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세컨드-99화 (99/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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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랄.

바닥에 드러누운 체로 커그너스는 욕설을 내뱉는다. 그의 얼굴은 당 장이라도 뛰쳐 일어나 한대 갈겨 주러 가고 싶은 표정이었지만, 몸이 움직여 주지 않는다. 분하다. 알고 있다. 전장이었으면, 이 일격으로 죽었다.

피를 토하고 쓰러지는 정도가 아니라, 몸이 터져 나가 죽었다. 그럴 만한 힘이다. 물론 자신도 지금까지 시합의 마인드로 인했으니 생사를 건 승부였다면 어떻게 되었을런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그것은 저 로아 도르 역시마찬가지다.

시합이 끝나자 그에게로 다가가 손을 내민다. 퉤 하고 피를 토해낸 커그너스는 그의 손을 잡고 일어난다.

“네 녀석. 원래 솜씨도 아닌데 이 나를 이겼단 말이지. 이거 자존심 상하는데.”

“질 수도 있는 시합이었습니다”

“어설픈 위로는 그만두라고. 알지?그리 깔끔한 성격이 못 되는거. 오오 대단하군. 후회따윈 없다. 이런 말 할 줄 알고. 난 질척질척하고 끈질기지. 두고 봐라. 네 녀석도 눌러 줄 테니”

그의 투덜거림에 로아도르는 조그마한 미소를 떠올린다. 그러자 커 그너스의 인상이 한층 더 구겨진다. 그리고 다시 혼자서 뭔가 투덜거리 며 무대를 내려간다.

그때까지도 주변은 조용하다. 수만명의 사람이 있음에도 누구하나 입을 제대로 열지 못한다.

저 그랜드의 칭호에 가장 가까운 사나이가 졌다. 하지만 그 때문이 아니다. 그 전에, 저 거검의 사나이의 외친 기합에, 아직까지도 눌려 있 었던 것이다.

그 소리. 그건 마치,

전 세상과 싸우려는 듯 했기에.

커그너스등에 예를 표하고 내려가던 로아도르. 그제서야 정신을 차 린 사람들이 하나둘씩 박수를 치고, 거대한 환호성으로 이어진다.

“우와아아아!최고다!”

“저 커그너스 마저 이기다니”

로아도르는 그 다음 시합을 하기 위해 무대를 올라오는 카시레타와 눈이 마주친다. 여전히 묘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 물론, 눈길의 한편에는 저 커그너스를 이긴 상대에 대한 경악감이 서 려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역시, 알고 있는데 떠오르지 않는 답답함. 그것이 그 시선의 대부분 을 차지하고 있다.

챙!챙!

“크윽!

검을 쥐고 있는 것조차 힘들어 보이는 카시레타의 상대. 사실상 결승 전이나 다름 없는 시합을 한 뒤이기에 관중들의 반응은 시들하다. 그는 그것에도 기가 죽어 있는 듯 했다. 여기서 이긴다 하더라도 그 다음 상 대는 검을 맞대기도 무서운 저 로아돌이다. 그러나 카시레타는 묵묵히 검을 놀려 상대방의 전의를 확실하게 빼 앗아 가고 있다.

카시레타 역시 상대방을 압도하고 있다. 그리고 로아도르는 무대의 뒤편에서 벽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그를 살피고 있다. 흠잡을 때 없는 검술에 마나의 강함. 비록 마스터는 아니지만 카시레타 역시 자신의 길 을 착실히 걸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어딘지...’.

뭔가, 어색하다. 로아도르가 알고 있는 카시레타 역시, 모든 일에 전 력으로 맞서는 타입인데 어딘지 어설프게 상대를 봐주고 있는 느낌이 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실력인지라 그것을 눈치 챈 이는 얼마 되지 않으리라.

챙!

문외한이 본다 하더라도 승패가 뚜렷이 보이던 시합이다. 결국 상대 의 검이 허공을 그으며 날아가고. 이윽고 그는 고개를 푹 숙인다. 그를 향해 예를 표한 카시레타의 시선이 로아도르에게로 이어진다. 시선뿐만이 아니다. 하얗게 타오르는 그의 검 역시 로아도르에게로 향한다. 그리고 그는 호령한다.

“나오라!

“와아아아!

명백한 도발. 그와 동시에 그의 절대적인 자신감에 수준 높은 경기였 음에도 시큰둥하게 있던 관중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쪽도 있다. 정해진 대로 진행을 하려던 측에서는 곤란한 일이다. 한 남자가 곤란한 듯 무대로 종종 뛰어 올라가 그의 귀 에 대고 속삭인다.

