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SSON 11
대결 1
(메시아 VS 프리덤)
'지금부터! 이지스 패션타워에서 주최하는 가수왕 선발대회 본선을 시
작하겠습니다!'
- 와아아아아 ― !!
사회자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이지스 패션타워 특설 무대 앞을 가득
매운 관객들의 함성소리가, 동대문운동장의 어두운 밤하늘을 진동시키기
시작했다.
'쟁쟁한 실력들이 즐비했던 예선전을 거치고 올라온 총 13명의 실력자
들! 바로 그들이 최선을 다해 준비한 무대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화장실
다녀오시지 않은 분들은 지금 빨리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참가자들의 공
연이 시작되는 바로 그 순간! 여러분들은 단 일분 일초의 순간도 무대에
서 눈을 때지 못할 테니깐 말입니다! 자, 모두 준비 되셨습니까?!'
'네에∼!'
'빨리 시작해요!'
'우오오오!'
사회자의 물음에 흥분한 관객들이 큰 목소리로 시작을 재촉했다. 사회
자는 만족스럽다는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마이크를 들고 크게 외쳤다.
'예!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지체할 것 없이 바로 시작을 하겠
습니다. 솔직히 저도 몹시 기대가 되거든요. 자! 첫 번 째 참가자 분들
을 모시겠습니다! 첫 번 째 참가자는 바로 이분들입니다! 예선전 첫날
때 압도적인 춤 실력과 노래실력으로 당당히 1등을 거머쥔 정말 실력 있
는 댄스 팀! 자∼! 우리는 항상 최고를 달린다! 댄스의 구세주가 되어
보이겠다! 댄스 팀 메시아! 나와주세요!'
- 와아아아!
사회자는 무대에서 물러가며 첫 번 째 참가팀을 소개했고, 드디어 시
작된다는 것에 흥분과 기대감을 잔뜩 느낀 관중들을 속에 압축되어 있던
그 감정들을 폭발시키듯, 크게 소리를 내질렀다.
잠시 후 무대가 어두워지며 묵직하고 웅장한 전자 음이 흘러나오기 시
작했다.
- 우우웅… ….
처음에는 들릴 듯 말 듯 몹시도 작은 음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점차
커짐에 따라, 그 묵직한 전자 음은 그것을 듣는 모든 이들에게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긴장감을 부어주기 시작했다.
- 쿠우웅!
- 콰앙!
그것이 순간, 큰 음이 터짐과 동시에 무대 밑에서 검은 색의 비닐로
쌓인 힙합 무대 의상을 입은 여섯 명이 솟아오르는 튀어나옴과 동시에
무대 앞쪽에서는 미리 장치해 놓았던 분수 불꽃이 커다란 폭음을 터뜨리
며 그 화려한 몸체들을 드러내었다.
'와아아! 멋있다!'
'굉장해!'
음, 어디선가 많이 본 장면 같지만… …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멋있었다.
내가 아무리 안 좋게 봐주려고 했었지만 멋있었다는 것은 인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 우우웅… ….
적절한 화음이 들어간 나지막한 음이 잔잔히 깔림과 동시에 관객들의
함성은 잦아들었다. 여섯 명의 사내들은 자신네들이 마치 작동이 끊겨진
사이보그라도 되는 양, 적절한 비트에 맞추어 파핑(※ 파핑: 흘러나오는
음악에 자신만의 일정한 리듬을 섞어 몸을 퉁기는 동작, 각기는 몸의 관
절을 끊는 춤이다. 파핑은 다른 말로 일렉트릭이라고도 한다. 각기와 파
핑을 혼동하지 말자)을 하며 무대 초반부터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기 시
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폼은 적당한 간격으로 팔과 다리를 벌리고 서 있는 그
자세 그대로였다.
- 쿠쿵! 쿠쿵! 쿠쿵! 쿠쿵!
마치 심장 박동소리처럼, 묵직한 비트는 점차 그 크기와 빠르기를 더
해간다. 그에 맞추어 메시아라는 팀의 여섯 사내들의 파핑 또한 그 강도
를 더해갔다.
왠지 손에 땀이 쥐어지는 느낌이다.
음악의 박동에 맞추어 몸 전체에 파핑을 넣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
자니, 내 입에서 작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조금의
오차도 없이 마치 한꺼번에 스위치가 들어오려는 같은 제품의 사이보그
들 같았다.
- 뚝
박동 음의 크기와 빠르기가 일정한 수준에 다다르자, 어느 순간 모든
음악이 멈추고 무대는 다시 고요한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관객들은
숨이고 그 모습에 집중을 했다.
- 콰콰콰콰콰콰 ―― !!
그러던 어느 순간. 갑자기 엄청난 크기의 총성이 울려 퍼짐과 동시에
마치 그 총성의 탄환을 몸을 받듯, 그들 여섯의 몸체가 미친 듯 진동하
기 시작했다.
- 꽈광!
한참 그렇게 총에 맞는 장면을 연출하던 그들은, 무대 주위에서 또 다
시 솟아오른 화려한 불꽃을 끝으로 마치 통나무처럼 굳은 몸체로 땅바닥
에 나동그라졌다. 그리고 그들은 한동안 움직이지를 않았다.
'꽤 대단한데?'
'음, 연출력이 괜찮군.'
대기실 내에 있던 프리덤의 멤버들은 서로 그런 말들을 주고받으며 메
시아 팀의 첫 퍼포먼스에 대해 칭찬을 했다. 그러나 꼭 칭찬만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종종 '아냐 그럴 때 나 같았으면 미친 듯이 일렉트릭을
하다가 천천히 각기를 하면서 백 다운을 했었을 거야.' 라는 둥의 말이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반응은 '꽤 괜찮은데?'였고, '그래도
우리와 비교하면 한참 멀었다' 였다.
'아, 몸이 근질근질하다. 확 뛰쳐나가고 싶어.'
'그치? 나도 그래. 아∼ 가만히 보고만 있으려니 미치겠다!'
허이고, 그러는 지네들은 춤을 잘 추면 얼마나 잘 춘다고… … 그 말
을 한 모든 사람들이 대부분 '2군' 팀이었기에 나는 '놀고 있네' 라는
말을 애써 삼켰다. 또 한편으로는 '저렇게도 자신들의 실력을 과신하고
싶을까' 라는 생각이 들며 왠지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에 반해 진영이 형과 순원이 형, 그리고 1군의 몇몇들은 진
지한 표정으로 그것을 관람하고 있었다. 확실히 저 메시아라는 팀, 내가
보기에는 실력이 꽤 괜찮은 팀으로 보인다. 그것은 겉멋보다는 실속. 그
리고 춤동작 하나 하나에 성의와 확실한 필이 실려 있는 것으로 알 수
있었다. 아마 저들도 그것을 느낀 것이리라.
'꽤 괜찮은데?'
'음… … 느낌이 좋아.'
진영이 형의 말에 순원이 형이 그렇게 대답했다. 두 사람은 무대에 시
선을 때지 않으며 계속 대화를 나누었다.
'무대 의상도 그렇고, 등장 방법이라던가 특수 효과도 그렇고… … 상
당히 신경을 많이 썼어.'
'음, 메시아라는 팀. 이름은 많이 들어봤었지만 설마 저 팀도 참가할
줄은 몰랐군. 저 팀이 아마… … 혜화 역의 마로니에 공원에서 활동하는
댄스 팀이었나?'
'응. 저 팀 대장은 나도 좀 아는데… … 대단한 실력을 지닌 사람이
야. 아마… … 저 가운데에 있는 사람이 메시아 팀의 리더, '김준후' 라
는 사람일 거야. 저 김준후라는 사람은 서태지를 무척이나 존경해서, 13
년 전, 서태지가 솔로 앨범 2집에 처음 우리나라에 선보였던 그 선글라
스 정품을 자신의 마스코트로 애용하고 있지. 팀원은 우리보다 작긴 하
지만… … 뭐니뭐니 해도 대학로의 명문 팀이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만만찮은 상대로 떠오르게 될 거야. 후후, 어려운 상대가 한 명 더 늘었
는데?'
진영이 형은 내 쪽을 슬쩍 쳐다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순원이 형
또한 나에게 시선을 잠시 맞추다가 다시 무대로 고개를 돌리며 퉁명스럽
게 말했다.
'흥, 그래봤자 우리에게는 안 돼.'
저 밥맛 없는 성격은 하여튼… …, 말을 마친 그들은 아무런 말없이
무대로 시선을 집중했다.
- 두근.
부활을 의미는 심장박동소리는 죽은 듯 경직된 채로 누워있던 그들에
게 생명의 활기를 불어넣었다.
- 두근두근. 두근두근… ….
