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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 레전드-80화 (80/122)

듀얼 레전드 80화

“얼마쯤 남았죠?”

“이제 거의 다 온 것 같은걸. 사막도 끝났고…… 이제 풀들이 보이기 시작하니까.”

“그러게요. 휴우, 정말 긴 여정이었어요.”

대사막을 지나서 올라온 우리의 목적지는 마법 왕국 마엘이었다. 마엘을 통과하여 마지막으로 새벽의 고원에 도착하게 되면, 드디어 엘라시온 대륙을 거의 횡단하다시피 한 우리의 여행도 끝나는 것이었다.

“이번에 텔레포트 스팟을 찍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바로바로 움직일 수 있으니까 조금 나아질 거야.”

“그러게요.”

“어서 도착했으면 좋겠어. 일주일이나 마차에 있었더니 몰골이 영 말이 아닌 것 같아.”

“으응, 그래.”

우리 중에서 가장 체력이 약한 슈가비는 꽤 긴 여행에 지친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아마 이쯤이면 왕국이 보일 때가 되었는데…….”

“내가 보고 오지!”

숲길을 따라 마차를 몰던 도중 바실리아가 보주를 들어 독수리로 변하여 하늘 위로 솟구쳐 올랐다. 날렵한 새의 유려한 날갯짓으로 창공을 한 바퀴 돌고 내려온 바실리아는 웃으며 말했다.

“이 언덕만 지나면 보이겠는걸.”

“그래요?”

“응, 마법 왕국은 처음이잖아? 모두들.”

“그렇죠.”

“아마 보면 깜짝 놀랄 거다.”

“네?”

“후훗, 기대해도 좋아. 왜 마엘이 마법 왕국이라 불리는지 충분히 알 수 있을 테니까.”

“으음…….”

묘한 대답으로 우리의 궁금증을 유발시키던 바실리아는 그렇게만 말하고는 피식 웃으며 마차의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달가닥거리는 마차의 바퀴 소리가 보도블록에 맞춰 흔들리듯 들려오는 것이 끝나 갈 무렵, 우리의 두 눈은 그에 맞추어 점점 더 커져 가기 시작했다.

“어, 어어…….”

“저게 뭐야?”

“말도 안 돼.”

“거봐, 놀랄 것이라고 했지? 어때? 저게 바로 마법 왕국 마엘이란다.”

바실리아는 마치 소개를 해 주는 사람처럼 손을 펼쳐 그곳을 향했다.

“상공에 떠 있는 왕국이라니……!! 믿을 수가 없네요.”

“오로지 마법의 힘으로만 움직이는 유일무이한 마법 왕국. 대마법사 그위드욘이 만든 이 나라는 가장 강력한 마법의 집합체라 불리지.”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여행했던 바실리아이기에 그만큼 아는 것도 많았다.

“이곳만 지나면 새벽의 고원이로군요.”

“응,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목표까지.”

“오늘은 따뜻한 물에 목욕하고 편하게 잘 수 있는 거야? 아아, 난 뭐든 좋으니까 좀 쉬고 싶어.”

상공에 떠 있는 거대한 요새와도 같은 마엘을 보면서도 슈가비는 흥미가 없다는 듯 그저 쉬고 싶은 몸을 축 늘어뜨릴 뿐이었다.

“하하하, 좋아. 조금 더 빨리 몰아 보자!!”

“이럇!!”

새로운 곳의 도착은 그만큼 설렘을 우리에게 전해 주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흥분에 발맞추어 마차의 바퀴도 덩달아 빨라지고 있었다.

3장. 서궁의 백작

“지금은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네?”

“죄송스럽지만…… 현재 마엘은 통제구역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마엘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인가요?”

“으음…….”

즐거운 마음으로 달려온 우리 앞엔 뜻밖의 상황이 마주하고 있었다.

“현재 마엘은 전시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에서 들어오시는 분들의 제한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습니다.”

“전시 상황이요? 마엘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공격을 받지 않았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대륙의 마법의 발전을 위해서 그 어떠한 나라도 침공하지 못하도록 대륙의 규율로 정해져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건 맞습니다. 다만 저희 마엘을 침공한 것은 대륙의 왕국이 아니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렇다면요?”

“자세한 것은 알려 드릴 수 없습니다. 죄송스럽지만 마엘로 들어가실 수는 없습니다.”

