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제 12장. 제 7의 마왕. 9
“정말, 나에게 힘을 줄 수 있는 것인가? 나는, 내 앞에 있는 자를 넘 어설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정도가 아니지. 너는, 신도 마도 뛰어넘어 이 세상에서 가장 강 한 자가 된다. 다만”
건달 같은 남자는 히죽 웃는다.
-한 순간만 -
건달 같은 자는 잭 하운드에게 힘을 주겠다 했다. 그리고 퍼스트에 대한 질투로 뒤덮인 잭은 그 힘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 힘은 저주.
그것 중 하나는 마왕으로서 강림할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영원히 변치 않는 힘. 이다. 그것은 변동이 없는 힘. 무슨 짓을 한다 하더라도 그 힘은 변치 않는다. 약해지지 않고, 강 해지지 않는다.
그것은 언젠가, 그를 넘어 서는 존재가 앞에 나타난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 순간의 힘의 취해.
잭 하운드는 ‘제 7의 마왕 ’이 된다.
퍼스트를 무참하게 죽여 버린다. 그리고, 그가 사랑했던 여인을 강제 로 취했다. 그녀는 그의 앞에서 생명을 끊는다. 왕국 제 1기사의 죽음. 그의 아내이자 왕국의 공주였던 여인의 죽음. 악으로 단정하고, 그가 있던 왕국은 그를 척살하려 한다.
그리고, 그는 그의 왕국조차 멸망시켜 버린다.
“크하하하하하!!!”
무너져버린 왕국에 홀로 서서 그는 광기에 가득 찬 웃음을 흘린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그의 웃음은 끊기지 않는다. 그 쾌감과 희열. 그 아닌 다른 누가 알 수 있으랴? 죽인다.
모든 거슬리는 것을 자신의 힘으로 파괴한다. 그 자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었고. 실재로 모든 것을 가졌으며, 그 손에 쥔 모든 것을 파괴했다.
그 자는 세상의 작은 먼지 한톨 조차 손에 쥐었으며. 그것조차 무의 세계로 돌려보냈다.
그런 그가 세상에 보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조소일 뿐이다. 웃는다. 입꼬리가 일그러진 웃음을 흘리며 세상을 내려다본다. ‘슬슬 재미없군.
모든 죽은 것들의 위에 걸터앉아, 남자는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는 지금 막 한 왕국을 멸망시킨 참이다. 기사의 왕국으로 유명했던 곳이지 만 그의 손에 걸리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소드 마스터니 무슨 무슨 마스터니. 참 웃기지 않는가? 이름만 그럴 싸 하고. 왜 그리 허약한 놈들이 잔뜩 뻐기며 나타날 때마다 이리도 가 소로운지. 한결 같이 폼을 잡는 꼴이 웃기다. 누구도 그가 마왕이라는 것은 알 수 없다. 그는 마왕의 숨겨둔 카드. 어디선가 온 존재가 아니다. 그는 이 곳의 존재인 것이다. 마왕이되 근 본적으로 마왕이 아닌 자.
그자가 바로 잭 하운드였다.
그러나.
남자는 어딘지 모를 허전함을 느끼고 있다. 마음속 한구석이 텅 비워 져 버린 느낌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이 감정은 무엇일까. 안타까움? 그 리움? 어딘지 모르게 상실해버린 무언가가 가슴을 한가득 매운다. 그 리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또 다른 학살을 위해 떠난다. 힘에 취해 있을 때만은 아무 생각을 하 지 않아도 된다. 그저 자신의 절대적인 우월감만을 느끼면 되는 것이 다.
‘자,가보자 ’
새로운 것들을 죽이러. 그리 마음먹으면서도 그의 발걸음에는 왠지 힘이 없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벌판에서.
그는 한 노인과 만났다.
“네 이놈”
손자가 잘못하는 것을 꾸짖는 할아버지의 목소리와 저 같을까? 저 늙어 빠진 영감의 목소리는.
그런데 어째. 뭔가가 느껴진다. 아마, 할아버지가 손자를 꾸짖을 때 의 목소리처럼, 확신에 차 있다.
자신의 모든 삶을 걸고. 잘못되어 있다는 어딘가 모를 확신이. 처음에는 우스웠다.
“뭐야 저 꼬라지는?”
이미 하얗게 새어 버린 머리칼은 점점 빠져 나가고. 얼마나 많은 마스터들이란 놈들을 만나왔는가. 다들 어딘가 분위기 는 한껏 잡아온 놈들이다. 어디의 기사니 하며 번쩍번쩍한 갑옷을 입은 자들도 있었고. 기사가 아닌 자들도 어딘가 자신은 강하다.’라는 인상 을 한껏 뽐내고 있었다.
그러나 저 영감. 겉치레 따윈 눈꼽만큼도 없다. 낡아 빠진 갑옷에 칼. 숨을 퍽퍽 몰아쉬는 늙은 당나귀. 이 세상에 저 노인을 보고 멋있다, 강 하다, 라고 말할이는 그 누구도 없으리라. 그래. 아무도 없으리라.
“하하핫!
농락의 좌는 유쾌하게 웃으며 손에 들린 랜스를 로아도르에게 찔러 나간다. 길이만으로는 로아도르의 대검이 뒤지지 않는다. 그는 몸을 살 짝 비켜 랜스를 향해 내려친다.
이미, 세상에서 로아도르가 부셔버릴 수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다.
콰직!
어딘가, 금속이 아닌 천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병장기가 부셔졌 건만, 농락의 좌의 웃음은 끝나지 않는다.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하느냐!”
로아도르는 등꼴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이미 로아도르 가 생각하기도 전, 손목을 휘둘러 거검은 뒤를 완벽하게 막고 있다. 콰강!
