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세컨드-90화 (90/100)

쏟아지는 비 속에서, 로아도르는 처량하게 울며 그리 외쳤다. 마지막에 진짜 이랬는지는 뭐, 상상에 맞기겠습니다          ^^ 자, 마지막 한화, 연재가 언제가 될지는 기약 못드립니다               (먼산  ) 제목      제  13장 귀환자     (끝  )

한참동안이나 비가 쏟아진 탓인지, 다음 날은 무척 쾌청했다. 습관적 으로 해가 뜨기도 전에 일어난 로아도르. 그는 엘리엇이 준 새하얀 예 복을 바라보다가 가지런히 접어 품에 안는다. 이것 역시 자신의 얻은 소중한 보물이다. 그러니.

아직은 입을 때가 아니다. 이것은. 이것은 마지막에. 진정한 로아도르 반 바이파로 되었을 때 입어야 한다고. 그는 그리 생각했다. 그리고 벽에 기대어 세워둔 검을 등 뒤로 차고, 천변기를 두 르고 집 밖을 나선다.

더 이상 폐를 끼치기 싫었기에, 집사에게는 말을 하지 않고 나오려 했지만 문 앞에는 이미 검은 색 정장을 차려 입은 그가 나와 빙긋 웃 고

“가려고 하십니까”

생각해보니 하룻밤 머물게 해준 상대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가는 것 도 굉장한 무례였다. 로아도르는 그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고맙다. 신세를 졌군”

“무슨 천만의 말씀을. 무투회 때문에 가시는 겁니까?”

“오늘까지니까.

무투회의 예선을 위해서는 지금부터 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가르안 대공과 한번 만나는 것을 꿈꾸며 얼마나 많은 검사, 기사, 무투 가들이 수도에 와 있는지는 알 수도 없다. 그러자 집사는 정중히 손을 사선으로 그으며 옛주인, 아니 지금도 주 인이라 생각하는 자를 향해 허리를 숙인다.

“모시겠습니다.

“그럴 필요는 없다. 나는 이미...

“그렇다면 더더욱, 제 행위를 말릴 자격은 없으신 거겠군요. 할말을 잃은 로아도르는 입을 꾹 다문다. 그 자신의 말대로라면 집사 에게 어떻게 하라고 할 권리 따위는 없는 것이다. 그래도 간신히 한마디 더 꺼내본다.

“저택에 가봐야 하지 않는가?”

“바이파의 이름을 얕보지 말아주시겠습니까. 저 하나 없다고 해서 어 떻게 될 곳이 아닙니다.

로아도르는 멍하니 그를 바라본다. 설마, 다른 누구도 아닌 로아도르 반 바이파가 다른 이에게 이런 말을 들을 줄이야. 로아도르는 아주 작게.

훗.

하고 웃음을 흘린다.

어디고 있었을 지도 모를 다른 미래. 자신은 빛나는 검을 들고 서 있 고,그 뒤에는 이 집사가 서 있는 그런 삶. 그것도 좋았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제법 이르게 나왔다고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거리에는 많은 이들이 나와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대로의 중심을 비워두고 끝도 없이 늘어선 사람들. 결코 보통 때의 인원이 아니었다.

“무슨 일 있습니까?”

집사가 근처에 있던 노인에게 정중히 물어보자 신경질과 기대감이 섞인 대답이 돌아온다.

“아,그것도 모르시오! 오늘 가르안 대공께서 거리에 나오신다 하지 않소!무투회 때문이라시는데 이 곳을 지나가실 모양이라오!아침에 지 나가신다 하여 이렇게 모두 나와 있는 것이라오”

가르안.

그 노인은 초조한 눈으로 대로의 끝을 바라보며                  언제쯤 모습을 드러 내시나.’하며 중얼거리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진다.

“오신다!

“가르안 대공이다”

“오오 검의 신이시여!우리의 위대한 구원자!”

그리고.

