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딕스전기-56화 (56/194)

56화

모든 결과엔 이유가 있다.

몬스터의 침공역시 마찬가지다.

벨쟈키 부족은 최근 개발한 광산인근 지역 생태계를 지배하던 대형 맹수와 몬스터를 제거하였다.

이는 광부와 광물의 안전과 수송을 위해서다.

생존을 위해 초식동물이 모임은 당연한 이치다.

이 동물을 쫓아 타 지역의 맹수와 몬스터가 모여들었다.

처음엔 계단하나를 내려오는 속도였다.

한데, 어느 순간 상황은 비탈길을 굴러 내려오는 눈덩이만큼 속도와 덩치가 커져버렸다.

이것이 벨쟈키 부족 북부에서 벌어진 몬스터 침공의 전말이다.

그리고 다른 누군가의 어리석은 행위로 인해 또 다른 누군가는 죽음의 공포와 직면해야만했다.

“로라 누나 당장 사람들을 깨워요. 크게 소리치지 말아요. 조용히, 최대한 조용하게 깨우세요.”

계획 없이 상대를 자극하는 짓은 바보다.

이쪽이 저쪽보다 힘이 약할 때는 더더욱 하지 말아야한다.

싸울 수 있는 남자들이 빠져나간 서커스단은 제 한 몸 건사하기에도 벅찬 약자들의 군집체가 되었다.

딕스는 여러 번 당부한 뒤 그녀를 보냈다.

그녀가 휘날리는 횃불의 저 편으로 완전히 모습을 감추자 소년은 자신의 천막으로 마나를 보냈다.

엘리자베스는 잠들어 있었다.

용기에 담긴 물은 모조리 꽁꽁 얼어 있었다.

그녀가 숨을 쉴 때마다 코와 입에서 더운 김이 뿜어져 나왔다.

딕스의 마나는 용기 속 얼음덩이를 원상태로 복귀시켰다.

신비한 경위로 그렇게 녹은 물은 엘리자베스 공주의 얼굴에 한줌의 물 덩이를 선물했다.

철썩!

무방비 상태로 잠을 자고 있던 공주는 깜짝 놀라 깨어났다.

그녀는 호들갑스럽지 않았다.

별다른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공주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그제야 얼굴의 물기를 닦았다.

‘참으로 해괴한 일이구나!’

딕스가 이런 장난을 자신에게 할리 없다.

그녀는 앞서 천막안팎의 인기척을 살폈다.

자신의 귀가 고장이 아니라면 천막에 부딪치는 모래바람 소리가 전부였다.

그 소리는 매우 컸지만 인기척과는 확연히 구분할 수 있다.

천막지붕에서 물이 떨어졌나 싶어 봤지만 거기엔 물기 한 점 없다.

망연자실하고 있을 때였다.

용기 속 물 덩이가 그 용기에서 나와 허공을 유영했다.

눈앞에 펼쳐진 괴사에 공주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경망스럽지는 않았다.

눈앞의 저 현상이 불가사의한 일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물을 움직이는 자!

‘딕스가 나를 부르는 건가?’

그녀가 이런 생각을 할 때였다.

물 덩이가 허공에서... 문자가 되었다.

「내게로」

공주는 그 순간 경악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물을 움직일 수 있는 견습마법사는 없다.

있더라도 교감할 수 있는 거리에서 겨우 할 수 있다.

공주가 알기로 딕스는 지금 불침번 근무 중이다.

그곳과 이곳의 거리는 족히 15미터쯤 된다.

한데, 지금 그곳에 있는 소년이 허공에 물로 문자를 썼다.

이 순간 그녀는 소년의 능력에 감탄을 넘어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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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를 놀라게 한 소년은 그 시간, 우유빛깔 팽팽한 이마에 주름을 패고 있었다.

마나를 풀어 얼음을 물로 만들고, 그 물을 움직여 대상을 피해 없이 맞추었고, 그 물로 문자를 만드는 섬세한 이 작업은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마법사에게 집중력이란, 체력과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몸을 사용하면 체력이 바닥나듯이 마법사의 집중력도 그렇다.

공주와 함께 하는 여행(?)을 통해 딕스의 집중력은 놀라울 만큼 성장했다.

그의 집중력은 노련하고 완숙한 경지의 마법사에 버금갈 정도다.

이제 그에게 부족한 것은 단 하나, 완전마력문장이다.

소년이 그것만 손아귀에 쥐게 된다면... 소설에서나 등장하는 장거리 이동 마법인 워프(?)형 성장도 가능하지 싶다.