그 느낌이 있고 나서야 로아도르는 등 뒤를 확인한다. 갈라진 랜스의 파편이, 어느새 핼버드로 변해 거검에 막혀 있다. 마 치,뒤에도 손이 있는 것처럼.
아니, 그것보다 어째서 랜스가 헬버드로 변해 있는 것인가? “앞도 조심해야지. 뒤를 돌아볼 여유가 있을까?”
농락의 좌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재빨리 고개를 돌린다. 반대편 랜스의 파편은 척 보기에도 저것은 명검의 계열에 들 것이 다.’라고 느껴지는 레이피어로 변해 로아도르의 심장을 찔러오고 있 다.검을 다시 정면으로 가져와 가슴을 막기에는 너무 늦었다. 그것보다, 농락의 좌에게 당한 타격 때문에 움직임도 느리다. 간신히 급소를 피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아직 예지를 다루는 것이 미숙하구나.”
“크윽!
로아도르의 어깨 쭉지에서 다시 한번 피가 솟구쳐 오른다. 농락의 좌 는 손을 놀려 레이피어로 그의 상처를 한층 더 크게 만들고 나서 뒤로 빠진다. 그 사이에, 로아도르의 등 뒤를 노려 있던 헬버드는 다시 농락 의 좌의 곁에 서 있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손에 쥐어지자 검은 광체를 빛내는 검으로 변한다.
“이것이 천변기. 무슨 의미인지 궁금했지? 말 그대로다. 세상의 모든 최고의 무기를 실로 만들어 꼬아 만든 것이 이 천변기다. 즉.”
촤좌좌좍!
농락의 좌에서 그야말로 일천의 무기가 일제히 튀어 나온다. 창.칼. 도.망치. 도끼. 활. 화살. 작은 손칼에서 작살까지. 모든 무기가 나온다.
사부는 그 중에, 거대한 거궁과 화살을 집어 들고 로아도르에게 시위 를 겨눈다. 그와 동시에, 그의 모든 무기는 다시 망토의 형태로 돌아간 다.손에 쥐어져 있던 검은 다시 망토 속으로 들어간다.
“일천가지의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지. 하나하나가 네가 알 수 도,모를 수도 있는 천하를 노릴 수 있는 무기들이다. 하핫!그런 것 따 위,아무래도 좋지만 말이다”
농락의 좌의 붉은 가면은 하늘을 향한다. 왠지 모르게 로아도르는 알 수 있다. 아마, 저 가면 아래에는 무수한 회한의 빛을 띠고 있겠지. 농락의 좌는 로아도르는 보지도 않고, 활의 시위를 놓았다. 팅!
쿠와아아아앙!
화살이 쏘아지는 소리가 아니다. 로아도르의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은 검은 소용돌이. 그의 모든 것을 소멸 시켜 버릴 듯이 그에게로 다가온 다.막아 낼 수는 있다. 아니, 피하고 농락의 좌에게 공격을 시도 할 수 도 있다.
하지만.
로아도르는 등 뒤를 흘낏 바라본다. 이미 정신을 놓아 버린 소녀가 멍한 얼굴로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쿵!
로아도르의 거검이 다시 정면으로 돌아온다.
“크아아아앗!”
그리고.
로아도르는 검을 돌린다. 그것은 그야말로 검이 만들어낸 철벽. 투투투툭!
3미터 짜리의 검을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휘두를 수 있을 리가 없다. 그 땅이 거슬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아도르의 힘은 그런 것 따위는 무시할 수 있다. 로아도르의 발치로 갈아져 버린 흙들이 튀어 오른다. 땅과의 충돌. 그 모든 것을 힘으로 뚫고 로아도르의 검은 회전한다. 흙들이, 로아도르가 일으킨 회전을 실체화 시키고 있다. 그리고, 두개의 회전이 충돌한다.
쿠구궁!
“콜록콜록.
등 뒤에서 소녀가 기침을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다행이다. 소녀는 다치지 않은 것 같다. 조금 안심하며 로아도르는 정면을 노려본다. 막아는 내었지만, 무수한 먼지가 피워 오른다. 보이지 않음에도 마나 를 느끼고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 그에게는 불가능하다.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예지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농락의 좌의 말 대로다. 예지가 발동 될 때에는 절대적이라 할 수 있지만 그 시기는 들쑥날쑥 하다. 그러니, 아직 절대라는 말을 붙이기는 힘들다.
“그런데도 방심하고 있구나!”
먼지 속에서, 농락의 좌가 커다란 목소리로 외친다. 로아도르는 본능적으로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향해 검을 겨눈 다.
그러나, 그를 공격하는 것은 이미 쏘아진 화살. 화살은 날카로운 대 거의 모습으로 변해 로아도르의 등 뒤를 찌른다.
“크윽!”
로아도르의 활시위처럼 휘어지며 가슴이 앞으로 나온다.
“하하하하!
그리고 내밀어진 그 가슴을. 붉은 가면에 웃으며 검으로 베어온다. 그제서야 간신히 발동한 예지다. 다시 한번 등을 굽혀 그의 검을 피 해낸다. 그 반동으로 인해 등에 꼽혀 있던 대거가 뽑혀 나오지만 그 와 중에 상처가 벌어지며 고통은 그의 배가 된다. 촤아악!
게다가 완전히 로아도르의 가슴에 깊은 상처가 입는다. 주저앉은 로아도르. 가슴에도, 등에도 엄청난 피가 쏟아져 나오고 있 다. 그리고, 그 위를 붉은 가면이 여전히 웃음을 띠며 내려다보고 있 다.
