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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 레전드-14화 (14/122)

듀얼 레전드 14화

“늦었군.”

“선생님이 항상 빠르신 거예요.”

“흥, 선생에게 맞춰야 하는 것이 학생의 일이지.”

“네, 네. 죄송합니다.”

이제는 그의 성향이 어떤지 파악할 만큼 충분한 시간이 흘렀기에 난 웃으며 그의 말을 넘겼다.

“어떠냐.”

“그럭저럭요.”

“흥, 그런 정도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엘파이온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내 머리를 툭 때리며 말했다.

“검술은?”

“99%일까요.”

“99%?”

난 그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다. 현재 나의 검술은 말 그대로 99%. 아무리 노력해도 마지막 1%가 오르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상해요. 설명대로라면 빙루의 5검식을 모두 익힌 것인데, 어째서 마스터가 되지 않을까요.”

“네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것이겠지. 검성의 검술이 그렇게 쉬울거라 생각했느냐.”

빙루의 검식은 생각보다 단조로웠다. 총 5개의 스킬로 되어 있는 빙루. 그것을 모두 익힌 지 벌써 일주일이 넘었지만 여전히 마지막 1%가 채워지지 않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제대로 비교가 되겠느냐. 이거 영 불안한데?”

“쳇, 아직 몸이 제대로 안 풀려서 그래요. 조금만 지나면 그런 마법 따위…….”

“어쭈? 마법 따위? 좋아, 한판 해 볼까? 이 스승이 제대로 몸 한번 풀게 도와줘?”

“뭐, 거절은 안 하겠습니다.”

“호오, 녀석 봐라?”

순간 그의 두 주먹에서 불꽃이 일어났다. 4클래스의 화염 마법 플레임 버스터.

“졸업 시험을 조금 더 먼저 치루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처음 그와 만났을 때 그것을 맞았을 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고요.”

치익……!

나의 두 손 역시 마법의 힘이 모였다. 4클래스 빙계 마법 프로즌 피스트(Frozen Fist)였다.

“호오? 내 불꽃을 고작 얼음으로 깰 수 있다고 보는 거냐?”

“물론 아니죠.”

“그럼?”

“원래는 나중에 보여 드리려고 했는데, 어차피 제가 만든 것이니까…… 상관없겠죠. 선생님이 보고 싶은 것은 그저 검성의 검과 자신의 마법의 비교니까요.”

난 슬쩍 웃으며 말했지만 그 말에 내포되어 있는 뜻을 아마도 그는 느꼈을 것이다. 비교 대상은 그 둘일지 모르나 그것을 수행하는 것은 나라는 말을.

“인챈트 오브 아이스! 프로즌 소드(Frozen Sword)!”

3클래스의 마법. 무기의 4대 계열의 마법 속성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그저 약간의 속성을 부여하는 마법이라 생각할지도 모르나 나에겐 달랐다.

“프로즌 피스트에 프로즌 소드라, 재미있는 발상이로군.”

나의 검은 새하얀 서리가 맺혔다. 그리고 내 팔은 차가운 얼음으로 변했다.

“이 정도는 되어야 선생님의 화염에 버틸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재미있군! 역시! 마법이란 발상의 전환에서 오는 법이지. 자신이 쓸 수 있는 것이라면 모두 사용한다. 나쁘지 않아!”

엘파이온의 모습이 사라졌다. 짧은 공간을 이동하는 블링크의 마법이었다.

“하압!”

그러나 뜨거운 화염이 나에게 닿기 고작 몇 초의 시간. 그것을 감지해 낸 난 검을 들어 그의 주먹을 막았다.

콰앙!

검과 그의 주먹이 부딪히는 순간, 화염의 폭발이 일어났다. 4클래스의 마법이지만 그가 쓰는 플레임 버스터는 차원이 다른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크윽……!”

부러질 듯 휘는 검을 가까스로 팔로 잡은 난 그 반동으로 검을 베었다.

“실렌세 피오스(Silence Pious: 경의의 침묵)!”

검술 빙루의 2번째 기술이었다. 주위의 모든 적을 베는 그 검술은 검이 지나간 길의 모든 것을 베어 버렸다.

“실드(Shield)!”

엘파이온의 앞에 거대한 은빛의 카이트 실드(Kite Shield)가 형성되었다.

콰앙!

내 검이 그의 방어 마법 앞에서 멈추었다. 새하얀 서리가 마법의 방패를 마치 부수려 듯 퍼져 나갔지만, 그것은 곧 그의 화염에 의해 사라지고 말았다.

“제법 놀아 줄 만큼은 성장한 것 같군.”

“덕분이죠.”

“크크, 그럼 조금 더 강하게 나가 볼까?”

순간 엘파이온의 화염이 거대해졌다. 그의 손에 모여 있던 화염이 어느새 얼굴만 해지는 순간이었다.

“제길!”

“후훗, 제자야. 어딜 도망가려느냐.”

그를 밀치며 떨어지려 했지만, 바닥에 닿는 순간 나의 몸은 전류를 맞은 듯한 찌릿함과 함께 굳어 버리고 말았다.

