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말이다. 제목 제 11장. 신을 이겼던 검. 11
쿠구구궁!
여느 때와 다름없이, 몬스터들을 물리치자 방은 화염에 휩싸이기 시 작했다. 로아도르는 근처 방에서 부숴온 가구에 불을 붙이고, 근처에 쓰러져 있는 몬스터를 어깨에 턱 걸치고 밖으로 나온다. 로아도르에게 는 익숙해진 일이기에 느긋하게까지 보이지만, 다른 이라면 상당히 위 급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저 폭파라는 것은 분명, 방에서 다른 이를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 분명하다. 문은 순식간에 몬스터가 불능이 되는 순간 폭파와 동 시에 문이 닫힌다.
복도로 나온 로아도르는 능숙하게 몬스터를 손질하고는 불에 턱하니 올려둔다.
이상한 곳이다. 왕실의 몇 배에 이르는 거대한 주방 같은 곳도 있었 다.주방이라면 혹시나 먹을 것이 있나 싶어 방을 뒤지고 다녔더니, 마 치 방에 온통 냉각 마법이라도 걸린 듯한 서늘한 방에 고기와 야채가 한가득 쌓여 있었다. 로아도르로서는 참으로 다행이라 할 수 있는 일이 었다.
그곳에서만 머물 수도 없어 가지고 나올 수 있을 만큼 나왔지만 그것 도 머지않아 동이 났다. 몬스터라는 것을 먹는 것이 그다지 거부감이 생기지 않은 것은 벌써 오래전 일이다.
우걱우걱.
이제는, 시간이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간을 재는 척도라면 자신 의 금발이 치렁치렁 자라는 것만으로 알 수 있다. 자신의 머리칼과 덥 수룩한 수염을 쿠루다의 검으로 싹뚝 잘랐을 때 몇 달 쯤 지났구나, 하 고 어림짐작을 할 뿐.
변화 없는 곳. 멍하니 불빛을 올려다보며 잠이 드는 것은 마치 마약 을 하는 것 같은 몽롱한 기분이 들게 한다. 게다가 한도 끝도 없이 넓은 곳이다. 아니, 마치 미로처럼 되어 있기에 길을 헤매고 있는지도 모른 다.걷고 있으면 이 곳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로아도르는 꺼지지 않는 불빛을 보며 스르륵 잠이 들었다. 청년이야 말로 무적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자였다. 청년과, 그 거대한 거검과 함께라면 그 누구의 상대도 될 수 없었다. 마을의 모든 이들은 청년을 소드 마스터라 칭하며 굳게 따랐다. 청년은 마을의 무를 대표하 는 자. 마을의 장로들조차 그의 말을 최우선시 했고, 그 강한 지도자는 그들을 모두 잘 이끌었다.
모두의 신임을 한 몸에 받으며, 그리고 사랑하는 애인과 사랑을 나누 며 청년은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평화롭게 살아가던 어느 날이었다. ‘저자는.....
강인해 보이는 어깨. 눈 까지 올라올 것 같은 아랫 어금니. 로아도르 가 알고 있는 얼굴이 보인다. 다름 아닌 쿠루다가 보인다. 그 뿐만이 아 니다. 쿠루다와 비슷해 보이는 강인한 오크들이 다섯이나 있었다. 그리고 쿠루다의 앞에는.
그야말로 제왕이라 부를 만한 오크가 떡 하니 서 있었다. 그 제왕의 뒤에는 강건한 오크들이 언월 모양의 창을 들고 나란히 서 있었다. 청년는 커다란 고함을 지르며 달린다. 그러자 마을의 남자들이 병장 기를 들고 청년의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한다. 이윽고, 청년의 뒤를 따 르는 남자는 수백에 이른다.
마침내, 벌판에서 오크의 부족과 청년의 부족은 그렇게 서로를 노려 본다. 남자들을 정지 시키고 청년은 검을 들고 오크들을 향해 걸어간 다. 그러자, 제왕 역시 오크들을 손짓으로 조용히 시키고 거대한 도끼 를 어깨에 짊어지고 홀로서 청년에게 걸어온다. 쿠웅!