“저어, 후작님. 일단 조금이라도 몸을 쉬신 다음에 다음 시합을 하심 이 어떠하신지요”

그러나 카시레타는 말없이 로아도르를 노려보고 있다. 그러나 로아 도르 역시 말없이 무대 위로 올라오자. 그는 한숨을 폭 쉬며 다시 아래 로 내려간다.

차마 말릴 수 없는 분위기라는 것이 있다. 저 관중들을 뒤로 하고 시 합을 연기한다면 어떤 욕을 먹을지 모른다. 게다가, 정작 시합을 하는 당사자들이 저리 투지가 넘치고 있는데, 그것을 말리는 것도 현명해 보 이지 않는다.

평정을 가장하고 가만히 있었지만 로아도르 역시 가슴이 쿵쾅거리고 있다.

저 카시레타를 이기면, 드디어 녀석에게 검을 겨눌 수 있으니. 거리 를 두고, 로아도르는 가슴을 쭉 펴고 검을 꺼내며 그와 마주선다. 10여년전, 소년들이었던 그들. 세컨드였던 이와, 서드였던 이는 다시 한번 검을 겨누게 된 것이다.

“이제야 생각이 났다.”

무대에 올라오자 카시레타의 말에 로아도르는 그와 눈이 마주친다. 그의 눈에는 분노마저 서려 있다.

“잊을 라야 잊을 수가 없지. 많이 변했군. 로아도르 반 바이파. 나에 게 패배를 안겨주었던 자.

카시레타는 자연스럽게 말을 놓는다. 로아도르 역시 그것을 크게 불 쾌하게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당연시 여긴다. 카시레타 역시 지금의 작위는 후작이고, 그 세력이 약한 것도 아니다. 현재 제국에서 최강의 성세를 자랑하는 가르안 대공의 가장 친한 친구가 아니던가.

“그렇군요.

로아도르가 스스로를 낮추어 말하자 카시레타는 소름끼친다는 듯 고 개를 홱 돌린다.

“하,존댓말 따윈 집어 치워라. 어디 갔었나?왜 이제야 나타난 것이 지.하, 설마 이제 와서 다시 한번 가르안에게 도전이라도 하려는가?”

묵묵히 카시레타를 바라보던 로아도르. 대우를 해주려 했건만, 그는 지금 사적으로 대화를 나누길 바라는 듯 하다. 그는 묵묵히 고개를 끄 덕인다.

“그렇다.

그러자 카시레타는 기가 차다는 듯 말한다.

“웃기는 얘기군!가르안이 지금 어떤 위치에 존재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인가.

저 대마왕을 물리치고, 녀석은 검의 신이 되었다!세상의 모든 무를 관장하는 대변자이다!이제부터 검을 드는 이는 모두 녀석의 이름을 부 르겠지. 그리고 그를 찬양하는 신전이 세워질 것이다. 태양의 신과 직 접 대면하여, 주신들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고!지금, 그런 녀석에게 덤 비겠다는 것이냐?”

신이면서도 친구이기에, 자연스럽게 녀석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리 고 그것은 카시레타에게 있어서는 둘도 없는 자랑. 그런 친구를 이기겠 다고 말하는 이 사내. 이 얼마나 화가 나는 일인지. 그리고 얼마나 어이 가 없는 일인지.

그의 말을 묵묵히 듣던 로아도르. 그는 고개를 들어, 저 황궁 어딘가 있을 가르안을 바라보며 카시레타에게 되묻는다. 녀석이 훌륭한 영웅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추앙받아 마땅한 존재고 당연히 존경해야 할 업적을 이룬 이이다. 그것을 부정할 생각 따위는 없다.

그런데.

“그래서.

-그것이, 내가 가르안을 이기면 안 된다는 이유가 되나?“이익...”

말이 통하는 상대가 아니다. 카시레타는 이를 갈며 자신의 흥분을 가 라앉힌다. 커그너스와의 승부를 지켜본 그다. 가르안에게 이기겠다는 턱도 없는 소리를 하고 있지만 무시무시한 실력자임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자신에게도 숨겨둔 것은 있다.

“후우.

숨 한번으로 호흡을 정리한 카시레타는 자신의 장갑을 벗는다. 그에게는 둘도 없는 기회였다. 사적으로라도, 카시레타는 다시 한번 로아도르를 마주하고 싶었다.

다름 아닌, 그가 얻고자 하는 한 레이디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 누구 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시합을 시작하려는 줄 알고 자세를 다듬으려던 로아도르는 엉거주춤 멈춰 서며 그를 바라본다.

그러자.

탁!

그의 장갑이 날아와 로아도르의 가슴에 부딪친다.