로아도르의 눈은 한도 끝도 없이 가라앉아간다. 로아도르는 멈춰 서 서 길의 저 멀리에서 보이기 시작하는 화려한                  12두 마차를 바라본다. 그를 따르던 집사 역시, 그의 뒤에 조용히 시립해 선다. 그는, 그 누구라 할지라도 지금 로아도르를 방해해선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하나이니까. 가르안.

와아아아아아!!

많은 이들이 일제히 고함을 지른다. 위대한 영웅의 행차. 다름 아닌 검의 신이자 가르안 대공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가르안.

마차 위에선 그가 웃으며 손을 들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손을 들어 올리며 그의 옆에는 제국의 황제 역시 손을 들어 환호에 응하고 있지만 그의 존재를 인식하는 이는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황제보다는 가르안의 옆에 있는 루리아 공주와 하이 엘프 엘라이라를 보는 이들이 더 많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 많디 많은 사람들의 뒤에서 한 남자가 두 주먹을 움켜쥐 고 그를 바라보고 있다. 울 것 같은 얼굴로, 그것도 아니면 웃는 것 같 은 얼굴로.

가르안.

로아도르는 그렇게 하염없이 가르안을 바라보고 있다. 저 검은 머리칼. 자신감 넘치는 웃음 까지도. 그리고. 화사했던 금발은 이렇게 옅어지고, 언제부터인지, 웃음은 잃 어버린 나.

로아도르의 몸이 부르르 떨린다.

너는 정말이지, 변한 것이 없구나.

로아도르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전의에 가득 찬 웃음을 짓는다. 정말이지.

너무나 만나고 싶었다. 가르안.

그리고 고맙다. 최고의 자리에 그대로 있어주어서. 로아도르는 다른 것이 아닌 그것이,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웠다. 그 가 만약,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 있더라면 그 얼마나 허무한 일인 가. 하지만 자신의 목표는 너무나, 더욱더 위대해져서, 옛날의 자신이 올려보던 그 존재 그대로 있어 준 것이다. 그는 너무나.

이길 보람이 있는 존재로, 그대로 있어 주었다. 이번 무투회는 전 대륙적으로 열리는 큰 행사다. 가르안 대공 뿐 만 이 아니라 전 제국의 황족들과 대귀족들이 전부 나서야 하는 큰 행사였 고 그것은 제국의 제        2공주. 아르시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른 아침이지만, 아르시엘 공주는 나와서 손을 흔들고 있는 백성들 의 환호에 응한다. 아마, 그녀가 누군지 알고 있는 이들조차 드물 것이 다. 그저 척 보기에도 귀부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기에 사람들은 그저 신기하게 바라보며 환호를 지를 뿐이다. 속으로는 한숨이 푹 나오면서, 차라리 잠이나 더 자고 싶은 심정이었 지만 그럴 수도 없는 노릇. 지금은 이것이 그녀의 역할인 것이다. 게다 가 무투회는 대부분 형부가 주관했기에 그녀가 할 일은 그리 많지 않았 다.

그리고 오후는 좀 쉬다가, 저녁에 댄스 파티에 참가하면 오늘은 그것 으로 끝. 하품을 참아가며 그녀는 필사적으로 웃음을 떠올린다. 그리고. 보았다.

저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한 남자가 서 있는 것을. 눈에 띨 정도로 커다란 남자가 서 있다. 등 뒤에는 역시 커다란 검을 매고 있다. 그저 그뿐이었다면 눈을 돌려 버리면 될 일이다. 세상에 저 린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니.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아르시엘은 웃으며 손을 흔든다. 그러나, 그녀의 하얀 장갑 아래의 손은 부르르 떨리고 있다.

그다.

분명히 그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그를 못 알아 볼 리가 없다. 그가 어떻게 변 해 있다 하더라도 그를 못 알아 볼 리가 없다. 그의 뒤에 서 있는 저 남 자도 기억에 있다. 바이파 가문의 집사. 그리고 그 어렸을 적, 항상 로아도르의 뒤에 있던 소년. 그로 확신한다.

