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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화 (57/111)

스트리트 뮤지션 - 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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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 뮤지션이 아닌가?” 

“예? 하하하!” 

눈을 동그랗게 뜨는 청년, 그러나 곧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노인은 그저 아무 말 없이 어떠냐는 듯 바라보고 있었고 소녀는 자신도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다. 

웃음을 멈춘 청년이 대답했다. 

“예, 어떻게 생각하면 스트리트 뮤지션도 맞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저는 거리를 다니는게 아니라 세계를 다니지요. 예전에 가수 생활했었을 때, 어떤 일 때문에 저는 그것을 그만두고 동료들과 해어져 한국을 떠나왔습니다. 그 후로 세계를 여행하기 시작했지요.” 

“여행이라… 말 못할 사정이었는가?” 

“예? 아, 아니에요. 그렇게 큰 사정은 아니고, 그저 두 가지 목적이 생겨버렸다고 할 까요?” 

“목적?” 

“네.” 

“호오~” 

노인은 호기심을 가득 드러냈다. 

“궁금하군, 말해줄 수 있는 것인가?” 

“물론이죠. 그게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다른 게 아니라, 첫 번째는 아버지의 행방을 찾기위해서예요.” 

“아버지?” 

“네. 제 아버지라는 작자, 초등학교 4학년 때, 그러니까 제가 열한 살 때, 제 동생이 열 살 때 저희와 어머니를 놔두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렸거든요.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에도 얼굴조차 드러내 보이지 않으셨어요.” 

“…그랬군.” 

“네. 뭐, 당시에는 정말 어처구니없었고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했지만… 어쩌다보니 지금까지 와버렸네요. 나중에 제가 가수 대뷔를 하기 전에 어떤 명인에게 트레이닝을 받았던 적이 있었는데 참 재미있게도 제 스승님이신 그 분이 제 아버지의 스승님이기도 하셨더라구요.” 

“흐음~ 그랬나? 정말 재미있군 그래? 그 스승이라는 분이 누군가?” 

“뭐, 아실지 모르겠네요. 우리 나라에서만 유명하신 분이라… 유성규 명인이라고 판소리의 명인이시죠.” 

머리를 긁적이며 웃는 청년. 

당연히 노인은 모를거라 생각했지만 들려온 대답을 예상을 깼다. 

“유성규… 허허! 왜 모르겠나?” 

“네? 아세요?” 

“당연하지 않나? 유성규 명인은 가요계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이라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열 명의 사람들 중 수좌를 차지하는 인물이지. 북한 사람이었다지?” 

“네. 통일 되면서 금강산에 들어가서 살고 계시죠.” 

“가수들이라면 누구나 그 사람에게 트레이닝 받는 것을 한번쯤은 생각해보고 고려를 해보게 된다네. 특히 톱 에이젼트에 몸을 담고 있는 이들이라면 특히 더 하지. 어쨌거나 정말 대단한 사람에게 배운 것 같군. 한국에서 좀 날렸겠는걸?” 

“하하하! 그렇지는 않아요. 죽쓰다 못해 제 엘범으로 라면을 끊여먹었을 정도였죠.” 

“허허허! 겸손이 심하군 그래?” 

“냄비 받침? 푸훗~!” 

청년의 말은 노인과 소녀를 정말 유쾌하게 했다. 그들은 한참동안이나 크게 웃었고 그것이 가라앉을 때 쯔음 청년은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어쨌든, 그 분에게서 아버지에 대한 소식을 처음으로 듣게 되었어요. 엄동설한에 자신을 찾아와 며칠 동안 무릎을 꿇고 가르침을 기다렸다는 말부터… 여러 가지 말까지…아, 말이 길어졌는데, 간단히 이야기해서, 세계를 돌아다니며 음악을 탐구 탐방 중이라나요? 우리 훌륭하신 아버지께서는 목소리로 병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오늘도 절치부심 중이시라는 군요.” 

“허어! 목소리로 병을 고친다? 허어…!” 

노인은 크게 탄성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청년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저도 돌아다니고 있는 거죠. 그 아버지라는 사람이 도대체 어디까지 경지를 이루었는지도 궁금하고… .” 

“그랬군. 아버지를 찾기 위한 목적이 여행의 첫 번째 목적이겠구먼.” 

“네. 맞아요.” 

“와아~ 멋있다. 무슨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같아!” 

청년의 대답에 소녀는 눈을 반짝 반짝 빛내었다. 

속사정도 그렇고 여행의 목적도 그렇고… 이건 완전히 영화를 연상케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래서 단서는 찾았어? 어디어디 돌아다닌 거야? 세계에는 그렇게 신기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지?” 

