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황제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 소리를 내고 만다. 그 뿐만이 아 니다. 회의실에 있던 모든 이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제목 제 11장. 신을 이겼던 검. 7
휘이이잉!
거센 바람이 분다. 북쪽에 위치하고, 그에 겨울이라는 악재까지 겹쳤 으니 어지간한 인물이라면 잠시라도 못 버틸 정도로 혹한의 날씨였다. 산의 정상으로 갈수록 바람을 막아줄 나무들이 줄었기에 한층 더 싸늘 하게 느껴진다.
두 명의 인간과, 한명의 드워프는 그리 걸음을 옮긴다. 벌써 몇 시간 째인지 서로 말조차도 없다.
그 정적은, 산 정상의 눈앞에 보이는 마을에 이르러서야 깨진다. 화 려하진 않지만, 산속이라는 점에 비해 건물들이 모조리 석조 건물이라 는 것이 드워프의 마을답다고 하면답다고 할까. 하지만 그것뿐, 인간들의 마을에 비해서 크게 다를 것도 없어 보이는 마을이었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로아도르가 물어본다.
“사부. 이 곳은?”
“여기가 산의 정상. 그리고 드워프들의 마을이지. 왜,생각보다 수수 해서 그러냐?”
사부는 뭐가 그리 좋은지 킬킬 웃는다. 그에 비해 좀 전에 만난 드워 프는 말이 없다. 그의 입에서 내뿜는 하얀 연기만이 하늘하늘 올라가고 있을 뿐이다. 그 점이 로아도르로써는 의외인 점이었다. 인간 세상에 알려진 드워프의 이미지는 술을 마시길 좋아하고,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듯이 노래를 부르는 종족이이니까. 드워프는 한참동안 담배를 피워 대더니, 파이프의 마지막 제를 털고 나서야 말을 꺼낸다.
“이 아인가?
“아아. 그렇지.”
그는 스윽 로아도르를 훑어본다. 사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광물 을 판단하는 것 같은 냉철한 눈이다.
“되겠는가?”
“거야 모르지. 들어가 봐야 아는 거 아니겠어?”
“그렇게 대충대충해도 되겠는가?”
“아아, 몰라.”
사부와 드워프. 이 둘은 또 다른 케이스다. 지금까지 사부가 아는 사 람들은 어딘가 사부에게 한수 접고 들어가는 기색이 보였다. 그 호전적 인 커그너스조차 어딘가 사부의 말을 거역 못하는 기색이 보였는데, 이 드워프는 사부와 대등한 관계로 보인다. 그들은 마을에 들어선다. 마을에는 한 명의 드워프도 보이지 않았다. 건물 안에 간간히 불이 켜져 있는 것으로 보아 그들의 살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거리에는 단 한명도 없었다.
하기사, 겨울에 마을을 마구 돌아다니는 것도 이상하긴 하다. 게다가 이미 해가 질 무렵이니. 한층 더 그럴 것이다. 그들은 마을을 지나쳐 계속 산을 올라간다. 드워프의 마을에서 잠시 라도 머무를 줄 알았던 로아도르였지만, 마을엔 신경조차 쓰지 않는 사 부와 드워프다. 그도 묵묵히 따른다.
그리고 마을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커다란 동굴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동굴을 보는 순간. 두근
로아도르의 가슴이 힘껏 뛰기 시작한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다. 격 렬한 운동이 아닌, 무언가, 다른 이유에서 심장이 고동하는 것은 이 번 이 처음이다.
까앙!까앙!
쇳소리가 들린다. 꿈속에서 벌써 수천 수만번이나 들었던 쇠를 두들 기는 소리. 잠이 들지 않았음에도 이 현실 속에서, 분명히 들려온다. 그 장인이 외친다.
-안으로 들어가라!저 안에 들어가야 이 검이 완성된다!덕지덕지 붙어, 크기만 겨우 올려다보는 빛의 검에 가까워진 쇳덩어 리.이 안에서야 그것이 완성된다고 장인이 울부짖는다. 동굴의 입구에 들어서야 그들은 걸음을 멈춘다. 사부는 자연이 만들어낸 석벽을 쓰다듬는다. 어딘지 모르게, 사부의 눈이 낯익다. 과거를 얘기 할 때, 몇 번이고 보였던 그 눈이다. 하지만 그때와는 또 다르다.
사부의 눈에 또 담겨 있는 것은 환희의 직전과 같다. 선물을 받기 전 의 어린 아이와 같이, 어딘지 모르게 맹목적으로 행복을 바라는 것 같 은,무섭기도 한 눈이다.
“로아돌. 잘 들어라. 이 곳은. 아주 먼 옛날. ‘지금의 ’신들 조차 기억 못하는 아득히 먼 옛날. 무식할 정도로 강했던 이들이 잠들어 있는 곳 이다. 후후. 그 아무도 모르지. 그 마왕들조차, 신들조차 알지 못한다. 그들에게조차 전설로 전해지는 종족, 신들에게조차 이겼던 그들 을.”
두근.
신조차, 이겼던 종족?
멍하니 서 있는 로아도르. 그 등을 사부가 툭 떠민다.
“자,가봐라.”
“아,아무런 준비도 없이 말입니까?”
“아무런 준비?
사부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로아도르를 뻔히 바라본다. 그후, 손가 락으로 로아도르의 가슴을 꾹꾹 찍으며 나무란다.
“무슨 헛소리냐. 지금까지 해온 게 그 모든 준비인데. 더 준비할래? 하기사, 아무리 준비해도 부족하긴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까.”
두근. 두근.
한층더 가슴이 세차게 뛴다.
“들어가. 만약, 네가 다시 나올 수 있다면, 신을 이겼던 그 검을 얻을 수 있게 된다면.”
-넌 분명, 신조차 이길 수 있게 된다. -
이렇게 가슴이 세차게 뛰는 것은.
지금까지의 모든 것은, 그것을 위해서였단 말인가. 저벅.
로아도르는 걸음을 옮겨, 동굴 안으로 들어간다. 점차, 점차 어둠 속 으로 들어간다.
“저 아이가 자네의 바람을 이뤄 줄 수 있겠는가?”
“있어.
가정하는 것도 아니다. 사부는. 아니 ‘그자 는 단언하고 있었다.
“있다고!!크크크쿠쿡!”
그자는 손으로 입을 막는다. 너무 기뻐서, 타져 나오는 웃음을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는 어린 아이와 같은 순수함. 그리고 그에 따른 광기 가 터져 나온다.
후우.
드워프의 담배 연기가 하늘로 올라간다. 아마, 이 세상에서 저자의 심정을 아는 이는 오로지 이 드워프 뿐일 것이다. 저자는 아주 오래전
이 세상 모든 존재를 통틀어서,
가장 강한 자였다.
하기사,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이 드워프에게도 목적은 있 다.방금 전에 들어간 애송이가 가지고 나올. 그 검.
드워프의 자존심을 한번에 없애버린 그것. 그와 같은 목적이라곤 오 로지 그것뿐이다.
“과연 저 녀석이, 손에 쥘 수나 있을라나 모르겠군. 천하의 명검 ‘일수도 ’있으며.
땅의 흙보다도 ‘못할 수 ’ 있는 그 검.
과연 저 애송이의 손에서는 어떤 검이 될 런지. 드워프의 기대는 오 로지 그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