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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 레전드-34화 (34/122)

듀얼 레전드 34화

5장. 퀘스트(Quest)

“이봐, 애송이. 잘 알아둬라.”

“뭐?”

“저게 곡해의 동굴의 최종 몬스터인 곡해의 악마 도르한이다.”

카린은 제단 위에 서 있는 거대한 악마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가 받은 이리스교단의 퀘스트는 악마 아크라스를 처치하는 것이었지. 아마도 저 도르한을 막기 위함이었지만.”

그러고 나서 그녀는 아더를 가리켰다.

“그리고 저치는 아마도 저 도르한을 잡는 퀘스트를 받았겠지. 어떻게 보면 애송이 네 덕에 아더는 수월하게 여기까지 온 것일지도 모르고.”

마지막으로 카린은 날 바라보았다.

“그럼 넌 어째서 여기에 온 거지?”

“……뭐?”

“네가 하고자 하는 퀘스트가 뭐야?”

순간 난 말문이 막혔다.

“내가 하고자 하는 퀘스트……?”

“그것도 없이 온 거야?”

“우, 웃기지 마. 나 역시 이곳에서 하는 퀘스트 단서인 단지를…….”

“그게 있다고 뭐가 달라지지?”

“뭐라고?”

“아이템이 중요한 게 아니야. 퀘스트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존재하는 거다.”

이어지는 카린의 한마디가 뼈아프게 들려왔다.

“목적도 없이 무작정 이 던전에 들어온 너야말로 진짜 민폐인 거야.”

“크아아아……!!”

고막을 찢을 듯한 도르한의 고함 소리가 동굴 안은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시작한다!”

그리고 아더의 호령에 전사들이 도르한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올리반트!!”

“응!”

카린 역시 올리반트의 신성의 힘으로 만들어진 유피테르를 두 손으로 고쳐 쥐며 소리쳤다.

“아스테온 형!”

스완이 나를 불렀지만, 난 그에게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내가 던전을 열었다는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했었던 나였다.

“크, 크크…… 이미 그들은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준비했었단 말이야?”

아더도 카린도 모두 자신만의 목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이곳을 향한 것이었다.

“……바보가 된 기분이잖아.”

“형, 왜 그래요?”

멍하니 웃는 날 보며 스완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에게 말했다.

“스완.”

“네?”

“우린 여기 왜 온 거지?”

“그거야…… 갈색 오크 성채에서 마쿰바교에 대한 단서를 찾았으니까요. 그리고 그 단서가 이곳으로 이어져 있었잖아요.”

“아더도 카린도 모두 퀘스트를 수행하고 있어. 하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받은 것이 없잖아.”

그렇게 묻는 나에게 스완은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어째서요?”

“응?”

“그게 뭐가 중요해요?”

“뭐가 중요하다니…….”

“저기 카린이란 사람이 말했죠? 그녀의 퀘스트는 아크라스를 잡는 거라고요.”

“그랬지.”

“그게 의미하는 것이 뭘까요? 바로 저들은 고작 여기서 끝이란 말이잖아요.”

악마 도르한을 상대로 싸우고 있는 아더와 카린을 보며 스완이 말했다.

“우리의 퀘스트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잖아요. 그건 저들에게 여기가 끝이라면 우린 여기가 바로 시작이란 의미잖아요!”

“……훗.”

멍했던 머리가 순식간에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스완의 외침에 나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튀어나와 버리고 말았다.

“너답다. 스완.”

“네?”

“네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어.”

주저앉아 있던 난 자리를 털고 일어서며 빙결의 검을 쥐었다.

“간다. 스완!”

“헤헤, 네!”

“저희도요!”

“으…… 이번엔 제대로 해 보자고요.”

아크라스에게 당했던 바실리아도 정신을 차렸는지 지끈거리는 머리를 흔들고는 소리쳤다.

“후훗, 좋아. 가자!”

“네!!”

“크아아아!!”

우리의 외침에 대답이라도 하는 듯 거대한 악마 도르한이 날카로운 이빨을 내세우며 소리쳤다.

“흥, 애송인 빠져 있어!”

“카린.”

우리의 등장에 카린은 유피테르를 땅에 꽂으며 못마땅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에 물었었지? 무슨 목적이 있어서 왔냐고.”

“그래서?”

“목적 따윈 없어.”

“뭐라고?”

“내가 어떤 퀘스트를 하는지 나 역시 몰라. 하지만 우린 그것을 찾기 위해 이곳에 온 거야. 모르기 때문에 그것을 찾기 위해 이곳에 왔다. 이게 바로 우리의 목적이다!”

빙결의 검에 소드 오라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마치 주위의 모든 힘을 끌어당기려고 하는 듯 빙결의 검에 새하얀 서리가 더욱 짙어지기 시작했다.

