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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스전기-143화 (143/194)

143화

그렇게 여관으로 간신히 돌아온 딕스는 10년은 폭삭 늙은 모습이었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려던 딕스는 룩센의 말이 생각나 여관 옥상으로 올라갔다.

“어? 공주님.”

“어디 갔었어? 걱정했잖아.”

“가긴 어딜 가요.”

“얼굴색이 안 좋네?”

밝은 곳으로 걸어 나온 딕스의 얼굴을 본 공주가 걱정을 드러냈다.

딕스는 자신의 얼굴을 매만졌다.

그녀의 말처럼 피부가 왠지 퍼석거리는 느낌이다.

‘종탑에서 흘린 식은 땀 때문인가?’

고개를 돌려 종탑을 보았다.

여관 옥상에서 봤는데도 종탑은 까마득해보였다.

저런 곳에 자신이 올라갈 생각을 했다니, 제대로 열 받긴 받았나보다.

딕스의 입에서 긴 한숨이 흘러나온다.

“왜, 그래? 식당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그런 거야? 너도 사실 잘 하진 않았잖아. 왜 훔, 훔쳐보고... 그런데 어디까지 봤어? 괜찮아, 말해도 돼. 우리가 어디 남이니? 자 말해봐. 어디까지, 그리고 누굴 먼저 봤어? 나? 아니면, 시모나... 레이첼?”

공주는 미리 정답을 내놓았다, 듣기 좋은 소리를 선택하라고.

하지만 몸도 마음도 피곤한 딕스는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레이첼요.”

피곤이 녀석을 솔직한 사나이로 만든다.

“... 음, 레이첼이 예쁘긴 해.”

공주의 크게 달라진 어감을 통해 딕스는 깨우쳤다.

일생일대에 가장 큰 위기가 자신에게 찾아왔음을.

섬뜩!

콜록콜록.

사래가 들린 딕스는 연방 기침을 해댔다.

이전 같으면 다정한 손길로 그의 등을 쓰다듬어 줬을 공주는 싸늘한 얼굴에 팔짱을 낀 채 불구경하듯 쳐다보기 했다.

“고, 공주님.”

“그렇구나, 공주구나. 난.”

“아, 아니. 베스. 그게...”

“하아, 왠지 슬프네. 이 여행이 너와 내게 멋진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래서 스케줄도 겨우겨우 조정하여 왔는데. 아, 아니었구나. 나만 그런 거였구나.”

공주의 표정과 목소리는 진심으로 슬프다는 느낌이 물씬했다.

딕스는 냉큼 그녀 곁으로 다가가 그 손을 잡았다.

약간의 반항이 있었지만 딕스가 더욱 강하게 잡아채자 공주는 못이긴 척하며 손을 내주었다.

일단 손을 잡으면 그 마음도 풀어주기 쉬운 법.

딕스는 감언이설을 풀어놓았다.

그러자 공주의 얼굴이 조금씩 밝아졌다.

이때의 딕스는 눈치를 120% 가동시킨 상태였기에 그녀의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공주님이 의외로 질투가 있네? 이거... 조심할 사항이네.’

레이첼과 시모나에게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기미를 공주에게서 보았다.

공주도 레이첼이나 시모나 같을 줄 알았던 딕스에게 오늘의 이 발견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아니, 걱정거리였다.

하지만 어쩌랴 그래도 어느 한 여자 버려두기에는 이 마음이 너무 넓은 것을.

“뭘, 그리 긴장해. 농담이야, 농담. 호호호.”

“그, 그렇죠. 저도 그럴 줄 알았어요. 하하.”

딕스의 이 웃음의 의미는 결코 이 일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래도 일단은 하나의 고비를 넘긴 것 같아 딕스는 내심 안도했다.

두 사람은 옥상 한쪽에 마련 된 의자에 가서 앉았다.

날이 쌀쌀하지만 이쯤은 딕스의 마법으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다.

“대빙원에 떨어져도 너와 있으면 얼어 죽을 일은 없겠다.”

“대빙원에 떨어지는 일도 없을 테니 걱정 마요. 베스.”

“딕스, 그냥 말 편하게 해주면 안 될까? 네가 그러니까. 자꾸 내가 늙은 사람이 된 것 같아.”

“누가 베스가 늙었대. 그런 녀석이 있음 내게 말해 이빨을 몽땅 뽑아 버릴 테니까. 이리와.”

