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최종장 퍼스트 6
“자네, 어디선가 나를 본 적이 있는가?”
눈앞에 콧수염을 멋들어지게 기른 중년의 기사가 로아도르에게 묻는 다.척 보기에도 지금까지의 상대들과는 다른, 연륜이 느껴지는 강함을 지닌 이이다.
그의 이름은 카이안 반 더글라스 자작.
그는 어디선가 본 듯한데 제대로 기억이 안 나는 것인지, 아니면 너 무나 바뀐 모습에 믿을 수 없다는 것인지. 연신 눈살을 찌푸리며 로아 도르를 보고 있다. 그리고 로아도르 역시 눈앞의 남자를 알고 있다. 그는 다름 아닌 바이파 가문의 가신인 기사이니까. 그는 지금도 엘리 엇의 옆에서 충실히 바이파의 이름을 수호하고 있는 자이다. 감히,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면목이 없는 로아도르는 슬그머니 시 선을 피하며 답한다.
“처음 뵙습니다”
“그래? 흐음. 하기사. 그 분은 이미....”
아련한 눈빛을 띠고 있던 중년의 기사는 안타깝다는 듯 혀를 한번 차 고는 과거에서 벗어나 눈앞의 현실로 되돌아온다. 그는 날카로운 시선 으로 로아도르의 몸과 검을 번갈아가며 주시한다.
“대검이라. 뭔가 재미있군. 마나를 사용할 줄 알게 되면 오히려 휴대 하기 간단한 검을 사용하기 마련이거늘. 게다가 그 검. 보통의 물건이 아니군. 분명 장인이라 불릴만한 이가 만들었어. 드워프 제인가?”
그는 단순히 크기만 한 것이 아니라, 명검이라는 것 까지 알아본 모 양이다.
“그렇습니다.
“어째서 마나를 사용하지 않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름의 사정은 있겠지. 어떤 이유일까 무척 궁금하네만.”
사용하지 못할 따름입니다.
로아도르는 입을 꾹 다문다. 그러자 그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다.
“자, 대화는 여기까지 해둘까. 자칫하면 돌이라도 날아올 분위기구 만.”
더글라스 자작은 어른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흘낏 뒤로 준다. 그의 뒤에는 시합이 시작 되었음에도 대화만 하고 있는 둘에게 불만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관중들이 한가득 있었으니까. 챙!
더글라스가 먼저 검을 뽑자, 관중들은 이번에는 환호를 보내온다. 로 아도르 역시 등 뒤의 검을 향해 손을 내민다. 그러나 그 순간.
“자,가네.”
가볍게 말하고는 로아도르를 향해 마치 화살처럼 튕겨나가는 더글라 스 자작. 검을 뽑을 시간조차 없던 로아도르는 옆으로 물러나며 그를 향해 주먹을 뻗는다.
“흡!”
그러나 그에 대한 사전 준비 또한 되어 있는지, 더글라스 자작 역시 몸을 공중으로 빙그르 돌리며 다시 한번 로아도르의 손목을 노린다. 그 는 또 검을 뽑지 못한다.
범상치 않은 몸놀림. 그는 바이파 가신 중에서도 손꼽히는 실력자다. 다름 아닌 바이파 공작보다 약간 수준이 처지는 정도. 로아도르가 다시 검을 향해 손을 뻗는 순간, 이번에는 그의 날카로운 마나 소드가 로아도르의 손목을 향해 날아온다. 로아도르는 손바닥을 펼쳐 그것을 막아낸다.
촤아아아!
사르르륵.
천변기에 흠집 하나 내지 못하고 사라지는 마나. 로아도르의 머리칼 이 잘려 나가며 땅 아래로 떨어진다.
“그거, 장갑도 보통의 물건은 아니로군. 아니, 망토까지인가”
그는 생각을 잘 못했다는 듯 혀를 찬다. 여유 있던 전의 표정과는 달 리 굳은 얼굴로 로아도르를 바라본다.
“검만 못 쥐게 한다면 어느 정도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더글라스 자작은 식은땀을 흘리며 배를 어루만진다. 확연히 느껴지 는 고통. 방금 전, 로아도르가 주먹을 뻗었을 때의 ‘풍압. 만으로 이 정 도다. 보통 힘이 아니다. 스치지도 않았건만 이런 타격이라니. 제대로 맞았다면 벌써 끝났으리라.
녀석이야 말로 전신이 흉기나 다름없는 것이다. 거기에 마나가 통하 지 않는 장갑과 망토까지.
로아도르는 그의 눈치를 보며 다시 한번 검을 향해 손을 천천히 올리 고 있다. 그와 동시에 주먹을 들어 올려 더글라스 자작은 견제하고 있 다. 오랜 경험으로 피스트 파이터들과도 몇 번이고 겨루어본 그다. 허 투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의외로 제대로 된 자세군. 피스트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 겠지. 뭐 이런 괴물이 다 있나 ’
하지만
‘두개 동시에 사용하면, 반드시 그곳에 틈이 있을 것이다 ’ 검을 내려치면서 동시에 어깨로 차지를 한다던가 하는 방법은 있지 만, 검과 권을 동시에 사용한다는 자는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검을 꺼내도록 내버려 두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그그그긍.
