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5/111)

LESSON 2 

- 방송국 나들이 - 

- 드르륵! 

"어? 김혜정이다!" 

"혜정이네? 웬일이야?" 

"이야∼! 정∼말 오래간만이다!" 

혜정이 교실로 들어서자 같은 반의 동급생들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혜정 

이 학교에 온 것은 정말 오래간만이었던 탓이다. 역시, 인기 스타이기에 학 

교에 있는 시간 보다는 촬영장이나 다른 이곳저곳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기 

에, 반 동급생들조차도 혜정의 얼굴을 보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다. 혜정이 

자신의 자리로 가는 동안, 남학생들은 혜정의 얼굴을 헤벌쭉 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여학생들은 그런 남학생들을 질투가 가득한 눈으로, 또는 혜정에 

게 동경이 가득한 눈빛을 보내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직 안 왔네.… ….' 

옆자리에 가방이 놓여져 있지 않았다. 혜정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어차피 조금 후에는 지겹게 볼 수가 있을 것이기에 아쉬움을 접고 제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평소 그녀와 조금이라도 안면을 트고 지내던 이들이 벌 때 

처럼 그녀에게 몰려왔다. 

조금 짜증이 어긋나고, 학교에 온 진정한 목적이 어긋났다는 억울함이 들 

기도 했지만, 이미지 관리상, 꾹 참고 그들의 말을 들어주고 또 웃으며 대 

꾸해 주어야 했다. 

안 그러면, 온갖 욕설과 험담이, 인터넷에 난무하게 될 테니깐 말이다. 

'으∼! 지겨워! 도대체 수업 종은 언제 치는 거야! 그리고 수호는 왜 안 

와! 오면 죽었어!' 

그녀의 소리 없는 비명이 교실에 널리 널리 울려 퍼지고 있었다. 물론, 

아무도 그 비명 소리를 들은 사람은 없지만 말이다. 

- 끼이익! 

순 검은색의 메르세데스 벤츠가 해광 고등학교의 정문 앞에 정지한 것은 

김혜정의 BMW가 자리를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지금 이맘때가 학생 

들이 제일 많이 등교하고 있을 때라, 수많은 학생들의 눈이 정체불명의 벤 

츠로 향했으며, 자동차 광이 아닌 이들이라도 자신의 눈앞에 선보여지고 있 

는 차 매끄러운 모습에, 눈을 크게 뜨며 감탄사를 흘렸다. 

- 덜컹 

이윽고 차 문이 열리며 익숙하지 않은 얼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익히 아는 얼굴이라도 되는지 그들은 또 다시 감탄사를 흘렸다. 그러나 그 

것은 아는 얼굴들에 대한 감탄사가 아닌, 전혀 모르는 얼굴이었지만, 너무 

평범하지 않은 외모에 대한 진실한 감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인영 

이 모습을 드러내자, 주변은 크게 술렁이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나온 이 

는, 자신들이 익히 아는 얼굴이었던 것이다. 

"여기가 네 학교냐? 음, 괜찮구나. 그런데 도로 주변에 위치해 있어서 공 

기는 별로 좋지 않겠는 걸?" 

"그렇지 형? 흠, 그래도 우리 학교 보다는 별로다." 

그들은 학교 건물들과 주변의 경관을 둘러보며 한마디씩 내뱉었다. 

그렇게 많은 이들의 시선집중에도 불구하고 태연히 학교의 경관에 대한 

감상을 하던 그들에게 해광 고등학교의 학생들에게 친숙한 인영. 수호가 입 

을 열었다. 

"형 고마워요. 형 덕분에 안 늦었어요." 

"음? 아∼,하하하! 아무 것도 아니야. 뭐, 덕분에 학교 구경도 오고… … 

오래간만에 싱싱한 모습들도 보고, 나야 좋∼지 뭐. 안 그래?" 

"아… 뭐, 아하하하! 우리 학교에는 철의 여인들 밖에 없어서 그런지, 너 

희 학교의 여학생들을 보니깐 너무 기분이 남다르다. 크으! 정말 부러워!" 

"흠… …." 

반응은 각각 제각각이었지만, 한 사람만 빼놓고는 그들의 진실함을 알 수 

가 있었다. 물론, 알 수 없는 이는 상찬이었다. 

"뭘 그렇게 멍하니 있어! 우리 학교는 언제 갈 거야!" 