한치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기에, 그들은 가슴을 맞대며 서로를 노려 본다.
그제서야 로아도르는 깨닫는다. 쿠루다라는 비교 대상이 있었기에 깨달을 수 있었다.
저 청년의 키는 2미터가 훨씬 뛰어넘는 건장한 체구였다. 약 2미터 5 0 정도 될까?키를 뛰어넘는 거검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청년에 비해 그리 크지 않아 보이던 그 거검.
그 거검은 3미터에 이르리라.
한참을 노려보던 청년과 제왕은 고함을 지르며 검과 도끼를 휘두르 기 시작한다.
산을 던지고 바다를 가르는 싸움이라는 것. 그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 었다. 그 둘의 싸움은 그 표현이 오히려 모자랄 정도였다. 그들의 기합에 구름이 멈추었고.
그들의 검에 바다라도 들어갈 깊은 구덩이가 생기고. 그들의 검에 산이 갈라진다.
그야말로 모든 것을 부셔버릴 만한 힘이었다. 아주, 아주 작은 차이. 결국,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은 소드 마스터라 불리는 청년이었다. 싸움이 끝난 후 청년은 비통한 표정으로 쓰러져 있 는 제왕에게 벙긋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제왕 역시, 쿠쿡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아 일어난다.
스르륵
로아도르의 눈이 스르륵 떠진다. 꿈인가? 꿈인 것만도 아니다. 멀쩡 히 걸어가고 있을 때에도 나타난다. 저 청년과 검에 대한 것은 마치 뒤 를 모르는 소설처럼 읽어 가는 것과 같다. ‘아마도, 사념과 같은 것 ’이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본 적도 들은 적 도 없는 것이 계속해서 보이는 것이.
아마, 이 곳에 있는 그 검의 주인의 생각이 자신에게로 흘러 들어오 는 것일 것이다.
이걸 마법이라고 표현해야 할런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마 (魔 )를 이용하기에 마법이라고 부르는 것.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렇다면, 그 주인이 보여주고자 하는 곳 까지 가야 하겠지. 로아도르는 다시 걸음을 옮긴다.
이제 청년이라고 부를 수도 없게 되었다. 청년은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한 아이의 아버지. 그는 무척이나 순박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쉴 새 없이 웃으며 아이를 안아 올리다가, 아이가 울자 어쩔 줄 몰 라 하며 부인에게로 다가간다. 그의 부인 역시 당혹스런 얼굴로 아이에 게 젖을 물려 보거나, 얼러 보거나 하지만 아이의 울음은 그치지 않는 다.그와 부인 역시, 울 것 같은 얼굴로 연신 아이를 달랜다. 그는 지금까지도 열심히 살아왔지만, 아이가 태어난 후로는 몇배나 더 열심히 노력했다.
사냥을 하고.
밭을 갈고.
마을을 위협하는 적들과 싸운다.
소드 마스터라 불리며 마을의 사람들에게 존경 받는 그였지만, 그는 아버지였다.
마을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저 멀리 서쪽에, 빛으로 둘러쌓인 거대한 배가 하늘에 떠 있다는 것 이다. 모두가 코웃음을 치며 그럴 리가 없다고 말했다. 하늘을 나는 것 은 날개를 가진 짐승들에게나 허락 받은 것. 하물며 생명체도 아닌 배 가 하늘을 날 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문은 그칠 줄 몰랐다. 다른 마을에서 온 이들은 반드시 그 하늘을 나는 배에 관한 새로운 소식을 가지고 왔고, 그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결국 마을의 이들 역시 그 배는 실제로 있는 것일 거라고 말을 하 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하늘을 나는 배가 있다 한들, 사람들의 삶이 바 뀔 리가 없는 것이다. 그들은 여전히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산 아래의 사람들일 뿐이었다.
소문은 점차 괴상해져 갔다.
그들은 갖가지 생명체를 수집한다 했다. 먹기 위해 잡는 것도 아니 요,전쟁 후에 노예가 된 것도 아니다. 하늘의 배는 그저, 살아 있는 모 든 것들을 잡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늘의 배가 내린 저주라 했다.
