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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화 (63/111)

감당할 수 없는 사나이 - 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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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두둥! 두둥! 

일정한 리듬을 탄 흥겨운 울림. 

청년에게 악에 바쳐 외치던 빌리는 어느 새 연주에 집중하고 있었다. 

좌중은 빌리에게 집중하기 시작했고, 청년 또한 빌리의 연주에, 그리고 떠오르는 기억에 오감을 집중했다. 

- 두다다다 ― 두둥! 

마치 아프리카 열대 밀림을 연상 시키는 듯한 리듬. 

그 경쾌한 리듬은 타오르는 모닥불에 맞춰 힘차게 번들거리고 사람들은 어느 새 어깨 춤으로 리듬을 맞추며 리듬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 두둥! 두둥! 두둥! 

모닥불과 리듬. 

북과 밤 하늘. 

어두운 달빛의 이 네 가지에 쏟아지며 깊은 광명으로 축복을 내렸다. 

빌리는 눈을 감고 양손을 열심히 놀리기 시작했고, 어느 새 그의 몸짓은 절정에 이르렀다. 

“대, 대단하다….” 

“내가 아는 빌리가 아닌 것 같아.” 

평소부터 그를 알던 친구들은 넋이 나간 얼굴로 조용히 중얼 거렸다. 

그들의 오감은 빌리와 연주에게 향해 있었고, 다른 사람을 보는 듯, 그들의 시선은 이채로움으로 가득했다. 

- 두둥! 두둥! 두둥! 

‘슬슬 막바진가?’ 

청년은 연주가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었다. 

빌리는 허공에 맑은 물방울을 발산시키며 연신 몸을 흔들고 있었고 빠르게, 흐름을 타고 움직이는 손에는 마지막을 향해 강렬히 타오르는 모닥불을 느낄 수 있었다. 

이윽고. 

쿠궁! 쿠궁! 쿵! 

모든 연주가 끝나고. 

빌리는 고개를 들어 거친 숨을 내쉬었다. 

연주로 인한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한 전초 상태. 

그리고 그것을 만끽하기 위한 기울임. 

“대, 대단해!” 

“멋졌어!” 

“오오오!” 

이윽고 좌중의 환호가 들려온다. 

빌리는 씨익 웃으며 청년에게 다가왔다. 

“어때? 이런 것… 할 수 있겠나?” 

단봉을 내밀며 말하는 빌리의 음성엔 일말의 자부심이 섞여 있었다. 

무표정으로 빌리를 바라보는 청년. 

- 씨익. 

이윽고 그는 즐겁게 웃었다. 

가슴속에서 끊어 오르는 흥분이 그를 가만히 있지 못하게 했던 것이다. 

“뭐….” 

단봉을 받아든 청년,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많은 연습을 했던 것 같은데… 멋있는 공연이었어. 인정하지.” 

“훗!” 

덤덤한 청년의 말에 빌리는 눈을 감으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말했다. 

“보여줄게 있으면 더 보여줘 보라고. 축제는 뜨거워야 하잖아?” 

“물론.” 

축제는 항상 뜨거워야 한다. 

이것은 청년 또한 동갑이었다. 

청년은 방금 전까지 빌 리가 연주했던 자리로 다가가 북들을 어루만졌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났는지 고개를 돌려 좌중을 향해 외쳤다. 

“자! 모두들, 잠깐 이거 옮기는 것 좀 도와주지 않겠어?” 

“응?” 

“뭐라고? 어디로 옮기겠다는 거야?” 

아리송한 표정으로 의문을 나누는 마을 청년들. 

청년은 씨익 웃으며 다시 소리쳤다. 

“내 공연은 모닥불 앞에서 해야 제맛이거든. 좀 도와주라고! 멋진 것을 보여줄 테니까!” 

“응? 그래?” 

“그럼 당연히 도와야지!” 

“자자~! 빨리 옮기자고!” 

비로소 납득한 마을 청년들이 모두 다가와 악기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들은 적당한 간격을 두고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앞에 북들을 설치하기 시작했고, 일부 사람들은 그것을 바라보며 베스트 포지션으로 간격과 위치를 조정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바라보던 청년은 옆의 청년 한 명에게 물었다. 