“방금. 너에게는 공격의 기회가 있었다. 그래. 너는 검사가 아니니까. 네 주먹은 분명 유효 거리에 들어 있었다”
어째서인지. 농락의 좌의 목소리는 가라앉아있다. 방금 전까지의 광 기어린 웃음 소리는 사라져 있다.
어째서냐.
“검은 들었으면서, 아직도 나를 향해 휘두르지 못하겠다는 것이 냐?”
그럼에도.
피에 얼룩진 입을 열어 로아도르는 그를 부른다.
“사부....”
농락의 좌의 몸이 부르르 떨린다.
네 눈 앞에서 사람을 터트려 죽였는데. 네가 지키고 있는 그 소녀의 아버지를 터트려 죽였는데.
너에겐 아직도 나는 사부란 말이더냐. 제목 제 12장 제 7의 마왕 10
그가 마왕으로서는
천년전, 그는 세상의 그 누구보다도 강했다. 그러나. 지금은 모른다.
천년전, 그는 저 대마왕보다도, 저 신들보다도 강했지만. 그러나, 지금은 모른다.
그에게는, 노력은 의미가 없는 자이기 때문이다. 그의 힘은 영원히 변치 않기에.
만약 수도 없이 세월이 흐르고. 그가 아직도 살아 있다면. 이 세상은 그보다 강한 자들의 투성이일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빨리 그를 넘어서는 자가 나왔을 줄은 몰랐다. 노인이 무슨 이유로 싸웠는지는 모르겠다. 명예? 권력? 혹은 사랑이 나 대의, 정의 같은 이유로 싸웠는가?그런 것도 모르겠다. 노인은 몇마 디 호통과 함께 검을 자신에게 겨눈다. 단번에 베어 버릴 수 있을 줄 알았다. 코웃음조차 치지 않았다. 그러 나 노인은 베어지지 않는다. 노인은 너무나 강했다. 마스터도 아닌데. 오러 블레이드를 마구 뿜어내는 것도 아닌데. 노인 은 마치 풍차처럼, 검을 빙글빙글 돌리며 자신의 공격을 유연하게 흘려 내고, 강풍처럼 공격을 해온다.
검과 검이 교차하고. 수일의 시간이 흐른 후에도 둘의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아무도 모르는 마왕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용사의 싸움은, 아무도 보지 않는 이 넓은 들판에서 이리도 오래 이어진다. 비웃었다.
예상외의 강함에 놀랐다.
잭에게서 표정이 사라진다.
그리고.
깨닫는다.
신에게 선택받지 못하고.
다른 이들에게 인정 받지 못하고.
그럼에도 자신의 길을 힘껏 걸어온.
잭은 노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숨을 몰아쉬는 노인을 보며 잭은 울 것 같이 표정이 일그러진다. 초라하다. 저토록 초라한데
저렇게 강하다.
잭은 노인에게서 눈을 띠지 못한다. 어딘지 모르게 아련해진다. 이 힘을 얻기 전의 자신의 노력하던 모습이 떠오르며 눈시울이 붉어진다. -난 왜 저 놈을 넘어서지 못하는 거야!-
눈 앞의 벽에 막혀, 절망하고 있을 때 다가온 달콤한 유혹. 그리고 그 것을 참지 못하고 그 힘을 받아들이고. 세컨드라는 이름이었을지 지 언정, 열심히 살아온 잭 하운드라는 남 자를 버린 것이다.
퍼스트를 이겼던 건 그토록 힘냈던 잭 하운드가 아니다. 제 7의 마왕, 농락의 좌였던 것이다.
노인을 본다. 무엇하나 인정받으며 살아온 이의 모습이 아니다. 모든 이들의 무시 속에서도, 저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온, 노인을 바라 본다.
모든 것을 조소하며, 모든 강한 자들을 죽이고, 나라조차 멸망시켜온 그토록 강한 마왕이, 저 초라한 노인을 보며 자신을 돌이킨다. 부끄럽다.
안타깝다.
다시 한번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고,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다. 그러나 그럴 수 없다. 그때, 대마왕이 자신에게 주고 간 것은 저주. 다른 무엇보다도, 다른 것이 아닌.
‘노력 ’을 빼앗아 간 것이다.
“난,난 왜....”
하지 못했나!
나도, 나도 더욱 힘냈더라면, 좀더 노력했더라면 내 자신의 힘으로 넘어설 수 있었을 텐데!
이렇게 강해진 게 무슨 소용이야!내가 아닌데! 잭은,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며, 노인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만다. 노인과의 승부는 그야말로 종이 한 장의 차. 그토록 강했던 노인은 결국 잭의 손에 쓰러지고 만다. 그런 노인의 시체를 내려다보는 잭. 이 게 아니다. 노인의 시체를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이게 아니다. 자신의 시체를 바라보고 있는 저 노인이여야 했다. 아무 노력도 없이 강해진 자신. 그렇다면 하다못해. 그토록 열심히 살아온 자에게 죽어주는 것이야 말로 그것이 과거, 잭 이라 불렸던 자에 대한 속죄. 그토록 열심히 노력해왔던 자신에 대한 속죄라고 생각했는데.
잭은 끊임없이 떨어지는 눈물을 닦지도 않고, 노인의 시체를 천천히 묻는다.
위대한 자여. 그대는 분명 용사는 아니었을 것이다. 용사란 다른 이 들의 인정을 받아야 용사인 것.
그러나, 자신의 일생을 걸고 도전해온, 누구보다도 존경해야 할 남자 였을 것이다. 나만이 그것을 알고 있다는 것에 깊은 기쁨을 느낀다. 당신에게서 배웠다. 이미, 잭이란 남자는 죽었다는 것을. 나는 이제, 자신을 잃어버린 이름 없는 자. 농락의 좌라고 하는, 마왕의 이름만을 가진 자 일뿐.
