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의. 그리고 그의 사정 - 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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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수호의 손가락이 움직이며 짙은 선율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띠리링.
깊고… 서글픈 선율.
“어쿠스틱 버전? 이거 갑자기….”
뭔가 신나는 노래가 나올 줄 알았더니만… 정작 나오는 선율은 무척 슬픈 선율이다.
사람들은 갑작스런 분위기 반전에 모두 당황했지만 이윽고 마음을 빼앗는 느낌에 조용히 오감을 실었다.
이윽고 수호의 입술이 열리며 맑고 고은 음색이 흘러 나왔다.
Underneath the coat more lies
쓸쓸한 달빛 아래
if I can see my shadow lying there
내 그림자 하나 생기거든
조용히 떨리는 목소리.
shall I just tell you how I feel inside
그땐 말해볼까요 이 마음
or that it is in my heart
들어나 주라고
달빛의 축복이련가.
수호의 목소리는 아름답게, 그리고 가슴 아리게… 모두의 가슴을 적시기 시작했다.
If the wind might blow on my heart
문득 새벽을 알리는
telling me again that I'm alone
그 바람 하나가 지나거든
안타까움.
should I just give out should I just give out a sigh and haste myself
그저 한 숨 쉬듯 물어볼까요?
won't do what I have to in myself.
난 왜 살고 있는 지.
몸서리 치도록 너무나 간절한 아픔!
수호의 목소리가 흐려졌다.
그리고 기타 반주 또한 잦아들었다.
- 꿀꺽
누구에게서 나온 소리인지는 몰랐다.
하지만 어느 덧, 모든 이들은 애타게 다음 소절을 기다렸다.
창가로 내리비치는 달빛이… 왜 이렇게 슬프게 느껴지는 지 그들은 이유를 몰랐다.
쓸쓸한 달빛.
그렇다. 달빛은 무척이나 쓸쓸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 촤좌좌좌!
이윽고 손이 움직여지며 고요가 꺠졌다.
이제 아르페지오를 벗어나 다섯 여섯 개의 음을 강하게 내리 긋는 수호.
though I may be sad I'v got to live!
나 슬퍼도 살아야 하네!
점점 강하게.
점점 세계!
because I feel so sad I must gone ― !
나 슬퍼서 살아야 하네 ― !
강한 의지를 싣고.
목소리가 널리 울려 퍼졌다.
발을 바꿔 이펙트의 페달을 밟는 수호.
- 지이잉!
그러자 격정적으로 울려 퍼지던 통기타 소리는 강렬한 일렉의 음률로 바뀌었다.
동시에 수호는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I know that I will understand when I'm gone
이 삶이 다 가고 나야 알 텐데
외침!
그리고 절규!
Why I just had to live
내가 이 세상을
그의 목소리는 전혀 거침이 없었으며.
my life here in this world
다녀간 그 이유
결코 약하지도 않았다.
You are the only one for me
나 가고 기억하는 이
저 밝은 달에 외치는 비련의 사내와 같이
the sorrow of my heart
나 슬픔까지도
쓸쓸한 달빛에 눈물을 흘리는 여인과 같이.
you remind me so
사랑했다
목소리는 공기를 타고 간절한 떨림을 이루어내었고.
just tell me so
말해주길
잦아드는 기타 선율과 함께 그렇게….
- 지이이잉….
모든 이들은 할 말을 잃은 채 넋을 놓아야 했다.
이 순간, 그들은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고요한 흐름 속에서 그들을 얽매고 있는 것은….
오직 오싹한 전율과 아련한 아픔 뿐!
“…후우.”
깊은 한숨 소리.
연주가 끝났지만 그들은 이 전율적인 노래에 아무런 함성소리를 낼 수 없었다.
그저… 창가에 스며든 달을 바라보며, 그리고 눈을 감으며 그 여운을 간직할 뿐이었다.
“그 노래 제목이 뭐야?”
제인의 물음소리가 들려왔다.
수호는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음. If I leave. 한국어로 ‘나가거든’이라는 노래야.”
“아아… 처음 들어보는 노래인데… 뭔가 무진장 슬픈 느낌이야.”
“음, 곡 분위기가 좀 어둡긴하지. 그래도 지금의 상황에 제일 맞는 노래를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이 노래밖에는 떠오르는 게 없더라. 첫 마디의 ‘쓸쓸한 달빛’ 왠지 지금 분위기랑 뭔가 어울리지 않아?”
“으음… 분명 어구는 멋있긴 한데 분위기에는 안 맞았어. 솔직히 노래가 무진장 좋았고 또 전율적이었으니 망정이니… 아니었다면 아마 욕 좀 먹었을 거라고.”