딕스는 엘리자베스의 개미허리를 휘어감아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공주는 못이기는 척 그의 품에 안겼다.

두 사람은 그렇게 한참을 있었다.

그리고 공주가 이번엔 꽤나 진지하고, 진중한 표정과 음색으로 그에게 말하였다.

“무사히... 돌아올 거지?”

이번 여행의 의미를 어찌 공주가 모르랴.

이를 알기에 빡빡한 일정을 뒤로 미루고 여기까지 따라나섰다.

곧 떠날 남자.

적진 한가운데, 그것도 가장 위험한 전장으로 몸을 던질 내 남자.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그의 결정을 막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를 절실히 필요로 했다.

여인으로써의 마음과 일국의 장래를 책임져야 하는 공인의 입장에서 그렇게 그녀의 내면은 아픔으로 채워져 있었다.

“당연한 소릴 하네. 난 반드시 돌아올 거야.”

지옥도 뚫고 돌아올 것이다.

그 어떤 역경과 고난에도 굴하지 않을 것이다.

승리의 월계관을 쓰고, 환하게 웃으며 내 여자들에게로 돌아온다.

그리고 한평생 그녀들과 알콩달콩 살리라.

“믿을 거야. 언제나 그랬듯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거란 걸.”

딕스는 공주의 머리를 품으로 끌어당겼다.

“들려, 내 심장소리.”

“응.”

“이 심장은 언제나 베스를 향해 뛰고, 또 뛸 거야. 그러니까 긴장하지 마. 내 여자의 긴장을 볼 만큼 난 너그럽지 못해.”

“딕스!”

공주와 딕스의 입술이 격정적으로 부딪친다.

서로의 숨결을 모조리 빨아먹을 듯한 기세로 둘은 그렇게 꽤 오랫동안 진한 키스를 나누었다.

떨어지는 입술과 길게 늘어진 타액의 선.

이 가는 선이 그 어떤 운명의 끈보다 더 강력하게 서로를 묶어두기를 두 사람은 간절히 바라고, 바라였다.

“베스.”

“응?”

“나 돌아오면 선물하나만 해줘.”

“선물?”

“커험, 그러니까. 다 같이 목욕한번 해보자.”

“뭐!”

“내 말은 서로를 더욱더 잘 알아가지는... 단합의 의미로써.”

“칫, 알았어. 하지만 조건이 있어.”

“조건? 뭔데?”

“머리카락하나도 다치면 안 돼. 약속해줘.”

사랑이 커진다.

자신보다 자신을 더 아껴주는 여자의 말에 감동한 남자는 이 밤 그녀와 뜬 눈으로 밤을 새고 싶었다.

하지만 참으리라.

‘참는 것도... 사랑이겠지.’

딕스는 공주를 다시 한 번 깊이 포옹하였다.

공주 역시 그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그렇게 젊은 연인의 밤은 깊어만 간다.

@

불청객 룩센으로 인하여 고통(?)의 휴가 첫째 날을 보낸 딕스는 나머지 이틀은 세 연인들과 함께 즐겁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었다.

그 시간이 어쩌면 그리 빨리 가는지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의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질질 늘어지고 싶었다.

그러나 시간은 그 누구에게도 특혜를 주지 않았다.

수도로 돌아가는 길.

마차 안은 서로를 많이 알게 된 2인의 수다와 1인의 수화로 떠들썩했다.

이를 보고 있노라니 딕스는 마음 한편이 쓰렸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반드시 살아서 돌아오겠다는 결의가 불꽃처럼 활활 타올랐다.

이 행복한 시간, 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장면을 딕스는 온 가슴으로 깊이, 깊이 새겨 넣었다.

‘즐거운데... 슬프군.’

딕스의 눈길이 창밖으로 향하였다.

갈색으로 말라 비틀어져가는 계절이다.

이제 저 갈색의 빛깔도 조만간 볼 수 없을 것이다.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일 테니까.

그러고 보니 하늘도 뭔가를 쏟아낼 듯 낮고 어둡다.

톡톡.

레이첼이 딕스의 손등을 톡톡 건드렸다.

공주와 시모나는 대화의 꽃을 피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왜?”

‘무슨 걱정 있어요?’

공주와 시모나가 딕스를 보았다.

공주는 그의 이후 행보에 대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티내면 모두가 우울할 것 같아 그녀는 이를 알리지 않았다.

때론 모르는 게 약일 때가 있으니까.