그 때. 한 사람의 인영이 좌석에서 고개를 내밀더니, 수한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음? 아∼! 미안, 미안! 그러고 보니 민예, 너를 깜빡 잊어버리고 있었 

어! 하하하!" 

"하여간 정말… …." 

어이없다는 듯, 다시 고개를 집어넣고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던 그녀는, 

이번에는 아예 차 바깥으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 

"앗! 저 애는 분명… …." 

"박민예다! 정신여고의 얼짱이자, 학생회장인 박민예!" 

- 웅성웅성. 

그녀가 모습을 드러내자, 또 다시 웅성였다. 이번에는 주변의 학생들만이 

아닌, 어느 새부터 인가 학교 건물의 창문을 통해 바깥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수많은 학생들까지도 그 소란스러움에 동참하고 있었다. 

"맞아! 맞아! 어머∼ 박민예가 우리 학교에는 웬일이니? 저런 번쩍번쩍한 

남자들과 같이 있다니… …, 아는 사이 인가봐?" 

"그런데 강수호가 저들과 같이 있다는 게 좀 이상하긴 하지만… …, 어쨌 

든! 대단하다!" 

분명, 별 볼일 없는 강수호가 저런 미남 미녀들과 같이 있다는 게 이상하 

긴 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은 상관하지 않았다. 지금의 그들에게 중요한 것 

은 단 한 가지 사실, TV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그런 꽃 미남과, 소문으로만 

전해 듣던, 정신여고의 얼짱이자 학생회장인 박민예가, 지금 자신들의 눈에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가, 단 한명 있었으니, 

그. 아니, 그녀는 바로 어제저녁, 자신의 부탁을 무시하고 어디론가로 사라 

져버린 강수호와, 또 강수호와 정답게(?)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박민예를 향 

해 분노와 질투의 시선을 쏟아내고 있던, 해광 고등학교 최고의 인기인이 

자,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만능 엔터테이너인 2학년 4반, 번호 1번이자, 

2분단 뒤에서 셋째 줄에 앉아있는 아리따운 여학생. 바로 김혜정 그녀였다.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혜정은, 복도가 몹시도 소란스러워 지는 것을 

느꼈다. 의문을 나타낼 틈도 없이, 급하게 반으로 난입한 여학생들은 저마 

다 빼꼼히 고개를 내밀며, '그 무엇'을 서로 자세히 보려, 어깨로 밀고 등 

을 당기고 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무슨 일이야?" 

"응? 아∼ 후후후." 

"?" 

몹시도 궁금해진 그녀가 창밖에 고개를 내밀고 있던 한 여학생에게 질문 

을 던졌다. 처음, '이 중요한 때에 누가 감히 이 몸을 방해하는 거냐!' 하 

고 획! 고개를 돌린 여학생은, 그 대상이 자신이 몹시도 동경하는 김혜정이 

라는 사실에 얼굴을 붉히며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음, 그러니까… …, 에이! 한번 봐봐!" 

"왜 그래?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 

그녀의 독촉에 혜정은 어리둥절해 하면서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어? 저 사람들은… …." 

"응? 혜정이 너, 혹시 저 사람들이 누군지 아는 거니?" 

"응? 으, 응.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아주 조금은… …." 

딱 까놓고 이야기를 해 본 것은 아니지만, 인터뷰 형식도 대화는 대화였 

기에, 대충 마음이 가는 대로 대답해 놓고 보는 혜정이었다. 

"역시 연예인이구나. 저런 사람들도 알다니… …." 

"좋겠다. 부러워!" 

'칫. 계집애들… …, 꼭 저런 다니깐.' 

여학생들의 감탄소리가 혜정의 심기를 자극했다. 물론 감탄했다는 그 자 

체로 그녀를 자극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녀가 자극된 것은 '역시 연예인이 

라서' 라는 말 때문이었다. 무조건 뭘 하면 연예인이라서 할 수가 있고, 또 

연예인이기 때문에 그렇게 될 수가 있는 거다. 뭐, 솔직히 저들을 알게 된 

것이 자신이 연예인이기 때문임은 맞지만, 그래도 왠지 거슬려지는 것은 어 

쩔 수가 없었다. 그녀, 자신이 한 모든 일들이 무조건 연예인이라는 번지르 

르한 명칭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녀가 제일 싫어하는 것 중 하나였 

다. 