그들은 일정하게 울리는 심장 박동 소리에 맞춰 적절하게 파핑을 응용
하며 가슴을 들썩였다.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박동소리는 점차 거세지기
시작했고, 그 빠르기도 점점 빨라짐에 따라 그들의 몸도 빠르게 들썩였
다.
그리고.
- 콰아앙!
무대 주변에서 또 한 차례 불꽃이 터짐과 동시에 무대에 드라이아이스
가 깔리기 시작했고, 보랏빛과 붉을 빛의 무대 조명을 시작으로 드디어
조용히 곡이 깔리기 시작했다.
불꽃이 터지고 난 후의 화약연기와 드라이아이스가 적절히 썩였던 탓
에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흐르고 본격적으
로 댄스 음악의 전주부분이 흘러나옴에 따라 조명 장치에 멋지게 어우러
진 그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음악은 무척이나 생소했다. 프리덤의 멤버들도 '저게 무슨 곡이지?'
라고 의문을 갖으며 서로에게 물어봤다. 그러나 아무도 아는 이는 없었
다.
'자작 곡이군.'
내 옆에 있던 수한이 형의 말이었다. 역시, 그 유명한 S대의 특급 학
생인 탓에 쉽게 알 수 있었던 모양이었다.
'어떻게 알았어?'
성진이가 수한이 형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수한이 형은 무대에서 시
선을 때지 않은 채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곡 구성을 듣고 알았지. 보통, TV의 가수들이 부르는 댄스 음악들은
곡 구성이 확실하게 갖춰져 있는 것에 반해서, 지금 나오는 음악은 그게
아니거든. 음, 아마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직접 제작을 했을 거
야.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 하나의 음악이라고 보기에 저 음악은
왠지 어설퍼. 이제 막 초보 딱지를 때 사람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면 저
런 구성을 짤 수 있을까? 아마 저 곡을 짠 사람은 이제 막 곡에 대해 이
해를 한 사람일거야. 너무 춤을 위한 음악이야. 음, 나오는 보컬의 노래
도 그저 춤을 위한 음악을 조금 거들었을 뿐이야. 뭐, 그래도 전체적으
로 보면… … 아마추어치고는 대단한 거지.'
'그렇구나… ….'
수한이 형은 그렇게 말하며 씨익 웃었다. 그 말을 이해했던 지, 성진
이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진영이를 비롯한 프리덤의 멤버들은 완전히 이
해하기가 힘들다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 쿠쿵쾅! 쿠궁∼ 콰쾅!
음악이 어지럽고 복잡하게 들렸지만 실상 자세히 들으면, 단순한 비트
들이 여러 음들과 함께 이것저것 혼합되어져 어지럽게 들리는 것에 불과
했다. 그러나 조명 속에서, 그리고 무대 위에서 번뜩이는 그들이 현란한
춤동작은 절로 탄성이 일어날 정도였다.
마치 흑색의 검이 휘둘러지듯 그들의 춤은 현란했고 무엇보다도 팀웍
이 정말 대단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 아무리 자신들이 노래를 불렀
고 또 작곡을 하였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명색이 가수 왕을 뽑는 자리인
데, 본선에 진출하면서 까지도 열심히 춤만 추다가 들어간다는 점이었
다. 이런 면에서라면… … 저 팀은 순위 권에 들기는 힘들 듯 했다.
팔이 힘있게 휘둘러지고, 몸이 힘차게 꺾이면서 그들의 무대는 점점
마무리가 되어져갔다.
대학로 명문 댄스 팀이라고 해서 기대 했었는데… … 왠지 실망스러웠
다.
이제 끝인가?
'이제 끝나가는군.'
'음. 생각보다 대단했다. 그러나 단순해. 이 정도로 본선에 진출하다
니… … 왠지 이상한데.'
진영이 형과 순원이 형은 그렇게 말하며 짧게 감상을 나타났다.
절정을 향해 치 닫으며 음악은 점점 급박해지고 있었다. 대기실에 있
던 우리들은 '끝났나?' 또는 '끝났네' 라는 식의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
지만, 우리만큼 춤에 관해 잘 알 리가 없는 관객들은 여전히 그들의 무
대에 눈을 때지 못하고 있었다. 확실히 아무것도 아닌 이들이 보기에는
굉장해 보이는 무대이긴 했지만… … 적어도 우리 눈에 비쳤을 때에는
'평범에서 조금 나은 실력'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 때. '이제 다 끝났다.' 싶었던 공연 마지막 부분에서 돌발
상황이 일어났다. 그들 중, 아까부터 대열의 중간에서 공연의 전체적인
구성에 중심이 되어, 은밀하게 팀을 이끌고 있던 리더라는 사람이 갑자
기 앞으로 튀어나가며 무대의 구석에서 공연을 지켜보고 있던 사회자의
마이크를 빼앗아 이렇게 외쳤던 것이다.
'Freedom Come on∼! Come on!'
그는 계속 우리가 있는 대기실 쪽을 바라보며 'Freedom Come on!'을
외쳤고, 그것이 무슨 의도인 줄을 눈치챈 관객들도 리더라는 그 남자의
지시에 맞추어 'Come On!'을 외쳐댔다.
'Come On!'
'Come On!'
관객들의 목소리와 그 남자의 마이크 목소리가 하나로 합해지자, 그것
은 엄청난 크기의 외침을 만들어냈다. 마치 어느 유명 가수를 응원하는
수천 명의 팬클럽들의 하나된 외침처럼, 프리덤 멤버들의 이름을 외치는
모든 이들의 목소리는 우리를 압박했다.
그제야 우리는 평범해 보이던 저들의 의도를 알 수가 있었다.
저 메시아라는 팀은 지금까지의 공연들보다는 공연의 마지막 부분에
벌일 프리덤과의 배틀에 중점을 두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이 배틀에서 승리를 한다면 저들은 심사위원들에게서 더욱 높은
점수를 얻게 될 것이고, 또한 관객들에게서는 여의도 일대의 최고의 댄
스 팀으로 소문나 있는 프리덤을 꺾은 실력 있는 그룹으로 이미지를 남
길 수 있을 것이다. 나도 나중에야 알았지만 춤과 음악에 관심 있어 하
는 중·고생 학생들 사이에서 프리덤이라는 팀 이름은 꽤나 유명했었던
것이다.
'허허… … 저 녀석들이 시비를 거네?'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 나 참… …,'
그렇게 되자 프리덤 멤버들은 저마다 황당한 표정들을 지었다.
'형. 어떻게 하죠?'
'나가야 하나요? 아니면… ….'
계속되는 모든 이들의 외침에 시선은 자연스레 진영이 형에게로 모아
졌고, 아무런 말없이 팔짱을 낀 채로 무대를 바라보고 있던 진영이 형은
그들을 돌아보며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어떻게 하기는, 나가야지.'
'그렇죠?! 와우!'
'아자아! 드디어 나갈 기회가 생겼구나!'
'좋았어! 우리를 불러낸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자!'
진영이 형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프리덤 멤버들은 환호성을 터뜨렸고,
진영이 형은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순원이 형을 향해 말했다.
'순원아, 2군 애들 모두랑 1군 애들 두 세 명 정도 데리고 나갔다 와.
그렇지 않아도 너 아까부터 근질거린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잖아.'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 뭐, 꼭 가라고 한다면 나가주지. 후후.
잘 됐어.'
진영이 형의 말에 순원이 형이 예의 그 거만한 미소를 지었다. 그 모
습을 보며 진영이 형이 팔짱을 낀 그 상태로 무대를 향해 고개를 까딱거
리자, 순원이 형이 멤버들을 향해 크게 외쳤다.
'자! 가서 저 건방진 놈들을 눌러버리고 오자!'
'좋았어!'
'우아아아∼!'
'가자아∼!'
순원이 형을 주축으로 한 십여 명의 프리덤 멤버들은, 크게 함성을 지
르며 무대를 향해 맹렬히 기세로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 와아아아 ―― !!
무대에서 프리덤 멤버들이 뛰쳐나오자 관객들은 목이 터져라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후에 시작될 두 팀의 배틀은 끝이 안 보이는 관객들
을 달구기에 너무도 충분한 흥미 거리였다.
'후후, 나왔군.'
'공개적으로 그토록 거창하게 도전장을 내미는데… …, 한 수위의 실
력자 된 입장으로서 도전을 안 받아주면 예의가 아니지.'
리더, 박준후의 말에 순원이 형이 그렇게 받아쳤다. 이 말을 끝으로
두 사람 사이에는 더 이상의 말이 이어지지가 않았다. 대칭 구조로 자연
스레 배틀의 공간이 만들어졌고, 메시아와 프리덤, 그들은 강렬한 눈빛
으로 서로를 노려보았다.
'왜 하진영은 안 나왔지?'
'호오∼? 진영이를 아나?'