하지만 안심해라. 어딘가, 또 다른 당신이 있을 것이다. 당신은 언제 고 나를 물리칠 자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지?이 내가 그 의지를 잇겠다. 이 세상이 그토록 넓은 한 내가 찾아내겠다. 그러나 나는, 아무에게나 죽어줄 수 없어. 그토록 큰 벽 앞에 절망하고, 가진 것 하나 없으면서도 근성 하나로 버티면서, 넘어서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사나이가 어딘가에 분 명히 있을 것이다.
그런 자를 반드시 내가 찾아내겠다.
그리고 그 자에게 죽어주는 것이 당신에 대한 나의 최대의 찬사요. 과거, 힘껏 노력했던 나 자신에 대한 보상일 테니. 군대가시는 분이 있다고 해서, 조금이라더 더 보여드릴까 하고 아침 에 조금 써 봤는데, 지금까지 표준적으로 지켜온 3000자 이상에 에 많 이 못미치네요. 군대 가시면 힘드시겠지만, 힘내시길 바랍니다. 저 같 은 놈도 다녀온 군대니까 너무걱정하지 마시구요. 익숙해지면 나름대 로 재밌기도 하답니다.
제목 제 12장 제 7의 마왕 11
농락의 좌는 한참동안이나 말이 없이 서 있다. 가면으로 가려진 뒤의 얼굴은 본인만이 알 수 있는 것.
아니, 그것은 본인조차 모르리라.
‘사부 는 불쑥 말을 꺼낸다.
“로아도르. 네가 동굴에 들어가기 전 했던 얘기가 기억이 나느냐? 기억하고 있다. 재능이 없는 한 기사의 이야기. 옛날 옛날에, 재능이 없는 한 검사가 살았다. 누구도 그에게 재능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의 앞에는 언제나 다른 한명이 서 있었기 때 문에.
그리고 그토록 절망하고 있던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은.....
“그때, 그 앞에, 대마왕이라고 부르는 작자가 나타났지. 힘을 주겠다 고.”
“사부....”
“이게 무슨 둘도 없을 행운이란 말인지, 그 머저리 같은 놈은 그 힘을 털썩 받아 버리고 말았다. 행운은 무슨. 그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저 주였는데 말이야”
자신에게 빗대어 하는 말인 줄 알았다. 그런가. 그 지나가듯이 하던 가벼운 얘기는 사부의 이야기였나. 10여년에 가까운 세월을 지내면서, 단 한번 꺼내준 그토록 알고 싶어 하던 사부의 이야기였나.
사부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해나간다. 질투심에 불타며 자신의 앞에 있던 자를 죽였던 일. 그리고 그 후, 살아 있는 것을 모조리 죽이면서 느끼는 쾌감. 그리고 그 뒤의 허무함.
그리고 한 노인을 만난 후. 사람들 속의 광대마냥 휩쓸린 자신에 대 한 깨달음과 후회.
그 후.
농락의 좌는 끝나지 않는 고독한 여행을 떠난다. 원하는 것을 찾고 찾아서. 그러면서도 자신에 대한 미련 또한 버리지 못한다. 이렇게 된 이상, 다른 방식으로라도 자신은 발전을 꽤할 수는 없는 것인가? 그래서 만들어낸 것이 저 천변기다, 대장장이들의 신이라고까지 불 리던 드워프와 함께 제조해낸 것. 자신이 변할 수 없다면 병기라도. 라 는 생각에 만들어낸, 일천 명기들의 집합체. 천변기를 만들기 위해, 사부는 그 드워프와 함께 신의 배를 방문한 다.이제는 신들에게 조차 잊혀진 그 유적에. 누군가가 보여주는 영상과도 같은 과거. 그리고 알게 되는 세상의 현 실.그는 다시 한번 크게 조소한다.
-타이탄들은, 오크란 전사들은! 인간들은!오크들은! 이토록 강했었 는데. 뭐가 신이고 뭐가 마나고 뭐가 마법이란 말이더냐!신의 배에 중심에 박혀 있는 거대한 검. 부러지지 않은 의지를 보며 사부는 다시 한번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생각한다. 언제고, 저 검의 주인이 나타난다면.
자신이 원하던 자와 같겠지.
그리고 천변기는 완성되었다. 그러나, 그는 변하지 못한다. 변하지 않는 힘이라는 것은 세상에 발할 수 있는 힘의 제한이라는 뜻이었다. 무기 하나 없는 맨몸이어도. 일천의 무기를 몸에 지니고 있어도. 그는 똑같았다.
천변기가 완성되던 날, 사부는 자신의 헛된 망상에 다시 한번 눈물을 흘린다.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만들어 졌으며, 자신에게 모든 것을 바 치는 자아를 가진 무기. 천변기에게 끝없는 저주를 퍼부었다. 사부는 원래의 목적을 떠올린다. 물론 잊었던 것이 아니다. 그러나 미련이 남았을 뿐이다.
다시 여행을 떠난다.
어딘가에 있을 그자를 향해 그는 끊임없이 대륙을 돌아다닌다. 길었다. 무수히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 외에, 검 같은 병장기가 아 닌,다른 쪽으로 열심히 살고 있는 이들을 만난다. 하나하나가 훌륭했다. 검을 들지 않았을 뿐, 각자 자신이 원하는 곳 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힘껏 노력하고 있다. 한층 더 마스터라는 칭호 에 열광하고 검에서 푸른빛을 쏟아내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는, 그토록 힘을 원하는 다른 이들을 조소한다.
