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제 12장. 제 7의 마왕. 1
제 12장.제 7의 마왕.
“전군!전진하라!”
두두두두두!
전 대륙국가의 총 사령관. 제국 황제의 호령에, 이제 50만으로 줄어 든 군병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길고 길었던 대마왕과의 결전. 이제 그 끝을 볼 때가 온 것이다.
대마왕은 무서웠다. 그 자신은 결코 나서지 않으면서 오로지 데몬과 그들을 지휘하는 상위급 마족 만이 나섰거늘, 카이자 후작이 몸소 직접 나서며 싸워온 대륙군을 이토록 몰아붙인 것이다. 그 와중에 카이자 후 작조차 몇 번이나 목숨을 잃을 뻔했다. 힘이 아닌, 지략과 전략, 전술만으로 말이다. 누가 마족을 힘만 믿는 마계의 마수라 했는가?저들의 왕. 그들 중에서도 대마왕은 오히려 그 힘보다 그것들의 돋보이는 존재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가장 앞에, 가르안 카이자와 이제는 10명. 그리고 일 백명에 이른 최상급의 소드 익스 퍼트들이다. 가르안의 뒤로 처음보다 반수로 줄어든 마스터들이 줄 지어 서 있었 다. 물론, 그들의 사이에는 엘리엇 데 더르힌과 피스트 마스터 커그너 스도 포함되어 있었다.
엘리엇은 팔짱을 끼고 마계의 데몬을 노려보고 있는 가르안에게 나 지막이 말을 건낸다.
“카이자 후작. 이 것이 마지막 싸움입니다. 전과 같이 함부로 전선에 뛰어 들면 안됩니다. 당신은 저희의 희망. 아시고 계시겠지만 저희 중 누가 죽더라도 당신은 결코 나서면 안됩니다. 힘을 보중하고 계십시 오.”
“알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아무도 죽지 말아 주길. 짧게 대답한 가르안은 여전히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두 주먹이 힘이 가득 들어가 있는 것을 확인한 엘리엇은 그에게 신뢰가 가 득한 시선을 보내며 앞으로 나선다.
이제껏, 그 때문에 이길 수 있었던 전투는 셀 수도 없다. 애초에 저 대마왕군과 이렇게 까지 싸울 수 있었던 것도 전부 가르안 덕분인 탓이 다.
그를 볼 때마다 오묘한 기분이기도 했다. 자신이 그토록 아끼던 자가 필생을 걸고 이기고 싶어 하던 자. 가르안 카이자는 이제 전 대륙의 희 망인 것이다.
엘리엇은 무심코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자. 커그너스를 바라본다. 저 가르안조차 긴장한 기색이 연연한 지금, 그 만이 여유를 보이고 있다. 데몬을 보며 “우질라게 많구만.”
이라고 중얼거리며 휘파람 까지 불고 있다.
“커그너스.
피스트 마스터 커그너스. 그의 실력도 놀랍다. 엘리엇 역시 제국의 기사였기 때문에 중소 국가의 마스터를 약간 얕보는 기색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다. 그 중에 비겁자로 알려진 커그너스에 대한 생각은 한층 더 했지만, 마계와의 전쟁을 겪으며 그에 대한 편견은 전면적으로 수정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놀라울 정도로 강하다. 아마, 엘리엇 자신도 냉정하게 판단하자 면 그보다 한 수위의 상대일 것이다.
이미 그랜드의 급을 넘어선 가르안 다음으로, 그랜드의 칭호를 짊어 질 자는 아마 커그너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자 커그너스는 큭큭 거리며 주먹을 몰아 쥔다.
“너희는 저 가르안이라는 녀석은 절대적으로 믿고 있는 모양이지. 하 기사, 저 놈도 괴물이니까. 하지만 난 저 녀석이 실패해도, 혹시나 하는 괴물을 한 마리, 아니 두 마리 더 알고 있거든”
그러자 엘리엇은 소스라치게 놀란다. 커그너스가 농담을 즐기는 성 격이긴 해도 허튼 소리를 할 자는 아니다.
“누굽니까? 게다가 두, 둘이라니 인간입니까?”
“일단은 인간이지. 아마도. 그래. 인간일 거야. 아마도 둘 다 인간...
이겠지?”
