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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화 (59/111)

감당할 수 없는 사나이 - 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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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때, 마이클이라 불렸던 청년이 굳은 표정으로 다가왔다. 

“말은 들었다. 코리언이라고?” 

“응? 아아. 그랬지.” 

“가수였다고?” 

“응. 무명이었지만 말이야. 왜?” 

“별건 아니고… 빌리가 좋아했던 그룹이 생각이 나서 말이야. 너도 눈치챘겠지만 빌리는 동양인을 싫어해. 특히 한국인은 더욱 싫어하지. 너한테 퉁명스럽게 대한 것도 그것 때문이야.” 

“왜 그러지?” 

“흠. 일단 지금 세계 팝계, 특히 락을 꽉 잡고 있는 그룹이 어딘 줄 알아?” 

“응? 아아, 모를 리가 있나.” 

청년은 쓴 웃음을 지었다. 

다른 그룹이라면 몰라도 그 그룹을 청년이 모를 리가 없었다. 

오 년전, 스틸하트, 스트라이퍼를 뛰어넘어 장차 최고의 그룹으로 성장할 거라는, 최고의 찬사를 들었던 락 그룹. 

자신에게 찾아와 자신을 가둬두고 있던 벽을 부셔주고, 죽음에서 일깨워주었던 소중한 친구가 있는 그곳. 

청년이 상념에 잠겼을 때, 그를 일깨우는 마이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테라. 흥행성과 예술성,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는 현존하는 최고의 락 그룹. 그런데 우습게도 세계를 쥐고 있으면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 그룹의 리드 보컬, 루이슨 하워드가 사실은 한국인이었다지? 일단, 유럽계도, 미국인도 아닌, 동양인이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는 것에 빌리는 큰 반감을 가지고 있어. 저 녀석, 락을 무척 좋아하거든.” 

“… 락을 좋아한다면서 최고의 보컬이 한국인이라고 싫어해? 이해가 안 되는데?” 

“뭐, 나도 이해가 잘 안되긴 하지만 어쨌든 그 후로 녀석, tv 음악프로그램을 잘 안봐. 일단 녀석이 한국인을 싫어하는 이유 하나는 그거야. 그런데 두 번째 이유가 가장 중요하지.” 

“그게 뭔데?” 

좌중은 또 다시 조용해 졌다. 

모두가 마이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마이클! 무슨 짓이야! 조용히 해!” 

자신의 이야기가 원치 않게 거론되는 데야, 더욱이 다음 나올 말이 입밖으로 내기에는 심히 얼굴 팔리는 일임에야 가만히 있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금 빌리가 그랬다. 

첫 번째 이야기야 그렇다 치더라도 두 번째 이야기는 정말 거론되면 안될 말이다! 

이건 자신의 이미지와도 관련이 있는 문제였다. 

화통하고 남자다운 성격으로 자리매김한 자신의 체면이 이 이야기로 인해 급격히 하락될 연유가 컸다. 

“도대체 뭐야! 마이클! 저 동양인은 널 무시했다고! 그런 이야기가 나올 필요는 없잖아!” 

빌리는 거세게 항의를 하며 마이클에게 다가가려 했다.  

그러나 마이클은 씨익 웃으며 다른 청년들에게 손짓을 했고, 곧, 청년들은 마이클을 붙잡았다. 

“아아, 우리 사이에 비밀이 있나? 사실 이건 나랑 몇몇 밖에는 모르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남.자.다.운 빌리에게는 이런 면도 있다~ 라는 것을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져서 말이야. 특히 이 동양인에게는.” 

마이클은 청년을 보며 알수 업는 눈빛을 보냈다. 

마치, ‘나는 다 알고 있다’라는 듯한 그 미소에 청년은 움찔했다. 

그러나 곧 기색을 지우고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뭔데? 궁금해 지는데 그래?” 

“맞아! 우리도 평소부터 궁금했다고! 왜 빌 리가 동양인, 특히 한국인을 싫어하는 지 말이야!” 

“말해봐 마이클! 빌리는 우리가 꽉 잡고 있을게!” 

“아, 안돼! 조용해 너! 안 그러면 그 주둥이를 그냥…” 

“에이 귀찮아! 조용히 좀 하라고!” 

“읍읍읍!” 

“하하하핫!” 

빌리는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곧 다른 이들의 손에 입이 막혀 말을 하지 못했다. 그 모습에 좌중은 웃음바다가 되었고, 마이클은 어깨를 으쓱여 보이며 말을 이었다. 

“5년 전 말이야, 한국은 물론 아시아를 갈아엎었던 엄청난 그룹이 있었지. 참 대단했어. 대뷔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한국 최고의 보이 밴드 자리를 거머쥐었으니깐 말이야.” 

‘서, 설마 그거….’ 