'후, 강수호. 역시 저 들과 함께 있었구나. 뭐, 괘씸하긴 하지만 용서해 

주지. 보아하니 어젯밤 좀 마시고 떠들고 하며 같이 있었던 것 같은데… 

…, 남자들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뭐.' 

그녀는 수호가 어제 보았던 왕 킹카들과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 

을 보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수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이 

에게 들어 대충은 알고 있기에 수호에게 믿을 만한 친구가 생길 징조가 보 

인다는 것은 그녀로서도 반가운 일이 되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전적으로 

자신이 강수호라는 존재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마음가짐 

이었다. 

'강수호… …, 전에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지만, 설마 그런 존재였다니… 

…, 학교에서 하도 존재감이 없고 너무 조용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 후훗, 사람은 역시 겉만 보고는 모르는 건가? 이거, 이러다 

가 마음을 빼앗겨 버리면 어떻게 하지? 뭐,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말이 

야. 내 꿈은 저런 평범한 남자와 사귀는 것이 아닌, 정말 대단하고 누구나 

인정하는 그런 멋진 남자와 사귀는 거라고. 조금 특이하다지만 한낱 동정심 

때문에 내 꿈을 망쳐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지. 맞아∼맞아.'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살짝 고개를 끄덕 끄덕 거렸다. 남들이 들으면 

무척이나 괘씸하다고 말 할 수 있을 정도의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와 결혼하여 평생을 불행 없이 행복하게 산 

다는 것은, 모든 여성들의 꿈이었고, 또한 그녀의 필사적인 염원이었으니 

말이다.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며 자아도취에 빠져있을 때에, 그 뒤를 또 한 차례 

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특히 이번의 음성은 전교의 남학생들에게서 터져 

나온 것이었기에 이전의 탄성 소리와는 비교하기가 너무 송구스러울 정도였 

다. 

그녀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수호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 

고 입을 쩍 벌렸다. 

"아, 아니… …, 저 여자애는 누구지?!" 

"응? 혜정이는 모르는 거야?" 

"으, 응. 교복을 보니 우리 학교 학생은 아닌 것 같고… …, 이 근방에서 

저렇게 예쁜 여자애가 있다는 소리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 것 같은데… 

…, 누군지 너는 알아?" 

"응. 당연하지. 후후후." 

혜정의 물음을 받은 여학생은 빙긋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저 여자애는, 강남 지역에서 명문 대학 많이 보내기로 소문난 정신 여고 

의 종 학생회장이자, 얼짱으로 유명한 박민예라고 해. 인터넷에 팬클럽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애야. 물론 혜정이 너보다는 못하겠지만 말이 

야. 호호호!" 

"정신여고의 총 학생회장이자 얼짱인 박민예… …라고?" 

그러고 보니, 강남 지역 최고의 명문 학교인 정신여고와 그 학생회장에 

대해서는 일찍이 학기 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적이 있는 터였다. 

당시 정신여고의 학생회장 선거는 그 학교 자체 뿐 아니라, 다른 모든 고등 

학교들과 특히 해광 고등학교에서 집중을 했었는데, 그것은 그 학교가 다른 

주변의 학교들에게 주는 몇 가지의 영향력이 큰 힘을 발휘했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3년마다 한번 씩 있는 정신여고의 타 학교와의 연합 축제를 

꼽을 수가 있겠다. 부자학교인 정신여고의 재정 넘치고 인재 넘치는 축제 

는, 그 동안 수많은 학교의 부러움과 질시의 대상이 되어왔다. 재정이 많으 

니 축제가 풍성했고, 인재가 넘치니 내용이 알찼다. 그러니 재수 없게 거의 

같은 시기에 축제 날짜가 잡혀 버리면, 그 학교는 일년에 단 한번 있는 뜻 

깊은 축제를 그야 말로 살벌하고 썰렁한 얼음판 속에서 저 하늘로 멀리 멀 

리 날려보내야만 했던 것이다. 

그러나 3년에 한번 있는 타 학교와의 연합 축제 건 때는 사정이 틀려진 

다. 