고개를 갸웃갸웃 거리며 말하는 것이 커그너스 본인도 확신을 내리 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그 자들은 정녕 인간임을 믿기 힘 들 정도로 강하다는 뜻일 것이다.
그 순간, 엘리엇의 가슴에 피워 오르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분노였 다.
이토록 많은 자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정녕 그런 자가 있다면 어째서, 어째서 나서지 않는 겁니까!그런 자 들이 있었다면”
“나도 잘은 모르지. 하지만.”
커그너스는 시큰둥하게 하늘을 바라보며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그 건방진 남자와.
결국, 마지막에는 자신조차 넘어섰던 그 남자의 제자를 떠올린다.
“세상의 위기가, 대마왕만은 아니니까. 우리가 모르는 세에 그에 필 적한 위험은 어디엔가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고”
-어느 이름 없는 용사가, 그것을 막아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엘리엇은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갑자기 이런 뜬금없는 말을 받아 들일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에 말에 반하려는 순간, 마계의 데몬들 사이에서도 괴성이 들려와 그의 말을 삼킨다. 그제서야 엘리엇 도 흥분을 가라앉히고 검을 치켜든다. ‘집중하자. 지금 나의 역할은.
어떻게 해서든, 가르안 카이자를 대마왕 앞에 데려다 놓는 것이다.
“가자 전 대륙의 마스터들이여! 이 것이 인류의 사활을 건 마지막 전 투가 될 것이다!”
엘리엇의 전의에 찬 외침에 마스터들의 푸른 불꽃이 피워 오른다. 가르안은 입술을 꽉 깨물며 그들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곧, 그를 스쳐 많은 병사들이 고함을 지르며 창을 높이 치켜들 고 달려간다.
그 역시 달려가고 싶다. 자신이 있으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모든지 할 수 있으리라고 믿었던 그 힘.그러나 대마왕의 앞에 정녕 많은 자들이 죽었다. 자신이 그토록 힘 을 썼음에도. 그리고 대마왕은 단 한번도 전장에 나오지 않았음에도. 더 이상, 사람들을 죽게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 대마왕이라는 자 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참을 수밖에 없다. 엘카이자의 기억이 그에게 속삭이고 있다. 지금으로도, 승산은 1할 정도일 뿐이라고. 대마왕은 그토록 강한 존 재라고.
그의 입술에서 피가 흐른다. 그와 동시에, 자신을 향해 끊임없는 기 도를 하며 기다리고 있을 루리아 공주와 엘라이라의 모습도 떠오른다. 인류를 위해서도. 그녀들을 위해서도. 모든 이들의 분투 덕분인가.
곧 길이 보인다.
초조함을 참고 있던 가르안은 전력을 다해 달려간다. 마계의 상위급 마족들이 그의 존재를 깨닫고는 그를 향해 달려들지만 곧 마스터들이 나타나 그들을 하나 둘씩 막는다.
“가시오 가르안”
“당신은 전 인류의 희망이오”
“부디 대마왕에게 죽음을!”
그들의 외침에 어째서인지 가르안은 울 것 같은 심정을 참으며 달린 다.
그들의 필사적으로 열어준 길도 곧 끝난다. 그 끝에 보이는 것은 이 미 오래전에 무너져 버린 고성. 수십마리의 데몬이 날개를 펄럭거리며 가르안을 막아선다. 그러자, 가르안은 검을 뽑아 그들을 순식간에 베어 내며 앞으로 전진한다.
‘너희들과 놀아줄 여유는 없다!’
성 안으로 들어간다. 대마왕이 어디에 있는 지는, 굳이 가르안이 아 니더라도 알 수 있으리라.
이토록 소름끼치는 그 느낌은, 그 누구라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그가 있는 곳은, 성에서 가장 넓은 곳.
“나오라 대마왕!”
문을 검으로 가르며 안으로 들어간 가르안은 우뚝 멈춰 섰다. 그 곳은. 모두 죽은 것들로 이루어 진 방이었다. 새 하얀 공간. 그리고 그 틈새로 보이는 검은 그림자.
모든 것들이, 살아 있던 것들이 뼈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
드래곤의 머리뼈 위에, 한 건달 같은 남자가 다리를 꼬고 앉아 담배 를 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