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듀얼 레전드-8화 (8/122)

듀얼 레전드 8화

“지금이다!”

순간 보이는 빈틈. 너무나도 물 흐르듯 이어지는 나의 연계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하하하!”

탁!

내지른 검이 그의 뺨을 살짝 빗나가 뻗었다. 그러나 그것을 끝으로 내 검시위는 끝났다.

“크헉!”

빗나간 검에 내가 중심을 잃자, 검을 피한 그가 몸을 숙여 내 복부를 손잡이로 쳐냈기 때문이었다.

“쿨럭! 쿨럭!”

이거 장난이 아니잖아! 정말 숨이 멎는 그런 기분이었다.

“어때?”

“뭐가요?”

“재미있느냐고 물어보는 거야.”

“크크…… 네, 재미있네요. 게임을 했던 한 달 동안 중에서 가장 즐거운 하루인 것 같아요.”

바닥에 널브러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 자꾸 웃음이 나왔다. 사실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여전히 난 아무런 기술도 쓰지 못하고 그저 검을 휘두르는 것밖에 할 줄 몰랐으니까.

“흐, 흐흐…….”

그런데 왜 자꾸 웃음이 나는 걸까?

“그게 검의 재미란 것이지.”

“검의 재미?”

“그래, 무턱대고 기술만 쓰는 그런 녀석들은 모르는 그런 재미. 검과 하나가 되는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네.”

그는 뻗어 있는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어때? 조금 더 재미있는 것을 배울 생각이 있는가?”

“조금 더 재미있는 거요?”

“그래, 자네가 말했던…… 기술 같은 것 말이야.”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슬쩍 웃으며 나에게서 물러섰다. 검을 고쳐 쥔 그가 날 바라보며 마치 설명하듯 이야기했다.

“자네도 알다시피 검의 기운을 응축했을 때 만들어 낼 수 있는 모든 것을 베는 힘. 그것이 소드 오라.”

우우웅……!

그의 검이 떨렸다.

“그러나 검기란 일종의 응축된 힘이기에 방출할수록 그 힘은 옅어진다. 그것을 역으로 검에 격류시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소드 오라를 사용하는 방법이지.”

푸른빛을 내는 그것은 영상 속의 그것과 똑같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푸른빛의 그 검기가 마치 빨려 들어가듯 검에 흡수되었다.

“격류된 오라는 한순간에 방출로서 가장 강하고 가장 위력적인 힘을 만들어 내지.”

허리를 낮추고 일직선으로 검을 든 자세. 그리고 그는 그 순간 사라졌다.

콰아앙!

엄청난 굉음이었다. 순간 터져 나오는 그 소리에 난 그만 두 손으로 귀를 막고 말았다.

“나에게 검을 가르쳐 준 나의 스승이자 나의 소중했던 그분께서 말씀하시길, 격류하여 응축 된 소드 오라를 한 순간에 폭발시킨 그 힘은 네 앞에 부정한 것을 모두 쓰러뜨리리라 했다. 이것이, 오라 익스플로젼(Aura Explosion).”

“마, 말도 안 돼…….”

눈앞에 보임에도 불구하고 믿을 수가 없었다. 왜냐고? 아무도 믿을 수 없을 것이다. 연무장의 절반이 사라져 버렸으니까. 그러나 이러한 엄청난 소리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이곳을 찾지 않았다.

“그리고 오라 익스플로젼에 어울리는 유일무이한 검술, 그것을 나의 스승은 빙루(氷淚)라 칭하셨다.”

“비, 빙루…….”

얼음의 눈물이란 말처럼 정말 검 속에서 폭발한 검기는 마치 눈꽃처럼 작은 입자로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검성이 집필한 그 책은 그의 검술을 담은 것이 아닌 일반론을 담은 것이라네. 하지만 가장 일반적인 것을 때론 사람들이 잊곤 하지. 지루하디지루한 밑바탕을 이겨낸 자넬세. 어떤가?”

“네?”

“자넨 시험을 통과했어. 빙루의 주인이 될 자격을 갖추었단 말일세.”

그가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저 엄청난 검술의 주인이 나란 말인가?!

“왕국 검술 따위에 비할 바가 못 되지. 이건 진짜 검술이니까.”

【검성의 알테가르의 비전】

《오라 익스플로젼, 빙루(氷淚)를 습득하시겠습니까?》

꿈에 그리던 창이었다. 당장에라도 YES를 누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나의 이성이 그것을 막았다.

