낯선 이국인들에 의해서. 

“흐흐흐…!” 

버클이 풀어지고 청바지가 내려가며 분홍빛 속옷이 드러났다.  

“오오… 이 탐스러운 다리!” 

“아시아의 별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별모양? 무슨 모양이지?” 

침을 꿀꺽이는 그들. 말을 하지 않고 있지만 뒤에 있던 존스 또한 멍한 표정으로… 마치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은 아이의 표정으로 그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싫어… 싫어….’ 

몸서리치는 느낌. 

잔인한 손길이 여지없이 다가오려 하고 있다.  

낯선 사내들에게 훤히 드러난 순백의 몸은 파르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급격히 일렁이는 두 눈동자. 

점점 손은 다가온다.  

그녀는 다 끝났다 생각하며 질끈 눈을 감았다. 

이제 잠시 후면… 자신의 몸은 저 더러운 사내들에게 더렵혀질 것이다. 

‘끝났어. 모든 게… 흐흑!’ 

초선은 그렇게 생각하며 잠시 후 닥쳐올 재난에 대비했다.  

은밀한 그곳을 벗겨 내리려는 거친 손길이 너무도 끔찍하게 느껴졌다.  

마침내 은밀한 속살이 모두 드러나려는 순간. 

“… 저건 또 뭐하는 놈들이야?” 

조용한 음성이 그녀의 귀에 들려왔다. 

낯익은 억양. 

‘누구…!?’ 

그녀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그리고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 한국인인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햇살에 비치는 은발이 너무도 신비롭게 보이는 사내가 담담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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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발의 사내는 누구일까요~ 

알아맞춰 보세요오오~ 

설마 해서 쓰는 건데.... 

강수호라고 생각하시며 "에이~ 뻔해~" 

라고 말하시는 분은 없겠죠? 

자세히 보세요. 

은발의 사내 입니다. -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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