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세컨드-63화 (63/100)

제목      제  11장. 신을 이겼던 검. 5

“이제, 어디로 갑니까. 사부?”

수도의 성을 나서자마자 물어보는 로아도르. 대마왕 강림의 소식에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지만 마음은 급해졌을 터이다.

“북쪽으로 간다”

“어디입니까.

“나라가 아냐. 조그마한 드워프 마을이지.”

“드워프, 입니까.”

로아도르는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사부는 자신에게 검을 준다고 했다. 그러니 드워프를 만나러 간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말이다. 세상에 자신의 힘을 견딜 수 있는 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가능성이 있다면 드워프가 만든 검일 것이다. 그러자 사부는 어깨를 으쓱인다.

“뭘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드워프가 만든 검은 아냐. 훨씬 더 오래 전에 만들어진 검이지.”

훨씬 더 오래전이라. 사부는 어떤 검인지는 정확히 얘기해 주지 않는 다. 다만, 얻는 도중에 모든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언질은 준적이 있 다.

쉽게 대답해 줄 것 같으면서도 비밀에 대해서라면 사부는 몇 번이고 물어봐도 답해주지 않는다. 로아도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들판에 있 는 바위를 향해 걸어 갔다.

“어디 가냐?

“돌을 찾으러 갑니다.”

전과 같은 수련법을 생각했기에 짊어지고 갈 돌을 찾으려 했던 로아 도르였지만, 이번에는 사부가 그것을 저지했다.

“아 그건 됐어. 나중에 혼자서 하던지 하고. 이번엔 빠르게 가는 것을 목표로 하지”

“오래 걸립니까?

“뭐,말을 타고 보름쯤 걸리는 거리긴 한데. 이틀 안에 가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담담하게 말하는 사부. 그 제자 역시 담담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 에게는 이틀 안에 갈 능력이 있으니까.

말이 끝남과 동시에,

콰앙!

땅의 한복판이 깊숙하게 파이며, 로아도르의 신형이 사라졌다. 쾅!쾅! 쾅!

그곳뿐만이 아니다. 로아도르가 발을 딛는 곳의 땅은 마치 조그마한 운석이라도 떨어진 듯 계속해서 파인다. 힘을 속도로 바꾸어 달리기 시 작하는 로아도르였다. 역시 커그너스와의 대련 끝에 얻은 로아도르의 고속이동법.

상식 이상의 힘으로 땅을 차올리는 이른바 파워스탭. 방향 전환이 안 된다는 점에서 전투에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로아도르가 달리기 시작하자, 사부는 피식 웃음을 짓고는 역시 뒤따 라 달리기 시작한다. 로아도르와는 다르게 소리도 없이, 아주 가벼운 몸놀림이다.

성안을 오가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두 인영에 대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저게 뭐야?”

게다가, 다른 검은 덩어리 하나가 지나가는 곳은 땅이 움푹움푹 파이 니,어찌 아니 공포스러울까?

쾅!쾅!

어느 정도 달렸을까?숲이 보이기 시작한다. 로아도르는 자연스럽게 나무를 피해 돌아가는 길을 택하려 했지만, 옆에서 사부가 나지막히 말 을 꺼낸다.

“이틀 안에 가자고 했다”

지금도 무식할 정도의 속도이건만, 일직선으로 가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척하면 딱이라고, 로아도르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세 를 바꾸어 어깨를 앞으로 내민다.

콰콰광!!!

스탭을 밟을 때마다 땅이 파이는 것과 동시에, 수십그루의 나무가 동 시에 쓰러진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건만. 이건 흔적이 너무 짖게 남는다.

“이래도 되는 겁니까?”

그러자 사부는 낄낄거리며 웃는다.

“재밌지 않겠냐? 안 그래도 대마왕이니 뭐니 어수선한데 이런 괴현 상이라도 일어나봐라. "

묵묵.

나름 사부의 성격에 익숙해졌기에 로아도르는 대꾸를 하지 않는다. 다만, 사람들의 파란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는 않기에 적당히 피해나갈 뿐이다.

투두두둑!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나무라면 그저 돌진해 나갈 뿐이지만. 조금 줄었을 뿐이지 흔적은 여전하다. 그런 제자를 보며 비웃음을 날리는 사 부.

“흠.바보 같기는. 그게 그거다”

그럼에도 로아도르는 조금이나마 피해를 줄이기 위해 돌아갈 뿐이 다.

숲을 어느 정도 깊이 들어갔을까? 이번에는 멧돼지가 무리가 보인 다.로아도르가 달리는 소리가 워낙에 크기에 멀리에서부터 두두두 거 리며 도망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그 ‘멀리  도 사제에게는 순식간에 닥치는 거리다. 갑자기 닥 쳐오는 두 검은 덩어리에 놀란 듯, 이번엔 꽥꽥거리며 사방으로 흩어지 기 시작한다. 로아도르는 그 중에 가장 큼직해 보이는 두 마리를 양 손 으로 잡아, 바위에 머리를 부딪치게 해 즉사시키고는 어깨에 턱하니 짊 어진다.