'물론이지. 이 바닥에서 하진영, 이 이름 석자는 상당히 유명하니깐
말이야. 예전부터 한번 붙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어떤 팀이 위인지, 그
리고 어떤 이름이 위인지 증명하고 싶었지. 이 대회는 경험을 쌓을 겸
출전했었던 건데… … 프리덤도 출전했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다.
공개적으로 너희들을 꺾을 수가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흥, 자신만만하군. 진영이를 꺾고 싶다라… … 그렇다면 나부터 꺾어
봐라. 물론 불가능하겠지만.'
'후후, 자신만만하군.'
'뭐, 고양이 앞에서 사자가 으쓱대는 거야 당연한 일이 아니겠나?'
'… … 건방진 녀석.'
역시, 한 마디도 안지는 순원이 형이었다. 하긴, 내가 그러한 점 때문
에 싫어했던 거지만.
자신들을 고양이라고 비교하는 순원이 형의 말에, 김준후라는 남자가
노한 기색을 띠었다. 그는 마지막 한 마디를 끝으로 자신의 진형으로 돌
아갔다.
'우리가 도전했으니 우리부터 시작하겠다.'
'좋을 대로.'
역시! 지는 거는 죽어도 싫어한다니까.
- 쿠쿠쿵!
서로가 물러가고 다시 한번 댄스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오직 춤을 위한 완전한 유로 풍 힙합 음악!
'내가 먼저 나간다!'
첫 타자는, 김준후라는 사람이 예견한 대로 메시아 팀에서 였다. 음악
이 나오자마자 튀어나오던 그는 슬금슬금 리듬에 몸을 실으며 춤을 추어
대기 시작했다.
- 쿠쿵! 쿠쿵! 쿠쿠쿵 짭!
음악이 강렬해 지기 시작하자 그의 몸짓도 서서히 강도가 높아지기 시
작했다. 그는 한 차례 몸을 빙글 돌리더니 우리 쪽을 향해 주먹을 높이
들어 보였다.
그것은 '감자 먹어라!' 라는 뜻으로 흔히 배틀을 할 때 상대를 약올리
거나 하는 수법이었다.
'… … 계속 시비 거네? 나가야 하나?'
프리덤 팀에서 두건을 쓴 탓에 얼굴이 안 보이는 2군의 한 멤버가 그
렇게 말하는 것이 들렸다. 그러나 그것은, 옆의 또 다른 멤버가 그의 어
깨를 툭툭 치며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것으로 만류되었다.
- 쿵쿵 쾅! 쿠쾅∼ 쿵 쾅!
어지럽던 음이 정리되고 일정한 박자의 리듬이 울려 퍼지자 그가 땅바
닥에 주저앉으며 현란하게 발을 놀려대기 시작했다.
'벌써 업락이라니… …, 좀 빠른데?'
'그래도 꽤 하는데 뭐. 내버려둬 봐. 재롱 좀 피워 보겠다는데.'
음, 아무리 생각해도 상대에 대한 매너라고는 쥐뿔도 없는 베틀이다.
내가 들은 것을 상대팀이 못 들었을 리가 없었다. 그들은 얼굴을 붉히며
프리덤 멤버들을 노려봤고, 그들은 계속해서 딴청을 피우며 들으라는 듯
일부러 큰 목소리로 경기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 쿵!
한참 발을 어지러이 놀려대던 그가 턴을 하며 일어선 다음, 한번 발을
세계 구르는 것을 자신의 첫 번째 춤이 끝났다는 것을 알렸다. 그리고는
자신이 있던 자리를 검지로 가리킨 뒤 자신의 진형으로 물러갔다.
'좋아! 그거 내가 받아주지! 아잣!'
이번에는 프리덤 멤버의 차례였다. 프리덤 멤버 중, 아까부터 나가고
싶어서 안달이었던 빨간색 두건의 멤버가 튀어나가더니 힘차게 발을 구
르며 화려하게 공중회전을 시도했다.
'뭐, 뭐야!'
'왜 이쪽으로 오는 거야!'
그런데 그 장소라는 것이 그들을 향하고 있었던 탓에, 그들은 혼비백
산을 하며 뒤로 물러섰다.
- 쿵!
'헤헤. 방금 쫄았지? 겁이 꽤 많네?'
두건의 멤버, 속칭 두건은 그렇게 말하며 메시아 팀을 향해 그렇게 말
했다. 그들은 저마다 얼굴을 붉히며 꽉 주먹을 쥐었으나 장소가 장소였
기에 그 이상의 행동을 할 수 가 없다는 것에 대해 꽤나 원통함을 느끼
는 것 같았다.
두건은 한쪽 입 꼬리를 올릴 채로 어지럽게 스텝을 밟았다. 한바퀴 빙
돌기도 하고, 엉덩이를 그들에게 내밀어 보이며 그들을 조롱하는 듯한
포즈도 여러 번 취했다. 그것을 바라보며 메시아 팀 멤버들의 얼굴에 황
당함이 점점 짙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흐압!'
이번에는 뒤 공중돌기. 두건은 제자리에서 힘껏 점프하며 뒤로 몸을
한바퀴 회전시켰다. 그 뒤 그는 살짝 손을 바치는 것으로 앉는 자세로
무대에 착지한 뒤, 메시아 팀을 향해 다시 한번 의미 심장한 미소를 지
어 보였다.
'아! 저 녀석 또 그거 한다!'
'그거 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었는데… …!'
'어휴!'
두건이 무엇을 할 지를 미리 알아봤던 탓인지, 프리덤의 멤버들이 이
마를 짚으며 고개를 설래 설레 저었다.
뭐지? 무슨 춤이기에 같은 멤버들조차도 그러는 거야?
'간다! 무적의 파워 레이서 춤이닷!'
- 쿵쿵쿵쿵쿵!
그는 그렇게 외치며 조금씩, 앉은 자세 그 상태로 몸을 퉁겨대기 시작
했다.
'아자자!'
- 쿵쿵쿵쿵!
제자리에서 퉁기던 몸은 점점 앞으로 나아가며 메시아 팀원들 쪽을 향
해 나아갔다.
- 오오오오!
그 모습을 본 많은 이들이 크게 함성을 질렀다. 나도 입이 쩍 벌어질
정도였다.
'으하하하! 어떠냐! 자∼! 한수야! 운정아! 나와! 같이 하자!'
'크으… …!'
'저 녀석이… ….'
두건에게 이름을 불린 두 멤버는 크게 신음 성을 흘렸으나 그것도 잠
시, 곧 눈을 빛내며 파워레이서라는 그 춤에 동참을 하기 시작했다.
- 쿵쿵쿵쿵쿵!
- 와아아아 ― !
두건의 행동에 동참하며 프리덤의 진형에서 두 사람이 똑같은 춤으로
나서자 관객들의 함성은 폭발적으로 커졌다.
'아자! 아자!'
'우오오오오!'
'으자자자!'
그들은 곧 나란히 합류하게 되었으며 셋은 이상한 기합소리와 함께 무
대의 정면을 향해 나아갔다.
- 쿵!
무대의 거의 끝에 다다라서야 그들은 행동을 그쳤다. 그리고 제자리에
서 벌떡 일어서며 셋이 나란히 팔짱을 낀 상태로 거만한 포즈를 잡으며
다같이 말했다.
'다음!'
그렇게 말한 뒤 셋은 서로 하이 파이브를 하며 개선장군처럼 진형으로
돌아갔다. 이쯤 되자 더 이상의 탐색전은 무의미하다고 판단을 했는지,
메시아 팀의 진형에서 한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선 뒤 무대의 또 반대편
으로 몸을 돌리고는 잠시 허리를 숙이며 팔을 쭉 뻗었다.
그 모습을 보자니 다음의 동작이 연상되었다.
'백 텀블링?'
'흡!'
- 탁탁탁탁탁!
내 중얼거림이 끝남과 동시에 사내는 몸을 쭉 폄과 동시에 뒤로 점프
를 하며 깨끗한 동작으로 마치 기계체조 선수의 그것처럼, 프리덤의 진
형으로 향해 연속으로 몸을 날리기 시작했다.
'우오오오오!'
'대, 대단하다!'
그 모습이 여간 신기하게 보이는 것이 아니었던 지, 관객들은 파워 레
이서 때보다 더 큰 함성을 쏟아내었다. 파워레이서가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내었다면 지금의 백 텀블링 연계는 관객들의 놀라움을 자아내었다.
- 휘익… … 쿵!
프리덤 진형에게 아주 가깝게 다가 와서야 그는 마무리 동작으로 몸을
편 상태의 공중제비를 시전 하였다.
- 와아아아아!
그 모습이 꽤나 멋있었기에 관객들에게서 아낌없는 함성이 터져 나왔
다.