알고 있는지? 네 녀석들이 그토록 신봉하고 있는 그 마나조차 다른 녀석들의 힘이라는 걸?
한가득 비웃음을 띠운다.
-정 그렇게 ‘힘 ’만을 바라면 마왕에게 혼이라도 팔아 보든가. 그렇게, 단 하나의 소망을 바라며. 천년이라는 기나긴 시간이 흘렀 다.대륙과 대륙의 끝을 오가며, 혹시나 어디에 자신이 찾던 이가 없는 지. 혹은 지나온 작은 마을에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 찾던 이가 혹시 죽어 버렸다면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또 다른 이를 찾기 위 해 떠나가야 하는 것인지.
수많은 생각과 함께 그는 세상을 떠돈다. 그 동안, 마왕으로서의 그가 강림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이 것도 봉 인이라면 봉인인 것인지. 천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그 풍차의 노인은 자신의 앞에 우뚝 서 있는 것이다.
그리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무투회라는 것은 수백번도 넘게 보아온 것이다. 많은 녀석들이 추하게 싸우는 것 또한 수천번을 넘게 보아왔다. 그러니 까,이번에도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러면서도 기대했다.
회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차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경악에 차 외 치고 있다.
“와아!오러 소드다”
“소드 마스터다!”
그러나.
사부는 울 것 같은 얼굴로 누구하나 이름 불러주는 이가 없는 이를 바라본다. 모두가 가르안이라는 이름을 외치고 있었지만 저딴 건 아무 래도 좋았다.
뻔하잖아? 저건 재능조차 아니야. 누군가에게 받은 걸 자기 것 마냥 뻐기고 있는 것이지. 그토록 싫어하는 지금의 나와 같은 녀석이다. 보 기도 싫다.
그러나. 부러진 검으로 예를 표하고.
뒤돌아서야 눈물을 흘리는 저 녀석.
그러면서도 검을 놓지 않아.
저건, 과거의 나다.
언제고, 그토록 힘내면서도 패배감에 휩싸였던 옛날의 나다. 결코 포기 하지 않았던 나였다.
다리에 힘이 풀리며, 사부는 털썩 주저앉는다. 옆에서 누군가 걱정스 러운 목소리로 뭐라고 떠들었지만 그딴 건 아무래도 좋았다.
“찾았어....”
사부는 붉은 가면을 벗는다.
그는 울고 있다. 조금도 조소하고 있지 않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진 심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지금에 와서도 그 강함은 틀림없다고 믿 고 있는 저 사부가 울고 있다.
“지금까지의 악행을 참회한다. 웃기는 소리 하지마라. 이제 와서 내 가 잘못되었네 하는 것이야 말로 내가 죽여 온 이들을 무시하는 행위. 나는 최후의 최후에,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악당이어야 한다. 그것은 죽 어서도 마찬가지다. 지옥에 떨어져도 후회하지 않으리라”
그러나.
“그래도....나 자신에 대한 후회는 할 수 있겠지. 나 자신에 대한 안 타까움과 후회는, 그래. 천년이라도 할 수 있겠지.”
“ 사부.......”
사부의 회한에 눈물을 흘리며 두 손에 무기를 쥔다. 그 누구의 힘도 빌리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일어선 자.”
그런데도. 녀석과 이렇게 정이 들어 버렸다. 마지막에는 망설이며 걸 음을 늦추기도 했다. 녀석과 함께 한 시간은 오로지 수련뿐이었는데. 뭔가, 다른 것도, 저 외골수인 녀석에게 엉망진창인 자신이라도 뭔가 가르쳐 주고 싶어서.
그것이 왜 그렇게 즐겁고도, 아름답고도 행복했는지. 내가 아닌 다른 이의 성장을 지켜보며 뿌듯해 하는 것은 고작해야 대 리 만족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기에 나는, 로아도르에게만은 농락의 좌가 아닌, 잭 하운드가 아 닌,사부였던가.
그렇지만 제자여. 나는 이토록 이기적인 자다. 네가 괴로워 할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다.
천년동안 한없이 염원하던 나의 소원은.
“너 같은 자에게 죽는 것이었으니까.”
제목 제 12장 제 7의 마왕 12
로아도르는 아무런 말없이 서 있다. 아니, 세상의 그 어떤 아름다운 말이라 할지라도 감히 입에 담을 수 없으리라. 저 농락의 좌란 이름만 을 가진, 사부 앞에서는.
그저.
검을 겨누는 것 외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두 사제는 말없이, 그저 울며 서로를 향할 뿐이다. 먼저 로아도르는 거검을 휘두른다. 그의 검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 이 사부의 머리를 겨누고 있다.
그와 동시에 눈물이 휘날린다.
사부의 망토에서 수십개의 무기가 동시에 튀어나오며 그것을 가로 막는다. 하나하나가 ‘전설 이라는 수식에가 붙는 것들이건만 로아도르 의 힘은 그야말로 절대.
그것들을 모조리 가른다.
사부는 피해내지 않는다. 로아도르의 절대적인 힘 앞에서도 물러나 지 않는다.
설령 이 힘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도. 다른 누군가에게 받은 것일지라 도.그럼에도 이것이 자신의 최선이라는 듯. 로아도르의 거검을, 제자의 힘을 받아낸다. 그와 동시에 눈물이 휘날린다.
콰직콰직
모든 무기들이 파괴되어 간다.
