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세컨드-66화 (66/100)

제목      제  11장. 신을 이겼던 검. 8

‘이 곳은?’

틀림없이,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어두컴컴한 동굴을 걷고 있었다. 그리고 한순간. 단 한걸음 내딛는 순간 로아도르는 조금 전과 전혀 다 른 곳에 도달해 있었다.

천장에 달려있는 환한 빛. 그리고 각이 잡힌 복도. 그러나 이 곳은 이 질적이다. 무엇보다, 돌이 아닌 다른 재질로 되어 있는 벽이라는 것이 분명하다. 로아도르는 주먹으로 가볍게 건드려 본다. 퉁.

그는 조금 놀라고 만다.

“철?”

강철로 이루어진 구조물이라니. 이런 곳은 들어 보지도 못했다. 아 니, 이것이 철일까? 아니다. 조금 더 느낌이 다르다. 철보다도 조금 더 얇으면서도 강하다. 알지 못하는 그 어떤 금속일 것이다. 신기한 곳이었다. 어디선지 들리지는 우우우웅 거리는 소리는 로아 도르의 생전에 한번도 들어 보지 못한 기묘한 음이다. 길을 밝히고 있 는 빛 또한 마법과는 다른 것 같다.

이러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로아도르는 조심스럽게 걸 음을 옮긴다.

퉁!퉁!

역시 금속으로 이루어진 바닥. 벽과는 달리 구멍이 송송 뚫려 있다. 너무나 일정하게, 그리고 규칙적이다. 이런 식의 구조물은 대장간에서 는 불가능하다. 아니, 애초에 이런 규모의 건축물을 금속으로 만드는 것이 가능이나 한 것인가? 도무지 알 수 없는 곳이다. 어느 정도 더 갔을까? 로아도르는 막다른 길목에 다다랐다. 주욱 일 직선이었으니 길을 잃을 일은 없었다. 애초에 막힌 곳일 거라 짐작한 로아도르는 혹 다른 길이 있을까,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앞으로 걸어간 다.

그리고 로아도르가 막다른 곳에 이르자, 스위이잉.

부드러운 소리와 함께, 앞에 새로운 길이 나타난다. 로아도르는 눈을 찌푸리며 사라진 문을 바라본다. 막다른 곳이라고 생각했던 벽은 천장 으로 올라가 있었다. 그 틈이 확실히 보인다. 역시, 이런 식의 문은 본 적이 없다.

도대체, 여긴 어디지?

열린 곳은 지금 까지 지나온 길과는 다르다. 어딘지 모르게 전체적으 로 어둡고, 초록색 빛이 감돈다. 그리고 그 초록색 빛을 반사하여, 수백 개는 되어 보이는 유리로 이루어진 통이 보인다. ‘유리인가    ’

이렇게 거대한 유리로 만들어진 것은 역시 처음 본다. 모두가, 처음 보는 것 투성이다.

‘이건?

로아도르는 무심코 올려다본다. 그 유리로 이루어진 통에는 부글거 리는 액체 속에 생명체가 담겨 있었다. 처음 보는 생명체인가? 그렇지 도 않다. 분명히 로아도르가 몇 번이고 실제로 보았던 몬스터이다. 하지만, 도무지 그 몬스터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던 거대한 크기 였던 것이다.

위이이잉!위이이이잉!

갑자기 사방에서 터지는 소리에 로아도르는 주먹을 쥐고 뒤로 물러 난다. 소리뿐만이 아니다. 방의 천장에는 붉은 빛이 번쩍 번쩍 거리며 현란한 현상을 자아내고 있었다.

‘뭐지?

푸슈우우욱.

김 빠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덜컹!

쇠가 강하게 마찰하는 소리가 들리고. 유리통 속에 가득 담겨 있던 물이 어디론가 빠져 나간다. 그와 동시에, 통 속에 담겨 있던 생명체들 이 일제히 눈을 뜬다. 그들은 무엇인가 기다리는 듯 일제히 천장을 바 라본다. 번쩍 거리던 붉은 빛이 꺼지고.

그리고, 유리통 역시, 바닥으로 쏙 꺼지며 그들은 일제히 바깥으로 걸어 나오기 시작한다.

“크와아아아..”

“크어어..”

이상하다. 저것들이 진정       오크들   ’인가?아니, 오크 비슷한 무엇인 것 같다. 그런데, 뭐가 저리도 큰 것인지. 좀 작은 오우거라고 해도 믿어 줄 것 같은 녀석들이 백 쯤 된다. 그들은 유리 속에 들어 있던 수상한 액체를 털어내고, 눈빛을 번뜩이며 로아도르에게 다가온다. ‘잘은 모르겠지만. 싸움을 피할 수는 없겠군. 아무런 무기도 없다. 사부에게서 천변기의 장갑조차 받아 오지 못했 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이 로아도르의 귀에 들어왔다.

“콰리어티어트. 크와이언!”

“콰이아!콰이아!”

‘대화를 하고 있어?

확실히 울부짖는 것이 아니라 다른 어조와 어투, 마치 다른 나라의 사람처럼 분명 저것은 언어다. 그리고, 저들 뒤에 머리가 하나 정도는 더 큰 녀석이 지시를 내리고 있다. 재질을 알 수 없는 가죽 갑옷에 거대 한 창. 언어. 그리고 지휘자. 저들 나름대로 문화가 있는 종족이었던 모 양이다.

‘하지만, 저들이 이 곳의 주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군                ’ 사부의 말대로라면, 이 곳은 신과 연관이 있는 곳이다. 신들의 모습 이 저렇게 야만적 일리도 없고, 유리통속에 들어가 있지도 않겠지. 쾅!

