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세컨드-98화 (98/100)

제목      최종장 퍼스트       8

-와아아아아아!-

눈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치열한 공방전 끝에, 결국 피를 흘리는 것은 저 커그너스다. 관중들의 우뢰와 같은 박수와 환호성이 쏟 아진다.

얼핏 상대에게서 피를 보았다는 것만으로도 로아도르의 우세인 것처 럼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로아도르는 전보다도 더 긴장한 눈으로 검 끝을 커그너스에게 겨누고 있다. 소매로 거칠게 피를 닦아내 는 커그너스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무섭다.

“자,다시 한번 간다.”

파앗!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고는, 커그너스는 다시 한번 달려든다. 그러나 전과는 달리, 함부로 로아도르에게 직접적으로 달라 붙지 않는 다.적당한 거리에서 클로에서 마나를 길게 뽑아내어 장거리 공격을 한 것이다.

파앙!

로아도르의 주먹이 허공을 가르고, 그 마나가 공중에 흩어 없어진다. 가벼운 견제. 그렇다면 제대로 공격은 지금부터라고 생각해 로아도르 는 세차게 검을 들어 올린다.

그러나, 커그너스는 공격해 오지 않는다. 오히려 한참 떨어져있다. 게다가 시선조차 그에게 주지 않는다. 그가 보고 있는 것은 흩날리는 마나.

로아도르는 방금 전의 공격의 의미를 깨닫는다. ‘설마  ’

“그래, 이 정도란 말이지.”

로아도르 본인은 의식하지 못하고 뻗는 주먹. 그 어마어마한 힘에 공 기까지 울려 버린다. 그리고 커그너스는 지금 그 범위를 파악한 것이 다.그럼에도 커그너스는 개운치 못한 얼굴이었다.

“정말 무식한 놈일세. 이래서야 원, 일미터짜리 주먹을 상대해야 하 는 거구만. 자,다음.”

진중해진 커그너스는 무섭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에. 그리고 그것이 그 나름대로의 진지하게 상대해주는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런 상대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렇기에 더욱 어떻게 해야 할지 모 르겠다.

로아도르의 전신을 훑어가며 약점을 찾던 커그너스의 시선이 그의 검으로 향한다. 로아도르의 몸이 순간 멈춘다. 이상하다.

“그러고 보니 그 검, 왜 그렇게 짧지?”

다른 이들에겐 들기에도 힘들어 보일 정도로 커다란 녀석이지만. 그 전에 자신과 수백번도 넘게 겨루어 봤던 커그너스는 다르다. 그만은 원 래 로아도르가 사용해야 할검의 크기를 알고 있다. 커그너스는 의아한 듯 묻는다.

로아도르의 눈동자가 작게 흔들린다. 그리고 그 동요를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눈치가 없는 커그너스가 아니다. 그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으쓱인다.

“아아, 그래. 그 검. 상당히 좋은 것 같아서 잊고 있었다만, 원래 그게 아니다, 뭐 이런 얘기지?

커그너스는 머리를 긁적거린다. 상대가 만전의 상태가 아니라는 것 은 분명 그에게 유리한 것이건만, 얼굴에 밝음은 없다. 오히려 이게 뭐 냐는 듯 미간을 찌푸린다.

“어딘가 모자란 상태라 이거군. 재미없게. 쯧.”

칩을 탁하고 뱉어내는 커그너스는 주먹과 클로를 들어 올린다. 팔뚝 을 덮을 정도의 푸른 불꽃. 지금까지와는 달리 상대에게 아슬아슬하게 타격을 줄 정도의 마나가 아니다. 온 힘을 기울이겠다는 의도였 다.

“뭐,이유야 어쨌든, 그렇다고 봐 줄 수는 없지”

커그너스의 신형이 다시 움직인다. 측면. 로아도르는 검을 세워 그의 공격을 막아낸다.

타아앙!

손을 타고 오는 진동. 검의 너머로 뿜어져 나오는 마나가 공중에 흩 어진다. 그러나 그에 아랑곳 하지 않고 커그너스는 연신 공격을 퍼붓는 다.

타앙!

주먹으로 검을 내려찍고.

타앙!

주먹을 뒤로 뻗으며 마나를 검에 뿜어내고. 키기깅!

클로로 검을 그어낸다.

로아도르는 이상한 것을 깨닫는다, 커그너스는 자신에게 공격을 하 고 있지 않다. 그럴 생각조차 없는 듯 하다. 그의 공격은 검만을 가격하 고 있다.

설마.

그가 노리는 것은.

‘검을?’

타앙!타앙! 타앙!

커그너스가 노리는 것을 알아챈 로아도르. 그러나 쉬이 움직일 수도 없다. 검을 피할 경우 그 공격은 바로 로아도르에게 이어지기 때문이 다.그리고 예지가 그를 이끌지도 못한다. 절대 예지는 신체에 위협을 가할 때만 나오는 것. 검에 위험하다고 발동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예지는 로아도르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로아도르의 전투 기술은 한 가지를 전제로 삼고 있다. 그것은.

그의 검은 절대로 부러지지 않는다는 것. 집요하게 검에 공격을 퍼부으며 커그너스는 나지막이 중얼거린 다.

“검과 권을 동시에 쓰는 너는 분명 무서울 정도지. 하지만 검이 없다 면 어떨까?”

