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최종장 퍼스트 1
와아아아아아!!!
“인류의 구원자”
“오오 위대한 검의 신이시여!!”
수십만의 관중들이 고함을 지른다. 무기를 들고 있는 이들은 각자 자 신들의 병장기를 들어 올리며 이제 막 성 위에 오른 자. 지상에 강림한 무의 대변자. 가르안의 이름을 외치며 환호한다. 가르안은 빙긋 웃으며 그들의 환호에 답한다. 그의 옆에 있는 루리아와 엘라이라의 얼굴이 붉 게 달아오른다.
그리고. 그녀들의 옆에서 아르시엘 공주가 침중한 눈으로 관중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녀의 눈동자는 연신 좌우로 움직이는 것이 마치, 누군가를 찾는 것처럼 보인다.
“여러분. 이 곳까지 오느라 수고가 많았다! 가르안의 웅혼한 외침에 환호는 순식간에 사그라든다. 대신 그들은 감탄한 눈으로 그를 바라본다. 신이 직접 그들에게 말을 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쿵저러쿵 길게 떠들지 않겠다!전 인류를 위협하던 거대한 악. 대마왕 루스 사이퍼는 사라졌다.
물론 그에게 일침을 가한 것은 이 가르안이지만, 결코 나 혼자만의 힘이 아니었다. 전 인류가! 전 종족이!이 지상의 모든 이들이 하나가 되어 이 땅의 위험을 물리친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기억한다!저 사악한 데몬들과 마족들을 향해 검을 들어 올리던 기사를!병사들을! 모두가 하나가 되어 싸웠다!이 찬란한 기쁨과 영광 이 어찌 나 혼자만의 것이겠는가!이 모두의 영광과 기쁨인 것이다!”
주먹을 불끈 들어 올리며 외치는 가르안. 와아아아아아!!
다시 한번 커다란 환호성이 울려 퍼진다.
“우리는 오늘!지상의 모든 이들이 행복을 되찾은 것을 기념하기 위 해 이 자리에 모였다!그리고, 대마왕을 물리칠 정도로 강인했던 우리 들의 힘을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해 모였다!하지만 이 자리에 피는 없 다!생명을 잃을 걱정도 없다!그저!최선을 다한 이들의 실력을 겨루는 순수한 자리인 것이다!
난 여러분의 건투를 빌겠다!그리고 이 가르안과 맞서 싸울 자를 기 다리고 있겠다”
와아아아아아아!!
시끄럽게 울리는 사람들의 환호 사이에서. 로아도르는 두 눈을 감고 있었다. 전 인류가 하나가 되어 싸우는 동 안 그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사부를 베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게 강림할 마왕을 막는다는 사명감으로 참아내기는 했다. 아무도 알아주 지 않는다 하더라도 자신이 납득하면 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부를 벤 못난 죄인일 뿐.
그러면서도 포기를 못한 미련한 남자일 뿐이다. 로아도르는 눈을 뜬다. 앞에, 손만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가까운 거리 에 가르안 카이자가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며 서 있다.
“무투회에 참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그러자 그의 뒤에서 시립해 있던 집사가 나지막이 대답한다.
“이미 수속은 다 해두었습니다. 따라오시지요.”
옛날의 어딘가, 풋내 나던 시종의 모습은 간곳이 없다. 믿음직스러운 집사의 모습이 있을 뿐. 로아도르는 작게 웃으며 그의 뒤를 따랐다. 전 대륙적의 강자들이 한 곳에 모여든 무투회. 자신 무를 다룬다 하 는 이들은 모두가 이 곳에 있다 할지라도 과언이 아니었다. 당연 그 수 는 어마어마하게 많았기 때문에 본선에 진출할 이들을 가리는 시간 또 한 무척 길었다.
그리고 그들의 사이에 로아도르가 있었다. 바이파의 이름을 사용한 다면 예선 따위는 치를 이유가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로아돌이니까.
줄이 점차 줄어들수록 예선을 치루는 모습이 보인다. 앞에 커다란 바 위가 놓여 있고. 그것을 향해 검을 내려치고, 주먹을 내지르는 이들도 보인다. 마나를 사용하는 이들도 가끔 보이지만 그리 호락호락해 보이 지는 않는다.
로아도르는 속으로 납득한다. 과연, 가장 빠르게 실력자를 걸러 낼 수 있는 방법이다. 애초에 저 정도의 바위를 어떻게 할 수 있는 자는 최 소 소드 익스퍼트, 수준에는 이르러야 한다. 그리고 그런 이들이 그렇 게 많은 것도 아니다.
그리고 드는 의문. 이런 방법을 고안해낸 이는 누군가?하는 점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니까.
로아도르가 그런 의문을 가지고 있을 때, 많은 이들이 울분에 차며 돌아가고. 마침내 그의 차례가 되었다.
“당신이..로아돌입니까?”
예선의 심사를 맡고 있는 병사가 위아래로 훑어보며 그에게 묻는다. 로아도르의 커다란 덩치와 거검에 겁을 먹은 듯 하다. 아무리, 덩치가 크다 하더라도 로아도르의 검 만한 크기의 병장기를 가진 이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뒤에는 부정행위를 막기 위함인지, 마법사 한명과 제국 의 기사 한명이 심드렁한 얼굴로 앉아 있다. 로아도르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다. 병사는 뒤 쪽의 바위를 손가락 으로 가리킨다.