무엇을 팔게 되면 이익금이 엄청 남아돌게 될 것이오, 무엇을 성공적으로 

공연하게 되면 그 학교의 명성과 동아리의 명성은 널리 퍼지게 된다. 더욱 

이 가장 중요한 사실 한 가지. 축제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운이 좋 

기라도 한다면, 남부럽지 않을 빵빵한 여자 친구를 얻게 될 수도 있으니, 

정신 여고와의 연합 축제는 그야말로 보물섬이라고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었 

던 것이다. 그 말고도 정신여고가 끼치는 영향력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어쨌거나 가장 큰 영향력은 바로 연합축제 건이었고, 올 해가 바로 그 해였 

다는 점에 대해, 학생회장 선거에는 진정으로 엄청난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 

다. 

모든 이들의 시선 속에 선거는 진행되었고 세 명의 최종 후보자들 또한 

선출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1학년 입학 초 

부터 수많은 학생들의 시선을 끌던 얼짱 박민예가 학생회장에 출마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녀의 무뚝뚝함과 쌀쌀함에 대해서는 이미 알만한 사람이 다 

알고 있었던 터라, 연합 축제의 성사를 기대하던 모든 간부들의 마음속에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사실 연합 축제라는 것이 거의 회장의 결정에 따른 

것이었고, 역대의 회장들도 대체적으로 '활짝 열린 회장'들이었기 때문에, 

연합 축제가 별 무리 없이 성사 될 수가 있었다. 그러나 박민예가 회장이 

된다면 이야기는 틀려질 것이다. 기존에 알려진 그녀 특유의 명성 때문이었 

는지, 만약 그녀가 회장이 된다면 이번의 연합 축제 건은 그야말로 허공의 

수증기가 되어버린다는 소문이 널리 퍼지게 되었던 것이다. 

많은 이들은 빌고 빌었다. 

제발 박민예가 회장이 되지 않기를… …. 

그래서 반드시 연합 축제가 성사될 수 있게 되기를… …. 

솔직히 안심이 되기도 했다. 설마 그렇게 깐깐한 성격의 그녀를 누가 회 

장으로 뽑아주겠느냐는 생각이 타 학교의 모든 이들을 관통했기 때문이었 

다. 하지만 만약 이라는 것이 있기에 하늘에 계실 분에게 빌고 또 빌었다. 

그러나 하늘은 그들을 저버렸다. 

거의 100% 찬성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투표수로 박민예, 그녀가 당당하 

게 총 학생회장으로 뽑히게 되었던 것이다. 

그들은 절망했고, 자신들의 꿈을 앗아가 버린 하늘을 몹시도 원망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이미 당선된 그녀가 낙선이 되는 일은 없었다. 

그들은 생각했다. 이번의 연합 축제는 분명 물 건너갔다고… …. 

아직 확실시 된 사실은 아니었지만, 이미 그들은 전혀 될 리가 없다고 단 

정을 내리고 있었다. 그 답례로 11월 초가 된 지금 까지, 정신여고는 축제 

의 날짜와 그 여부에 대해서 밝히지를 않고 있었다. 

'흠. 그렇게 유명한 애가 왜 이곳에 왔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대단한 소문을 지닌 애가 자신들의 학교에 왔다 

는 것에 혜정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얼추 짐작할 수 있는 단 한 

가지의 사실은 분명히 존재했다. 하지만 설마 하는 마음에 그녀 스스로가 

거부를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설마, 어젯밤 같이 있었던 것은 아니겠지?' 

왜 아니겠는가. 그 증거로 등교를 같은 차에서 하고 있지 않은가. 

'훗, 설마 그럴 리가… … 박민예 같은 애가 어떻게 수호 같은 애랑 아는 

사이겠어? 그저 지나가다가 우연히… 우연히… …,' 

그러나 그 순간. 수호가 밝게 미소를 짓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와 악수를 

하자, 혜정은 심장이 정지하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거대한 벼락이 혜정의 

어두운 마음을 맹렬히 휘젓기 시작했다. 곧 수호를 제외한 다른 이들이 차 

를 타며 떠났고, 수호는 정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 강수호. 절대 용서 못해! 어젯밤 나를 뿌리친(?) 그 이유가 사실은 

저 애 때문이었다니… …, 교실에 들어오기만 해봐. 절대로 가만 안 놔둘 

테다.' 

혜정은 수호의 윗 모습을 내려다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방금 전 까지의 

자상했던 마음은 맹렬히 불타는 그녀의 마음속에서 무참히 타오르고 있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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