‘에너지 서클(Energy Circle)!’

푸른빛이 우리 주변을 빠르게 지나갔다. 전격계 6클래스 마법 에너지 서클은 순간 빛에 닿은 모든 상대에게 스턴의 효과를 주는 범위 마법이었다.

“받아 봐라!”

6클래스 화염계 마법 플레임 스트라이크였다. 거대한 불꽃을 뿜어내며 나에게 쏟아진 화염구가 나의 바로 앞까지 날아왔다.

“크아아!”

냉기가 가득한 내 검을 들어 화염을 갈랐다. 6클래스의 고위 마법에 맞은 순간 4클래스의 인챈트 마법은 그대로 사라지고 말았지만 난 그대로 엘파이온을 향해 뛰어올랐다.

“호오? 그 짧은 순간 검을 바닥에 꽂아 전류를 흘려보낸 건가?”

몸이 아직 뻣뻣했지만 멈춰 있을 순 없었다. 한순간이라도 방심한다면 그대로 그의 마법이 나를 향해 날아올 테니까.

“라이트닝 볼트!”

세 개의 번개가 엘파이온을 향해 쏘아졌다. 2클래스의 낮은 마법이었지만, 번개의 번쩍임은 눈을 속이기에 충분한 시간을 만들어 주는 미끼였다.

“간다! 컨퀘스트 댄스(Conquest Dance: 정복의 춤)!”

빙루의 4번째 검술. 순간 내 주변에 바람이 일었다. 그것은 빙루에서 가장 빠른 검술이었다.

“헤이스트(Haste)!”

그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마법의 힘은 조금 더 내 몸을 가볍게 만들어 주었고, 그것은 곧 검의 스피드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재밌구나!”

수십의 검기를 만들며 나의 검이 현란하게 움직였다.

“어스 월(Earth Wall)!”

그러나 엘파이온에게 검이 닿기도 전에 나의 검술을 또다시 무산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내 앞을 가로막는 수십 개의 날카로운 돌기둥들이 솟아난 것이었다.

“제기랄!”

“프리즈 레인(Freeze Rain).”

그리고 몰아치는 냉기의 폭풍. 그것은 내 팔을 감싸고 있는 프리즌 피스트를 초월하는 냉기였다. 얼굴을 가려보았지만 어느새 내 두 다리는 차가운 얼음에 굳어 버리고 말았다.

“흐흐흐, 이제 끝이다. 이만큼 버틴 것도 잘한 것이란다, 나의 제자야. 기가 라이트닝(Giga Lighting)!”

“에엑?! 기가 라이트닝이라뇨? 그건 반칙이에요!”

제길, 무슨 이런 무지막지한 사람이 다 있어! 교내에서 7클래스의 마법이라니! 최고위 마법을 남발할 수가 있느냔 말이야!

“받아 봐라!”

“으아!”

맑았던 하늘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마법사들에게도 모두 허용되지 않는다는 오직 몇몇만이 배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마법. 광범위 마법인 7클래스의 기가 라이트닝이 지금 내 앞에 시전되려 하는 것이었다. 그저 보는 것이라면 나 역시 좋겠지만 하필 그게 내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것이냔 말이야!

콰앙! 쾅! 쾅! 쾅!

수많은 번개가 작렬했다.

이딴 걸 한 방이라도 맞으면 분명 골로 갈 거란 말이야! 이대로 죽을 순 없잖아!

‘현실이 아닌 이곳은 너보다 뛰어난 사람이 많을지 모른다. 가만히 있다면…… 뒤처지고 말걸?’

삼촌의 목소리가 마치 들리는 것 같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에게 검을 가르쳐준 스승 시드도 그리고 나에게 마법을 가르쳐 주는 엘파이온까지 그 누구도 내가 이길 수 없는 존재들뿐이었다. 그리고…… 우습지만 자만심 가득했던 나에게 죽음을 선물해 준 녀석까지 있었으니까!

“야…… 얕보지 말란 말이야!”

우웅!

순간 나의 검이 빛나기 시작했다.

“뛰어넘고 말겠어!”

사라졌던 프로즌 소드의 마법이 되살아나는 것일까? 아니다! 그렇지 않았다!

타닥, 차아악……!

검 끝에서 시작된 차가운 얼음이 검 날을 타고 검신을 타고 나의 팔을 뒤덮었다.

“이 이건……?!”

『검명(劍名) 빙루(氷淚) 비기』

【월하천빙(月下天氷) 루나틱 세이버(Lunatic Saver)】

마치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머릿속에서 이어지는 하나의 영상. 그것은 모든 것을 베어 버리고 모든 것을 무시하는 최고의 검술이었다.

《빙루를 마스터하였습니다.》

그리고 떠오르는 하나의 메시지 창.

죽음의 문턱에서, 아니 뒤처지고 싶지 않던 나의 마음 때문일까? 그동안 느슨했던 내 마음속에서 잊고 있었던 마지막 1%를 찾은 순간, 나의 검술 역시 완벽해지는 순간이었다.