그러나 그의 무기는 천변기라는 것 자체 하나. 동시에 파괴하지 않는 다면 언제고 원형으로 돌아갈 터. 그리고 그 강도는 설령 메테오를 정 면으로 맞는다 하더라도 저것만큼은 흠집도 나지 않으리라. 한 없이 튀어나오는 무기들을, 그의 제자는 검 하나만으로 파괴해 내 간다. 저 거대한 검을 자유로이 다루며, 땅도, 하늘도, 그리고 사람조차 도 무시하며 저것은 그에게로 다가온다. 하나의 의지 앞에
수많은 망념들이 파괴되어 간다.
언제든지 재생 시킬 수 있지만 그는, 계속 새로운 무기를 제자에게 겨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려는 듯이. 그토록 바라던 소망 그대로, 저 검 앞에서 그 모든 것을 꺼낸다.
헬버드를 꺼내 그에게 겨누고.
정체 (停滯 )를 꺼내 그에게 겨누고.
의지 앞에 깨어진다.
양손검을 꺼내 그에게 겨누고.
자신의 후회를 그에게 겨누고.
의지 앞에 깨어진다.
활을 꺼내 그에게 겨냥하고.
자신의 마지막 바람을 향해 쏜다.
의지는 마치 받아들이듯, 화살로 향한다. 그리고, 그 일천의 무기 끝.
사부는 천변기 중에서 가장 강한 것을 꺼낸다. 저것은 로아도르의 기억에도 남아 있는 물건이다. 어찌 저것을 잊을 수 있는가? 생각했어야 했다. 사부 역시, 신의 배에 들어갔었다는 사실 을.
그리고, 신의 배에는 로아돌의 검만이 아닌, 그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무기도 있었음을 깨달았어야 했다. 거대한 도끼다. 그 크기는 마치 로아도르의 검과도 같아서 사람이 들 고 있는 것은 어색해 보인다.
다름 아닌 ‘제왕 의 무기다.
저 것 또한 이인자의 무기다. 그리고 로아도르가 들고 있던 검과의 싸움에서 패배했던 무기.
그러나, 역시 부러지지 않았던 그 도끼였다. 패배 앞에서도 당당히 웃으며 첫 번째의 손을 잡고 일어난 그 제왕의 무기다. 과거, 최선을 다해온 일인자의 검과 이인자의 도끼가 다시 격돌한다. 신이라는 존재가 있기 전, 가장 강했던 이들의 병장기가 다시 그 신체 를 부딪친다.
쾅!쾅!
아무것도 없을 이 들판에 거대한 폭풍이 몰아친다. 보는 이는 그 아 무도 없다.
그 아무도 없는 곳에서, 늙어 죽은 고목 아래서 또 다시 이름 없는 마 왕과 알려지지 않을 용사는 싸운다.
결코 손상이 가지 않는 검에 비해,
콰지직.
한번 한번의 격돌에 도끼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그대의 의지가 부러지지 않는 한 이 검 또한 부러지지 않으리니 바로 그 의지가 힘이요. 강도라는 뜻이다. 의지를 가진 자에게는 신도 이길 것이오. 의지를 버린 자에게는 진흙만도 못하리라. 그런 무기들이다.
그는 넘어서기 시작한 제자의 의지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는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난 저 녀석에게 무슨 모습으로 다가가야 했을까. 가장 편한 것으로, 녀석을 키워줄 수 있고, 녀석이 포기하지 않도록 해주어야 했다. 그래 서 선택한 모습이 사부였을 뿐인데. 녀석에게 죽으면 그저 만족하겠다 고.그렇게 생각하고 대해왔는데.
어느새 인가 정말로 사부가 되어서.
무뚝뚝하고. 뭣하나 아는 것 없고.
제대로 된 변명 한마디도 못하고.
자존심 때문에 못한다는 말도 못하고. 그 모든 것을 삭히면서까지.
자신을 그토록 신뢰해주고.
작은 소망을 손에 쥐고 포기 하지 않은 녀석이. 보이나 영감?언제고, 나를 무찌를 자가 내 앞에 나타난다고 했지. 그 래.바로 눈 앞에서 나타나 있구만.
저 커다란 덩치에, 추하게 펑펑 울면서 거대한 검을 들고 내 앞에 서 있군 그래. 영감처럼 추하기 짝이 없군 그래. 그런데 내 눈이 어떻게 되 었나 보지?
-굉장히 아름답군 그래. -
도끼는 이제 자루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격돌은 멈추지 않는 다. 사부가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 사부와 싸웠다. 사 부는 자루만이 남아도 로아도르에게 계속 치고 들어온다. 승패는 이미 났다.
천년 전, 누구보다도 강했던 이를.
로아도르는 뛰어넘었다. 그런 확신이 드는 순간 드는 의문이 있다. 과연, 나의 바람은 저 사부를 베어가면서까지. 이뤄야 하는 것인가.
로아도르의 의지가 흔들린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흔들리지 않았던 그의 의지가 사부라는 이름 앞에 흔들린다. -그대의 의지가 부러지지 않는 한 이 검 또한 부러지지 않으리니 그리고.
마지막 결돌과 함께.
로아도르의 거검이 사부의 가슴을 파고들며. 반으로 깨어진다.
사부의 손에서는 도끼의 자루가 사라져 있다. 다시 망토의 형태로 돌 아간 천변기는, 에고의 형태로 변해 사부의 옆에 부복하고 있다. 그리 고,방금 전까지 멍청한 표정을 하고 있던 소녀가 사부의 곁에 서 있다. 사라락.
그리고 그 소녀는 한 가닥의 실로 변해 망토의 안으로 들어간다. 사 부를 위해서였지만, 시작은 저 소녀였다. 내가 무엇을, 무엇을 위해, 어떤 심정으로 검을 들었는데.....
이런 것이었단 말인가.
