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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화 (62/111)

감당할 수 없는 사나이 - 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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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이방인의 입술이 열렸다. 

“싫은데? 내가 왜 해야 하지?” 

“… 뭐?” 

순간 멍한 표정이 되어 버린 빌리. 

빌리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닌 가 싶었다.  

‘지금 뭐라고 그랬지? 싫다고? 내가 왜 그래야 하냐고?’ 

경적소리가 머리 속을 울렸다. 

빌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고, 분명 저 건방진 원숭이가 대답을 잘못한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 뭐라고?” 

“싫다고. 또 말해야 하나? 그걸 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뭐지? 난 지금 부상자라고, 안 보여?” 

청년은 그렇게 말하며 팔꿈치를 들어보였다. 

심하게 까져 붉은 피가 흐르고 있는 상흔이 눈에 들어왔다. 

“헉! 저, 저거 분명히….” 

“엘보우 스핀을 하다가 얻은 상처…?” 

“미, 미친! 저 상처를 입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술을 마시고 있었단 말이야?” 

좌중은 또 다시 경악에 빠졌다. 

저 동양인… 저렇게 중한 상처를 입고도 너무 태연했다. 

생각해 보면 너무도 멍청했다. 

맨 땅에 팔꿈치를 대고 그런 고급 기술을 했다. 

멀쩡할리 없는 게 당연했다. 

다만… 너무도 태연해 미처 인식을 하지 못했을 따름이었다. 

“아야야. 아파라~ 난 이만 가봐야 겠어. 어이~ 제인?” 

“으, 응?” 

멍하니 상처를 바라보던 제인은 화들짝 놀라며 청년을 바라보았다. 

장난끼 가득한 미소를 머금고 있던 청년이 안색을 바꿔 표정을 굳혔던 

그리고 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응? 무, 무슨 말을….” 

“어허! 시치미 때는 거야? 내가 꼭 하나 하나 친절하게 말해줘야 겠어?” 

“윽! 그, 그게…헤헤….” 

슬슬 뒷걸음질을 치며 어색하게 웃는 제인. 

청년은 더욱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나름대로는 홀로 노력을 하는 것 같고, 또 열심히 살길래 철이 들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완전히 내 착각이었구나. 너 도대체 무슨 깡으로 이런 일을 벌인거냐?” 

“…….” 

“도대체 뭘 믿고 함부로 나댄거지? 너, 내가 그냥 넘어갈 줄 알았지? 후~ 이를 어쩌나? 아쉽게도 난 설렁 설렁하고 소프트한 인격을 지닌 성인이 아니라서… 꼭 책임추궁을 해야 했는걸? 네 덕분에 저 친구 보라고.” 

청년은 한편에 서 있던 마이클을 가리켰다.  

지목당한 마이클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고, 청년은 말을 이었다. 

“네 덕분에 저 친구는 큰 상처를 입어야 했다고. 저 친구, 너에게도 소중한 친구가 아닌가? 응? 친구 아냐?” 

“… 친구 맞아.” 

조용한 제인의 목소리. 

지금까지와는 달리 착 가라앉은 음성을 느끼며 청년은 살짝 미소지었다. 그러나 이내 표정을 바꾸고 계속해서 엄중하게 꾸중을 했다. 

“네가 왜 그런지 대강 이해는 하겠다. 한국에도 너랑 성격도… 심보도 똑같은 여자애가 있었거든. 난 자기 만족과 계획을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것을 무척 싫어하는 사람이야. 설령 그 계획이나 뜻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간에, 자기의 의지로 남을 움직이려 한다는 것 자체에 큰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라고. 알아 들어?” 

“…응.” 

“자, 그럼 벌을 내려야겠지?” 

스윽. 

청년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제인의 머리에 천천히 손을 가져갔다.  

‘무, 무슨 짓을 하려고…!’ 

그것을 느낀 제인이 순간적으로 몸을 움찔했지만 지금 상황은 완전히 자신에게 불리한 상태, 더욱이 모를거라 생각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이 눈 앞의 동양인은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는 상태였다. 지금 상황에서 반항하거나 빼기라도 하면 자신은 영락없이 나쁜 놈이 되어 버린다.  

제인은 그렇게 생각했고, 결국 질끈 눈을 감으며 잠자코 그의 처벌을 기다리는 것으로 잘못을 인정했다. 무슨 짓을 당하든… 설령 몇 대를 맞게 되더라도 이 상황에서는 할 말이 없을 것 같았다.  

턱. 

이윽고 청년의 손이 자신의 머리위에 얹어졌고. 

“자 그럼 벌을 내리마.” 

천천히 몸을 숙이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으윽!’ 