“저희는 대사막을 건너온 사람들입니다. 마엘을 지나야만 새벽의 고원으로 갈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마엘 왕국으로 들어갈 수 있는 포탈의 경비병은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것은 맞습니다. 마엘에 있는 마법 포탈로만 새벽의 고원으로 갈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요.”

“그렇다면 저희들은 마엘에 들어가는 이유는 충분하다고 보는데요.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사정은 잘 알겠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쉽게 들여보낼 수는 없습니다.”

내 말에도 불구하고 경비병은 딱딱한 어투로 거절을 하며 대답했다.

“이런…… 답답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우린 엔도라스 왕국에서 여기까지 온 것이란 말입니다. 여기 이 사람은 카마틴 왕국의 왕자이기도 합니다. 이 정도 신분이라면 충분히 증명되지 않겠습니까?”

상황을 보던 바실리아가 한 발자국 더 나서며 그들에게 말했다.

“카마틴 왕국의 왕자님이시라면…… 무례를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상부에 연락을 취해 보겠습니다만, 현재는 전시 상황이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다행히도 루르시아의 신분 덕에 경비병의 생각도 달라진 듯 곧바로 그는 경비 초소에 있는 작은 수정구를 통해 누군가 대화를 나누는 듯 보였다.

“하여간 이렇게 꽉 막힌 사람들이 꼭 있다니까.”

대화를 나누는 그의 모습을 보며 바실리아는 혀를 차며 말했다.

“그래도 다행인걸요. 루르시아 덕분에 잘못했으면 아예 들어가지도 못할 뻔했는데.”

“응, 맞아요.”

“이런 신분도 도움이 될 때가 있네요.”

자신의 신분이 싫어서 나온 왕국인데 그 신분 덕에 도움을 받으니 루르시아의 입장에선 썩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나 보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곧 왕궁 수석 마법사님께서 오실 것입니다. 왕자님의 방문은 이례적인 것이라……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이야기도 없이 불쑥 찾아온 저희가 잘못이지요.”

경비병의 사과에 루르시아는 손을 저으며 대답했다.

“늦었습니다. 포탈까지 가는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군요. 카마틴 왕국의 루르시아 황태자님이시군요.”

경비 초소의 포탈에 은빛의 빛이 뿜어지고 난 뒤 한 노마법사가 걸어 나왔다. 그는 루르시아를 보더니 단번에 알아보는 듯 인사를 나누었다.

“반갑습니다.”

“저희 마엘을 방문해 주신 것은 너무나도 감사드릴 일이지만 때가 좋지 않군요. 하필이면 전시 상황에 오시다니 말이지요.”

“그러네요. 저희도 몰랐던 일인데…… 도대체 어떤 왕국이 중립 왕국인 마엘을 침공한 것인지 들어 볼 수 있겠습니까?”

“으음, 이곳은 장소가 좋지 못하군요. 안으로 들어가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노마법사는 경비 초소의 주위를 훑어보더니 루르시아에게 조용히 말했다.

“들여보내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드립니다. 다만, 저희는 이 왕국의 상황에 대해서는 굳이 듣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전 카마틴 왕국 사절의 명목으로 온 것이 아닌 개인적으로 마엘에 들른 것일 뿐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사절단으로 오시는 것이라면 이미 그 전에 말이 오고 갔을 테지요.”

“그렇다면…… 그저 새벽의 고원으로 향하는 포탈만 이용을 하고 싶습니다만.”

“카마틴 왕국의 천재 검사, 그 어떤 우둔한 형들과 비교할 수 없는 월등한 능력이라는 소문이 이 하늘 위에 떠 있는 보잘것없는 마엘에게까지 들려왔습니다그려.”

“과찬이십니다.”

그의 목적은 딱 하나였다. 루르시아의 힘을 빌리고 싶었던 것이다.

“욕심이 많은 늙은이로군. 통행료치고는 꽤 비싼 것 같은데?”

“하하하, 일행이십니까?”

그 말은 마치 일행이 아니라면 가만 두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처럼 들렸다.