일그러지는 로아도르의 얼굴을 보며 사부가 가볍게 킥 웃는다.
“나는 농락의 좌다. 멍청한 제자야. 재밌지?”
언제고, 로아도르의 머리를 때리며 웃던 그 웃음으로. 사부는 즐겁게 웃으며 쓰러진다. 사부는 가슴에 박힌 검을 보며, 웃음을 지운다. 그리 고 엄한 눈길로 로아도르를 바라본다. 쾅!
그리고, 사부의 주먹이 로아도르의 머리를 때린다. 그것은 그 어느 때보다도 아픈 주먹이었다.
“멍청하기는. 절대로 부러지지 않았어야 할 검이다. 그것이 부러졌다 면 네가 약하다는 것이다. 아직 한참 멀었구나.”
그는 마지막까지 사부다. 로아도르는 울음을 터트리며 사부의 신체 에 매달린다.
“예....아직....모자랍니다. 이 제자, 아직 한참 약합니다.”
사부는 히죽 웃는다. 하여간, 지 잘났다고 떠드는 꼴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 건방도 떨고 그랬으면 더욱 귀여웠을 텐데. 아니, 그러면 저 녀석이 아니었겠지만.
“훗.뭘.의지의 궁극을 봤다. 난 충분히 만족스러워.”
“이 정도로 의지의 궁극이라니요!아무것도 아닙니다! 아직도 한참 모자랍니다!!사부, 좀 더, 좀 더 살아서...”
무엇이든지 좋습니다.
당신은 살아서.
이 모자란 제자를 봐주셔야 합니다!
“울지 마라. 그래. 아무 노력도 없이 강해진 나는, 누구보다도 노력한 자의 손에 죽고 싶었다.
사부의 손이 저 머나먼, 동쪽을 가리킨다. 그가 가리키는 그곳은 다름 아닌 아스톤 제국.
“저 쪽에, 또 다른 내가 있다”
그 차이는 선과 악이라는 것이었을 뿐. 분명 또 다른 자신이. 뒤에 찾아올 허무함을 모르고 자신의 힘인 것 처럼 믿으며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으리라.
그러니까.
거,하는 김에.
그는 마지막으로 만족스럽게 웃으며 말한다. 천년 전, 자신에게 가르쳐 주었던 그 노인처럼.
“이번엔 로아돌, 네가 가르쳐 주러 가거라”
자신만이 부르던 제자의 별칭을 입에 담으며 마지막 당부를 마친 사 부의 눈이 풀린다. 그리고 서서히 감긴다. 제자가 울부짖으며 그를 끌 어안는다. 무언가 외치고 있는데, 들리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것을 농락했던, 제 7의 마왕의 눈은 서서히 감긴다. 아아.
마지막으로 보이는 것은.
이제는 아련히 떠오르는 그 기억.
마왕은 한 이름 없는 용사와 싸웠다. 용사가 무엇 때문에 싸웠는지는 모르겠다. 명예?권력? 사랑? 자존심? 뭐 대충 그런 것이겠지. 하지만 그런 것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무엇 때문이지는 중요하지 않다. 바로 지금 힘껏, 움직이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용사는 정녕 강했다. 폭풍처럼 검을 휘두르며, 풍차처럼 모든 공격을 부드럽게 받아내며 검을 돌린다.
그들은 후회 없이 싸운다.
용사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마왕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결국, 피투성이가 된 용사는 고함을 지르며 마왕의 심장에 검을 찌른 다.그리고.
심장에 박힌 검을 보며 마왕은 만족스럽게 웃는다. 아아 그래.
난,이렇게 죽었어야 했어.
제목 제 12장 제 7의 마왕 (끝 )
무수히 많은 대군이 그의 뒤를 따르고 있다. 그들의 행색은 초라했지 만 누구하나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는 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하나 가 활짝 웃으며, 힘찬 걸음을 옮기고 있다. 저 대마왕을 물리친 자랑스러운 군대. 그것이 바로 그들이었으니까. 모두가 영웅이요, 모두가 용사였다. 그들은 행진가를 힘차게 부르며 앞 으로 앞으로 나선다.
그리고 그들의 가장 앞에.
이 세상을 구원한 위대한 신이 서 있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세상은 어찌 되었겠는가?
바로 그. 가르안은 초조한 기색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다.
“왜 그러는가 친구?!”
이제는 후작이 되어 버린, 그의 절친한 친구 카시레타가 그에게 묻는 다.
가르안은 뭐가 그리 좋은지 빙글빙글 웃고 있는 친구를 무시하며 머 리카락을 매만진다. 카세라타가 뭐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지만 그의 귀 에는 들리지 않는다.
대마왕의 뒤처리를 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버렸다. 자그마치 2년이다. 자그마치 2년 동안이나 사랑하는 아내들을 만나지 못한 것이 다.한시라도 빨리 그녀들을 품에 안고, 그리고 그 포근한 품 안에서 그 어느 때보다 편안히 잠들고 싶었다.
이윽고. 저 멀리 수도 아스토니아가 눈에 보인다. 그리고 그에 앞 서.
“와아아아아!!”
“가르안 대공 만세!”
“위대한 검의 신 가르안!”
수십만의 백성들이 마중 나와 그의 이름을 부른다. 그저, 자신들의 수호자가 된 검의 신을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자 온, 초라한 행색을 한 이들은 가르안이 지나가자 그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를 올린다. 용사요, 그야말로 영웅이 된 것이다.
가르안의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많은 이들이 자신을 불러주는 것이, 자신에게 따뜻한 눈길을 보내는 것이 진심으로 기뻤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가르안!
