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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 레전드-57화 (57/122)

듀얼 레전드 57화

“제 행동이요?”

―그래. 여기까지가 삼촌으로서 해 줄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그게 끝이에요?”

―후훗, 삼촌은 일이 많이 밀려서 말이다. 이만 끊어야겠구나.

“사, 삼촌?!”

이미 수화기 너머로 삼촌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왠지 끊을 때 삼촌의 목소리가 즐거운 듯한 목소리였는데?

“후우…….”

애매한 삼촌의 대답에 나의 궁금증은 오히려 더 크게 증폭되는 것 같았다.

“하아, 하여간 덩치에 안 어울리게 약았다니까.”

삼촌과의 대화에서 큰 수확을 얻지 못한 나는 이미 늦은 시간이었기에 잠시 듀얼-레전드의 사이트에서 대륙의 현 상황을 좀 알아볼까 하는 마음에 익스플로러에 접속을 해 보았다.

“흣차!!”

침대 위로 몸을 던지 나는 그대로 누운 채로 포인터 글러브와 모니터를 움직여 익스플로러 창을 띄웠다.

“흐음.”

전 세계의 사람들이 하는 것이니만큼 듀얼-레전드의 홈페이지는 실시간으로 수백, 수천의 게시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아마 게시물을 읽어 보는 이 순간에도 새로운 글들이 올라오고 있으리라.

“아더의 카멜롯 팀은 새로운 레이드 던전의 공략에 성공한 것인가?”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카멜롯 팀의 던전 공략이었다. 곡해의 동굴 이후에 그들은 또 다른 던전을 클리어했는지 새롭게 입수한 아이템들의 정보를 올려 두었다.

“자신감이라는 건가?”

새로운 아이템의 성능은 분명 지금의 것보다 더 뛰어날 것이다. 왜냐면 그들이 ‘최초’ 의 클리어 팀이었기 때문이다.

“대지모신의 방패(Gaia’s Shield)라…….”

보기만 해도 튼튼해 보이는 거대한 방패가 아더의 왼쪽 손에 들려져 있었다.

“현존해 있는 그 어떠한 방패보다 단단한 이것은 영구적으로 물리력/마법력의 대미지를 흡수한 마법 각인이 되어 있는 것으로서 추정 아이템 레벨은 115이다.”

처음 곡해의 동굴을 공략할 때만 해도 몬스터들의 추정 레벨은 80대였다. 어느새 세 자릿수의 레벨까지 도달한 그들은 분명 그만큼 강해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들만큼 나도 강해지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

왠지 보고 있자니 기분이 이상해지는 것 같아서 나는 그만 익스플로러를 꺼 버리고 말았다.

“아아, 모르겠다.”

찹찹한 기분을 뒤로한 채 나는 눈을 감았다. 보호트 왕의 계략도, 바실리아의 문제도, 그리고 잃어버린 루르시아까지 나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지만, 그저 내일은 또 다른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잠을 청했다.

4장.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은

“오늘도 역시?”

“으응…….”

아침 일찍 로그인을 했을 때 이미 슈가비와 스완은 왕궁 안에서 조용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좀 알아봤어?”

“으음. 별다른 수확은 없었어. 확실한 건 게임 속에서의 문제라는 건데…….”

“어떻게 할 생각이야?”

“바실리아를 구해야지. 의식 불명으로 접속이 안 된다는 것은 그의 몸은 여기 있다는 것을 의미하잖아?”

“그렇겠지, 아무래도.”

우선은 바실리아가 어디 있는지가 중요했다. 왕실 안 어딘가에 그가 있다는 것은 분명한 일이니 그를 찾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였다.

“다를 계셨군요? 몸은 어떠십니까?”

“하앗!!”

“하하. 왜 그러십니까?”

“아, 아무것도요.”

스완이 보호트의 등장에 너무 놀라 그만 소리를 치고 말았다. 황급히 입을 가리며 그는 고개를 저었다.

“보호트 전하,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만 괜찮으십니까?”

“물론입니다.”

“제 동료 중에 한 명이 아직 깨어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를 만날 수 있겠습니까?”