“걱정은 무슨, 그냥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어서. 물론, 내가 착한 일을 많이 한 보답으로 하늘이 당신들을 내게 주셨지만. 하하하하.”

‘맞아요, 당신은 착해요.’

당연히 핀잔의 말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던 딕스는 레이첼의 다소곳한 수긍에 민망함을 느꼈다.

공주가 한 소리 할까 싶어 공주를 보았지만 그녀도 이번엔 예쁜 웃음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시모나야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녀는 공주나 레이첼과 달리 자신이 제 아버지와 딕스의 친분 때문에 이루어진 관계라는 약간의 피해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를 알기에 딕스는 세 여자에게 공평하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어디 마음이 자로 잰 듯 정확하게 등분을 내어 나눠줄 수 있는 물건도 아니다 보니, 그녀에게 약간의 섭섭함을 안겨 줬으리라.

“뭐야? 그리 말하면 내가 진짜로 착한 것 같잖아. 하하하.”

레이첼은 딕스가 푹 빠진 여자로 다른 두 여자들보다 그가 더 적극적으로 그녀에게 다가갔었다.

그리고 평생 가슴에 안고 살아야할 그녀의 아픔.

그게 시린 날씨처럼 딕스의 심장을 아릿하게 하였다.

언제나 그녀에겐 사랑의 크기만큼이나 미안함도 그 못지않게 갖고 있었다.

멈칫.

공주와 시모나가 지켜보고 있자 딕스는 그녀의 볼을 쓰다듬지 못했다.

둘 만 있었다면 결코 멈추지 않을 손길이다.

다다익선? 가져보니 그게 썩 좋은 말이 아님을 딕스는 최근 깨달았다.

‘하아, 정을 막 흘리고 다녔다간 사람이 극 소심해지겠어. 휴우.’

“하던거 해.”

공주가 말하였다.

“하세요. 전 괜찮아요.”

시모나가 말한다.

다들 사랑받고 싶은 강아지 같은 표정이다.

저리 귀여운 표정이 대체 어디 숨어 있다가 이제야 나오는 걸까? 그녀들의 새로운 매력에 딕스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

떠나기 싫어서.

“우리 야외에서 고기 구워 먹을까?”

딕스의 제안에 세 여인은 즐거운 표정으로 찬성표를 던졌다.

딕스는 곧장 마부에게 적당한 곳에 마차를 세우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쌍두마차(바로와 스칼렛).

스칼렛은 이 우중충한 날씨에 웬말이냐며 불만을 그 얼굴에 드러냈다.

하지만 공주가 워낙 좋아했기에 그 불만은 그녀의 가슴에서 머물렀다.

바로는 당연 딕스의 말에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

이래서 직속부하가 좋은 것이다.

즉흥적인 딕스의 제안으로 일행은 작은 강가에 멈추었다.

문제는 불은 있는데 구울 재료가 없다는 데 있다.

“내게 맡겨. 이 사람이 다년간의 야인생활로 이런 방면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거든. 우하하하하하!”

그때 룩센이 딕스의 곁을 스쳐지나가며 나직하게 한마디 한다.

“티 난다.”

녀석의 말에 딕스는 내심 한숨을 불어냈다.

일분일초라도 내 여자들과 더 함께하고픈 마음이 간절하다보니 자꾸만 일정에 없던 일들을 만들려고 했다.

지금도 그렇다 여기서 고기를 구워먹으며 식사를 하게 되면 노숙할 확률이 굉장히 높아진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마음이... 딕스의 이성으로도 통제가 안 되는 것을.

“바로 천장.”

“예, 딕스 님.”

“내가 가라는 곳으로 사람들을 데리고 가면 식사꺼리가 있을 겁니다. 잠시 만요.”

딕스의 물의 척후가 준마처럼 사방으로 내달린다.

사람과 몬스터와 동물을 분별하는 조금은 더 똑똑해진 물의 척후가 동물의 존재를 딕스에게 알려왔다.

딕스는 곧장 마법으로 그 동물을 사냥하려고 했다.

한데, 그 자신이 단 한 번도 알지 못했던 미지의 힘이 자신의 내부에서 꿈틀거렸다.

이에 딕스는 깜짝 놀랐다.

‘뭐지?’

당황한 그 틈에 그의 내부에서 꿈틀거린 힘은 그가 사냥감으로 점찍은 동물을 공격했다.

눈으로 볼 수 없었지만 딕스는 이를 정확하게 느꼈다.