'탐색전이고 뭐고 필요 없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그는 프리덤 멤버들을 향해 분노 어린 표정으로 그렇게 내뱉고는 천천
히 무대의 중앙으로 걸어갔다.
- 쿠쿵∼쿠쿵∼쿠쿵∼쿵쿵∼!
음악이 흘렀다. 고개를 숙이고 발짓으로 박자를 맞추던 그는, 어느 순
간.
- 쿵!
하고 발을 세계 구르고는 마치 십자가의 그것처럼 차렷 자세에서 천천
히 양팔을 벌리기 시작했다.
- 툭. 투둑!
그러나 그것은 그냥 벌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온 몸에 적절한 간격
으로 파핑을 넣으며 마치 로봇이 움직이는 듯 그 행동을 더 실감나게 표
현했던 것이다.
- 투둑! 투둑!
그는 팔을 완전히 다 벌린 상태에서도 마치 온 몸에 전류가 흐르듯 적
절한 타이밍과 박자로 몸을 튕겼다.
파핑과 각기. 그는 아마 이 두 가지로 승부를 볼 생각인 듯 했다.
'호오, 파핑이라… …, 등장은 백 텀블링으로 화려하게 해 놓고는 파
핑이라니, 기운 빠지는데? 뭐, 한번 보자.'
순원이 형의 말이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메시아 팀 멤버의 파핑을
보는 프리덤 멤버들의 얼굴에는 자신만만한 웃음이 가득했다.
뭔가 크게 믿는 구석이 있는 듯 했다.
- 투! 툭! 툭! 툭!
한 박자. 그는 단박에 맞추어 온 몸을 튕겼다. 천천히, 천천히… …
그러나 정성을 다해 파핑에 전념을 하는 그의 모습은 심혈을 기울여 예
술을 창조하는 장인의 그것과도 같았다.
그것을 보며 처음에는 자신만만해 하던 프리덤 멤버들의 얼굴이 점차
진지해 지기 시작했다.
- 뚝! 뚜둑!
그는 각기로 춤을 바꾸기 시작했다.
- 오오오오!
팔의 관절, 가슴의 관절. 그리고 온 몸의 관절을 자유 자제로 튕기고
또 다루는 그를 보며 관객들의 다시 한번 놀라움의 탄성을 질렀다.
- 뚜둑… 툭! 뚜둑… 툭!
그의 춤은 점점 절정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점차 빠르기와 세기가 더
해지며 온 몸이 급격히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관객들
은 함성을 지르는 것도 잊어버리고 멍한니 그것을 쳐다보았고, 그 춤이
계속 될수록, 프리덤 멤버들의 얼굴도 굳어졌다.
- 탁. 타탁!
한참 파핑과 각기에 전념하던 그는 춤을 멈추지 않으며 프리덤의 진형
으로 가기 시작했다.
'음, 이 녀석들은 시비 거는 게 특기인가?'
'누가 갈래?'
'뭐, '누가' 라고 해 봤자… … 나갈 사람이야 한 사람 밖에 더 있
어?'
그들은 그렇게 말하며 한 사람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순원이 형이 말했다.
'진조, 나가라.'
'네.'
진조라 불린 사람은 갈색의 빵 모자에 군복 바지와 베이지 색의 잠바
를 걸친 사내였다. 순원이 말에 짧게 대답한 그는 자신들에게 승부를 걸
어오는 메시아 팀의 사내를 향해 역시, 같은 춤으로 응수하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 투툭 투툭!
메시아 팀의 사내가 온갖 동작을 취하며 춤을 추고 있는 동안 진조라
불린 사람은 그저 주머니 양손을 꽂고 무표정하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
다.
그는 마치 마네킹인양 조금의 미동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 때문에 오
히려 더 주목을 받는 것은 열심히 춤을 추고 있던 메시아 팀의 사내보다
는 이상할 정도로 가만히 있는 진조라는 사내였다.
- 퉁!
그러던 순간. 그의 몸이 한번 움찔거렸다.
- 퉁… 퉁…
아주 천천히… …, 약한 강도로 움찔거리던 그의 몸이 조금씩 빠르기
와 그 세기를 더해가며 퉁겨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어느 한 부분만이 움
직이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가 동시에 움찔거리는 것이었기에 처음 메시
아 팀의 사내가 보여준 그것과는 춤의 성질과 그 차원이 전혀 틀리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 툭… … 두드드드드드드 !!
그는 모든 행동을 잠깐 멈춘다 싶더니, 맹렬하게 온 몸을 진동시키기
시작했다. 단순히 몸만이 진동하는 것이 아닌, 마치 평평한 바닥에 놓아
둔 삐삐나 핸드폰이 진동을 하듯 하는 것이었기에 지금 이 순간, 메시아
팀 사내의 춤이 너무도 초라하게 보일 지경이었다.
- 두드드드 !
- 오오오오오∼!
진동은 점점 격렬해졌다. 그 모습에 놀라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아마 춤의 고수, 또는 바보뿐이 없을 것이다.
- 투드드드드 !
계속 해서 몸을 진동시킨 채로 그는 온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댔다.
프리스타일!
그는 따로 정해진 것이 아닌, 오직 스스로의 본능과 감각에 의한 것만
으로 그는 춤을 추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도 신기했던 지라 관객들과
메시아 팀의 일원들, 심지어는 같이 춤을 추던 사내도 하던 것을 멈추며
멍하니 그를 쳐다보기만 했다.
- 투드드!
- 오오오오!
그 때. 그가 몸을 한바퀴 빙글 돌리더니 각기와 파핑을 혼합하여 마치
달에서 걷는 듯 뒤로 쓰윽 쓰윽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문워킹!
그것은 예선 때 내가 선보였던 춤이었다. 그것도 내가 했던 것 보다
한 단계는 더 높은 수준의… ….
'우와… ….'
내가 놀라서 탄성을 흘리자, 진영이 형이 낮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
다.
'저 녀석… …, 후후. 예선 전 때 네 공연이 끝나가려는 마지막 순간
에 우리 팀의 애들이 중간에 돌아가려는 것을 내가 만류했지. 저 녀석들
이 왜 그랬는 줄 알아?'
'… ….'
이번에는 진영이 형이 말을 꺼냈다. 그 이유를 알 리가 없는 것이 당
연했기에 잠자코 다음 말을 기다렸다.
'왠지 자신들이 초라하게 느껴져서 그랬다는 군. 네 춤이 그 동안 자
만심으로 나태해졌던 녀석들을 일깨워주었던 거야. 진조, 저 녀석은 다
른 녀석들 보다 더욱 그 감정을 절실하게 느꼈던 탓인지, 예선이 끝난
그 때부터 미친 듯 춤 연습에 매진하기 시작했지. 사실, 저 녀석은 마이
클 잭슨을 최고로 존경하거든. 마이클 잭슨의 노래와 특히 춤에 관한한
그 누구에게도 안 질 것이라며 평소애도 입 방정을 떨던 녀석이었는데,
난데없이 눈앞에 나타난 고등학생 녀석이 그 자신감을 산산이 깨버렸으
니 녀석의 충격이야 오죽했겠어? 후후, 안 그래도 꽤나 우직하고 자존심
이 쎈 녀석인데… … 아무튼, 그 후로 녀석은 변했다. 쉬는 시간을 가리
지 않고 우리들의 눈에 안 띄도록 한 쪽 구석에 가서 정말 미친 듯이 연
습에 매달렸지. 지금 보면 알겠지만 녀석의 특기는 각기와 파핑이야. 그
것만으로 중·소규모의 대회에서 많이 우승을 한 녀석이라고 한다면 녀
석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더 이상 말이 필요하지 않겠지.'
거기까지 말한 뒤, 형은 살짝 웃으며 다시 무대를 향해 고개를 돌렸
다.
'일단 봐봐. 아마 저 녀석. 눈앞에서 춤을 추고 있는 상대방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있을걸? 저 녀석이 생각하는 적수는… … 아마 너 밖
에는 없을 테니까.'
하, 하하… … 적수라니. 왠지 싸늘한 기분이 드는 데? 아까 보니 표
정이 꽤 살벌하던데… …, 이거, 자칫하다간 순원이 형말고도 또 다른
라이벌 아닌 라이벌이 생기겠네?
'하하, 무, 무섭다. 저 사람, 언제 날잡아서 나에게 베틀 한번 뜨자고
말하는 거 아냐?'
어조야 장난이었지만 그 속에 담긴 뜻은 정말 장난이 아닌, 진심이었
다. 그것을 알아챘는지, 진영이 형이 즐겁게 웃으며 다시 나에게 시선을
맞추며 대답했다.
'음, 진조 녀석. 아마 진짜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하, 기대되는데?'
… … 뭐가 그렇게 좋아서 웃는 거야? 쳇.