“그럼, 저 바위를 갈라 주십시오.”
말이 가르라는 거지, 지금까지 흠집도 낸 이가 드물다. 로아도르는 바위 앞으로 걸어가 그것을 올려다본다. 매우 두텁고 단 단한 바위처럼 보인다. 그리고 한심하다는 눈으로 자신의 검을 본다. 뭔가. 타당하다고 생각이 되긴 하는데. 합리적이라고 생각은 들지 만.
우습다. 사람도 바위 앞에서 이게 뭐하는 것인가 싶은 자괴감. 옛날 고개를 들고 당당하게 다니던 한 소년이 떠오른다. 바위 앞에서 힘자랑이나 하자고 키운 힘은 아니건만. 불끈.
로아도르의 왼팔에 한가득 힘을 준다. 검조차 뽑지 않는다. 사부는 사람을 무시하지 말라 했다.
고작 바위 정도는.
로아도르는 주먹으로 가볍게 바위를 두들긴다. 퉁!
아주 가벼운 소리가 울려 처진다.
어디에선가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저게 뭐하는 것이냐고. 못 하겠으니까 장난하는 것 아니냐? 하고. 마법사와 기사는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혹 마법을 사 용한 것인가?싶지만 마나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것 보시오”
병사는 지금 장난하는 거냐고, 그럴 시간이 없다고 외치려 했다. 그러나.
쩌저적...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콰과광!!!!
순식간에 무너져 버리는 바위. 그는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그의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다른 이들 역시 입을 다물지 못한 다. 비웃던 이들은 웃음조차 지우지 못했다. 기사와 마법사의 표정은 경악에 가깝다. 차라리 마나가 느껴졌더라면 이런 충격은 받지도 않을 것이다.
기사가 다가와 그를 올려다보며 묻는다.
“혹시 마법사시오?”
과연. 그런 것 밖에 답이 없는 가. 로아도르는 대답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그 기사에게 묻는다.
“하나 묻겠소”
“뭐,뭐요?”
로아도르의 어마어마한 힘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던 기사는 황급 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 방법. 누가 고안해 낸 것이오?”
“모,모든 것은 위대한 검의 신. 가르안 대공께서...”
“그랬군.
과연 가르안이었나. 로아도르는 납득하며 앞으로 나아가 역시 벙 찐 얼굴로 있는 병사에게 묻는다.
“나는 통과요?
“그,그렇습니다. 가시지요.”
통과가 된 이들에게는 들어가는 곳이 따로 있다. 예선의 방식은 전부 이런 식이다. 그 안으로 들어가니, 확실히 실력 자로 느껴지는 이들이 사나운 눈빛으로 서로를 경계하고 있었다. 그리고 놓여 있는 것은 이번엔 그 바위만한 금속 덩어리. 로아도르의 눈썹이 꿈틀거리며 올라간다. 이렇게 단 하루만에, 수천명의 무투회 참가자들 중에서 256명의 본 선의 진출자가 가려졌다. 그리고 내일은 드디어 모든 이들이 바라지 않 는 무투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최후의 네명만이 그 다음을 향해 갈 수 있다. 그리고 결선에 미리 이름이 올라와 있는 자들. 하지만 누구도 그들에게 비겁하단 소리 를 할 순 없으리라.
예선 따위를 치룰 이유가 없는 자들.
이미 마스터들, 혹은 최상급의 기사들이라 불리는 이들의 이름이었 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두가 대마왕과의 전쟁에 참가했던 이들이다. 가 르안만큼은 아니더라도 경배해 모자라지 않는 이름들인 것이다. 벽에 붙어 있는 대전표를 보며 로아도르는 입가에 웃음을 떠올린다. 다른 이들의 이름은 보이지도 않는다.
“커그너스....”
사부조차도 이겨보려 했던 그다. 과연, 검의 신이니 뭐니 해도 한판 겨루어볼 사람인 것이다. 이기고 나아간다면, 다시 한번 커그너스와도 붙어 볼 수 있으리라.
그 역시, 스승이라면 스승이다.
“수고 하셨습니다”
로아도르의 예선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던 집사가 정중히 허리를 숙인다. 로아도르는 고개를 저었다.
“전혀.”
결국 사람과 사람이 겨루는 시합은 없었다. 철저하게, 어떤 것을 이 용하여 그 실력을 재는 것이 있었을 뿐이다. 집사와 함께 돌아서려던 로아도르. 그의 눈에 낯익은 이름이 들어온 다.대전표에 적혀 있는 이름. 커그너스의 이름만을 확인하고 넘어가려 던 그 대전표의 아래에 적혀 있는 이름. 카시레타 반 제르타 후작.
-가르안은 나에게 희망을 주었습니다!언제고, 하얀 오러로 자신에게 겨누었던 그다. 그의 이름이, 다시 적 혀 있는 것이다.
만일 그와 다시 대전을 하게 된다면.
그,아카데미 때와 같다. 저 카시레타를 이기고 나서야 가르안에게로 도전한다.
어째서인지 그렇게 될 것 같다. 그렇다면. 이번에야 말로 그때와 같 은 결과를 내지는 않겠다.
“도련님?”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