자신과 수백번도 넘게 대련해 왔던 커그너스다. 사부, 어쩌면 그 이 상으로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자이다. 세삼 커그너스에 대한 무서 움이 떠오르는 로아도르.

그의 인생에 깨달음 따위는 없을지도 모르지. 그랜드라는 칭호는 평 생 없을 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분명, 그랜드 마스터를 이기는 마스터가 될 것이다. 벌써 천년도 전이지만, 소드 익스퍼트의 경지로 저 농락의 좌와 싸우 던 노인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길을 꿋꿋이 가고 있는 남자가 바로 저 커그너스이니까.

타아앙!

쩌저적!

결국, 검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더 이상 이렇게 있을 수는 없 다.

로아도르는 급히 검을 뒤로 빼며 왼 주먹을 커그너스를 향해 뻗는다. 그러나, 커그너스의 몸이 마치 잔상처럼 사라진다. 그의 몸이 납작하게 숙여져 있다. 로아도르의 주먹으로부터 피하기 위한 꼴사나운 모습이지만, 땅에 맞닿아 있는 주먹만큼은 그렇지 않았 다.

“내가 너에게 권을 가르쳤다는 것을 잊으면 곤란하지”

외침과 동시에 날카롭게 파고드는 푸른 주먹. 턱을 노리고 무시무시 한 속도와 힘으로 다가온다. 로아도르는 힘껏 고개를 치켜 올렸지만 푸 른 마나가 스쳐 지나가며, 타는 듯한, 그와 동시에 묵직한 망치가 스치 고 지나가는 듯 한 고통을 느낀다.

“크윽!”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는 로아도르. 턱을 스치고 지나간 충격은 뇌로 닥쳐와, 시선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다리에 힘이 빠져가는 것이 느껴지며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다. 그의 무릎이 서서히 땅에 닿기 시 작한다.

그러나.

질수 없다. 물론 커그너스만한 사나이에게 지는 것은 결코 창피가 아 니다.

“이걸로 끝이다”

커그너스의 주먹이 로아도르의 눈앞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이렇게.

가르안의 얼굴조차 대면하지 못하고 진다면. 나는 어떤 얼굴로 사부를 봐야 한단 말인가? 그는 남은 힘을 끌어 모아 후들거리는 다리를 들어 땅에 박아 버린 다.

쿠우웅!!

순식간에 땅이 꺼지며 무릎에까지 박힌다. 흐트러진 로아도르에게 일격을 가하려던 커그너스는 흠칫 놀라며 주먹이 멈춘다. 몸은 아직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질 수 없다는 단 하나의 이유.

“크하아아아압!!!”

지금까지 신음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않던 로아도르. 그런 그가, 기합이 가득한 고함을 지른다.

“으윽!뭐,뭐야?!”

그러자 커그너스는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찌푸리며 물러난다. 그저 단순히 큰 소리라서가 아니다. 마나를 이용한 어떤 것이 있던 것도 아 니다.

그것은 아마, 기백이라 불리는 종류의 힘.

“으으윽!”

뒤로 물러난 커그너스는 떨리는 이빨을 멈추기 위해 입을 꽉 다문다. 그 어떤 것도 아니다. 저 녀석의 존재감이 눌린 느낌. 드래곤 피어라는 것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 런지.

그는 이윽고 수치스러운 얼굴로 로아도르를 노려본다.

“이 자식!감히!!”

이미 몸이 원래대로 돌아온 듯 땅에서 다리를 빼내고 검을 들어올린 로아도르. 그 모습조차 얄미워 보였는지 커그너스는 주먹에 모든 힘을 쏟아 그에게로 달려든다.

부아아아앙!

척 보기에도 무시무시한 위력의 공격이다. 그러나, 감정이 섞인 공격 은 읽기가 쉽다. 올곧게 일격으로만 뻗어오는 그의 주먹. 힘이 한 가득 들어 있기에, 지금까지와는 달리 그다지 빠르지도 않다. 파라락!

로아도로는 어깨에 걸쳐져 있던 천변기를 벗겨서 그에게로 던진다.

“이익!

힘껏 공격해 들어가고 있는데 눈앞에 검은 것이 펼쳐지자 커그너스 는 신경질적으로 그것을 걷어낸다. 차분하게 뒷일을 생각했어야 했건 만, 아니 원래의 커그너스라면 분명 그리 했을 터이지만 반쯤 이성을 잃은 그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다.

그런 그의 앞에 로아도르가 나타난다. 투우웅!

로아도르의 주먹이 정통으로 커그너스의 복부에 박힌다. 그는 배를 관통해, 등으로 충격이 뻗어져 나가는 것을 느낀다. 고통? 그런 것을 느낄 세조차 없다. 그는 세상이 천천히 흘러가는 느 낌을 받는다.

커그너스는 울컥 피를 토하며 공중으로               3여 미터나 떠오른 뒤. 쿠웅!

바닥에 쓰러진다.

아무도 입을 열지 못한다. 아니, 고요하게 변한 것은 로아도르가 기 합을 지른 그 순간부터다. 그 뒤에 일어난 일조차 한 순간에 일어난 일 이긴 했지만.

그때부터 단 한명의 힘에, 수만의 관중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어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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