“그분이라면 물론입니다. 저희들 역시 무척 걱정하고 있는 차였으니…… 잘되었군요. 안내해 드리죠.”

“정말입니까?”

“하하, 제가 그대들에게 거짓을 말할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예상외의 보호트 왕의 허락에 걱정을 하던 우리들은 오히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샤벨리거의 포효 속에서 살아남으신 여러분들이지만 그의 몸 상태는 특히 좋지 않았습니다. 으음, 그분의 성함이…….”

“바실리아입니다.”

“그렇군요. 처음 왕궁에 도착했을 때 그가 제일 위험했습니다만 이제 육체적인 상처는 충분히 아문 상태입니다.”

복도를 따라 걸으며 보호트는 우리들에게 바실리아에 대해서 생각보다 상세하게 이야기를 해 주었다.

“다만, 의식이 깨어나지 않는 것이 저희들도 걱정이군요. 이쪽입니다.”

“으음.”

보호트가 문을 열자 그곳엔 커다란 침대가 놓여 있었다. 우리들이 머무는 방보다 조금 더 아늑해 보이는 그곳엔 바실리아가 누워 있었다.

“오빠!”

슈가비는 누워 있는 바실리아에게 뛰어갔다. 그의 두 손을 붙잡으며 그녀는 회복 마법을 시전했다.

“힐링(Healing)!!”

“허허, 이분이 슈가비 양의 오빠 되시는 분이십니까?”

“네, 친오빠이죠.”

“걱정이 많으셨겠군요, 슈가비 양. 그동안 저희가 당신들에게 이 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던 것은 그의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랍니다. 이제는 많이 호전되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보호트는 슈가비에게 다가서서는 말했다.

“슈가비 양께서 유능한 사제이신 것은 잘 알지만 마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겁니다. 그의 문제는 육체적인 것이 아니니까요.”

“오빠가 깨어날 수 있는 건가요?”

“으음…… 글쎄요. 다만, 저희 코노트 왕국의 왕실 의사들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리죠.”

바실리아의 뺨을 쓰다듬으며 걱정스럽게 묻는 슈가비에게 보호트는 진심 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걱정이 많이 되시겠지만…… 오래는 계시지 않는 것이 바실리아 님의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난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보호트가 측은하게 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기고는 그 방을 먼저 나섰다. “나쁜 사람은 아니지 않을까요?”

“흠…….”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것 같은데…… 전 잘 모르겠어요.”

스완은 보호트가 나간 문을 바라보면서 어깨를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

“뭐, 사람은 모르는 거니까.”

NPC라고는 하지만 엘라시온의 그들은 가끔 진짜 사람보다도 더 사람 같으니까 말이다.

“정말 모래 폭풍 때문일까?”

“음?”

“우리는 이렇게 멀쩡하잖아. 물론, 심하게 다치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 안에서 보호 마법을 펼쳤던 슈가비가 더했으면 더했겠지.”

“여전히 보호트 왕이 뭔가 숨기고 있다는 것인가요? 너무 의심하는 것도 좋지 않아요, 형.”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지…….”

사람 좋은 스완이야 그를 믿는 것 같지만 아무래도 뭔가 찝찝했다. 그뿐만 아닌 왕궁의 모든 이들이 뭔가 감추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떠나자.”

“네?”

“응?”

“우리들은 이제 모두 회복되었고 바실리아도 어디 있는지 알았으니까. 보호트가 말했듯이 바실리아의 몸은 이제 거의 회복되었다고 했잖아? 마법에 관련된 것들의 수준이 낮은 이곳보단 차라리 조금 더 올라가 새벽의 고원을 찾아가는 게 더 낫지 않겠어?”

“괜찮을까? 오빠를 이렇게 그냥 데리고 가도?”

“적어도…… 이곳에 계속 있는 것보다는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나는 나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했다. 미셀에게 들은 이야기도 있고, 분명 보호트는 우리들을 이용해서 무언가를 할 생각임은 확실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시는 거 아니에요? 전 그렇게 나쁜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는데.”

