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화 (20/111)

LESSON 3 

- 가수왕 선발대회 - 

"모든 참가자 분들이 올라오셨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본선 

진출 발표만을 남겨놓고 있는 지금, 현 심정은 어떤지… …, 

음, 아, 첫 공연에서 정말 환상적인 무대를 보여주었던 가면의 

여인, 오유미양에게 들어보겠습니다. 오유미양? 지금 심정은 어 

떻습니까?" 

사회자가 그렇게 말하며 마이크를 넘겨주자. 가면의 여인, 그 

녀는 조금의 머뭇거림 없이 바로 대답을 했다. 

"음… …, 글쎄요. 별 생각이 없네요. 사실은 조금 떨리기는 

해요." 

"아, 그렇군요." 

어찌 보면 성의 없게 들릴 수도 있는 대답이었지만, 또 그만 

큼 지금 상황에서 적절한 대답은 없을 것이다. 그녀와의 짧은 

대화가 끝나자 사회자가 이번에는 관객들을 바라보며 질문을 던 

졌다. 

"자, 여러분. 이번에는 누구와 대화를 해볼까요? 여러분들께 

서 지목해주세요. 프로필이라던가 특기사항 이라던가, 그런 것 

이 궁금했었던 분이 있으셨다면 바로 지금! 주저 없이 그 참가 

자 분의 번호를 크게 외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 몇 

번?!" 

그 순간. 여러 숫자들이 관객들의 입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 

다.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을 지경이었지만, 그래도 그 와중에 

서도 내 귀에 똑똑히 꽂히는 하나의 숫자가 있었다. 

"예! 알겠습니다. 다양한 참가자 분들의 번호를 외쳐주셨지 

만, 역시 이 분을 원하시는 분들이 더 많은 탓인지, 제 귀에 이 

번호가 아주 똑똑히 들리더군요. 자… 한번 모셔보겠습니다! 참 

가번호∼! 9번!" 

"오오오오! 바로 그거야! 9번! 난 9번이 제일 궁금하다고!" 

"1번과 마지막 참가자도 괜찮긴 하지만 역시 9번이 제일 궁금하 

다! 9번 누구냐!" 

- 와아아아아!! 

역시, 예상대로 다수의 인원들이 원하는 사람은 역시 남자인 

지 여자인지 도대체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신비의 인물, 바로 진 

영이 녀석이었다. 

"아, 옷을 갈아입으셨군요. 잠깐만 이 쪽으로 나와주시면 감 

사하겠습니다." 

사회자는 진영이의 손을 잡고서 무대 앞쪽으로 이끌었다. 진 

영이는 내게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마치 가녀린 여인인 양 

행동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이 분에게 궁금해하는 것은 성별인 것 

같은데요, 음, 지금 이 모습을 보니 남자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것만 가지고는 딱히 뭐라고 장담을 할 수가 없군요. 

음… …, 성별이 어떻게 되죠? 남자인가요? 아니면 여자인 가 

요?" 

이것은 하나도 안 곤란한, 어찌 보면 당연하고 당연해서, 하 

품이 나올 정도의 질문이다. 하지만 진영이는 무슨 곤란한 질문 

이라도 받은 양,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무언가를 고심하는 듯 

하더니 관객들을 향해 상큼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글쎄요? 저도 궁금하군요. 정 원한다면 옷이라도 벗어서 보 

여드릴까요?" 

그렇게 애교가 가득한 여성의 목소리로 말하며 진영이는 티셔 

츠를 벗으려 했다. 그러자 사회자가 다급히 만류하며 식은땀을 

훔쳤다. 

"아아∼! 돼, 됐습니다. 하하하! 정말 당황스럽게 만드시는 

분이군요. 예. 좋습니다. 아마도 비밀로 남겨두고 싶으신가 보 

군요. 뭐, 어쩔 수 없지요. 오늘은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하지 

만 만약 본선에 진출하게 되고 또 거기서 좋은 성적을 거두시게 

된다면 그 때는 꼭 알려주셔야 합니다. 약속하실 수 있으세요?" 

"음∼ 글쎄요? 후훗." 

- 우우우우! 

그녀의… 에? 그녀? 아니, 다시 정정하지. 그 녀석의 대답에 

수많은 관객들이 그런 것이 어디 있냐는 듯 야유를 퍼부었다. 