1차 전. 선발대로 나선 메시아 팀의 화려한 스텝과 업 락에 맞선
프리덤 멤버 세 명이, 파워레이서로 관객들의 환호와 웃음을 자아냄.
그래서 승리.
2차 전. 메시아 팀 멤버의 날렵한 백 텀블링 연계와 각기, 파핑에
맞서, 프리덤 멤버, 진조라 불린 사람이 그 차원을 뛰어넘은 각기와
파핑을 선보임으로 역시 압도적인 승리.
이것이 지금까지 벌어졌던 배틀의 결과였다. 물론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러한 승패의 방향에 대해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겠지만 춤에 대해여
조금이라도 식견이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싸움을 걸어온 메시아 멤버
들의 춤에 비해 프리덤 멤버들의 평균 춤 실력이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을 것이다.
음, 확실히 프리덤 멤버들의 춤 실력이 과거, 내가 홧김에 말했던 것
처럼 개나 소 따위에 감히 비유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들의 베틀에 대한 매너가 개나 소에 비유할 만한 건더기가 충
분하다는 것만큼은… …, 부정하고 싶어도 도저히 부정을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
'하하하! 뭐야? 왜 안 나와?'
'왜 긴, 저 놈들 우리 실력에 겁먹어서 그렇지. 하긴, 나라도 만약 우
리 팀에 이런 상황이 다가오게 되었다면 아마 더 이상은 나오고 싶어지
지가 않았을 거야. 왜냐? 더 이상 망신당하지 않으려면 그 것 밖에는 방
법이 없거든.'
'아, 그랬나? 이상하다, 나는 그게 아니라 우리 실력이 너무 뛰어난
나머지 오줌을 지리면서 아예 나올 생각을 못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을
했었거든. 음, 넌 역시 생각이 깊어. 천재다 천재!'
'그래? 하하하!'
음, 순서를 못 정한 것인지 아니면 작전을 다시 짜고 있는 것인지, 저
희들끼리 무언가 쑥덕거리고 있는 메시아 팀에게 이런 류의, 누구나 한
번 들으면 속 터져 죽기에 합당한 말들을 내뱉으며 그들을 조롱하고 있
었기 때문이었다. 원래 근래에 부흥이 된 랩 배틀이 아닌 한, 이런
B-Boy들의 배틀에서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상대방을 존중해
야 하는 것이 불문율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음, 확실히 내가 어렸을 적
에, 음인이와 인수,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춤 좀 춘다고 하는 같은
학교 아이들이나 다른 초등학교 아이들을 찾아다니며 베틀을 즐겼을 때
에도 초딩 답지 않은 서로에 대한 예의들이 나를 B-Boy 배틀의 매력 속
에 깊게 빠지게 했었던 것이 생각난다. 물론 그 후야 생활에 찌들려 아
예 춤이나 노래 자체를 포기하고 살았었지만… …, 그래도 시간이 지난
다고 해서 B-boy들의 서로에 대한 예의 법도가 사라졌을 리가 없다.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프리덤 녀석들, 진짜 마음에 들지가 않는다.
물론 진영이 형은 빼고.
'좋아! 파이팅 이다!'
'아자앗!!!'
'으라쌰!'
그런데 그 때. 메시아 팀의 모든 멤버들이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원을
만든 뒤, 기합을 넣고 힘내자는 의미로 크게 파이팅을 외쳐댔다. 그들의
그런 모습에 관객들 또한 기합을 얻었는지 크게 함성을 질러댔다. 다만
멍하니 얼굴을 찌푸리면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들은 무대로 올라간 프
리덤의 멤버들뿐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들은 곧 고개를 설레 설
래 저으며 저희들끼리 시시덕거리기 시작했다.
아, 아무리 2군이라고 하지만… … 정말 너무 한다.
'내가 간다!'
그렇게 힘차게 소리를 지르며 두 진형의 중앙으로 뛰쳐나온 사람은 염
색이 안된 자연스런 짧은 스포츠 머리를 하고 있었다. 옷은 평범한 검은
색 긴 팔 티와 청색의 힙합바지였는데… …, 음, 아무래도 기세를 보아
하니 바로 브레이킨으로 승부를 보려고 할 것 같은데… …, 저런 힙합
차림으로는 조금 불편하지 않으려나?
- 타탓! 타탓!
그는 현란하게 발을 놀리고 또 몸을 회전시키며 기술을 쓰기 위한 준
비 자세에 들어갔다. 한참을 스텝을 밟던 그는, 두 발을 위아래 적당한
간격으로 벌리고 또 그 사이의 바닥에 왼손을 짚었다.
- 타악!
그리고는 왼발을 힘껏 차며 체조의 안마의 기술을 펼쳐 보이기 시작했
다.
그것을, B-boy 들은 '토마스' 라고 부른다.
'오오오∼!'
'이야∼ 터어∼ 마쑤우?!'
'대단한데?'
이번에도 약간의 비꼬임이 섞여있긴 했지만 감탄만큼은 진심인 듯 했
다. 하긴, 내가 보기에도 저 사람의 토마스는 정말 깔끔했다. 뭐랄까?
너무 강하지도, 그렇다고 약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세기와 빠르기의 토
마스 교과서를 보는 것 같다 랄까?
두 다리는 적당히 V 자를 그려내고 있었고, 원을 그리며 휘돌려지는
허리는 정말 유연했다. 손의 착지 지점과 그 시간 간격, 그리고 힘의 배
분 또한 전혀 무리가 없어 보였고 너무 자연스러웠다.
벌써 8바퀴를 넘기고 있었지만 전체 적으로 보기에 무척이나 안정되어
있었다. 내가 깔끔하다고 말한 것은 바로 이러한 것들을 하나 하나 염두
에 둔 말이었다.
- 휘리릭!
토마스가 10바퀴에 달하였을 때, 그는 힘껏 몸을 들어올려 그대로 물
구나무 자세를 연출했다. 그런 다음 바로 두 손을 교차로 짚어가며 다리
를 일자로 벌린 상태에서 몸을 빙글빙글 회전시켰다. 그것에는 꽤나 속
도감이 있었기에 앞에서 나온 토마스만큼이나 큰 함성을 자아내게 하였
다.
'터클이라… …. 다음은 나이틴 나인티 인가?'
옆에서 지켜보던 진영이 형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나인틴 나인 티
라… … 그것은 1990년도에 선보여졌다 하여 이름 붙여진 기술이었다.
모든 브레이킨 기술 중에서도 꽤나 고급 기술에 속했으며 연습하는 것
도, 그리고 익히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기술이었다.
- 멈칫.
마치 풍차처럼, 다리를 일자로 쭉 편 상태로 힘껏 휘돌던 그 사내는
모든 행동을 멈춘 그 상태에서 두 다리를 천천히 하늘로 접어 올려 그것
을 마치 프로펠러처럼 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 스으윽.
왼손은 물구나무 중심 지점으로 그리고 오른 손은 살짝 들어올린 그
상태에서, 터클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르기로 몸 전체를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나인틴 나인 티였다.
- 팽그르르르!
- 꿀꺽.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네 바퀴… ….
빠른 속도로 회전 속도가 많이 지고 또한 그것이 지속됨에 따라 관객
들의 숨소리는 점차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바퀴 수가 8바
퀴에 이르게 되었을 때.
- 스으윽… ….
그가 돌연 회전을 멈추더니 다리를 다시금 활짝 벌리고 손을 이리저리
짚어가며 몸을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아마도 또 다음 기술을 쓰기 위한
잠시간의 휴식이 목적인 듯 했다.
- 우와아아아 ― !!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지금 까지 본 것들과는 전혀 수준이 다른
기술이 터져 나온 것이다. 관객들은 얼굴에 핏발을 올리며 몹시 흥분을
해댔고, 일부 춤에 관심 있어하는 무리들은 두 손과 입을 쉴 세 없이 놀
려가며 그 춤이 얼마나 대단하고 놀라운 것인가에 대한 설명에 열을 올
리고 있었다.
음, 확실히 대단하긴 대단하다.
나인틴 8바퀴라니… ….
'흐압!'
그는 짧게 소리를 지르며 왼 쪽 팔을 접어 땅에 밀착시켰다. 그 모습
을 보자마자 관객들과 메시아 팀의 멤버들은 기다렸다는 듯 더 큰 함성
을 아낌없이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제는 범 국민적인 춤이라 말할 수 있으면서도 아직도 많은 이들이
자유자제로 구사하기를 언제나 학수고대하는 기술, 바로 윈드 밀(wind
mill : 속칭, 풍차 돌리기)이 터져 나온 것이다.
- 휙! 휙! 휙! 휙! 휙!
그는 V자로 벌린 다리를 힘껏 휘돌리며 기술을 연출해 내기 시작했다.
