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화 (15/111)

LESSON 3 

- 가수왕 선발대회 - 

"에… …, 그게 그러니까… …." 

"험험!" 

5인조 여고생 댄싱 팀, 코스모. 그녀들의 공연을 본 후 우리는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서로 헛기침만 해댔을 뿐이었다. 

"아, 역시 사람은 외모로 평가를 해서는 안 된다는 어르신네들의 말이 

맞았다니까." 

"설마 그런 실력을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 …." 

"이거… 우리중의 하나는 떨어질 것 같은데… … 장난 아니야. 진짜… 

…." 

우리는 하나! 이게 아마도 2002년에 열렸었던 월드컵의 주제 성구였었 

나? 비록 시간이 지난 후 그때의 단결은 조금씩 잊혀져만 갔지만, 지금 

여기서, 우리는 또 다시 그때의 감격과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가 있 

었다. 물론 의미는 조금 달랐지만 말이다. 어쨌든, 전혀 엉뚱한… 그야말 

로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우리는 낭패를 당해버렸다. 이곳, 무슨 어디 

기획사에서 주최하는 가수 오디션도 아닌데 도대체 무슨 놈의 수준이 이 

렇게도 높단 말인가! 이거 너무 불공평하잖아! 

"정신 똑바로 차려야되겠는데? 아닌게 아니라, 이거 조금이라도 방심을 

했다가는 예선 탈락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 쓸 수도 있겠어. 이거, 자칭 

여의도 최고의 팀들 중의 하나인 프리덤이 이런 곳에서 위기를 맞게 될 

줄이야… …." 

"… 떨어지면 우리 간판을 내려야 할 지도… …." 

말 그대로다. 그래도 춤에 관해서는 프로라고 정평이 나 있는 진영이 

형의 팀이 이런 가수왕 선발대회의, 그것도 예선에서 떨어졌다는 소문이 

나면… …, 

으이구.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하암∼, 에구. 그나저나 우리 차례는 언제 오는 거야? 따분해죽겠 

네∼." 

물론, 이 분위기에서 전혀 예외적인 사람도 있었다. 그는 바로 또 다른 

진영이인 하진영이었다. 녀석은 하품을 하면서 눈물까지 찔끔거렸다. 자 

신의 지루함이 결코 허풍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녀석은 지금 

도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저 여학생들의 춤을 장난스럽게 따라하고 있었 

다. 얼굴은 지루함이 가득 배어있는 채로 말이다. 

- 콰앙! 

"와아아아아∼!" 

마침내 코스모의 공연이 끝나고, 그녀들은 무대를 내려갔다. 

"야, 강수호." 

"응?" 

무척이나 초조해 하고 있는 나에게 진영이가 말을 건넸다. 진영이는 뚱 

한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와서, 내게 어깨동무를 한 뒤 입을 열기 시작했 

다. 

"저 가스나들, 어떤 것 같아?" 

"음? 코스모? 글쎄… …, 정말 대단한 실력인 것 같아. 왠지 자신이 없 

어지기 시작했어." 

"… …." 

나는 무척이나 풀이 죽어 그렇게 말했고, 진영이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차마 진여이와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볼 면목이 서지 않는다. 그렇 

게 큰 소리를 뻥뻥 쳐놓고는 지금에 와서 이렇게 기운이 빠진 얼굴이라 

니… …. 

"후." 

아무런 말을 하지 않던 진영이는 그저 한숨을 푹 내뱉고는 내 오른쪽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그리고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은… …." 

많은 참가자들이 무대에 서고, 또 다양한 반응들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공통점이라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하나같이 관객들에게서 진심 어린 박 

수를 받았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져 갔 

고, 대기실의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그것은 우리 일행뿐만이 아닌, 같은 

대기실에 있던 같은 참가자들도 그러했을 것이다. 

"자! 이제 7번째 순서입니다! 이 팀은 정말 유명한 팀입니다. 춤을 좋 

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 팀을 모르면 진정한 매니아가 아니라고 이야 

기가 오갈 정도죠. 혹시 이 곳에 계신 여러분들도 잘하면 알지도 모르겠 

군요. 소개합니다! 여의도 최고의 댄싱 팀! 프리덤!" 

"우오오오!!! 프리덤이야!" 

"화이티이이잉∼!" 

"꺄아아악∼! 진영 오빠 파이팅∼!" 

드디어 프리덤의 차례다. 소문을 듣고 왔는지, 프리덤을 알고 있는 듯 

한 관객들은 저마다 함성을 질러댔고, 특히 진영이 형들을 따라왔던 여학 

생들은 저마다 멤버들의 이름을 소리 높여 외피며 열성적인 응원을 하기 

시작했다. 

"… …." 

저들이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별다른 각오가 보이 

지 않는 얼굴로 대기실을 나서던 정예로 보이는 다섯 명의 멤버들. 여유 

가 있는 탓인지, 진영이 형과 저 밥맛 녀석은 껴있지 않았다. 무대로 나 

가며 그들을 독려하던 진영이 형은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분명히 여기 모인 사람들은 하나같이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지. 도저히 

아마추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야. 하지만, 하지만 잘 생각 

해보게. 우리가 춤에 관해서는 왜 프로라고 스스로를 자부하고 있는 지 

를.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 …, 그것을 이 무대를 통해 보여주지. 잘 

보게." 