“맞아. 우리는 분위기 못 맞추는 사람 정말 싫어하거든. 크큭!”
제인의 말에 빌리가 뒤이어 보충했다.
수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쓸쓸한 달빛… 축제… 좋지. 그런데 말이야. 너희들의 파티를 보면서 내가 받았던 느낌은 그거였어. 너희들만의… 그리고 이미 너무 익숙해져 버린 탓인지 일상화가 되어버린 무덤덤한 파티… 아마 제인이 날 이용했던 것도 그런 연유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더군.”
“어, 어떻게 알았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는 제인.
그 모습이 꽤나 귀여웠던 터라 수호는 그녀의 금발을 거칠게 부비며 말했다.
“다른 사람들 반응을 보고. 갑자기 타지 사람을 궁지로 모는 것을 보고 너무 좋아하며 아예 환호성을 터트리더군. 그래서 직감했지. 저 사람들, 뭔가 새로운 것을 찾고 있구나! 라고.”
“와아… 대단하네?”
“우와아….”
수호의 추론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빌리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뭐, 맞는 말이야. 지금 까지의 파티는 분명 일상적이었고 또 뭔가 무료했지. 우리는 분명 새로운 것을 찾고 있었어. 내가 아까 그 북을 연주했던 것도 그런 연유였고, 지루해진 파티에 뭔가 새로운 것을 넣어보고 싶었거든. 그래서 꽤나 비디오 등을 보면서 연습했었는데… 쩝. 완전 어이없이 깨져 버렸잖아.”
“하하하!”
“크크큭!”
고개를 설래 설래 저으며 말하는 빌리의 넉살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난 제인이 너를 이용하려고 했던 것을 오히려 감사하고 있어. 내 우상이었던 사람을 바로 눈앞에서 만나게 되었으니 말이야.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라고. 그렇지 제인?”
“응! 맞아!”
제인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호가 제인을 용서한 후로, 더 정확히 말하자면 수호가 노래를 끝마친 후로 그녀는 수호의 팔짱을 끼며 철썩 같이 붙어 있었다.
“그나저나, 수호. 넌 앞으로 뭐 할 거야?”
제인의 물음.
“글세… 일단은 미국 땅을 더 둘러봐야 겠지? 여러 경험을 쌓고 싶으니까 말이야.”
곰곰이 생각하던 수호는 대충 정리하여 대답했다.
“그럼 복귀는 안 하는 거야?”
“음? 복귀?”
“프론티어 말이야. 듣자하니 같은 멤버였던 다른 사람들은 지금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던데… 소식은 들었어?”
“글세… 아무래도 국내 소식에는 완전히 문을 닫고 살았었으니까. 하하! 난 사실 지금 누가 최고로 인기 있는지, 요즘은 또 어떤 장르가 유행하고 있는지 거의 알지 못한다고.”
“여행하느라 정신이 팔려서?”
“하하하! 그렇지 뭐.”
“피이.”
수호의 말에 제인이 입술을 삐죽였다.
그러다가 무엇이 생각났는지 제인은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저기~ 저기. 오늘 어디에서 잘 건지 생각해 봤어?”
“응? 글세… 어디에서 잘 까나….”
수호는 말끝을 흐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혹시 자신을 제워 줄 만한 사람이 있는 지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우리 집에 와라. 친구된 기념으로 우리 집에서 묶는 영광을 하사해 주지.”
빌리의 시원한 말.
그 뒤를 이어 마이클이 질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아니아니~! 빌리 집은 상당히 정신 산만하다고! 그냥 우리 집으로 와. 이래뵈도 우리 집, 이 동네에서는 가장 부요한 집이란 말이야.”
마이클은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고보니 말을 마치며 어깨를 으쓱이는 것은 마이클의 버릇인 것 같았다.
“음, 그래? 아아~ 고민되네.”
수호는 고개를 저으며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수호에게 제인이 넌지시 물었다.
“저기….”
“음? 응? 왜?”
평소 답지 않은 제인의 모습에 수호는 의아했다.
분명 그녀의 성격대로라면 할 말은 과격하게라도 해야 했는데… 그런 왈가닥인 그녀가 말을 더듬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얼굴이 슬며시 붉어졌다.
그리고 그녀는 슬쩍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 나랑 같이 자자.”
“…뭐?”
잘못 들었나?
수호는 순간 자신의 청각을 의심해야 했다.
뭐라고?
같이 자자고?
“… 나랑 같이 자자고. 왜? 싫어?”
반달로 변하며 살며시 올라가는 눈꼬리, 그리고 입꼬리.