로아도르가 발로 차고 나가자, 금속으로 이루어진 바닥이 푹 꺼진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오크들이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 보인다. ‘일단 한 마리    ’

퍼억!

손쉽게 머리를 터트리지만, 로아도르는 적지 않게 놀라고 있다. 일반 피육질이 아니다. 손에 상당한 타격감이 느껴진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그들은 동료의 머리가 터졌음에도, 냉정하게 언월 모양의 창을 들어 올 리며 로아도르를 포위한다.

‘차라리 오우거의 숫자가 저 만큼이라면 상대하기가 쉬웠을 지도. 녀석들에겐 단결심이란 없으니까.

“크워어어어!”

지휘 하는 녀석이 크게 소리치자, 저 들은 일제히 창을 로아도르에게 찔러온다. 그들이 내찌르는 순간, 로아도르는 재빨리 몸을 아래로 숙인 다.단순히 덩치만 커진 게 아니다. 그만큼 유연해 지기도 한 것이다. 챙챙챙!

그들끼리의 창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로아도르의 눈에 저들의 작은 나무만한 종아리가 보인다. 로아도르는 손을 바닥에 대고, 저들의 다리를 일제히 차버린다.

퍼버버버벅!

오크들의 다리가 일제히 뭉개져 나간다.

“콰이아!!”

“크에게엑!”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오크들. 로아도르는 재빨리 저들이 쥐고 있 던 창을 하나 집어 들어 일어난다.

조금쯤은 로아도르의 힘에 놀라줄 만도 하련만, 저들은 침착하게 행 동한다. 입을 꾹 다물고 로아도르의 아래 차기를 견제 하는지, 창을 아 래로 비스듬히 뉘인 녀석도 간간히 보인다. 로아도르의 몸은 분명 마스터의 공격에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강골 이지만, 그것은 타격기에 한해서다. 베어오는 것이라면 그라도 피를 피 할 수 없다.

‘오크 비슷한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겠군                ’ 머리가 나쁜 지적 생명체의 대명사. 오크가 저리도 민첩하고, 능 수  능란하게 지시를 받아서 움직일 리가 없으니까. 게다가 저 투쟁심. 어지간한 녀석들이 아니다.

‘하지만   ’

부우우웅!

투둥투둥투둥!

그들의 창의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십수마리의 오크들이 비명을 내 지르며 물론, 로아도르가 휘두른 창 또한 무사할 리가 없다. 로아도르 는 또 다른 창을 하나 집어 들고 그들을 향해 겨눈다.

“와봐라.

너희들을 상대하려고 강해진 것이 아니니까. 오크들이 서로 눈치를 본다. 겁을 먹었다는 느낌은 아니다. 저걸 어떻게 해야 하지? 라는 기색 이 강했다.

그때였다.

“쿠라탄!쿠라탄!”

팔짱을 끼고 지켜보던 지휘자가 뭐라고 외친다. 그러자 주변의 오크 들이 일제히 물러나며 길을 만든다.

쿵!쿵!

엄청난 발소리다. 덩치가 아닌, 힘에서 나오는 발걸음 소리다. 그 지 휘자 오크는 로아도르에게 다가온다. 다른 녀석들의 두배는 되어 보임 직한 큼직한 언월 모양의 창, 그리고 허리춤에는 인간이라면 쓰기도 힘 들 큼직한 바스타드 소드가 매여 있다. 그는 로아도르의 앞에서 가슴을 주먹으로 퉁!하고 친다.

“마!쿠루다!”

‘무슨 뜻이지?’

로아도르가 눈살을 찌푸리자, 오크는 다시 한번 가슴을 퉁퉁 치며 외 친다.

“마!쿠루다!마! 쿠루다다”

그제서야 깨닫는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자신의 이름이 쿠루 다 라고 하는 것 같다.

일대일의 승부를 겨루자는 것인가? 어딘지 모르게, 로아도르는 예전 의 자신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째서인지, 지금 생각하면 눈부신 예전의 어릴 적 모습이다.

“자신의 이름을 대고. 승부를 겨루자는 것이라면 나도 물러설 수는 없다.”

척!

어딘지 결투의 예를 표하는 모습이 낯설다. 허리를 핀 로아도르는 저 오크와 마찬가지로, 가슴을 주먹으로 취며 이름을 밝힌다.

“나의 이름은 로아도르 반 바이파. 위대한 엑시엘 반 바이파의 후손. 난 로아도르 반 바이파!

그 쿠라다라 밝힌 오크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어설프게 로아도르의 취한 전투의 예를 취한다.

“로아둘!로아둘!마! 쿠라다”

다른 오크는 끼어들 것 같지 않다. 창을 곧게 새우고, 가슴을 쭉 펴고 그들의 결투를 지켜보고 있다.

‘멋지군   ’

쿠루다는 쿵쿵거리며 다가오더니, 훅 하고 숨을 들이키며 창을 내리 친다. 들고 있던 창대로 막으려던 로아도르였지만. ‘아니  ’

로아도르는 재빨리 들고 있던 창대가 부러지기 전에 던지고 그자가 휘두른 창대를 잡는다. 손바닥에 어마어마한 통증이 닥쳐온다. 우두두둑!

로아도르의 발치가 파여 간다. 실로 어마어마한 힘이다.

“쿠쿠쿡!

쿠루다가 힘을 주며 이빨을 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로아도르 역시 이 를 빠득 갈며 녀석의 힘에 대항한다.

새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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