“야. 하나만 물어봐라. 나 안 도망갈테니까.” 

“히힛. 궁금해서 그러지. 빨리 이야기 해 줘! 진짜 궁금하다!” 

“후우….” 

소녀는 푸른 눈에 호기심을 가득 담고 있었다.  

아직은 덜 성숙되었지만 그 때문에 더욱 귀여움과 색다른 미모를 지니고 있는 그녀였다. 그런 소녀가 고개를 가까이 다가와 얼굴을 들이밀자 청년은 일순 당황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후우, 성격이 너무 밝은 것도 당황스러운 일인데? 성진이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이건 완전히 하진영이랑 판박이잖아?’ 

처음에 남자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는 성별을 모르게 되어버린 것도 그렇고, 얼마 보지 않은 사람에게 너무 친근히 들이대는 성격도 그렇고… 이, 제인이라는 소녀. 하진영과 비슷한 점이 정말 많았다. 

‘그러고보니 녀석은 지금 뭐하고 있으려나? 그 녀석 성별… 결국 끝까지 확인하지도 못했네.’ 

그것에 대해 한번 직접 물어본 적이 있었다. 

당연히, 쉽게 대답해 줄 거라 생각하고 한 질문이었지만 예상외로 진영은 그저 웃기만 했다. 그 후로도 조르다 시피 몇 번더 물어보았지만 그 때 마다 다른 곳으로 말을 돌리거나 대답을 회피하는 등, 알 수 없는 일을 하여 애간장을 태웠던 진영이었다. 그 후로는 대답 듣기를 포기하였고… 녀석에게 말도 못하고 외국으로 떠나버렸다. 

‘많이 친해졌었는데…지금쯤 내 욕을 많이 하고 있겠구나. 그리고 그녀도….’ 

갑자기 착찹한 기분이 든다. 

그녀… 첫사랑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정도로 자신을 마음을 순식간에 앗아갔던 그녀. 

‘후, 생각을 말자.’ 

“어이, 뭐해? 빨리 대답해 줘!” 

“응? 아, 미안.” 

그 때 정신을 일깨우는 목소리가 있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소녀가 의아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노인은 그저 깊은 눈으로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마음을 읽는 듯 해 저도 모르게 경각심을 가졌다. 

청년은 살짝 미소 지었다. 

“글세? 뭐, 신기한 일이야 많이 있었지만… 에구. 배고파서 더 이상 말 못하겠다.” 

“…뭐어?” 

“배고파. 배고파서 입을 열 기운이 하나도 없어. 봐봐, 몸이 늘어지는 거.” 

청년은 말을 하며 침대 모서리에 팔을 기대 엎드렸다. 

“우욱!” 

그 모습에 노인은 또 다시 껄껄 웃음을 터트렸고 소녀는 분통터지는 표정이 되어 청년의 팔을 잡고 흔들어댔다. 

“그런 게 어디 있어! 사람 잔뜩 궁금하게 해 놓고는!” 

“배고파서 입을 열지 못하겠다니까?” 

“거짓말! 지금 까지 멀쩡하더니 갑자기 그러면 믿어줄 것 같아?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돼지라도 썰어야지!” 

“…응? 돼지?” 

순간 황당한 표정을 짓는 청년.  

“어쨌든! 사람이 그러는 거 아냐!” 

“… 내가 뭘?” 

그 모습을 보고 소녀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끝까지 윽박질렀다. 

결국 참다 못한 노인이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푸하핫! 많이 배고팠던 것 같군. 제인, 간단히 저녁이라도 좀 차려주지 그러니?” 

“우우욱….” 

소녀, 제인은 볼을 잔뜩 부풀렸다. 

심통이 크게 어린 모습이었지만 청년에게는 귀엽게만 보였다. 

-드르륵! 

“쳇, 알았어. 간단히 샌드위치라도 만들어 줄게.” 

“고마워.” 

어느 새 상체를 일으켜 씨익 미소 짓는 청년. 그 모습에 뭐라고 소리치려던 소녀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방에서 나가 주방으로 향했다.  

“아, 다 먹고 나서 끝까지 말해줘야 해? 난 궁금한 건 절?대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서 말이야. 알았지?” 

“응.” 

“칫!” 

넉살 좋게 웃는 청년이 미웠는지 제인은 입술을 삐죽이며 요리를 시작했다.  

아니, 시작하려 했다는 편이 옮을 것이다. 

- 쾅쾅쾅! 

“제인! 제인 있어?” 

“응? 토미 목소린데?” 

제인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문을 열었다. 

그러자 청년과 키가 비슷한 열여덟 살의 흑인 청년, 토미가 모습을 드러냈다. 