“뭐냐 그건?

“점심입니다.”

“아,그러냐.”

처음에는 불도 못 붙이던 녀석이었는데. 어느새 혼자서 척척 사냥까 지 다 해온다. 그 뿐만이 아니다. 어느새 채집이라는 기술까지 익혀서 저 커다란 덩치로 궁상맞게 쭈그려 앉아 먹을 만한 풀을 뜯는 모습은 이미 사부에게도 익숙해진 광경이었다. 생활환경이 사람을 바꾼 것일 까?

하기사, 녀석의 경우에, 그것보다는 생각을 비운 것이겠지만.

“그래서, 그거 가지고 되겠어?”

“먹은 다음에 또 잡을 겁니다.”

“아,그러냐.”

안 그래도 커그너스가 상당히 모아놓은 재산을 이 녀석의 식비로 고 스란히 바치게 했다. 장비만 제대로 갖춘다면 마스터라 불리는 이들 정 도는 제압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지만

역시, 연비는 나쁘다.

북으로, 북으로. 안 그래도 겨울이라는 계절이기에 가면 갈수록 기온 은 점차 내려갔지만 그들은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는 듯 했다. 사부야 이미 상식 이상의 존재이기 때문이고, 로아도르 역시 이미 일반인의 피 륙으로 이루어진 몸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흐음.

어느새 하얗게 변해버린 드높은 산을 보며 사부가 신음소리를 낸다. 인상이 잔뜩 찌푸려져 있는 것이 뭔가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한 것 같 다.

“저곳입니까?”

어깨에 순록을 짊어진 로아도르가 쿵쿵거리며 다가온다.

“저기긴 한데. 어딘지 기억이 안 난다”

“....”

이틀 안에 목표 지점까지 온 것은 좋은데, 저 산의 어디인지 모르겠 다면 빠르게 온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

“어떡하지?”

“그걸 저한테 물어 보셔도....일단 찾는 것 밖에 도리가 없지 않겠 습니까?”

“귀찮단 말이다”

“....”

그래도 방법이 없는지, 사부는 한숨을 푹 쉬고 눈으로 뒤 덮인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로아도르는 그 뒤를 따른다. 꽤 높은 산인 것에 비해, 경사는 완만한지라 오르는 것에 큰 무리는 없었다. 설령 직각인 경사일지라 할 지라도 두 사제에게는 큰 영향은 없었겠지만 말이다. 게다가 어지간한 몬스터들은 전부 겨울잠에 들었 기에 오르는 것은 한층 더 편했다.

뽀드득. 뽀드득.

드워프 마을을 찾으며 가는 것이기에 속도를 낼 필요도 없다. 하얗 고,고요한 세계.

어딘지 모르게, 로아도르에게는 익숙한 광경이었다. 마치. 꿈 속에 있는 것 같았다.

“옛날에 말이다”

입이 심심했는지 불쑥 말을 꺼내는 사부다. 로아도르는 고개를 들어 사부의 등을 바라본다.

“아주아주 옛날에, 재능 없는 한 검사가 살았다. 어찌나 재능이 없었 는지, 그를 가르치는 사람들마다 모두 고개를 살레나살레 저었지. 그래 도,그 멍청한 녀석은 자신은 천재라고 믿었지. 나를 가르칠 만한 그릇 들이 안되니까 저 모양인 거라고. 그를 비웃는 모든 이들을 도리어 비 웃었다.”

배포가 큰 놈이라고 해야 하나. 하며 사부는 후후 웃는다.

“그때, 어떤 녀석이 불쑥 튀어나왔어. 대단한 자였지. 그 타고난 재 능.뭘 해도 녀석은 못 하는 게 없었지. 자신에게 고개를 살레살레 젓던 이들은 그 앞에서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 재능 없는 녀석은 분했다. 뭐야 저 녀석은? 도대체 나랑 무슨 차이 가 있길래 이 모양인거야? 홀로서 고민하고, 녀석에 대한 증오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

사부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바라본다. 회색빛이 감도는, 어두 침침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신비로워 보이는 하늘이다. 자신에게 빗대어 말하는 것일까? 지금 사부가 말하고 있는 것은 로 아도르가 쳐한 상황과 너무 비슷하다. 사부는 무언가, 자신에게 또 다 른 지도를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때, 갑자기 그 녀석이 나타났다.”

‘그 녀석?“

사박사박.

그때, 갑자기 들려오는 발소리에 얘기가 멈춘다. 토끼라고 보기엔 조 금 크다.

그들의 눈 앞에 선 것은, 땅딸막하고 입에 파이프를 문 드워프였다. 그는 로아도르와 사부를 번갈아 보더니, 파이프에서 연기를 훅 내뿜으 며 말했다.

“어허. 거 오랜만이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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