로아도르는 결국 검을 꺼내 그를 향해 겨눈다. 저 어마어마한 힘에 더글라스 자작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저 무식한 크기는 둘째 문제 치 더라도 저건 분명 양손검인데, 한손으로 들고 있음에도 전혀 위화감이 없다.
‘지금, 내가 뭔가 잘 못 생각한 것인가.’ 과아아아앙!
그렇게 느끼는 순간, 로아도르의 대검이 그를 향해 내려쳐지고 있다. 힘 만이라고 했던가?그래, 분명 힘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그 힘에 의 한 속도역시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다.
“크흑!
필사적으로 피해내는 더글라스 자작. 구구구구궁!!“
무대의 반이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쩌저적 갈라진다. 그와 동시 에 튀어 오른 돌 파편들이 그의 몸을 무수히 때려 되었지만 그는 그 고 통을 느낄 여유조차 없었다. 그와 동시에 이미 로아도르의 공격이 시작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검을 발판 삼아, 그 갈라진 땅의 반대편으로 건너간 로아도르는, 그 원심력을 이용해 그를 향해 발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발이라고!?
피스트 파이터들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발차기이건만! 장갑과 망토의 보호가 없는 다리라면 오히려 역습을 가할 기회건만, 검을 들어 올릴 세조차 없었다. 화들짝 놀라며 그는 두 팔로 간신히 몸 의 급소만을 막아냈을 뿐이다.
파가가각!
그의 팔에서, 뼈가 으스러져 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다. 그 충격파가 팔을 뚫고, 가슴의 뼈에까지 여파를 주고 있다. 검 사로서 뼈가 굳은 그였지만 그 극심한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 고 만다.
“크아아악!”
그리고 무대를 한참 미끄러져 나가며 쓰러지는 더글라스 자작. 숭부 는 명백히 났다. 그럼에도 로아도르는 그를 주시하며 검을 들어 올리고 있다.
만약, 그가 일어난다면 다시 한번 승부를 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관중들 사이에서는 이미 난 결론인지, 커다란 환호가 울려 퍼 진다.
“와아아아!
“역시 최고다!대검의 검사!!”
“더글라스 자작마저 일격에 끝내다니”
검을 뽑자마자 승부를 낸 로아도르를 향해 그러나 그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여전히 눈 앞의 쓰러진 상대에게 집중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 자 더글라스 자작은 힘겹게 일어나 입가의 피를 닦아 내며, 씁쓸한 미 소를 떠올린다.
“크윽. 힘만 믿는 자라고 생각했는데....”
“틀린 말은 아닙니다.”
로아도르의 말에 낮은 웃음을 흘리는 더글라스 자작.
“크흐흐흐. 하기사, 그도 그렇군. 힘만 믿는다는 말이 이렇게 무서운 것 일 줄은 몰랐어.
힘,끊임없이 단련해온 그의 힘이 로아도르의 바탕의 모든 것이니까. 움직이기도 힘들 터인데, 더글라스 자작은 검을 가슴에 대며 패배를 시 인한다.
“내가 졌다”
그리고 그제서야, 로아도르 역시 검을 거두며 그에게 예를 표한 다.
“좋은 승부, 감사합니다”
“이쪽이야 말로. 최선을 다해줘서 감사하네.”
“와아아아!
“멋지다!”
시합이 끝났음에도 서로 예를 표하는 그들에게 관중들은 박수를 보 낸다. 그러자 더글라스 자작은 그들에게 가볍게 손을 한번 흔들어주고 는 비틀거리며 무대를 내려간다. 그의 시종이 그에게 달려와 부축하려 했지만, 그는 손을 뿌리치며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걸어갈 뿐이다.
“잠깐.
“예?”
역시 그의 반대편으로 내려가려던 로아도르. 더글라스 자작은 문뜩 생각났다는 듯 그에게 묻는다.
“자네, 이름이 로아돌이라고 했던가.”
“....”
로아도르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멈춰 서 있을 따름이다. 그러자 더글라스 자작은 무엇인가를 깨달았다는 듯, 통쾌하게 웃으며 다시 걸음을 옮긴다.
“그렇군. 그랬군. 하하하하하!사실은 좀 더 그럴싸한 이름이 있을 것 같은데 그래!그랬군!하하하!”
웃으면서 기쁘게 내려가는 바이파 가문의 가신을 향해 돌아선 로아 도르.
그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인다.
일단, 사죄의 말씀을. 늦어서 죄송합니다. 금요일에 학원 수료 테스 트가 있었습니다. 주말에 한참 불타올라서 써보자!라고 생각했는데, 한참 불타오르며 내내 잤습니다 긁적 ) 한 20시간 넘게 잠만 잤던 것 같 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