솔직히 나도 저들과 별 다를 바 없는 심정이다. 녀석을 오늘 처 

음 보는 관객들도 저러는데 저 녀석과 명색이 친구라는 관계에 

처해 있는 나는 오죽하겠냐! 으아! 

"예. 들어가 주시고요. 아∼! 이제 집계가 나왔다는군요. 예, 

그러면… …." 

사회자는 심사위원석으로 다가가 본선진출자의 명단이 씌여있 

을 흰색의 사각 쪽지를 건네 받았다. 사회자는 다시 무대의 중 

앙으로 와서 입을 열기 시작했다. 

"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본선에 진출한 

총 12명의 참가자들이 결정 되겠군요! 자∼ 긴장하시고!" 

- 두두두두두… ….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심금을 울 

리는 웅장한 북소리가 가슴 속에서 요동치며 크게 울리기 시작 

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자기들이 정말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리기라도 하듯, 가슴에 두 손을 얹고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으 

며 사회자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선 첫 번째 본선 진출자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우선, 영 

광스러운 첫 번째 본선 진출자∼!" 

- 쿠궁! 두두두두두두∼!! 

한 차례 묵직하고 웅장한 타격음이 울리더니, 북소리의 크기 

는 점점 더 세기를 더 해갔다. 그렇게 소란스럽게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던 관객들 또한 지금 만큼은 몹시도 고요한 침묵 

을 지키며 사회자만을 주목하고 있었다. 

"참가 번호∼ 1번!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Baby One More 

Time' 을 라이브로 열창하셨던 가면의 여인! 오유미 양입니 

다!" 

- 와아아아아!!! 

당연하다. 저 여자가 안 되면, 아마 이 중에서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그녀는 프로 못지 않은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었고, 관객들의 호응도를 이끌어 내었다. 

그녀는 한 발짝 앞으로 나와 관객들을 향해 정중하게 감사의 인 

사를 했다. 

"네! 마치 예상을 하셨다는 듯한 반응들이시군요. 좋습니다! 

다음∼! 두 번 째 본선 진출자 분을 발표하겠습니다! 본선 진 

출! 그 두 번 째 참가자!" 

- 두두두두두두두… …. 

두 번째 참가자라… …, 순서대로라면 누가 될지 예상은 할 

수 있었다. 일부 참가자들 내 생각과 다를 바가 없었는 지 내 

쪽을 향해서 축하의 박수를 건네왔다. 씁쓰름한 미소와 함께 말 

이다. 

"참가번호∼ 7번! 엔싱크의 'It's gonna be me!'를 멋진 댄 

스로서 소화해주셨던 프리덤 여러분들입니다!" 

또 기다렸다는 듯 큰 환호성이 터진다. 팬인 듯한 여학생들의 

입에서는 연신 멤버들의 이름이 터져 나왔고, 프리덤의 멤버들 

또한 가슴을 쓸어내리는 행동을 하며 서로 기쁨을 나눴다. 

자, 이제 마지막 발표만을 남겨두었다. 

마지막 발표라는 초점 때문인지, 소란스러운 분위기는 금세 

가라앉았다. 

"마지막 본선 진출자를 발표하겠습니다! 오늘, 대한 민국 최 

고의 패션몰, 이지스 패션 타운에서 주최하는 가수왕 선발대회 

예선전 마지막 날! 자∼ 과연 마지막 12번째의 본선 진출권을 

거머쥐는 것은 누가 될 것인가! 지금 이 시간… …." 

- 두두두… …. 

"발표하겠습니다!" 

- … 두두두두두두 ― !! 

마지막 발표 탓인지, 긴장감은 최고점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무수하게 많은 침 넘어가는 소리들이 내 귀에 똑똑히 꽂힐 정도 

였다. 

고요함은 너무도 길었다. 

마치 어두운 터널 속을 달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뛰고 뛰고… …, 어두움을, 그리고 그 속에서 물밀 듯 밀려오 

는 두려움을 탈출하려 계속해서 달리는 듯한 기분… …. 

"참가 번호… … !" 

사회자의 입에서 마지막 참가자의 번호가 불려지는 그 순간. 

"9번!" 

- 와아아아아아― ! 

거대한 함성은 차가운 밤하늘과, 몹시도 뜨거웠던 이 무대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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