“너무나도 매력적인 제안이시네요. 하지만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요?”

“음? 그게 뭔가?”

“이 검술을 배우게 되면…… 왕국의 병사들처럼 제한된 직업을 가져야 하는 것인가요?”

내 질문에 그는 예상이라도 한 듯 웃으며 말했다.

“내가 자넬 제대로 보긴 봤나 보군. 아니, 자네가 그럴 만한 사람이란 게 다행이야.”

“네?”

“자네가 보기엔 내가 어디 한 곳에 소속된 사람 같은가?”

“으음…… 그건 아닌 것 같네요.”

그는 내 대답에 말했다.

“그런 것이 있다면 자네에게 건네지 않았겠지. 검성의 후예라는 것은 그저 명예일 뿐 그 어떤 것도 아닐세. 다만, 그 명성을 더럽히지 않길 바라네.”

“감사합니다.”

그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난 가벼운 마음으로 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

“흡……!”

순간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막대한 정보. 스킬을 익힐 때 느끼는 이질감이란 것이 이런 것일까?

“기분이 어떤가?”

“글쎄요. 잘은 모르겠지만…… 좋은데요?”

“크큭! 물론! 그래야지!”

내 대답에 만족스러운 듯 그가 등을 찰싹 때리며 웃었다.

“이제 끝나셨나 봐요?”

“아, 그래.”

“음?”

한창 기분 좋은 순간 누군가가 우리의 연무장을 찾아왔다. 그는 언제나 이곳을 정리해 주던 관리인이었다.

“아, 안녕하세요.”

“빙루는…… 잘 전수받으셨습니까?”

“아시고 계셨어요?”

“후훗, 물론이지요. 이래 봬도 이곳을 모두 관리하는 것이 제 일이니까요.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내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자, 나에게 빙루를 가르쳐 준 노인이 말했다.

“아아, 이만 난 가보겠네. 그런데 자넨 어쩔 생각인가?”

“네?”

“장담컨대 빙루는 가장 강한 검술 중 하나일세. 그리고 그것이 익숙해지는 것은 시간문제. 분명 검술에 있어서 자넨 최고가 될 수 있네. 앞으로 뭘 할 생각이지?”

“글쎄요…….”

그의 말에 난 난처해졌다. 여기서 사실대로 이야기해도 괜찮을까?

“마법이나 배워 볼 생각입니다.”

“엑?! 뭐라고?”

“네, 마법을 배우려고요.”

입에서 나온 말이니 이젠 거짓말을 할 수도 없으니까.

“마법이라고? 어째서? 지금 자네의 검술만 잘 수련한다면 마법과는 비교할 수 없을 강한 힘을 가질 수 있다네.”

“그래도 마법을 배울 겁니다.”

“마검사라도 되시려는 겁니까?”

“아니요. 으음, 글쎄요. 마법을 배우고 나면 또 뭔가를 배울지도 모르죠. 그저 모든 것에 있어서 최고가 되고 싶을 뿐입니다.”

내 마지막 말에 노인은 황당한 듯 웃었다.

“정말 내가 제자 복은 없구먼! 한 녀석은 기껏 가르쳐 놨더니 왕국에서 관리인이나 하질 않나, 또 한 녀석은 검술을 배우자마자 마법을 배운다 하질 않나. 나 원 참!”

그의 말에 난 순간 내 옆에 서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노인의 말이 틀리지 않다면 관리인인 그야말로 진짜 빙루의 계승자?!

“아무리 그렇게 말씀하셔도 시드 씨도 검에 관련된 일은 하지 않잖아요.”

“흥, 난 그저 세상을 돌아다니는 일을 좋아할 뿐이니까.”

노인의 이름이 시드인가 보았다. 그러고 보니 그의 이름도 모르고 있었구나.

“말씀은 저렇게 하셔도 시드 씨는 각국을 돌아다니는 무역상이랍니다. 최고의 검술을 가진 검사가 상인이라니 우습죠?”

“사, 상인이요?”

“쳇, 내가 이 모양이니 네 녀석들에게 뭐라 하겠어. 하지만 내가 이 일을 하는 것은 일이 좋아서도 있지만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법을 배우는 것도 뭐라 하지 않아. 하지만 이왕 할 거라면 더 큰 세상을 보아라. 누구보다 가장 뛰어난 사람이 되란 말이다.”

“알겠습니다.”

“명심하죠.”

시드는 그 말을 끝으로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흥, 이만 난 가보련다.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제자 하나 얻나 싶었더니…… 어휴.”