수호는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고 그것은 빌리를 비롯한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모두 멍하니 제인을 바라보았다.
‘이게 지금 무슨 소리를….’
아무리 미국이 자유 국가이고 성문화가 개방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그것은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는지 다시 한번 말해보라는 의미로 제인을 쏘아봤다. 좋아 죽겠다며 비명을 지르고 있는 이는 몇몇 이들 뿐이었다.
그들의 분위기를 느낀 것인가, 제인은 이제 담대하게 팔짱을 낀 수호의 팔을 자신의 가슴 쪽으로 밀착시켰다. 그리고 나긋 나긋한 어조로 수호에게 말했다.
“왜 싫어? 잘 곳 없잖아. 그러니까 나랑 같이 자자고. 애초에 수호는 날 따라왔고 이곳으로 데려온 것도 나니깐 거취에 대한 책임은 나한테 있어. 이것에 동의 못하는 사람?”
제인은 주변을 둘러보며 물음을 던졌다.
“음, 그, 그건 그렇긴하지.”
“뭐, 틀린 말도 아니고. 사실 제인도 그 정도 나이라면 어른 이나 마찬가지잖아?”
“맞아, 뭐, 불만이 있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어이~ 제인 대신 다음은 나랑이다?”
“하하하핫!”
“호호홋~!”
한 청년의 장난 스럽 외침에 모두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는 어떠냐는 듯 당당하게 수호를 올려다 봤지만… 수호는 도저히 웃을 수가 없었다.
이래뵈도… 아직 수호는 동정이었던 것이다.
“하하, 그, 그냥 빌리 집에서 자는 게 낳을 것 같은데? 아니면 저기 마이클이나. 하하, 하하하….”
수호는 당황스런 웃음을 흘리며 슬며시 팔을 빼려했다.
아직 십대라지만 제인은 분명 대단한 미소녀였고 가슴 또한 적잖은 굴곡이 있었기에 팔에 느껴지는 감촉은 상당히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크큭… 푸하하핫!”
결국 참다못한 제인이 웃음을 터트렸다.
“호호호홋~!”
“저렇게 순진하다니… 으하하핫!”
그리고 제인의 장난을 벌써부터 눈치채고 있었던 몇몇 이들 또한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런, 설마…?’
수호는 그제야 자신이 당한 것을 눈치챘고 곧,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제인이라는 소녀, 사람 당황스럽게 만드는 데에는 일가견이 있었다.
“…후우,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냥 우리 집에서 묶으라는 거야. 그리고 너, 방금 미국 곳곳을 여행하겠다고 했는데… 돈은 있어?”
“응? 돈?”
“그래, 돈! 척 보니 너 돈도 한푼 없는 비렁뱅이 일 것 같은데… 내가 그것을 해결해 주겠다 이거야!”
“그거랑 너네 집에서 자는 거랑 무슨 관련이 있지?”
수호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있지!”
그러나 자신만만하게 대답하는 제인.
그 모습에 수호는 물론, 빌리와 마이클을 비롯한 다른 이들까지 관심을 가졌다.
수호는 흥미를 보이며 물었다.
“들어볼까?”
“탁월할 선택! 결정된 거지?”
“으음….”
고민하던 수호.
그러나 결정은 신속했다.
“좋아. 가지.”
“헤헷~ 집에 가면 할아버지가 말해 줄 거야.”
수락이 떨어지자마자 제인은 다시 수호의 팔에 매달리며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수호는 빌리와 마이클을 쳐다봤고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능글맞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 모습은 마치 ‘네가 지존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럼 오늘 파티는 여기서 파산인가?”
“뭐, 재미있었잖아. 멋진 공연도 봤고. 이 정도면 헐리우드 스타들 못지않잖아? 그렇지? 지? 자자~ 오늘 파티는 이것으로 끝이다! 끝! 정리 하자고!”
마이클의 외침과 함께 장내는 빠르게 정리되기 시작했다. 수호 또한 그것을 도우려했지만 제인이 억지로 끌고 나가는 바람에 무삼되었다.
제인에게 수호가 연유를 물으니.
“우리 할아버지, 곧 있으면 잘 시간이란 말야. 그 안에 말을 들으려면 지금 가야 한다고.”
이라고 대답하며 걸음을 재촉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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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의 나가거든. 다 아시죠?
역시 노래랑 같이 들을 때 재미있을...........수도 있습니다.-_ㅡ;
1부 출간이 많~~이 늦어집니다. 당연히 2부도 늦어집니다.
왜냐면 타 작품 예정중이기 때문에..;;
재미있으셨나요?
그럼 추천.감상.리플 삼종 셋트 아시죠? ^^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