“간다!”

더 이상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새하얗다 못해 푸른빛이 감도는 얼음으로 감싸진 나의 검을 들어 올렸다. 믿을 수 없는 냉기가 나의 주변을 휘감았고 떨어지던 번개조차 나를 빗겨 나가는 것 같았다.

“월하천빙(月下天氷)!”

가슴으로 바짝 잡아당긴 이 자세는 빙루의 첫 번째 자세. 아래로 검을 늘어뜨리며 내려 잡는 것은 빙루의 두 번째 자세. 5가지의 검술이 이어져 만들어 낸 또 다른 작품. 이것이 바로,

“루나틱 세이버(Lunatic Saver)!”

새하얀 빛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얼음 속에 갇혀져 있던 격류 된 소드 오라의 폭발이었다.

콰아아……!

순간 하늘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새하얀 얼음 가루들이 마치 눈이 내리듯 주변에 흩뿌려지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이 어처구니없는 파괴력은 뭐란 말인가?! 조금 전까지 있었던 정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새하얀 얼음으로 뒤덮인 벌판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제길, 죽겠군.”

하지만 그 파괴력만큼이나 체력을 모두 사용한 것인지 숨이 가빠왔다. 그동안 꽤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한순간에 소진될 정도로 리스크가 큰 기술일 줄이야…….

“엘파이온?”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쏟아낸 기술이었다. 그러나 이 파괴력을 보고 나서야 난 엘파이온을 떠올렸다.

“엘파이온!”

잘못됐으면 어떡하지? 갑자기 몰려오는 걱정에 난 소리쳤지만 얼어붙은 다리는 여전했기에 그만 앞으로 꼬꾸라지고 말았다.

“크윽, 아파라.”

“하하하! 이게 검성의 최고 기술이란 말인가! 좋아, 좋아! 아주 좋아!”

“엘파이온…….”

그는 무사했다. 아니, 어디 하나 다치지 않은 아주 멀쩡한 상태였다. 쳇, 걱정해 준 내가 다 무안할 정도로 말이다.

“너 같은 애송이가 썼는데도 이 정도라니, 시드 녀석이 아니 검성 알테가르가 썼을 때를 보고 싶을 정도로구나.”

엘파이온은 큰 소리로 웃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블링크 마법으로 나의 바로 앞에 나타난 그가 말했다.

“좋아, 그럼 내 마법을 보여 주지. 어떤 것이 더 강한지 네가 한번 느껴 보거라!”

“하, 하지만…….”

마나도 체력도 모두 고갈되어 버린 상태였다. 루나틱 세이버에 의한 피로도 때문에 난 검도 제대로 들고 있기 힘든 상태였다.

“걱정 마라. 새로운 마법은 모든 것이 비워진 새 그릇에 담아야 하는 법. 지금이야말로 나의 비전을 전수받기 가장 좋을 때이도다!”

엘파이온이 나의 두 어깨를 잡았다. 갑자기 흘러나오는 마나의 기가 내 몸 여기저기를 훑고 지나갔다.

“나 대마법사 엘파이온, 생애 두 가지의 마법을 만들어 내었다. 그중에서 이건 가장 강렬하고 가장 파괴적인 마법. 이 마법으로 검성의 검술에 대적해 보겠도다!”

텅 비어 있던 나의 마나가 순식간에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아니, 가슴을 타고 차오르는 마나는 내가 가질 수 있는 양을 오히려 넘어서고 있었다.

“느껴 봐라. 모든 것을 태울 듯 강렬한 마법의 불꽃!”

우우웅……!

내 몸이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가 주입했던 마나가 마치 불꽃이 되어 버린 듯 나의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뜨, 뜨거워……!”

“이것이 용의 숨결!”

《인플레임 노바(Inflame Nova)를 익힙니다.》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그러나 어떠한 곳에도 나의 동의를 묻는 창은 없었다. 무조건적인 배움. 그것이었다.

“인플레임 노바(Inflame Nova)!”

콰아앙!

차갑게 변해 버렸던 얼음들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거대한 화염의 용이 하늘에서 떨어지듯하나의 커다란 불꽃의 기둥이 솟아올랐다.

“크하하! 어떠냐! 이것이 모든 것을 불태우는 궁극의 화염 마법이다!”

불의 기둥이 자리 잡았던 주위에는 그 어떤 것도 남지 않았다. 오직 나의 눈에 보이는 것이라곤 검게 변해 버린 재들뿐이었다.

“하아, 하아…….”

루나틱 세이버의 스킬을 썼을 때보다 더 격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여기서 쓰러질 순 없는 법, 난 검에 의지한 채 중심을 잡고 서 있었다.

“어떠냐, 어떤 것이 더 강하지?”

“하아, 하아. 글쎄요.”

“뭐? 글쎄? 이 강력한 절대적인 힘을 보고도 겨우 그 정도 반응이란 말이냐? 응? 똑바로 보란 말이다! 네가 만들어 낸 얼음 따윈 이미 녹아 버리고 말았잖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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