“저기, 저 북들보다 조금 더 큰 북들 있어? 이를 테면… 우리나라에서 쓰는 그런 북들 말이야. 사물놀이 알지? 사물놀이.” 

“응? 사물놀이? 아아~ 한국의 북 말이지?” 

“응. 있어?” 

“당연하지. 어이~ 빌리? 한국의 북 그거 있었지? 저번에 네가 쫓아내다 시피 했었던 그 선교사 부부에게서 얻은 사물놀이 북 말이야!” 

그는 여유있는 미소로 고개를 끄덕인 뒤 빌리를 향해 크게 외쳤다. 

빌리는 인상을 구기며 대답했다. 

“쳇,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내가 쫓아낸게 아니잖아!” 

“헤헤, 써도 된다네? 잠깐 기다려 가지고 올 테니까.” 

그는 그렇게 말한 뒤 어둠속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잠시 후. 

“어우~ 이거 진짜 무거운데? 어이~ 친구! 이거 맞아?” 

양손에 북을 들고 나온 그는 청년을 향해 크게 외쳤다. 청년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의 말을 전했고 이윽고 그는 청년의 요청에 따라 그 두 개의 북을 탄탄한 받침대로 눕혀서 메인의 중앙, 양옆에 설치해 두었다. 

“자아… 이것도 오랜만인데….” 

청년은 반원의 형태로 둥글게 설치된 북들을 바라보며 즐겁게 웃었다. 

크고 작은 북들이 줄지어 설치된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설마… 저걸 다 치겠다는 건 아니겠지?” 

“글세? 아무리 봐도 혼자 연주하기에는 너무 많지 않나?” 

마을 청년들은 그 모습을 보며 의아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이 보기에도 혼자 연주를 하기에 북이 좀 너무 많아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저 동양인 청년은 여유 넘치는 미소로 북들의 위치를 세밀하게 조정하고 있었고 얼굴에는 여유있는 미소가 떠나지 않고 있었다. 

“됐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어.” 

이윽고 마무리 셋팅을 끝낸 청년은 슬쩍 고개를 돌렸다. 

- 화르르… 화르륵! 

그곳에는 시뻘건 정열을 어둠속에서 힘차게 사르는 모닥불이 보였다. 

“달빛이 흐르는 밤… 그리고 정열적으로 타오르는 모닥불에 맥주가 함께한 축제라… 좋군. 좋아, 한번 놀아볼까?” 

- 꾸욱. 

청년은 단봉을 꾹 쥐며 눈을 감았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희열이… 그리고 뜨거운 그 무언가가 급격히 차오르기 시작했다. 

떨리는 가슴. 

그리고 떨리는 손. 

- 번쩍! 

힘차게 뜬 두 눈에 광체가 발한 것 같았다면 착각이었을까? 

- 쿵… 쿵… 쿵… ! 

천천히 사물놀이용 북을 내리치는 청년. 

그는 마치 조선시대의 고수처럼. 

일정한 흐름 속에서… 장대한 울림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예로부터 사물놀이의 ‘북’은 천둥을 의미한다. 

세상을 울리고, 하늘을 울리는 거대한 천둥. 

- 둥! 두웅! 두우웅! 두우우웅! 

살며시… 그 웅장함을 발하던 울림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침을 꿀꺽이며 알 수 없는 긴장감에 손을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 깊은 정적 속에서… 가슴을 울리는 북 소리를 들으며 꾸욱 주먹을 쥐었다. 

- 둥! 둥! 둥! 둥! 

이윽고 빠른 간격으로 북은 울리기 시작했고. 

- 둥둥둥둥! 둥둥둥둥! 

양손을 동시에 천둥을 내려치며 깊은 외침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강렬히 몰아칠 폭풍을 예고했고, 또한 세상을 뒤집어엎을 ‘폭발’을 연상케 했다. 

이윽고. 

- 콰앙! 

강렬한 폭음과 함께. 

- 화르르륵! 

그것의 신호인지, 크게 타오르며 어둠을 불사르기 시작한 불꽃과 함께. 

- 두두두두두 ― ! 

마침내 폭풍은 몰아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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