“크아아아!!”

“조심해!!”

콰앙!!

도르한의 거대한 주먹이 아더의 카멜롯의 방패를 단번에 무너뜨렸다.

“으아악!!”

완벽한 팀원이 아닌 용병들로 구성된 진형이었다. 최강의 방어력을 자랑하던 그들의 진형도 눈앞에 있는 악마에겐 소용없었다.

“실마릴리.”

“네.”

“저들을 뒤로 물러서게 해라. 어차피 그리 넓지 않은 공간, 카멜롯 팀의 기사들로 승부를 건다.”

“알겠습니다.”

아더의 명령에 실마릴리가 용병들에게 눈짓을 했다. 그들은 부상당한 유저들을 챙기며 그들의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카린 경.”

“흥.”

“아무래도 이번엔 손을 잡아야 할 것 같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내가?”

“저 악마는 측정 프로그램으로 보아도 최소 90레벨의 몬스터. 카린 경 혼자서는 조금 벅찬 상대라 생각합니다만.”

“이봐, 아더. 감히 나 이단심판관(異端審判官) 카린을 뭐로 보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거지?”

“하하, 절대 무시하는 말이 아닙니다.”

“잘 들어. 이리스교단에서도 오직 한 사람에게만 전해지는 히든 클래스. 오직 악마만을 상대하기 위해 특화된 직업이 바로 이단심판관이다. 그런 내가 잡지 못할 악마는 없어!”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싶지만…….”

유피테르를 집어 들며 달려들려는 카린을 보며 아더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그녀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것 같았다.

“하아압!!”

번쩍이는 전격의 유피테르가 악마 도르한을 향해 쏘아졌다.

“신벌(神罰) 가디우스(Godius)!!”

콰아앙!!

엄청난 번개가 요동쳤다. 진정으로 신의 힘이라 믿어질 만큼 강렬한 공격이었다.

“흥, 어때!”

완벽하게 들어간 공격이라 생각한 카린이 아더를 향해 소리쳤다. 그러나 아더는 그런 그녀에게 그저 손가락으로 그것을 가리킬 뿐이었다.

“카린!!”

올리반트의 외침에 뭔가 낌새를 느낀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크…… 크크. 신중의 왕 신왕(神王) 크로니온의 힘이라 불리는 유피테르도 고작 이 정도란 말인가?”

“말도 안 돼!!”

“수년간을 준비한 나의 마법이 신의 힘조차 능가한다는 뜻이로구나!”

새하얗게 피어오르던 전격의 화염이 걷히기 시작하자, 그곳엔 굳건하게 서 있는 악마가 존재하고 있었다.

“위험해! 카린!!”

“크아아!”

도르한의 주먹이 카린을 향해 내질러졌다.

쿠웅!!

지축을 흔드는 울림이 동굴을 가득 채웠고 거대한 그 주먹의 기세에 놀란 카린은 그만 눈을 감고 말았다.

“카린!!”

“어떠십니까? 카린 경.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시지 않으십니까?”

“이, 이……!”

공포에 그만 눈을 감아 버렸다는 것에도 자존심이 강한 그녀에게 상처가 되기 충분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도르한의 공격을 막아 준 것이 바로 아더라는 것이었다.

“흐아압!!”

두터운 판금의 갑옷을 입고 있는 그의 완력은 보통의 검사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놈!!”

기사의 상징이라 불리는 사각형의 거대한 방패 스큐툼 실드를 든 아더가 도르한의 주먹을 밀쳐 냈다.

“실마릴리!!”

“네!”

아더의 외침에 실마릴리가 자신의 활을 당겼다. 끊어질 듯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에 날카로운 금빛의 활이 빛나고 있었다.

“샤이닝 에로우(Shining Arrow)!!”

스완의 그것과는 또 다른 힘이 느껴지는 화살이 도르한을 향해 쏘아졌다.

“하진!”

“알겠습니다.”

두 자루의 검을 쥔 쌍검의 하진이 도르한의 뒤를 노렸다.

“사비오르!”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검사 사비오르가 자신의 검을 뽑아 들었다. 쇼트 소드보다도 더 짧은 카츠발게르(Katzbalger) 형식의 검을 뽑은 그가 나지막하게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라르크 프레네 오즈아.”

그의 주문에 따라 검신에 새겨진 붉은 룬 문자가 빛나기 시작했다.

“간다.”

붉은빛을 뿜어내는 마법 검을 든 사비오르가 하진의 반대편에 서서 도르한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고귀하신 성령의 가호여!”

아더의 금빛 갑옷이 빛나기 시작했다. 찬란하게 빛나는 그의 갑옷은 오히려 교단의 소속인 카린보다 더 성스러워 보일 정도였다.