윈드 밀은 그 빠르기와 다리 넓이의 크기로 인해 그 수준이 결정된다.
그것에 비하면 처음의 그 사내의 윈드 밀은 이제 막, 기술을 터득한 사
람의 그것과도 같았으나, 점차 시간이 지나갈수록 마치 변신 로봇이 변
신을 하듯 점차 그 수준과 단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오오오!'
'진짜 빠르다!'
어느 새 그는 일자로 쭉 벌린 상태로 눈이 휘둥그래질 속도로 기술을
펼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프리덤 멤버들이 눈을 크게 뜨며 놀랍다
는 표정들을 지어 보였다. 그러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작은 목소리로
저희들끼리 무언가를 속닥거렸다.
- 휘휘휙!
한참을 빙빙 돌던 그 사내는, 이제는 마치 램프의 지니 처럼 팔짱을
낀 채로 윈드 밀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몸이 퉁퉁 튕기기 시작했
다.
'이야! 저런 것도 되냐?!'
'장난 아닌데?!'
어느 정도 수준의 윈드밀이라면 나도 어렵지 않게 할 줄 안다. 하지
만 '윈드밀 지니' 부터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는 여러 형태의 윈드 밀들
과 저 속도감은… … 지금의 나로서는 어줍잖은 흉내밖에는 낼 수가 없
을 정도였다. 아, 그렇다고 '나도 한 때는 굉장했어∼!' 라는 소리는 아
니다. 아주 바보가 아니고 어느 정도의 열심과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면
윈드 밀이나 토마스 같은 기술들은 쉽게 익힐 수가 있었으니 말이다. 내
가 그 사내의 대단함에 대해 말하고픈 것은 힘이 들어가는 저런 고급기
술들을 계속해서 연계로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그 자세나 형태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음, 이번에는 힘들지도 모르겠는데?
- 휘리릭!
한참 윈드밀을 하던 그 사내는, 다시 물구나무를 섬과 동시에 나인틴
을 4바퀴 꽂는 것(보통, 춤꾼들은 윈드밀이나 나이틴 등, 어떤 기술을
시도 할 때, '기술을 하다' 라고 말하지 않고 '꽂는다' '꽂다' 라는 등
의 말을 즐겨 한다,)으로 멋지게 연속 기를 마무리했다.
'우와아아!'
'어떠냐 자식들아!'
'너희들 이런 거 할 수 있어?! 해봐! 해 봐 이 자식들아!'
'으하하하!'
기술이 끝나자마자 메시아 팀의 진영에서 큰 외침이 들려왔다. 그들은
지금 까지 당한 것을 보복이라도 하듯, 다양한 야유성 외침과 제스처로
기가 죽어 있는(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프리덤 멤버들을 약올
렸다. 물론, 그것에 발끈하며 같이 응사를 하는 이도 있었으나, 방금 저
들이 보여 주었던 그 이상의 춤을 보여주지 않는한, 그것은 패배자의 발
악이 되고야 만다.
'이거… … 힘들겠는데? 우리 팀 2군 녀석들 중에는 저 만큼 기술을
자유자재로 꽂는 녀석은 없는 것으로 아는데… … 후후. 아무래도 판단
착오인 것 같군.'
'하하하! 그러게 뭐랬어 형! 우리가 나가야 된다고 했잖아.'
'아∼ 아∼. 큰일이네, 큰일이야.'
진영이 형은 그렇게 말하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 말을 들은
다른 1군 동료들은 여유가 넘쳐서 장난을 하는 건지, 아니면 끊는 가슴
을 애써 숨기려 저러는 건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렇게 된다면… … 역시 순원이 밖에 믿을 사람은 없겠군.'
'아, 순원이 형인가?'
'뭐, 끝났네.'
'자, 다음 차례가 어떤 팀이었지?'
음, 나는 프리덤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확실히 저 춤은 어지간한
고수가 상대할 수 있을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상대를 하려면 저것 보다
훨씬 난이도가 높은 연속기를 보여준다거나 해야 하는데… … 솔직히,
무리라고 생각되었다.
순전히 내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 프리덤이 그것도 2군 멤버들이
그렇게 실력이 좋다는 것을 믿는 것은 나로서는 도저히 무리였다. 내가
아무리 진영이 형과 몇몇 멤버들과 사이가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리고
혜정이의 사과를 받아들였다고는 하지만… …, 그 때, 우리 주위를 둘러
쌓았었던 그 수많은 관중들 앞에서 당한 치욕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하
고 있었다. 아무리 내가 순딩이 이고, 또한 싸움을 싫어하는 비폭력 멍
청이라고는 하지만 나도 엄연히 자존심이 살아있는 대한민국의 사나이였
다.
뭐, 그건 그거고, 어쨌든 무대 위의 프리덤 진형 측은, 아까 메시아
진형 측이 그랬던 것처럼, 누구 하나 나설 생각을 하지 못하고 서로 이
야기들만 주고받고 있었다. 그런 프리덤 진형을 향해 메시아 측 진형은
계속해서 야유를 퍼부어 댔다. 그들의 얼굴에는 그 어떤 미사어구로도
표현하지 못할 방대한 쾌감이 서려있었다.
'한번 더 나가자! 이번에는 트윈이다! 가자!'
'좋아!'
'OK!'
아무리 약을 올려도 프리덤 측이 나오지를 않자, 메시아 측에서 또 다
시 나섰다. 이번에는 세 명이었다.
그들은 적당히 간격을 벌려 관객들을 향해 일렬로 서고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하나, 둘, 셋.
- 휘리리릭!
말은 안 했지만 그들은 이러한 신호에 맞춰 같은 타이밍으로 토마스를
했다. 속도, 타이밍, 모두가 절묘했고 동작 또한 군더기가 없었기에 그
모습이 꽤나 장관이었다.
'오오! 이번에는 세 명이야?!'
'저 팀, 정말 대단한데? 프리덤이라면 꽤나 유명한 댄스 팀이잖아?'
'맞아. 그런데 그 유명한 팀을 꼼짝도 못하게 하다니… … 굉장하다!'
대기실에서 가까운 객석 측에서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의 대화가 들
려왔다. 왠지 뜨끔 하는 마음에 나는 슬쩍 내 옆에 있는 진형이 형을 바
라보았지만 역시나, 신경도 쓰고 있지 않다는 듯, 진영이 형의 표정에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토마스에 이어진 윈드밀. 그리고 마지막 피니쉬로 나인틴 나인티. 비
록, 아까 메시아 팀의 사내가 했었던 것 보다 약간 떨어지는 그런 단순
한 구성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효과는 충분했다. 계속되는 메시아 팀의
반격에 프리덤 멤버들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쥐죽은 듯 입을 다물게
되었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들이 메시아 팀의 편으로 마음을 완전
히 돌렸다는 것은 엄청난 소득이라 할 수 있었다.
'흥!'
'와 바라!'
'뭐, 할 거 있냐?! 으하핫!'
춤을 마친 세 명은, 프리덤의 진영을 향해 가슴을 쭉 펴 보이며 그렇
게 말했다.
'으아악! 미친다 미쳐!'
'저 망할 녀석들! 이거 끝나면 다 죽었어! 이런 망신은 또 뭐야!'
'으으으! 돈다 돌아! 저런 단순한 춤에 꼼짝을 못하는 거는 또 뭐야!
응?! 우오오∼!'
대기실에 있던 1군 멤버들은 처참히 농락을 당하는 2군 멤버들과 메시
아 팀에게 이를 부득부득 갈며 지금 당장이라도 뛰쳐나가지 않으면 미칠
것 같다는 듯, 일부는 벽에 자신의 머리를 박기도 했고, 일부는 옷을 꽉
물어뜯는 행동을 하며 자신들의 심정을 표출했다.
'뭐야? 끝인가?'
'에이, 프리덤도 별거 아니네? 졌다. 졌어.'
'그나저나 잘한다? 메시아? 나 원래 프리덤 좋아했었는데… … 바꿔야
되겠다.'
'나도.'
또 그 고등학생들이었다. 나는 힐끗 그쪽을 흘겨본 뒤, 다시 무대를
바라보며 혀를 쳤다.
아무래도 이번의 패배는, 너무 여유를 부렸던 진영이 형의 오판이 원
인인 것 같았다.
- 웅성웅성.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는데도 프리덤 측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관
객들이 웅성이기 시작했다. 이에 관하여 이런 저런 말들이 많이 오고 갔
지만 아무래도 전체적인 의견은 '프리덤, 쫄았구나?' 인 것 같았다.
에구, 아무리 매너가 마음에 안 든다고는 하지만… … 그래도 내 생일
때 참석해서 공연을 해줬던 고마운 사람들인데… …, 괜히 나까지 답답
해졌다.