저기, 수도의 성벽에 이르자 두 명의 기품이 넘치는 여성이 그의 이 름을 부르며 달려온다.
그야말로 정확히 천하에 둘 밖에 없을 것 같은 아름다운 미녀들이다. 그녀들을 한가슴에 안고 가르안 카이자는 힘껏 웃음을 짓는다. -너무나 행복하다 -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
이제, 그의 여행은 끝났다.
이 세상은 평화스러워 졌고, 자신은 이렇게 행복하다. 이제는 이 행 복을 누릴 일만이 남아 있는 것이다.
영원히.
그럴 줄 알았다.
휘이이이잉!
싸늘한 바람이 분다. 이 곳은 아무도 없는 황량한 벌판. 지켜보는 이 라고는 늙은 고목 한자루 뿐. 짝조차 없는 그 나무 하나 뿐이다. 그 나 무 밑에 커다란 사내가 말없이 무릎을 꿇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찬란한 금발이었을 머리칼은 먼지로 인해 회색빛이요, 옷자락은 한가득 찢겨 나갔으며 온 몸은 피투성이다. 누구보다 더 강하 게 빛났을 푸른 눈은 너무나 깊어 검어 보일 정도다. 그는 하나의 시체를 지켜보고 있다. 뭐가 그리 좋은지, 힘껏 하늘을 향해 웃음을 날리고 있다. 누구보다도 만족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누구 보다도 세상을 비웃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 넌 그저 지고 싶지 않을 뿐이지?-내 손을 잡아라, 악마와의 계약 같은 우스운 것이 아니다. 도리어 악 마와도 같은 길을 걷게 되지 -
-다른 사람의 삶을 멋대로 판단하지 마라. -용사 따윈 되지 않아도 상관없다. 남자가 되어라. 투둑투둑.
편안히 눈을 감은 시체의 위로 끊임없이 물방울이 떨어진다. 무릎을 꿇은 남자는 말없이, 아무런 표정 없이, 그저 눈물을 흘리며 이제는 다 시 숨을 쉬지 않는 한 남자와의 추억을 떠올릴 뿐이다. 아아, 역시, 난 용사 따윈 될 수 없었다.
마왕을 죽이고, 이렇게 슬픈 용사가 세상 어디에 있단 말인가. 사부를 이렇게 내버려 둘 순 없다. 누구보다도 신뢰하는 이가 다른 어떤 것에게 손상당하는 것은 견딜 수 없다. 하지만, 이미 영혼이 떠나 버린 것을 알면서도 그의 얼굴이라도 보고 싶어, 로아도르는 하루 종일 그의 옆에 앉아 있었다.
이윽고.
로아도르는 구멍을 파기 시작한다. 가지고 있는 것은 반토막난 검 뿐.그것을 힘으로 파버린다면 몇 초 안에 끝내버릴 수도 있겠지. 그러나, 로아도르는 손으로 조금씩 흙을 퍼, 구멍을 만든다. 조금이 라도, 조금이라도 더 사부라는 존재를 느끼고 싶었기에. 한번한번 조심스럽게 파낸 구덩이. 그 안에 사부를 조심스럽게 눕힌 다. 사부의 웃는 얼굴을 몇 번이고 더 바라본 로아도르는 이번에는 그 의 몸 위로 흙을 덮는다.
투둑투둑.
한번한번. 조심스럽게 흙을 덮는다. 그리고, 그 흙에는 어김없이, 로 아도르의 눈물이 들어가 있다.
천천히. 사부가 땅 속으로 들어간다.
휘이이잉.
다시 한번, 거센 바람이 분다. 이제는 평탄해진 땅. 안에서 쉬고 있는 사부 앞에 로아도르는 다시 한번 무릎을 꿇는다. 당신은 정말, 이기적인 분이십니다. 남겨진 사람의 기분 따위는 생각 지도 않는, 지독하신 분입니다.
휘이이잉.
펄럭펄럭.
또 다른 남겨진 자. 검은 망토가 로아도르의 등 뒤에 서 있다. 그와는 제대로 된 얘기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저, 지나가듯이 한번 마주 쳤을 뿐.
-나, 오직 농락의 좌를 위해 태어나 그를 위해 살아왔던 의지. 이제 그자는 죽었으니 나는 어찌해야 하는가 로아도르는 답하지 않는다. 아니, 답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천변기 는 그에 대한 답을 이미 내려둔 듯 하다.
-나 천변기. 그가 마지막으로 원하던 자를 위해 살아갈 지니. 이제부 터 그대가 나의 주인. 그대는 마나가 없는 몸. 주인과 같이 나를 사용할 수는 없겠지 -
허나.
-그대의 의지가 있는 한, 나 역시 무수히 많이 상처 받는다 하더라도 찢어지지 않으리라 -
그리고 하나의 망토는 로아도르의 어깨에 둘러진다. 사부의 몸에 딱 맞을 정도의 망토다. 커다란 로아도르의 덩치에는 모자란 듯 하다. 어 깨를 덮는 망토로 쓰기에는 조금 큰 듯하지만, 그 편이 더 어울린다. 검은 망토와 검은 장갑.
사부가 마지막으로 남긴 것. 그 자신은 헛된 망상이라 했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도 포기 하지 않으려 했던 사부의 노력을 이어 받 는다.
부러진 검을 모아들고 일어나는 로아도르 반 바이파. 수많은 상처를 입고, 석양을 등지고 걸어가기 시작한다. 의미가 있기에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하기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어디선가 장난기 어린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자아, 달려라 로아돌. -
“예.사부.”
가장 마음에 들던 화도 끝났군요. 긁적.
그럼 남은 장은?
제 13장 귀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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