이 힘이 그 자신의 몸에서 발출된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를 보내려했던 딕스는 이 현상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가기로 했다.

문제는 승마다.

“룩센.”

강가 바위에 앉아 와인 병을 기울이던 룩센이 딕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딕스는 바로에게 불을 피울 것을 부탁한 뒤 자신이 직접 사냥감을 가져오겠다며 말했다.

그의 세 여인이 함께 가자는 말을 하였지만 딕스는 이를 거절한다.

레이첼과 시모나 역시 여자의 직감으로 그가 아주 어려운 일을 하려고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를 단 한 번도 딕스에게 들키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딕스보다 그의 연인들이 마음을 숨기는 데는 한수 위가 아닐까 싶다.

“왜 불렀어?”

“나랑 같이 가자.”

딕스의 표정이나 어감이 좀전과 많이 달라진 것을 간파한 룩센은 순순히 승낙했다.

룩센은 주위를 스윽 둘러보더니 딕스에게 말하였다.

“여기서 해도 되냐?”

공간질주를 말함이다.

딕스는 녀석의 조심성(?)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너 많이 했거든.”

“그랬던가?”

“하아, 너 알코올성 치매가 왔나보다. 그러니 술 작작 마셔.”

어찌하면 룩센이 술을 끊게 할까? 그를 겁줄 사례를 나름 조사했던 딕스다.

룩센의 건강이 걱정되어서는 당연히 아니다.

자신의 재물을 그가 너무 많이 축내고 있기 때문이다.

오로지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랄까? 아무튼 지금까지 조사한 사례는 룩센에게 전혀 통하지 않았다.

“어느 방향?”

“저쪽.”

딕스의 검지가 잔뜩 흐린 서북쪽을 가리킨다.

그 순간 딕스의 육신은 잔상도 남기지 않고 그 자리에서 꺼짓듯 사라졌다.

물론 룩센역시.

두 사람이 눈앞에서 감쪽같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다시 한 번 깜짝 놀란다.

봐도, 봐도 도통 적응할 수 없는 능력이었기 때문이다.

스팟!

두 개의 인영이 황량한 들판에 나타났다.

룩센과 딕스였다.

주변엔 크고 작은 동물들이 쓰러져 있었다.

딕스가 점찍은 사냥감들이다.

하지만 동물의 사체는 딕스가 주로 쓰는 기술이 아닌 전혀 새로운 기술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그 모양새는 마치 강력한 검력에 당한 것처럼 보였다.

“놀랍군. 이런 것도 할 수 있었나?”

어지간해선 제 감정을 목소리에 묻히지 않는 룩센이다.

하나 눈앞에 펼쳐진 전경엔 룩센 역시 많이 놀란 듯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딕스에 비해 그의 놀라움은 조족지혈이었다.

굳은 얼굴로 딕스는 동물사체를 유심히 살폈다.

‘뭐였지?’

딕스는 눈을 감고 좀전 자신의 내부에서 꿈틀거리며 뻗어나갔던 힘을 떠올렸다.

괴이하였고, 참으로 이질적인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힘에 대한 거부감은 왠지 모르게 생기지 않았다.

직접물리력과 절삭력!

골렘 시리우스를 제외하고 이러한 힘은 딕스가 소유하지 못했던 미지의 힘이었다.

늘 그는 안개와 독, 혹은 물 덩이를 이용하여 대상을 익사시켰던 게 고작이었다.

단조롭다면 단조로운 그의 마법세계에 있어 눈앞의 이 흔적들은 그에게 새로운 방식의 마법구현을 하는 데 크게 일조할 터였다.

물론 이 힘에 대한 세부적인 파악을 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주변으로 딕스는 눈길을 던졌다.

마침 집채만 한 바위가 들판의 왕처럼 우뚝 서 있었다.

‘해보면 알겠지.’

아까의 느낌을 되살린 딕스는 바위에 그 힘을 집중했다.

한 번은 실패했다.

두 번도 실패했다.

‘이 느낌은 아니야! 딕스, 진정하자. 천천히, 천천히 떠올려 보는 거야.’

느닷없이 등장한 새로운 힘이다.

이를 자각하자 그의 마음은 거센 강풍을 만난 갈대처럼 몹시 흔들렸다.

거대한 적을 상대해야하는 이 시점에 지금의 이 한수는 자신을 구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침착하려 애써보지만 흥분된 마음은 좀처럼 그의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다.

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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