“죄송합니다.”

“됐다, 됐어. 그보다 미아크, 녀석에게 검이나 하나 건네줘라.”

“네, 알겠습니다.”

시드의 말에 미아크가 공손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관리인의 이름이 미아크였다는 것도 여태 모르고 있었구나…… 이거, 나름 그래도 내 선배인데 말이야.

“혹시 아셨는지 모르겠네요.”

“네?”

미아크는 나에게 목검을 건네주었다. 조금 전까지도 내가 사용했던 그 목검.

“조금 무거웠을지도. 제가 연습할 때보다 조금 더 무게를 두었거든요.”

“……?”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내가 그를 계속 바라보고 있자, 그는 잘 보란 듯 검을 가리켰다.

파직!

“엑?!”

그가 검에 힘을 주자 목검이 깨어지듯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목검의 붙어 있던 나무가 떨어져 나간 것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제가 검을 바꿨답니다. 힘이 붙으면 검이 가벼워지는 것은 당연한 사실. 하지만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고된 한 달을 꾹 참아 낼 수 있는 것, 그것 역시 시험의 한 종류였답니다.”

“하, 하하. 그랬던 건가요?”

나 역시 매일 똑같이 목검을 휘둘렀는데도 지치긴 매한가지였던 내 모습에 걱정했었다. 그런데 그것이 이런 비밀이 숨겨져 있을 줄이야!

“가벼운 검으로 연습하는 것은 빠르기엔 도움이 될지 모르나 검사에게 필요한 힘과 체력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지요.”

그가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내가 무겁게 느꼈던 그 무게를 그는 아주 가볍게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한 단계, 한 단계 평범해 보이지만 모든 것엔 시험이 있답니다. 포기하려 하기 전에 한 번 더 참아 낸다면 그 누구도 접하지 못했던 길을 볼 수 있게 되지요.”

그가 검을 나에게 건넸다. 떨어져 나간 목검의 잔해들이 사라지자 그 안엔 한눈에도 무거워 보이는 칠흑의 검신을 가진 검이 숨겨져 있었다.

“이건 대륙의 북쪽, 눈 덮인 얼음의 나라 라이라 왕국에서 나는 차가운 한철로 만든 검이랍니다. 무겁지만 그만큼 검기를 담아내는 힘은 미스릴보다도 탁월하지요. 이 검을 가지고 연습하시면 분명 더 발전이 있으실 겁니다.”

“가, 감사합니다.”

나무가 벗겨져 진짜 모습을 찾은 그 검을 다시 쥐자, 목검이라고 생각했던 때보다 오히려 더 무겁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우웅…….

검이 마치 내 힘에 반응하듯 가볍게 떨렸다.

【빙결의 훈다르트 중검】

등급: A 공격력: A 희귀도: A 내구도: 100/100

얼음의 나라 라이라 왕국에서 나는 차가운 한철을 가지고 위대한 드워프의 대장장이 훈다르트가 만들어 낸 명품. 자신의 동료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그 검엔 드워프어로 이렇게 적혀 있다.

‘내 생애 가장 위대하고 가장 고결한 기사를 위하여.’

[획득 시 자신에게 귀속됩니다. 획득하시겠습니까?]

귀속이 되는 아이템은 그리 흔하지 않았다. 귀속이 된다는 것은 오로지 한 명에게만 주어진다는 것이다. 귀속된 아이템을 빼앗는 것, 그것은 오로지 상대방을 죽이고서야 가능한 일이었다.

“꿀꺽.”

나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YES 버튼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이런 아이템이 과연 얼마나 알려졌을까? 어쩌면 이 검 하나 때문에 수많은 유저들에게 타깃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자신의 것을 지키지 못할 정도로 나약하다면 검의 길을 갈 자격이 없는 것이지요.”

미아크가 내 생각이라도 읽은 것일까? 난 그의 말에 정신이 번뜩 드는 것 같았다.

“후후, 맞아요. 그러기 위해서 배운 검술이니까요.”

“네, 그리고 아스테온 님은 이제 결코 약하지 않답니다.”

미아크의 웃음이 가라앉는 태양과 겹쳤다. 노을과 함께 빛나는 그의 웃음이 내 기분을 무척이나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이런 흥분을 느껴 본 적이 있었나?’

적어도 지금까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가슴이 쿵쾅거리는 이런 기분……! 진짜 최고였다!

이거, 정말 끝낼 수 없게 만드는 게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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