현재의 그가 구비한 조건만 보면 말이다.

‘천막을 나왔구나!’

공주가 천막을 나왔다는 의미는 자신의 뜻이 그녀에게 전달됐음을 의미한다.

반신반의했던 그 일이 성공하자 소년은 몹시 기뻤다.

들뜬 이 마음을 그는 곧 다스렸다.

야영지를 포위한 생명체의 숫자는 정확하게 팔십!

어떤 종의 몬스터인지 모르지만 몬스터 피라미드의 최약체인 고블린 한 마리도 육탄전으로 상대할 자가 여기엔 없다.

참고로 튼튼한 청년과 고블린이 만나서 싸우면 백이면 백, 그 청년은 다음날 놈의 항문에서 나오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인간과 몬스터의 차이이며, 현실이다.

뒤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딕스는 상대를 확인하지도 않고 기다렸다는 듯이 옆으로 오라는 손짓을 했다.

소년이 손짓을 보낸 주인공은 엘리자베스 공주였다.

“네, 네가 날 부른 거니?”

“쉿! 일단 앉아.”

긴장감이 느껴지는 소년의 태도에 공주는 재빨리 그 옆에 앉았다.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짐작과 체감은 완전히 틀리다.

자연 공주의 어감에도 소년과 같은 긴장감이 달라붙는다.

“무슨 일이야?”

“맹수인지 몬스터인지 모르겠지만 야영지를 포위한 놈들이 있어. 숫자는 팔십.”

물의 파장은 대상을 느끼게만 해주지 그 대상의 정체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이를 보완하고 발전할 수 있다면 일상생활에서도 큰 도움이 되는 기술이기에 소년은 이를 수없이 연습했었다.

결과는 처음이나 지금이나 별 다를 게 없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언제 발견했어?”

“15분쯤 된 것 같아. 소수의 자리변동 외에 포위형태는 풀리지 않고 있어.”

“신중한 놈들이군.”

마차로 울타리를 만들었지만 남자들이 했을 때와 달리 구멍이 많다.

전투발생시, 이 구멍을 메워줄 전력이 있어야하는데 믿음직한 전투원이 없다.

안쪽으로 놈들이 들어오는 순간 혼란의 극치가 펼쳐질 것이다.

소년의 본능은 놈들의 침입을 수단방법가리지 않고 막아야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공주 역시 딕스의 보고를 듣고 맨 먼저 그러한 생각부터 하였다.

문제는 일행이 가진 단점이 지나치게 크고, 들판의 잡초처럼 많다는데 있다.

믿을 수 없는 동료에게 등을 맡기고 어찌 제대로 싸울 수 있겠는가.

“숫자가 너무 많아. 그에 비해 우리는...”

일행의 전력을 생각하자 기운이 빠져 말끝을 못 맺는 딕스다.

소년과 공주의 마음이 어찌 다르겠는가.

“무리 짓는걸 봐선 대형 몬스터나 육식동물은 아냐. 동물이라면 개나 늑대, 몬스터라면... 휴우, 답이 없군.”

“나도 답이 안 나와.”

변변한 무기도 없고, 인력도 없다.

야영지에 있는 자들은 냉정하게 말하면‘혹’이다.

이런 상황에 적이 갯과의 짐승이든, 몬스터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침중해진 공주가 딕스를 본다.

“놈들의 움직임은 지금도 살피고 있어?”

“응, 당장 공격할 것 같지는 않아.”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놈들이 우리를 만만하게 볼 수 없게 하는 거야. 그러자면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해.”

공주는 여기에 남아 싸울 결심을 하였다.

딕스는 자신이 풀어놓은 정보와 일행의 전력을 비교분석하였을 공주가 이러한 선택을 하자 걱정을 드러냈다.

“단장은 누나 싫어하잖아. 누나 때문에 여기 와서 알거지 됐으니까. 흠, 그런 녀석이 누나 말에 협조할까? 내 생각에 그 단장 뭔지 확인해보겠다고 경박하게 설레발칠 것 같은데.”

내부에도 적이 있다.

소년은 공주가 이를 직시하기를 바라였다.

“일행을 위험에 빠트릴 행동을 하려한다면... 그전에 푹 재워야지.”

명백하게 불리한 조건이다.

그럼에도 공주는 이곳에 남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필요한 조치를 머리에 그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깨우러간 로라가 마침 돌아왔다.

무리엔 단장도 있다.

딕스와 공주가 단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핀다.