“나 카시레타 반 제르타 후작!여기서 그대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아 르시엘 공주님의 명예를 걸고!”

화르르륵!!!

방금 전까지 하얗게 타오르던 그의 검이. 푸른 불길로 바뀐다.

관중들의 경악한 소리가 들려온다.

“소,소드 마스터?”

“카시레타 후작이 마스터였단 말인가?”

-와아아아아아!-

이건 또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강자의 등장. 로아돌의 승리를 점치 고 있던 이들에게서 뜨거운 환호가 쏟아진다. 이로서 제국은 총 네 명 의 마스터를 보유하게 된 것이다. 물론, 검의 신인 가르안을 제외하고 서.

아르시엘?

그러나 로아도르는 그 푸른 불길은 아무래도 좋았다. 다만, 생각지도 못한 이름에 당황스러울 뿐이다. 어째서 카시레타의 입에서 그녀의 이 름이 나오는가.

차마, 부르기에도 미안한 그 이름이, 어째서 그녀의 명예를 건다고 했는가. 귀에 익숙한 음성이 로아도르의 뇌리 속에 떠오른다.

-루리아 공주님의 명예를 걸겠습니다!하.

로아도르는 쓴 웃음을 지으며 주변을 둘러본다. 앞에는 공주의 명예 를 걸고서 자신과 싸우려는 이가 있고, 관중들은 새로운 소드 마스터의 탄생에 커다란 환호를 지르고 있다.

이건 마치....

그때와 같지 않은가.

왜 이렇게 공주들과 연관이 깊은 것인지. 다만 걸려 있는 공주의 명 예도 로아도르에게 있어서 비중은 크게 다르다. 로아도르의 입가가 작은 포물선을 그린다. 그것은 가득 차 있는 자신 감.

모든 것이 같을 지라도 자신만은 그때와 다르다. 찰캉.

로아도르는 검을 들어 올린다. 이미 반쯤은 금이 가 있는 상태다. 그 냥 맞부딪쳐도 위험할 판에, 마스터의 검에 견디어 줄 리가 없다. 그는 카시레타를 바라본다. 비록 좋은 관계였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제법 믿음직한 녀석이다.

하지만, 질 수는 없지.

“아니다 카시레타. 너는....

그리고 그를 향해 나지막이           ‘어떤  ’말을 하는 로아도르. 듣고 있던 카 시레타의 눈이 동그랗게 떠진다.

그는 이윽고 푸른 오러를 그에게 겨누며 소리를 지른다.

“무슨 헛소리를!지금 나를 무시하는 건가”

“진심이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지금의 승부에, 최선을 다해야겠지.

로아도르가 검을 들어 올리자 카시레타 역시 입을 꾹 다물고 자세를 취한다.

하지만 지금의 검은 위험하다. 마스터와 맞붙어도 부러지지 않을 검 이라 했었지. 과연 지금까지 잘 버텨 주었다. 커그너스와의 결전으로 인해 이미 위험해 졌지만 녀석은 생각보다 더 훌륭했다.

“하압!

먼저 기합이 가득 찬 고함을 지르며 검을 내려찍는 로아도르. 그러자 카시레타는 물러섬 없이 그에게 검을 마주해 온다. ‘지금까지, 고마웠다    ’

콰장창!!!

결국 부셔져 나가는 그의 검. 검의 파편이 튀기며 로아도르의 볼 살 에 스치고 지나가며 붉은 선을 그린다. 카시레타는 뒤로 물러나 검을 물린다. 그의 표정에는 이겼다는 기색이 가득하다. 바로 공격에 들어가 려던 카시레타는 우뚝 멈춰 선다.

그러나 로아도르의 눈은 흔들리지 않는다. 반토막이 난 흉한 검을 들고, 여전히 그를 겨누고 있다. 그의 눈을 보았기 때문에.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남자라는 것은 이미                        1 0년 전에 알았다. 그리고 그는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만은 인정해 줘야 할 터이다.

“비겁하다고 물리는 것은, 그대를 모욕하는 행위겠지. 어떤 상황일지 라도 나는 방심을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

십년 전에도, 같은 대화를 했었지.

새삼 쓴 웃음이 떠오른다.

역시, 바이파의 가신으로 받아 들어야 했나? 좋은 녀석이다. 작은 후 회가 떠오른다.

“알아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검이 토막 나 있더라도, 질 생각은 없다. 로아도르는 짧아진 검을 한 손으로 들어 그를 견제하고, 남은 한 주먹에 힘을 한가득 준다. 보통의 검사라면 승패가 났다고 봐더 좋으리라. 하지만, 그는 검사만이 아니니까. 상대가 커그너스여서 제대로 실력 을 발휘 하지 못했을 뿐, 힘 자체만으로도 마스터를 넘어서는 피스트 파이터이기도 하다. 커그너스가 어떻게 졌는지를 떠올린 카시레타는 다시 한번 긴장을 일깨운다.