“마엘에 온 것은 처음이지만…… 마법 왕국이라면 그 주는 결국 마법사겠지. 캐스터들 위주로 되어 있는 마법군단은 분명 원거리엔 강하지만 근접엔 약할 수밖에. 루르시아 한 명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텐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성함을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노마법사의 질문에 나는 작은 메달 하나를 보여 주었다. 자랑할 생각 따윈 없었지만 그의 저 스스로 우월하다는 눈빛을 누그러뜨리려면 이 수밖에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그건?”

“혈투의 전장의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메달이라더군요. 굳이 받고 싶진 않지만…… 그냥 기념품으로 가지고 왔지요.”

“하, 하하. 이런. 이런. 저의 무례를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위대한 용사 분이셨군요. 범상치 않은 기운을 뿜어내신다 했더니 말입니다. 자자, 다들 마엘 왕궁으로 초대하겠습니다. 어떠십니까?”

늙은 여우 같은 할아범이로군…… 그는 나의 말을 듣자마자 허리를 숙이며 공손히 인사를 하며 마엘의 포탈로 우리를 안내했다.

“공습은?”

“앞으로 30분도 남지 않았습니다.”

“어제보다 더 많은 인원을 배치해. 이익! 예고를 하고 공격을 감행하다니……! 우리 마엘을 뭐로 보고 있단 말인가! 이보다 더 큰 굴욕은 없다!”

“명심하겠습니다.”

“이번엔 막아야 한다. 더 이상 피해를 보았다가는 마엘을 떠올리게 하는 마법 수정에도 무리가 갈 수 있다네.”

“넵!!”

“알겠습니다!!”

그의 말에 경비 초소를 지키던 두 명의 경비병은 큰 소리로 외쳤다.

“자자, 어서 이쪽으로 오시지요. 마엘 왕궁은 포탈을 타고 금방입니다.”

뭔가 서두르는 그의 행동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았지만 어쨌든 우리의 목적인 마엘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했다.

우우웅……!!

“우엑…… 어지러워.”

“끄응.”

새하얀 빛이 우리를 감싸고 다시 그 빛이 사라졌을 때 횅하기만 했던 경비 초소와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잘 닦여진 도로와 조금 더 가까워진 하늘의 풍경. 정말 오랜만에 사람이 사는 곳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곳이 바로 마법 왕국 마엘입니다. 하하하, 자, 어서들 오시지요.”

“저희는 이곳을 통해 새벽의 고원으로 가면 됩니다만.”

“새벽의 고원은 눈 덮인 설원입니다. 지금 시간에 간다면 그곳에 하루를 묵을 수밖에 없는데 신전이 있는 곳인 만큼 그곳엔 아무도 살지 않지요. 그보단 하루가 지난 다음날 고원을 찾아가는 것이 나으실 겁니다.”

“정말 그럴까요?”

“하하, 물론이지요.”

“흥…….”

나는 그의 말에 살짝 콧방귀를 뀌며 웃었지만 여우 같은 이 늙은이는 자신에게 이로운 이야기만 듣는지 그 정도 반응엔 꿈쩍도 하지 않는 듯 보였다.

“저희 마엘에서 편의를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편하게 묵으시고 다음 날 출발하시지요.”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죠.”

“그런 것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카마틴 왕국의 왕자님 일행이 오셨으니 당연한 일을 하는 것일 뿐입니다.”

“…….”

여전히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두루뭉술하게 대답하는 그였지만 아무래도 그의 말에서 빠져나오긴 어려울 것 같았다.

“할 수 없지. 들여보내 준 사람이니까. 그렇지?”

“네. 뭔지는 들어 보고 난 뒤에 결정해도 괜찮으니까요.”

“좋아. 가보지.”

“하하, 잘 결정하셨습니다. 타국의 왕자님께서 오신 것을 알면서도 대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대륙에 퍼지면 저희 마엘의 이미지도 좋지 않을게 분명합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생각에 그는 기분 좋게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 환영을 하는 왕국치고는 꽤나 분주해 보이긴 하지만요.”

“하하, 아시다시피 전시 상황이니까요.”

내 말에 그는 서둘러 넘기려는 듯 얼버무렸지만 도시 안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마엘의 군사들은 그냥 그렇게 넘어가기엔 너무나도 많은 수였다.

[마엘의 모든 시민들은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내 생각을 대변해 주기라도 하는 듯 마법 왕국답게 왕국 곳곳에 들리는 커다란 목소리가 이제 곧 전투가 이루어질 것임을 알려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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