쳇. 저 밥맛형은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거야? 평소에는 그렇게 잘난 척
을 해대더니.
- 터벅. 터벅.
그런데 그 때. 무언가 결심을 한 듯, 순원이 형이 같은 진형의 2군 멤
버들을 향해 뭐라고 말한 뒤, 손에 무언가를 들고 무대 중앙에 나아가기
시작했다. 순원이 형의 등장으로 무대는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어? 저것은… …?'
나는 순원이 형이 들고 있는 그것에 대해, '그게 뭐였더라… …?' 라
고 기억력 나쁜 내 자신의 한심함을 느끼며 거듭 생각을 정리하다가, 퍼
뜩 스쳐 지나가는 기술 명에 정신이 바짝 드는 것을 느꼈다.
내가 왜 저것을 생각 못했지? 그 기술은 음인이가 정말 잘하던 거였는
데… ….
맞아. 저 기술은 분명히… ….
'흠, 헤드 스핀이라… … 드디어 나왔군.'
내가 그 기술 명을 떠올린 그 순간에 맞춰, 진영이 형의 입에서 조용
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흠, 그래도 벌써 끝내기에는 좀 빠르지 않나? 그러면 재미없는데…
…, 뭐, 적어도 지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 상관없겠지.'
결과는 안 봐도 뻔하다는 듯한 진영이 형의 중얼거림이었다. 그 말에
순간, 감당치 못할 황당함을 느껴야 했던 나였으나, 헤드 스핀을 정말
멋지게 해낸 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순
원이 형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응급환자입니다!'
'동대문운동장에서 차에 치이려는 어린아이를 구하고 차에 치여 심각
한 중상을 입은 고등학생 소년입니다! 손이 비어있는 의료 스태프는 지
금 즉시 처치 실로 와 주십시오! 급합니다!'
언제나 항상 바쁜 직장 1 순위를 꼽자면 소방서와 병원을 같이 꼽을
수가 있을 것이다.
특히 시내에 있는 대형 종합 병원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런 저런
환자들만 수백, 수천 번 이상을 맡게 되고 또 경험을 하게 되면서, 그
들, 모든 의료진들은 크고 유명한 병원일수록 점차 정예 그 이상으로 단
련이 되어진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목숨이 경각에 달린… … 특히
지금의 이 은발소년과도 같이 다른 사람을 구하느라 자신의 하나뿐인 소
중한 생명을 아낌없이 내던진 사람들을 대하게 되면 필요 이상의 긴장감
과 사명감, 그리고 책임감을 가지게 된다.
'반드시 살려야 한다! 이런 소년을 못 살리면 우리는 더 이상 의학자
들이 아니야!'
'빨리! 점차 맥박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습니다!'
소년의 사정은 이미 들었던 터였다. 지금 같은 세상에 남을 위하여 목
숨을 던진 사람이 아직 창창한 고등학생 소년이라는 것에 대해 사정을
들었던 모든 의료진들은 적잖은 감동을 느꼈다. 의학자들만큼 생명의 소
중함과 그 고귀함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없었기에 그들의 가슴은 여느
때 보다 더욱 뜨거워지고 있었다.
- 덜컹!
'됐어! 빨리 수술대 위로 옮겨!'
'조심! 조심하라고!'
처치 실, 즉, 수술실에 도착한 그들은 소년을 급히 수술대 위로 옮겼
다. 하지만 워낙 치명상이었기에 그들의 움직임은 몹시 조심스러웠다.
'라이트!'
- 피잉!
백색 광이 그들을 침침했던 수술실을 환하게 밝혔다. 그러면서 수술대
위에 있는 소년의 상태가 환하게 드러났다.
'시, 심각해. 너무 심각해.'
'교통사고로 이렇게 된 거라고는… … 전혀 생각할 수가 없을 정도
야.'
의사였고 또한 사고에 의한 인체의 끔찍한 모습에 대해서는 너무도 익
숙해진 그들이었지만 얼굴이 살짝 찌푸려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만큼 소년의 상태는 너무도 심각했다.
- 쓰윽.
'지금부터 수술에 들어간다. 모두들, 정신 바짝 차리도록.'
외과 담당 집도의 김명진. 올해로 의사 생활 10년을 맞이한 초특급 베
테랑 의사.
나지막하지만 수술실의 스태프들을 향한 그의 말은, 긴장으로 가득한
그들의 가슴에 깊숙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시작한다.'
* * *
- 콰앙!
화려한 묘기들의 대 접전! 승부는 결국 무승부로 끝났다. 사실 승패로
따지자면 순원이 형이 이끄는 프리덤 진형 쪽이 우세했지만, 배틀 마지
막에 떨어진 진영이 형의 사인이 있었기에 순원이 형은 승부를 무승부
방향으로 몰고 가야 했던 것이다. 물론, 단순히 그 뿐이라면 초특급 황
소고집인 순원이 형이 쉽사리 그 말에 따를 리는 없었다. 음, 내 짐작이
자 확신이지만, 확실히 메시아 팀의 리더, 김준후의 실력은 순원이 형과
막상 막하를 다툴 정도로 뛰어났었기에 아마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탓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첫 번째 순서는 그렇게 끝났다. 이제 두 번째 순서는 가면의
여인, 바로 오유미 누나인데… …, 어느 새 왔는지, 누나의 주위에는 누
나와 같이 중세 귀족들의 복장을 한 열 댓 명의 적잖은 사람들이 대기하
고 있었다. 프리덤 멤버들도 상당하지만 이렇게 보니 출연진의 규모 면
에서나 준비성과 화려함 면에서는 감히 유미 누나 팀과는 비교가 안 되
었다.
'후후, 이제 내 차례네? 기대해도 좋아. 강수호.'
그렇게 말한 누나의 입가가 살짝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흰 가면에 가
려져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 장담하는데, 가면을 벗은 누나
의 얼굴은 정말 예쁘고 아름다울 것 같다. 헤헤∼ 빨리 보고 싶은데?
'네! 첫 무대부터 대단합니다! 역시 본선이군요! 우리에게 멋진 공연
을 보여준, 메시아 팀과 특별 출연에 응해준 프리덤 팀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박수를 보냅시다!'
- 와아아아 ― !
- 짝짝짝짝 ― !
'이제 두 번째 순서입니다. 음,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혹시 여기
계신 분들 중에서 예선전 마지막 날에 오셨던 분 계세요? 있으시면 손
들어보세요.'
'저요오∼!'
'나 봤어요!'
'음, 정말 재미있었지. 암∼!'
- 처처척!
사회자의 질문이 끝나자마자 여기저기에서 손이 들려졌다.
호오∼ 꽤 많은 숫자가 왔었나본데?
'와아∼! 정말 많이 오셨군요! 그렇다면 또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그
때 2000년도 초의 유명한 팝 싱어.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baby on more
time을 열창했던 참가자의 이름을 아시는 분 계세요?!'
'이름? 아∼! 뭐, 뭐였더라?!'
'그… 왜! 있잖아!? 가면 쓰고 나왔었던?!'
'아악∼! 기억이 안나! 뭐였더라?!'
사회자의 두 번째 질문은 몇 몇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의 위대한 기억
력을 한탄하며 절규를 하게 만들었다. 관객들의 모습이 퍽이나 재미있었
던 탓에 대기실 안의 모두는 낄낄거리며 그것을 감상했고, 드디어 이름
이 터져 나왔을 때에는 주인공을 향해 휘파람과 박수를 신나게 올리며
유미 누나를 향해 환호성을 지를 준비를 했다.
'오유미! 가면의 여인 오유미!'
'가면의 여인이야! 맞아 가면의 여인!'
'가면∼! 가면∼!'
'가∼면! 가∼면!'
관객들의 외침은 이것저것에 뒤섞여 엄청난 소음을 만들었지만, 마지
막에 가서는 '가면' 이라는 짧은 외침으로 통일이 되었기에 금방 알아들
을 수가 있었다. 그래서 나를 비롯한 프리덤의 몇몇 멤버들과 성진이 녀
석, 그리고 수한이 형, 이렇게 몇몇은 눈빛으로 사인을 맞추고 씨익 웃
어 보였다.
'흐흐흐.'
'헤헤헤.'
그리고 그 시선을 유미 누나에게로 한데 모은 다음에 크게 외쳤다.
'가아∼면! 가아∼면!'
'꺄악∼! 언니이∼! 언니 빠이∼티잉∼!' 빠이링!'
'와우우∼! 언니 멋져! 달려! 달려!'
보통, 평범한 여자들은 이런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에는, 부끄러
워하거나 최소한 화라도 내야 정상이다. 아니면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애
써 쪽팔림을 죽이고 있던지.
하지만.
'호호호호∼!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팬 여러분∼! 오∼홋홋홋!'