둘이 다시 격돌하려던 그 순간이었다. -멈춰어어어어어어!-

콰광!!

무대로 돌입하는 문이 부셔지며 커다란 굉음을 낸다. 동시에 마치 구 름처럼 휘날리는 먼지.

“잡아라!

“저 미친 늙은 드워프를 빨리 붙잡아!!”

뒤 따라 외치는 병사들의 필사적인 고함소리. 히히힝!

그리고 커다란 말소리와 함께 열두필의 커다란 마차가 무대를 향해 뛰어 들어 온다. 그 뒤로 수십기의 기마병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따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로아도르의 바로 앞에 멈춰 선다. 푸스스스스스.

말들에게서 김이 솟아날 것 같은 후끈한 열기가 느껴진다. 고오오오오오.

갑작스러운 사태에 침묵을 지키는 이들. 로아도르조차 그저 눈을 껌 뻑이고 있다. 기마병들은 그제야 뛰어 들어 온 것이 검술 무대인 것을 알고 어쩔 줄 몰라 하며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 태연한 이는 마차에 올라타 있던 노인 하나 뿐. 후우.

온 몸이 땀으로 가득 젖었고, 숨을 헐떡이면서도 입에서 한 모금 담 배를 맛나게 빨아낸 드워프는 로아도르에게 무뚝뚝히 말한다.

“다행히 늦지는 않은 것 같군.”

늙은 드워프는 엄지손가락으로 마차의 뒤를 가리킨다.

“자 받아라. 네 검이다.”

그렇군.

왔는가.

“잠시, 무기를 바꿔도 되겠는가.”

황당한 듯 입을 벌리고 있던 카시레타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인다. 로 아도르는 무대로 내려가 마차의 뒤로 간다. 녀석이, 하얀 천에 뒤덮여 있다.

이 낯익음. 없어졌던 팔 다리가 다시 생겨난다면 이런 느낌일 런지. 어쩐지, 오랜만에 만나는 피붙이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 로아도르는, 떨리는 손으로 녀석을 잡는다. 찰칵.

그 외에는 아무도 듣지 못할, 무언가 이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하나의 검이 그의 손에 들려진다.

검? 저 하늘을 찌르고 있는 산 같이 느껴지는 것이? 카시레타의 시선 이 점점 올라간다.

쿠구구구궁.

아,아직도 올라가고 있다. 저 하늘을 향해,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올 라간다. 도대체 얼마나 크기에. 저것이 과연 검이라 불릴 만한 것인가. 저건 마치.

마치 하늘을 뚫을 듯 한.

마치 땅을 가를 듯 한.

다른 이름의 어떠한 것이 아닌가.

-그대의 의지가 부러지지 않는 한, 이 검 또한 부러지지 않으리니. 이제부터 그대가 소드 마스터다.

딱딱.

카시레타는 지금 자신의 이빨이 쉴새없이 부딪치고 있다는 것을 깨 닫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만, 압도적이라는 것만을 알 수 있기에, 몸이 통제를 따르지 않고 본능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뭐야 저거....”.

가슴팍에 붕대를 감고 히죽히죽 웃으며 맥주를 마시던 커그너스 역 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솔직히, 직접 상대해본 소감으로는 아직 가르안에게는 한참 못 미친 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지고 질질 짜고 있으면, 동네 주점이라도 데려 가서 술이나 진창 먹이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저건.......

본능적으로 말하고 있다. 그저 검이 바뀌었을 뿐인데. 어딘가 차원이 달라졌다는 것을.

부우웅!

검을 들어 카시레타에게 겨누는 로아도르. 검의 끝은 결코 흔들림이 없다.

이것이 진정한 로아도르 반 바이파. 하늘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 없 던,그러나 이제는 보잘 것 없이 작은 것만이 남은 부끄러운 이름, 그것 하나만을 걸고 얻어낸 검이다.

검이 그에게 속삭이는 듯 하다.

-네 녀석의 의지가 미숙했기에, 한번 부러졌다. 그런데 주제에 다시 나를 손에 쥐려고 하는가. -

그러자 로아도르는 답한다

그것조차 내 의지였다고.

분명 한번은 부러졌다. 하지만 그것에 결코 후회하거나 한 적은 없 다.만약, 그분과 다시 검을 맞대어야 할 경우 수백, 수천번이라도 다시 부러진다 하더라도 그리 하리라.

그러나 그 외에는.

결코 부러질 일이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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