제인은 눈을 질끈 감았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뺨? 아니면….’ 

무엇이든 각오했지만…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때릴 거면 빨리 때려!’ 

외치고 싶었지만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더 이상 기어오르기에는 방금 청년의 분위기와 목소리가 너무 섬뜩했던 것이다. 

스윽. 

치켜드는 손. 

머리에 얹혀져 있던 손이 높이 들려지는 게 느껴진다. 

일순 허전함이 느껴졌지만 그것이 곧 강렬한 충격으로 다가올 거라 생각하니 더욱 오금이 저렸다.  

이윽고 청년이 손이 강하게 휘둘러졌고. 

콩! 

“가서 약좀 가져와라. 아파 죽겠다.” 

엄살끼가 다분한 익살스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에…?” 

제인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에 한쪽 눈을 찡긋 하며 맥주잔을 치켜드는 청년의 모습이 보였다. 

“아직 사춘기도 채 지나지 않은 어린 꼬맹이의 장난에 발끈할 이몸이 아니시다. 뭐해? 어서 다녀오지 않고?” 

“으, 응?” 

“빨리!” 

다시 엄중한 표정으로 다그치는 청년. 

“알았어! 갔다올께!” 

이에 놀란 제인이 빠르게 걸음을 놀려 자리를 벗어났다. 

‘후, 피곤한 꼬맹이군.’ 

어둠속으로 사라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청년은 살며시 한숨을 내쉬었다.  

‘억지로 화를 억누르는 것도 참 힘들구만… 뭐, 끝난 건가?’ 

사실 감정대로였으면 한바탕 뺨을 올려붙였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런 것에 이성을 잃을 정도로 청년의 마음은 허술하지 않았다.  

이런 자잘한 일에 일일이 분노를 발산했으면 5년간의 그 험했던 세계 순례 여행에서 무사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멋진 처사였어. 사실 때리면 어쩔까 하고 걱정했거든.” 

그 때 마이클이 다가와 어깨에 팔을 두르며 말했다. 이윽고 두 사람은 이런 저런 농담을 나누며 모닥불로 다가갔고 이윽고 축제는 다시 시작되었다. 

그러나…, 모두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있었다. 

- 두웅! 

귓가를 강렬히 울리는 거대한 충격. 

- 두웅! 

그 소리는 마음을 올렸고, 모든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모두의 시선이 모아지자 소리의 주인공, 빌리는 붉어진 얼굴로 크게 소리쳤다. 

“제길! 날 이렇게 무시하다니! 네가 신경을 쓰던 쓰지 않던 상관없어! 잘 봐! 이게 내가 락에서 관심을 끊은 이후로 지금까지 연습해 왔던 결과물이니까!” 

- 두웅! 

순간적으로 모든 이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비운의 사내. 

빌리는 가슴에서 벅차오르는 치욕을 강하게 발산시켰다. 

그것은 양 손에 전해졌고, 이윽고 빌리의 손에 들린 두 개의 나무 단봉이 뜨거운 울림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북이라….” 

청년의 시선이 멈춘 그곳. 

“재미있군, 이번에는 타악인가?” 

그곳에는 빌리를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크기 북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아앗!” 

빌리는 크게 소리치며 일정한 리듬에 맞춰 나무 단봉을 내리쳤고. 

쿵! 두드드드 ― ! 

곧, 북들은 일정한 리듬에 맞춰, 빠른 음색을 진동시키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머나만 들판에서 들려오는 기병대의 말밥굽 소리와 같았다. 

“아프리카의 음악이라… 좋겠지. 한번 들어볼까?” 

이 음률은 분명 아프리카의 토종 악기의 잼브와 기타 여러 크고 작은 북들을 사용한 토속 음악의 형태이다. 물론 나무 단봉이라든가 그 외의 형태로 봐서는, 저 빌리라는 사내가 나름대로 변형시킨 것일 테지만… 어쨌든 형식은 그쪽에 가깝다. 

‘2년 만인가… 이런 형태의 음악도….’ 

청년은 2년 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의 뇌리에 울창한 정글의 풍경, 그리고 뜨겁게 타오르는 모닥불에서의 원주민들과의 축제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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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글 놀이는 두번 다시 없을 겁니다.  

심란하게 해 드린 점 사과드립니다. 

사실 아직 다 쓰지 않았기에. -_ㅡ; 

제인에 대한 요구가 하도 많으셔서... 

어차피 이번화에서 좀 혼내주려 했기에 한번 혼내봅니다. 

마음에 드셨나요? (사실 애 혼내는데 이정도면 센거죠) 

이제 음악은 타악으로 갑니다. 

화끈한 타악연주. 

한번 가 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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