소년이 사태의 심각성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단장은...

“뭐야? 눈으로 본 것도 아니잖아. 어린 것이 겁에 질려 헛것을 봤군. 에잇, 샘, 죠이.”

난쟁이 광대 샘과 늙은 마술사 죠이를 단장이 짜증내며 부른다.

단장은 이들에게 밖을 살펴보고 오라는 지시를 했지만, 겁을 먹은 두 사람은 움직이지 않았다.

소년의 말이 사실이라면 밖은 위험하다.

이에 단장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두 사람을 닦달했다.

공주는 조용히 단장의 뒤로 갔다.

그걸로 단장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모두가 놀란 얼굴로 공주를 보았다.

“살고 싶으면 내 말 잘 들으세요. 지금 당장 모닥불을 최대한 많이 만드세요. 옷가지와 나무를 이용해 허수아비를 만들어 마차 틈새에 세우세요.”

야영지를 포위한 놈들은 소심하거나, 신중하다.

이는 인간을 가볍게 보지 않는 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를 이용하여야한다.

천적을 만난 동물들이 색깔과 몸집에 변화를 주어 자신을 지키듯, 공주는 그와 같은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이는 임시변통이다.

하지만 당장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단 한 놈이라도 야영지 안에 들였다가는... 끝장이다.

공주는 막힘없이 사람들을 나누어 일을 맡겼다.

무리는 셋으로 나뉘었다.

모닥불을 피우는 팀.

허수아비를 만드는 팀.

요란한 소리가 나는 물건과 무기가 될 만한 것을 모으는 팀.

단장을 단숨에 재워버린 공주의 실력이 장군의 지휘봉이 되었다.

딕스는 그녀의 하는 모양새를 지켜보며 불안한 표정으로 내심 혀를 찼다.

‘튀는 게 상순데.’

적극 건의하고 싶었지만 그러질 못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자신의 마법을 시험하고 싶다는 욕망과 비겁자로 찍히기 싫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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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았다.

주변이 훤히 보인다.

어둠에 숨어 있던 놈들을 이제야 볼 수 있다.

서너 시간 전 놈들의 숫자는 80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300이다.

한 무리의 몬스터가 몰려와 놈들과 합세한 결과다.

적의를 가진 삼백이란 숫자를 눈앞에서 대하니 대군의 기세다.

정신이 아득해지고, 몸이 절로 떨려온다.

싸울 마음은 가라앉고, 걱정과 불안만 가득 차오른다.

공주의 안색도 어둡다.

다른 사람들이야 두 말할 것도 없다.

그냥 살아있는 하얀 석고상이라 보면 될 것이다.

공주는 침중한 어조로 옆에 선 딕스에게 말하였다.

“놈들의 목적은... 우리를 가둬두려는 것이었어.”

“고블린이 영악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놀랍군요.”

“미안해. 도망갔어야 했는데. 내 안일한 결정이 너까지 위험에 빠트렸구나.”

“설마요.”

딕스는 빙그레 웃는다.

그 웃음에 공주는 저도 모르게 따라 웃었다.

소년의 웃음은 묘한 마력이 있었다.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내가 위로를 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위로를 받고 말았네. 고마워.”

고블린 떼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놈들에게 이곳은 만찬장일 것이다.

딕스는 옆의 공주를 보았고, 뒤에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혼란과 두려움이 그들의 몸에서 빠져나와 주변을 가득 채웠다.

그 감정들이 마치 눈에 보이는 것 같다.

“모두 준비하세요!”

공주는 비장한 어조로 사람들에게 소리친다.

사람들은 대답을 손에 쥔 조악한 무기를 흔드는 것으로 대신했다.

용기백배하여 흔드는 것이 아니다, 몸을 덜덜 떠니 무기가 절로 흔들리는 것이다.

“공주님.”

딕스는 엘리자베스의 공식직함을 나직하게 불렀다.

“......?”

“공주님은 행운아세요.”

얘가 미쳤나? 갑자기 이 무슨 뚱딴지같은 말인가? 라는 표정이 공주의 얼굴에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이는 곧 소년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진다.

“무, 무슨 말이니?”

딕스의 표정과 목소리는 회상에 잠긴다.

“온천 마을 첫날, 가족탕에서 목욕을 했다면 아마... 공주님과 저, 그리고 저 사람들 모두 내일 아침 고블린 똥이 되었을 거예요. 하지만 공주님의 행운이 모두를 살리게 되었네요. 전 그때 저 자신을 몹시 불행하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건 제게도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래서 사람은 오래 살고 봐야하나 봐요.”