“진(眞)-칼리번(Caliburn)!”

그의 화려하던 금빛이 두 손에 쥔 검에 모이기 시작했다. 마치 전설의 카멜롯의 왕 아더처럼 지금 그의 모습은 무척이나 강하고 굳건해 보였다.

“제길……! 교단을 버린 성기사 따위에게 질 것 같아!”

그의 그런 모습에 카린이 신경질적으로 소리치며 유피테르를 쥐었다.

“결코 이리스교를 버린 것이 아닙니다. 그저…….”

황금빛의 검을 두 손으로 꽉 잡은 아더가 말하였다.

“지켜야 할 그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악마 도르한을 향해 쏟아지는 카멜롯의 무수한 공격이 화려한 빛을 수놓으며 동굴 안을 채웠다.

“크아아아!!”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어깨에 관통된 실마릴리의 화살을 뽑으며 도르한이 거대한 날개를 펼쳤다.

“죽어라……!! 데스 몬트!!”

그의 양팔에서 두 줄기의 검은빛이 쏘아졌다. 지나가는 자리를 모두 파괴하는 강력한 어둠의 빛!

“모두 내 뒤로!”

“넵!!”

“알겠습니다.”

심상치 않은 그의 공격에 아더는 자신의 방패를 들었다.

“참회의 방패(Shield Of Penitence)!!”

금빛으로 물들었던 검의 빛이 사라지며 그 힘이 방패로 옮겨간 듯 그의 방패가 빛나기 시작했다.

콰아앙!!

“크윽!!”

“위험해!!”

그러나 도르한의 공격은 아더 혼자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두 개의 힘이 부딪치는 순간, 아더의 무릎이 흔들렸다.

“슈가비!!”

“네!!”

나의 외침에 그녀가 지팡이를 들었다. 십자가 모형이 매달려 있는 교단의 지팡이는 그녀의 캐스팅에 따라 빛나기 시작했다.

“디바인 실드(Divine Shield)!!”

홀리 실드의 상위 단계인 디바인 실드가 아더의 앞에 펼쳐졌다. 신성 계열의 마법을 사용하는 아더와 슈가비였기에 그 둘의 마법이 섞이자, 새로운 시너지(Synergy) 효과를 만들어 내었다.

“으, 으아아!!”

오히려 도르한의 힘을 밀어붙이는 그 둘의 신성한 방패가 악마의 빛을 모두 무너뜨리고 말았다.

“애송이에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흥, 애송인 네 녀석을 말하는 거지, 그녀를 뜻하는 건 아니었어.”

“후훗, 그래요?”

살짝 카린에게 우스갯소리로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자, 그녀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답했다.

“고맙습니다.”

“네? 아, 아니에요.”

정중히 이야기하는 아더의 모습에 오히려 슈가비가 더 놀란 듯 손사래를 쳤다.

“아더 님.”

“으음.”

“보통의 공격은 먹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조사한 대로란 말인가.”

실마릴리의 보고에 아더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필 이럴 때 마법사인 아셈이 없다니, 조금 난감하군. 사비오르.”

“네.”

“자네의 공격은 어떤가?”

불타오르는 마법 검을 들고 있던 사비오르가 아더의 물음에 대답했다.

“확실히 화염에 대한 공격은 대미지를 입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마법 검의 화염으론 그리 많은 대미지를 주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으음…….”

아더는 잠시 소강상태인 도르한을 보며 말했다.

“결국 공격할 수 있는 사람은 나와 카린 경 그리고 사비오르 정도란 말인가.”

“어째서요?”

아더의 말에 반박하듯 내가 그에게 한 발자국 더 다가섰다. 순간 그의 표정이 변하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자네는 도르한에 대해서 제대로 모르는 것 같군. 아니, 악마를 사냥하는 법은 알고 있는지 궁금하군.”

그렇게 말하던 아더는 도르한을 가리키며 말했다.

“악마의 사냥은 총 세 가지로 나뉜다네. 첫 번째는 카린 경과 같은 신성의 힘으로 잡는 것. 두 번째는 악마가 가장 약한 강한 화염으로 잡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악마를 압도하는 물리 공격으로 그를 잡는 것이지. 허나 도르한과 같은 고 레벨의 악마에겐 세 번째는 통하지 않아.”

“결국은 신성과 화염이란 말이군요.”

“그렇지.”

“흐음…… 그럼 더더욱 잘못 알고 계신 것 같군요.”

“뭐?”

내 웃음에 아더가 찡그린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적어도 마법 검의 마법보다 더 강렬한 화염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둘이나 더 있으니까 말이죠.”

화르륵……!

스완의 두 손에서 불꽃이 일어났다. 그리고 나의 빙결의 검엔 푸르른 화염이 일렁이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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