살아 있었어.

지금이라도 달려가 따귀라도 때리고 싶다. 왜 연락한번 주지 않았느 냐고 바락 화를 내고 싶다. 울면서 그의 가슴에 매달리고도 싶다. 어쨌든 달려가고 싶다.

그러나.

그는 그녀를 봐주지 않는다. 저 앞서 지나간, 형부의 등을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다.

-저는 그 자를 시기했습니다. 가문의 이름으로, 긍지로 그 질투를 포 장했지요. 하지만 어느새, 이기는 것만이 목적이 되어 버렸습니다               눈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는 아직도, 아직까지도 가르안의 뒤를 쫓고 있다는 것을.

정말이지.

변한 게 없군요. 당신은.

화려한 그 마차가 지나가자, 로아도르는 그 뒤를 쫓아 성큼성큼 걸음 을 옮기기 시작한다.

그 가르안의 뒤를 쫓아 걷는다.

그리고 지나가는 한 마차. 또 다른 황족이련가. 그 위에 있는 여인을 보자 로아도르의 걸음은 우뚝 멈춰 선다.

“아....”

“왜 그러십니까”

허둥지둥 따르던 집사가 의아해 하며 물었지만, 로아도르는 말없이 손을 흔들며 가고 있는 한 여인을 바라본다. 그녀를 보는 순간 어딘지 모르게 가슴이 먹먹해져 오는 느낌이 든다.

“아르시엘..공주님.”

어째서 잊고 있었는지. 로아도르 역시 변한 그녀를 단번에 알아본 다.

집사는 입을 다문다. 그는 그 둘의 미묘했던 관계 역시 알고 있는 몇 안되는 사람인 것이다. 그는 묵묵히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로아도르에 게 말한다.

“아직, 성혼은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가....”

로아도르는 말 꼬리를 흐리며 그녀를 바라본다. 그리고 무의식적으 로 그녀에 대한 것을 잊은 이유도 깨닫는다. 그것은 아마.

지키지 못할 약속 때문이겠지.

한참동안이나 그녀를 쫓던 시선을 애써 접으며, 다시 앞으로 나아가 기 시작한다.

가르안을 향해.

최종장 예고.

(사실 예고용으로 썼던 것이지만 흥보용으로 써버렸습니다                       ;;재탕이 지요. 긁적. )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영웅이었으며 신이었다. 모든 이들의 갈채 속 에서 출발하여 모든 이들의 갈채 속에서 사명을 끝내고, 마침내 행복을 찾은 자.

그의 등에는 많은 것들이 걸려 있었다. 전 세상의 평화. 인류의 행복. 대단한 것들이 그를 대마왕 앞에서도 우뚝 서게 했다. 그는 위대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다. 한 남자가 있다. 그는 그저 한 인간이었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곳에서, 눈물을 흘리며 사부를 베었고. 마침내 자신만의 검을 만든 자. 그의 등에는 보잘 것 없는 것들이 걸려 있었다. 자신의 자존심. 자신 만이 알아줄 명예.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 시기심. 열등감. 고작해야 그런 것들 만으로 힘들게 버티고 서 있었을 뿐이다. 그는 고작, 그런 것들뿐이었다.

가르안은 묻는다.

왜냐, 도대체 왜!

세상은 네가 이기는 것을 바라지 않아!봐라! 모든 이들이 너를 향해 야유를 보내고 있는 소리가 들리지도 않는 것이냐! 로아도르는 답한다.

-남자가 앞으로 나아가는데, 뭐 그리 많은 이들이 필요한가?자신이 가장 믿고 있는 이들이 응원하고 있다. 그들이 내가 이기는 것을 바라고 있다면. 그리고 내가 이기고 싶다면.

그걸로 충분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