소년을 바라보는 공주의 눈에 측은함이 가득하다.

위로한번해주고 제대로 정신 줄을 놓았으니.

‘애가 돌았구나!’

과격하지만 그녀 입장에서는 지극히 정상적인 평가다.

“저기 왼쪽을 보세요.”

소년이 가리킨 방향에서 안개가 있었다.

그 안개는 빠른 속도로 몰려와 고블린의 배후를 기습(?)했다.

고블린들을 뒤덮은 안개는 그 뒤 움직이지 않았다.

이러한 괴현상에 공주는 깜짝 놀랐다.

“디, 딕스... 이건?”

“제 작품이에요. 그리고 저길 보세요.”

야영지 중간에서 연기처럼 안개가 발생했다.

안개는 곧 야영지를 뒤덮었다.

안개와 안개 사이 맑은 곳에 소년가 공주가 서 있다.

유일하게 쾌청한 하늘을 머리에 이고 있는 두 사람이다.

안개 속에서 사람들의 놀란 음성이 들린다.

전방 안개에선 고블린의 당혹한 괴성이 시끄럽다.

“아, 안개를 부릴 줄 아니?”

마법사도 아닌 일개 견습마법사가 안개를 부릴 수는 없다.

오랫동안 구축 된 상식이다. 한데, 그 상식이 이 자리에서 파괴됐다.

공주의 놀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예, 그보다 우린 여기서 퇴장해야하지 않을까요?”

안개로 적의 눈을 가려 혼란을 주고, 그 틈에 사람들을 피신시키려는 계획이 아니다.

그와 같은 계획을 세웠다면 안개로 사람들을 덮을 필요는 없다.

그럼, 소년의 저 말은 단 둘이 살자는 것이 아닌가!

“너... 설마 사람들을 미끼로 던져주고 우리만 살자는 거니?”

공주의 얼굴엔 실망감이 가득하다.

소년은 공주가 자신을 야멸찬 비겁자로 몰아붙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공주님은 절 그런 인간으로 보셨나요?”

“아, 아니... 난, 미안해. 그런데 그 말은 무슨 뜻이니? 퇴장이라니.”

“여기 있어봐야 무슨 득이 되겠어요. 우리의 목적지는 시바온 이잖아요. 일단은 저 사람들을 구해준 뒤 우리 갈 길을 가야죠.”

딕스가 두 개의 안개를 생성하여 사람과 몬스터를 덮은 데엔 이러한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적과 아군을 구분하기 위함이다.

기사와 검사들이 입에 달고 있는 말이 있다.

검엔 눈이 없다!

이 말처럼 딕스의 물의 힘에도 눈이 없다.

적아 구분이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러니 처음부터 적과 아군을 명확하게 구분한 뒤 적을 공격해야한다.

둘째는 조용한 퇴장을 위함이다.

“어떻게 하려고?”

“물을 팔팔 끓이면 뜨거운 김이 나오죠. 그 원리를 안개에 응용했어요. 지금은 평범한 안개지만 곧 펄펄 끓는 물이 될 거예요.”

소년의 목소리는 격정에 흔들리고 있었다.

어찌 아니겠는가.

혼자서 300마리의 몬스터를 잡는 대업적을 이룩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이 역사의 산증인을 공주로 세웠다.

말뿐인 공주의 수호마법사가 아닌, 진정한 수호마법사임을 이 자리에서, 이 기회를 빌려 그는 증명하고 있었다.

딕스는 얼빠진 공주의 손목을 낚아챈 뒤 미리 대기시킨 말이 있는 장소로 뛰었다.

이들이 자리를 뜬 그 순간 고블린을 삼킨 안개 속에서 몰골 송연한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공주는 얼이 빠졌다.

급히 공주를 깨운 딕스는 그녀에게 말에 오르기를 종용했다.

이런 그의 얼굴이 백짓장처럼 하얗다.

그제야 그녀가 말에 오르고, 그 뒤에 소년이 올라탄다.

“저 곧 기절할거예요. 그러니 안 떨어지게 절 꼭 잡아주세요.”

말 한필을 준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물론, 승마를 못한다는 이유도 있다.

아무튼 이 말을 끝으로 딕스는 의식을 잃었다.

‘... 이럼 약골로 보일 건데... 난 언제쯤 완벽해질 수 있으려나.’

툭.

의식이 저문 그 언저리에 소년의 아쉬운 목소리만 공허하게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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