“뭔 일인데 문을 부수려고 그래? 내가 그러지 말라고 했지?” 

“아아, 미안 미안. 헤헤~! 좋은 소식이 있어서 우리 귀염둥이 제인에게 빨리 말해주고 싶었거든.” 

“귀염둥이?” 

그 말이 심히 거슬리는 듯 제인의 아미가 살짝 찌푸려졌다. 

그러나 토미는 전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동네에서 빌리들이랑 같이 간만에 파티를 열기로 했어. 혹시 저녁 먹었어?” 

“아니, 막 먹으려던 참이었어.” 

“잘 됐네. 우리랑 같이 먹자. 너도 파티 좋아하잖아? 특히 이번 파티에서는 빌 리가 ‘그것’을 가지고 나오기로 했어. 지금까지의 연습 성과를 보여주겠다나? 모두 기대가 크다고 이번 파티는. 어때? 갈래?” 

“그것이라고? 흐음, 땡기는데? 어떻게 할까나….” 

제인은 고민하며 슬쩍 방안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열려진 방문 사이로 노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청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입술을 굳게 다문 제인은 곧,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좋아. 대신 이번에는 손님도 있는데 같이 와도 괜찮겠지?” 

“손님? 아~ 아까 그 모자 쓴 동양인을 말하는 거야?” 

“응. 내 일을 도와줬어. 괜찮지?” 

“흐음. 동양인이라….” 

토미는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의 얼굴이 찌푸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낯선 이방인, 특히 그것이 동양이라는 것이 많이 달갑지 않은 듯 했다. 

그는 거부하려는 듯 탐탁치않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러나 제인이 말을 가로채 먼저 입을 열었다. 

“아니면 난 안가.” 

“… 후우. 어쩔 수 없지. 제인이 있어야 파티가 살아나는데… 알았어. 대신 다른 애들이 어떻게 하건 난 모른다. 모두 전적으로 저 동양인 책임이야. 알았지?” 

“그건 당연하지.” 

“좋아. 먼저 가서 준비하고 있을 테니까 천천히 오라고. 아직 날을 어두워지지 않았으니깐.” 

“광장으로 나가면 되지?” 

“물론! 우리의 파티 장소는 그 곳밖에는 없잖아? 갈게.” 

“응.” 

그는 손을 흔들어 보이며 문을 닫았고, 제인은 고개를 돌려 청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한국의 가수였다는… 지금은 기타를 가지고 세계를 떠돌고 있다는 거렁벵이. 

그는 무척 수상할 정도로 지저분하지만 피아노로도 어렵다는 라 캄파넬라를 통기타로 연주해낼 정도로 엄청난 실력을 지니고 있다.  

분명 무언가를 더 감추고 있을 것 같은데 그 이상을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 

궁금하다.  

저 거렁벵이가 무엇을 더 감추고 있는지, 그것을 환히 까발리고 싶어 궁금해 죽을 지경이다! 

‘흠, 분명히 빌리 패거리가 꼬장을 부릴 텐데… 빌리는 타지 사람을 무척 싫어하잖아?’ 

염려되는 것은 바로 그거다. 

올해로 스무살을 맞은 빌리는 이 마을에서도 청년들의 대표로 자리 잡았을 정도로 입지가 큰 인물이었다. 그는 큰 배포와 과감한 행동력으로 많은 청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싫은 것에 대해서는 정말 절대적인 정도로 반목하기도 했다. 특히 유명한 것은 그가 타지 사람을 무척 싫어한다는 것, 동양인에 대해서라면 그는 이상하리 만치 큰 적대심을 표현했다. 예전에 이곳에 동양인 선교사 부부가 온 적이 있었는데… 그는 심하게 적대심을 표출했고 결국 그들 선교사 부부를 쫓아내기에 이르렀다.  

그것은 선교사 부부가 마을로 온지 딱 한 달이 되어 일어난 일이었다. 

‘흠, 그나마 그들은 늙고 마을에서 평판도 좋았던 탓에 심한 일을 벌이진 않았지만… 저 거렁뱅이는 틀릴텐데? 능글능글한 성격이나 몸에 조금 있는 근육으로 봐서는 한가닥 할 것도 같지만… 황인은 기본적으로 흑인보다 약하잖아? 어떻게 하지?’ 

순간 제인의 얼굴이 미소로 물들었다. 

‘너무 재미있을 것 같잖아? 후훗! 빨리 가서 말하자!’ 

제인은 설레이는 마음이 되어 빠르게 방안으로 들어갔다. 

순간 보였던 그녀의 미소는… 왠지 악마의 그것으로 보였다면 큰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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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었나요? 

조만간 또 한편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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