그렇게 말하며 살짝 미소를 지은 뒤 진영이 형은 다시금 무대로 고개를 

돌렸다. 

프로와 아마추어… …, 그리고 그 차이라… …. 

- 콰과과과∼쾅! 쾅! 

It's Gonna Be Me 

(그것은 바로 내가 될꺼예요) 

- 쾅∼광! 쾅! 쾅! 

Ooh yeah∼! 

마치 하나의 실로 연결된 마리오넷트 인형처럼, 무대에 오른 다섯 명은 

절도 있는 동작으로 움직인다. 헤드 마이크도 준비를 안 한 것으로 봐서 

는 일단 저 팀도 그냥 음악에 맞추어 춤만 출 생각인가 본데… …, 아무 

런 퍼포먼스도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저런 평범한 진행방식으로는 많이 어 

려울 터였다. 그래도 진영이 형이 말한 것이 있으니 계속 기대는 해 봐야 

되겠지? 

- 쾅! 쾅! 

You might been hurt babe 

That ain't no lie 

You've seen them all come and go 

Oh, oh 

아마도 당신은 상처를 받은 것처럼 보이네요. 

그것은 거짓은 아닐꺼예요 

그들이 모두 왔다가 다시 떠나는 것을 당신도 보았죠 

마치 자신들이 실제로 부르는 양. 저들은 표정 연기까지 리얼하게 해 

가며 곡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래. 비록 초반부이고 아직 조금 밖에 공 

연을 못 봤지만,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라는 것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아직 구체적으로 정리하기는 힘들었지만… …,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보 

면… …. 

I remember you told me 

That it made you believe in 

No man, no cry 

Maybe that's why 

당신이 나에게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그들이 당신에게 믿음을 심어주었다고. 

남자(애인).울음도 필요 없어요 

아마도 그것의 이유가 되겠죠. 

비록 직접 노래를 부르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충분히 그것을 커버 

하고 있었다. 제일 첫 부분. 저스틴의 역할을 맡은 듯한 한 명은 노래가 

계속 흘러나오는 동안 자신은 춤을 추는 것보다는 관객들에게 자신들을 

어필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예를 들어 무대의 제일 앞쪽, 관객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서 한 여자 관객을 찍어놓고는 마치 구애를 하듯 애처 

로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뻥긋거렸다. 그것은 분명히 실례가 될 수도 있 

겠다고 생각하는 행동이었지만 상황에 따라서, 그리고 그 방법을 써먹는 

방법에 따라서 이것은 적지 않은 효과를 나타나게 된다. 

즉, 정해져 있는 안무를 완벽히 해내겠다는 강박 관념에 치우쳐져 있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의 것, 즉 춤과 음악에 대한 '즐거움' 쪽에 더 신경을 

씀으로서, 자연히 그것을 보고 있는 관객들과도 한 마음이 되어 음악과 

춤을 즐길 수가 있게되는 것이다. 

이것은 진정으로 춤과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 아니면 불가능한 것들이 

었다. 

이 공연이 끝나면 아무래도 전의 그 말들은 꼭 사과해야겠는걸? 아무래 

도 내가 잘못 본 것 같아. 

"하하하∼! 장난이 아니야. 저 팀, 정말 재미있게 한다. 역시 프로인가 

봐!" 

"대단해! 단순히 춤만 추었던 다른 팀들과는 뭔가가 달라!" 

그것에 대한 답은 바로 관객들의 저러한 반응이다. 그저 춤이 멋있어 

서, 그리고 묘기와도 같은 춤동작들이 나온 탓에 그것이 신기하여 환호성 

을 터·뜨·려·주·는·것·이·아·닌. 말 그대로, 재미있고 신나서 저 

도 모르게 함성을 터뜨리는 것이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중요한 차이 중의 하나. 그것은 바로 의식적인 환호 

와, 무의식적으로 터져 나오는 관객들의 자기만족의 환호. 바로 이 것이 

다. 이 차이점은 무척이나 중요한 것이다. 

Every little thing I do 

Never seems enough for you 

You don't want to lose it again 

But I'm not like them 

내가 하는 모든, 작은 일도 

당신에게 충분하지 못할 걸 알아요 

당신은 그것들을 잃고싶지 않기를 원하죠 

그러나 난 그들과는 달라요 

Even when you finally 

Get to love somebody 

Guess what? 

당신이 마지막에 

누군가에게 사랑을 준다면 

생각(추측)해봐요. 

It's gonna be me! 

그것은 바로 나일 거예요! 

- 쾅! 쾅! 

각기와 파핑을 적절하게 섞어 원래 안무에서 플러스 알파를 생성해낸 

저들의 춤. 

그랬다. 

저들은 확실히 틀렸다. 

나는 이 순간 느꼈다. 

'저게 바로 프로라는 거구나' 하는 것을… …. 

내가 그들을 보며 많은 것을 느끼고 또 깨닫고 있는 사이, 어느새 음악 

은 중반으로 치닫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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