스완은 여전히 못마땅한지 나의 말에 아쉬운 듯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좋겠지만…… 그럼 이렇게 하자. 오늘까지만 이곳에 있도록 하자. 떠나려면 준비해야 할 것들도 많으니까. 오늘 밤, 여기를 나가자.”

“응, 그래.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 건 어차피 아무런 도움이 안 될 것 같아.”

“우웅…… 알겠어요.”

나의 말에 대답을 하는 스완에게 나는 그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보호트의 의심을 사지 않을 사람은 아마도 너일 거야. 스완, 내가 밖에서 준비를 하고 있는 동안 바실리아를 잘 감시해줘. 이곳에서 그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너뿐이라는 걸 명심해.”

“알겠어요, 형.”

나는 다시 한번 그의 책임에 대해서 상기시켜 주고는 곁에 있는 슈가비와 스완을 뒤로하고 서둘러 방문을 나섰다.

“오늘도 밖에 나가십니까?”

“……그러려고 합니다만?”

방문을 열고 복도로 나오는 순간 복도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밑도 끝도 없이 나를 보자마자 묻는 그의 행동에 나는 행여나 소리가 들어갈까 빠르게 문을 닫았다.

“누구십니까?”

“하하, 그렇게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는 경계를 무너뜨리며 나에게 다가왔다.

“제 이름은 세드릭입니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그의 발걸음에 나의 경계는 너무나도 쉽게 무너지고 말았다.

“오늘 날씨가 무척 좋지요? 이런 날씨에는 주점에서 시원한 맥주라도 한 잔 마시고 싶어지는 것이죠.”

“……!!”

순간 나를 스쳐 지나가는 그. 그리고 나의 손에 잡히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저, 날씨가 좋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아스테온 님.”

손 인사를 하며 떠나는 그의 뒤를 멍하니 바라보며 나는 조심스럽게 나의 손에 그가 쥐어 준 ‘그것’을 보았다.

《〈세드릭의 비밀 쪽지〉

펼쳐 보시겠습니까? YES/NO》

손을 펼치는 순간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그가 건넨 쪽지를 펼쳤다.

뜨거운 태양. 테라스. 차가운 맥주

“으음?”

긴 글은 쓰여 있지 않았다. 그저 낙서와 같은 몇 개의 단어가 적혀 있는 그 종이는 아마도 세드릭을 만나지 않았다면 연상하지 못할 말들일 것이다.

《지금부터 쪽지와 관련된 퀘스트를 수행할 경우 코노트 왕국의 평판이 떨어집니다. 또한 그 이후에 관련된 평판에 관한 변동 사항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세드릭이 전해 준 쪽지를 읽은 순간 또 하나의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평판?”

《평판이 하락하는 경우 플레이어와 왕국 사이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습니다.》

“으음…….”

생각지 못한 글에 나는 조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평판이라니? 그러한 수치까지도 게임상에 존재하는 것일까?

“할 수 없지. 여기까지 왔는데 가보는 수밖에.”

평판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나 혼자의 문제가 아닌 나의 동료들이 관여된 일이었으니까.

《세드릭의 비밀 편지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나는 마지막 창의 버튼을 누르며 퀘스트 수락을 허락했다.

“주점이라…….”

나는 그가 준 쪽지를 구겨 주머니에 넣고는 조심스럽게 복도를 빠져나갔다.

“자자, 모두 오십시오!! 좋은 먹거리! 좋은 물건들! 모두 다 모였습니다!”

광장은 여전히 시끄러웠다.

“자자, 혈투의 전장의 티켓을 판매합니다! 곧 있을 피의 전투를 관람하실 기회입니다!!”

‘음?’

뜨거운 태양의 더위를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리기 위해서 세차게 뿜어져 나오는 광장 중앙의 분수 위에서 한 남자가 소리치기 시작했다.

“오늘부터 판매는 고작 이틀간! 수년간의 전통 있는 코노트 왕국의 혈투의 전장이 이제 곧 시작됩니다!”

“혈투의 전장?”

“검투사를 뽑는 그 대회를 말하는 건가?”

“오오…… 말로만 듣던 그게 정말 시작하는 건가?”

그의 외침에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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