어느 날, 돼지코를 가진 이상한 아이들이 오크들 사이에서 태어 났다 했다. 그것도, 전사의 이름에 걸맞지 않는 아주 작은 아이였다. ‘취익취 익 ’거리면서 이상한 소리로 운다 했다. 하늘의 배가 내린 저주라 했다.
귀가 긴 아이들이 태어났다 했다. 눈은 크고 자라나는 머리카락은 지 나치게 얇은데다가 얼굴도 얄팍하게 생겨서 아주 괴상한 아이들이라 했다.
하늘의 배가 내린 저주라 했다.
난쟁이들이 태어났다고 했다. 키도 작고, 태어났을 때부터 털이 덥수 룩 난 난쟁이라 했다. 여자 아기 들조차도 털이 나 있다 했다. 하늘의 배가 내린 저주라 했다.
마을 사람들에게도 공포의 대상이었던 날개달린 뱀들이 지능을 가지 게 되었다 한다. 그것이 마치 사람처럼 말을 한다고 한다. 하늘의 배가 내린 저주라 했다.
소문은 점차점차 마을을 향해 다가온다. 이제, 마을 사람들의 사이에 서 화재라고는 그것뿐이었다.
쿠오오오오오오!!
그리고 어느 날.
하늘에서 내리는 천둥보다도 더 큰 소리에 마을 사람들은 일시에 뛰 쳐나왔다. 하늘은 어둡게 뒤덮여 있었다. 그것은 하늘을 전부 가려 버릴 듯한 거대한 크기의 배였다. 하늘을 나는 배.
소문이 실재가 되어 사람들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하늘을 나는 배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들은 신이니라 -
느닷없이 최종화?
“마법....동정?”
“만나고 싶었다. 만나고 싶었다. 가르안”
고개를 번쩍 들며 마법을 쓰는 로아도르.
“이런 대마법을?”
가르안은 빛의 검으로 그것을 막아선다. 콰광!!
“내 자존심과 명예의 원수, 복수해주마 이 동정의 마법으로! “아는 얼굴!”
그제서야 가르안은 로아도르임을 깨닫는다.
“네 녀석은...”
“이럴 수가, 기억도 하지 못했나. 역시 너와 난 운명의 붉은 실로 묶 인 것 같군.”
쾅!
“그렇다. 싸울 운명이었다”
쾅!
“겨우 이해했다!네 압도적인 능력에 난 마음을 빼앗겼다. 쾅!
“이 기분, 분명 사랑이다!”
“사랑?!
가르안은 웬 병신이냐는 눈빛으로 로아도르를 바라본다. 지징지징
로아도르의 마법과 빛의 검이 맞물리며 굉음을 낸다.
“하지만 사랑을 초월하면 그것은 분노가 된다. 도를 넘어선 동정이 마법을 유발하듯이”
동정이란 말에 가르안은 안쓰러운 듯 소리를 친다.
“그것을 알면서!왜 싸우는 것이냐!”
“기사에게 싸우는 의미를 묻다니!넌센스구나!”
마법 쓰는 주제에 기사 운운하는 것은 둘째 문제 치자. 쾅!
“네 놈은 비틀려 있어”
그럴 만 하겠다.
“그렇게 만든 건 네 녀석이다! 가르안이라는 존재다!”
이번에는 마법이 아니다. 로아도르는 주먹으로 가르안의 보디를 갈 긴다.
“그러니 나는 널 쓰러뜨리겠다. 네 녀석의 마누라가 둘이라는 것 따 위는 관계없이, 나 자신의 마법으로!”
관계있어 보인다.
“네 놈도!마법을 쓰면서!”
쾅!
“그렇다면 이것은!솔로의 의지다!”
“아니야!네 녀석은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하고 있을 뿐이야!네 놈의 그 비틀린 사고! 내가 끊어주마!
“말 한번 잘 했다 가르안!!”
로아도르의 마법과 빛의 검이 교차하고.
“으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
그렇게 그 둘은 격돌하고!!
입가에 피를 흘리는 로아도르. 그는 가볍게 미소를 짓는다.
“사부...남자는...
콰콰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