음, 원래 성격이 이랬던가? 내 마음속에 만들어져 있던 그 순결하고
아름다운 이미지가 처참히 무너지는 순간이군. 하지만 다른 여자들처럼
내숭을 안 부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맞춰주는 것이 너무도 좋다.
'으으, 저 마녀 할멈이… ….'
'눈꼴셔… … 쳇.'
혜정이와 민예의 퉁명스런 중얼거림이 내 귓가에 들려왔다. 둘을 바라
보려 살짝 시선을 옮겼더니 유미 누나를 향해 눈 째림을 퍼붓던 두 사람
이 이번에는 마침 시선이 마주친 내 쪽으로 마구 퍼부어졌다.
에구, 도대체 저 두 사람은 왜 그러는 거지? 친해지지 않을 듯 하던
두 사람은 금방 친해지더니, 정말 빠르게 친해질 듯 싶었던 유미 누나와
는 아예 철천지원수가 되어 버렸으니 말이야. 역시, 여자들이란 알 수가
없어.
'네! 그렇습니다! 가면의 여인 오유미! 그녀가 바로 메시아 팀에 이
은, 가수왕 선발대회 본선의 두 번째 참가자입니다. 아, 이번 무대는 정
말 특이하군요. 아마 이후에 나올 다른 무대보다도 더욱 특이하고 특별
한 무대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자!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가면의 여인
오유미! 자∼ 나와주세요!'
- 와아아아아아 ― !!
어떤 면에서 보자면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이름이 알려져 버
린 유미 누나였기에 그 함성은 대단했다. 메시아 팀과 프리덤이 나왔을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음, 내 예상하건대 아마 이번 대회의 최대의 난적은 다른 이가 아닌,
아마 유미 누나가 될 것이 분명하다.
- 투캉! 투캉!
- 스으으… …
사회자가 물러서자마자 주위의 모든 불이 꺼지며, 드라이 아이스가 낮
게 깔리기 시작했다.
'자, 가자. 모두 파이팅!'
'파이팅!'
대기실의 정 중앙에서 둥그렇게 모인 그들은,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힘차게 파이팅을 외쳤다.
'근상아. 수빈아. 너희 둘의 역할이 무척이나 중요해. 뭐, 너희들이야
이런 부문에 있어서는 베테랑이니깐 긴장해서 실수할 일은 없겠지. 하지
만… … 그래도 조금은 긴장하는 게 좋을 꺼야. 우리 공연의 목적은 다
른 사람들처럼 단순히 상을 타기 위한 것이 아니라… … 바로, 관객들에
게 깊은 감동을 선사하기 위한 것이니까 말이야. 잘 알겠지?'
'응, 누나.'
'알아. 걱정하지 말라고.'
유미 누나의 말에,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예쁘장한 소년과 수한이 형의
또래로 보이는 청년이 힘차게 대답을 했다.
'자. 나가!'
'OK!'
'가자!'
두 사람은 무대를 향해 뛰어갔다. 하지만 되도록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고개를 숙이고 발걸음을 죽였던 탓에, 드라이 아이스가 얕게 깔린
어두운 무대와 상당히 매치가 되었다. 하지만 그 옷차림들이 너무나 화
려했던 탓에… … 음, 아마 헛수고가 아닐까 싶은데?
- 찌이이잉∼!
그들이 나가자 바이올린 소리가 구슬프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투캉!
그러면서 그들이 있는 무대 중앙으로 하나의 롱핀이 환하게 비춰졌다.
'오오오!'
'저 옷들 좀 봐봐! 완전 원탁의 귀족들이야!'
'멋있다!'
'근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그치?! 그치?!'
어찌나 소리가 큰지, 별의 별 이야기들이 다 들려왔다. 무대 윗 쪽에
마련되어 있는 거대한 스크린에서는, 흰 얼굴로 식은땀을 흘리며 눈을
감고 있는 소년의 모습과, 또 그러한 소년을 안으며 회한의 눈물을 흘리
고 있는 청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 모습에 그렇게도 웅성였던 관
객들이 하나같이 입을 다물고 무대에 집중을 했다.
'미안해. 미안해 정말… ….'
롱핀의 환한 조명은 청년의 구슬픈 얼굴을 더욱 얼룩진 감성으로 채색
했다. 관객들은 왠지 빛이 나는 그 모습에 탄성을 흘리면서도, 또 한편
으로는 너무나도 슬퍼 보이는 청년의 모습에 자신들의 마음 또한 조금씩
울적함으로 물들어 가는 것을 느꼈다.
'어?! 저, 저 사람! 얼마 전에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는 한국인 최고
의 신세대 뮤지컬 배우, 조근상 씨야!'
그런데 그 때. 관객들의 어느 쪽에서 크나큰 외침 소리가 터져 나왔
다. 그 소리에 관객들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
라봤다가, 눈에 힘을 주어 무대와 스크린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기 시작
했다. 카메라맨도 그 외침을 들었던 탓인지, 카메라를 줌인 하여 남자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아! 맞다! 맞아! 조근상씨! 그 조근상 씨야!'
'그러고 보니 저 누워있는 꼬마는 신인 아역 배우, 신수빈이잖아!'
'우와! 무슨 출연진이 저래?! 장난 아닌데?!'
'오유미라는 여자는 대체 누구야?! 저런 대단한 사람들을 이런 작은
무대에 단순히 도우미로 끌어들이다니!'
'믿을 수가 없어!'
탄성은 경악으로 바뀌어 큰 외침을 자아내었다. 관객들은 실물로 보기
힘든 사람들이 지금 눈앞에 있다는 사실에 엄청난 흥분을 느꼈다. 이곳
이 만약, 단순한 콘서트 장이나 행사장이었다고 한다면, 그냥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자신들의 흥분을 주저 없이 표출할 수가 있었겠지만, 아
쉽게도 지금은, 공연 중, 그것도 보통 공연이 아닌, 한국을 이끌어갈 최
고의 배우들 두 사람이 공연 중이었다. 문화 생활을 즐기는 그들로서는
도저히 놓칠 수 없는 최대의 빅 이벤트와 마찬가지였다.
'세, 세상에! 조근상 씨라니… …!'
'믿을 수가 없어!'
대기실에 있던 민예와 혜정이 또한, 두 사람의 평소 이미지에 맞지 않
게 '나 지금 엄청 놀랐소' 라는 표정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두
사람은 눈을 크게 뜨며 시선을 무대에 맞추다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 마녀 할망구는 대체… ….'
'조근상 씨라니… … 조근상 씨라니! 거기에 아역 탤런트 신수빈은 또
뭐야!? 응?!'
민예의 경우, 평소의 묵묵하고 냉철하던 이미지는 어디로 날아가 버렸
는 지, 괜한 혜정이의 어깨를 뒤흔들며 그렇게 소리쳤다. 난 그런 민예
의 모습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옆에서 들려온 수한이 형의 목
소리는 내 궁금증을 간단하게 해결해 주었다.
'민예는 연극이나 뮤지컬을 정말 광적으로 좋아하는데… … 특히 그
중에서도 좋아하는 배우가 저기 있는 조근상 씨거든. 이상하게도 다른
것에는 정말 초연한 녀석인데, 이상하게도 조근상 씨는 자기가 존경한다
는 티를 팍팍 내고 다닐 정도라니까? 나 참. 이해가 안가.'
음, 그래. 그런거라면야 저 현상도 당연히 이해가 간다. 좋아하고 몹
시 존경하는 사람을 느닷없이 만나게 되었다는 데야… …. 음, 그런데
이해가 안가는 것이 하나 있는데… … 그렇게 팬이라면서, 아까 전까지
만 해도 바로 눈앞에 있었던 두 사람을 왜 못 알아 봤던 거지? 나야 현
시대의 문화와는 거의 단절된 생활을 하다시피 하니 어쩔 수 없었다고
치더라도… …, 흠. 저 짙은 분장 때문인가?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
지. 그깟 분장가지고… ….
내가 이런 생각들을 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을 때 민예가 나지
막한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분장이 너무 짙어서 못 알아봤어… …, 거기다가… … 미국에 있어야
할 사람이 이곳에 있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도 못했지 뭐야?'
'동감이야. 우욱, 사인을 받아뒀어야 하는 건데… ….'
민예의 말도 그랬지만, 뒤이어진 혜정이의 말에 우리 모두는 기가 막
힌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우리나라의 일반인들에게는 저 사람보다 훨씬
더 인기가 좋고 유명한 연예인인데 사인이 뭐냐? 사인이… ….
'아까워!'
'칫!'
진정으로 아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꽉 깨무는 민예의 모습과,
진지한 표정 속에 슬금슬금 살기가 떠오르는 혜정이의 모습 속에서 우리
모두는 아무 말 없이 무대로 시선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