청년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사람들은 더욱 진중한 표정으로 마이클의 다음 말을 기다렸고, 어떤 이는 이미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저들끼리 작은 목소리로 속닥이기 시작했다. 

“그 그룹이 세계에 알려진 건 아시아 뮤직 어워드라는 한?중?일의 합작 프로젝트 무대를 통해서였어. 정말 하나가 된 듯, 완볏한 화음은 많은 이들의 감성을 녹여버렸지. 특히 그 중 리드 보컬이라는….” 

그러나 마이클은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입을 다물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뭐, 뭐야? 왜 말을 하다 말아? 게속 해 봐!” 

“궁금하잖아!” 

“우우우!” 

사람들은 마이클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한창 이어지던 말이 중요한 대서 끊어지니 무척 화가 났던 것이다. 

마이클은 씨익 웃으며 어느 새 무표정이 되어 버린 청년에게 말했다. 

“어 때? 제인의 말대로 한번 붙어보는게? 나도 한국에서 가수하다 온 네 춤 실력이 무척 궁금하다고. 이래뵈도 나, 춤으로 성공하는 게 꿈이거든. 배틀 한번 붙자고. ok?" 

“…….” 

청년에게선 아무런 말이 없었다. 

“뭐야! 갑자기 뭔 소리야! 일단 말은 하고 시작하라고!” 

“궁금하잖아 마이클!” 

대신 주위에서 항의소리가 들려올 뿐이었다. 

“아아. 잠깐, 잠깐만.” 

마이클은 손을 들어올려 그들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내가 이기면 그 뒷이야기 계속 해줄게. 대신 내가 지면 조용히 입 다물고 있지. 어때? 해볼 가치는 있지 않겠어? 스트리트 뮤지션씨?” 

그는 청년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눈을 찡긋했다. 

‘협박인가? 하아….’ 

그는 자신의 정체를 눈치챈 게 분명했다. 

미국에서… 특히 이런 외지에서 자신을 알아본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아마도 이 마이클이라는 흑인은 조용히 여행 다니고 싶으면 자신의 제의에 승낙하라는 의미로 이런 말을 꺼낸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화가 나지는 않았다. 

어차피 밝혀져도 상관없는 정체인 것도 그랬지만, 무엇보다도 이 마이클 이라는 흑인에게 끌렸던 것이다. 

‘춤 대결이라… 그 때 이후로 오랜만이긴 하지만….’ 

정식으로 대결해 보는 것은 오년 만이다. 

청년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좋아. 한번 붙어보자.” 

"OK! 음악 틀어! 프리스타일이다!“ 

- 휘이이익! 

“와아앗! 재미있겠는데?” 

“간만의 구경거리야!” 

청년의 입에서 떨어진 승낙. 

그 말이 끝나자마자 주변은 흥분으로 들뜨기 시작했다. 

전직 가수였던 동양인 청년과 마을 제일의 댄서인 마이클의 한판 승부! 

더욱이 이 승부에는 자신들의 리더이자, 또 좋아하는 친구인 빌리의 과거에 대해 들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다. 평소 빌리가 왜 그렇게 타지인을 싫어하고, 또 한국인을 싫어했는지 이유를 모르면서도 감히 물어보지 못했던 그들에게 지금과 같은 기회는 놓칠 수 없는 찬스였다. 

“읍읍읍!” 

제아무리 근육질에 힘이 좋은 빌리였지만 같은 덩치의,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한 친구들인 바에야 억지로 그들을 떨쳐낼 수는 없었다. 결국 빌리는 반항을 포기한 채 바닥에 주저 앉았고, 배틀을 앞둔 두고, 서로 대치하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다들 내가 이기길 응원하라고! 빌리의 비밀이 듣고 싶으면 말이야!” 

“하하핫! 좋아~ 좋아!” 

“잘 해봐 마이클!” 

“동양인도 힘내!” 

들끊는 함성. 

그들의 열기를 담은 것인지, 어느 새 모닥불은 더욱 크게, 그리고 화려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MUSIC ON!" 

- 딸깍.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들려오는 플레이 버튼의 마찰음. 

“PLAY!" 

“휘이이익!” 

“와아아아!” 

그 소리를 기점으로 모두는 크게 외쳤다. 

- 쿵 쿵 쿵 쿵! 

그리고 들려오기 시작하는 강렬한 비트. 

“첫타자는 나다!” 

마이클이 앞으로 나서 음악에 맞춰 풋워크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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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기다리셨습니다. 

사죄의 이연참! 

전에 없었고 다시 없을 것 같은 이연참입니다! 

므하하핫~ >_ 

재미있었으면 

추천 & 감상. 

이게 엄~청나게 힘이 되는 거 다 아시죠? 

윈드 마감은 안했지만 너무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아서..; 

윈드 마감 중입니다. 

힘을 무럭 무럭 넣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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