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세컨드-60화 (60/100)

로아도르는 모든 것을 잊고 있었던 거다. 오로지 검을 위해. 제목      제  11장. 신을 이겼던 검. 2

우우웅.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에, 거대한 풍차는 기음을 내며 돌아갔다. 그 앞에 서 있는 한 명의 노인. 노인은 풍차를 따라, 손에 들고 있는 힘 있 는 동작인지, 힘없는 동작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바람에 날 을 돌리는 풍차처럼, 검은 자연스럽게 흔들렸다. 바람에 하염없이 흔들리는 노인의 검. 구름 한점 없이 맑은 날도, 폭 풍우가 몰아쳐도 노인은 언제나 풍차 앞에 서 있었다. 사람들은 비웃었다. 노인의 넋 나간 행동에 치부했다. 이해해주는 이 는 아무도 없다.

로아도르는 문뜩 떠올린다.

-가르안을 이기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지금의 나는 노인의 행동과 다를 것이 없지 않은가? 검을 든 무인으 로써의 혼?질투? 부러움? 이유라고 남겨 봤자 이 정도겠지. 내 등 뒤에 있는 것은 이제 아무 것도 없으니까. 한 남자가 불쑥 모습을 드러낸다.

이름 없는 자. 슬픈자다.

고작해야 그가 넘긴 것은          혼.’남자는 세상을 조소하고, 절규하고, 절 망한다.

모든 것을 비웃으며, 의미 없음에 한탄한다. 노인은 아무도 없는 평원에서 그와 맞선다. 로아도르도 알 수 있다. 노인의 검은 마치 하나의 풍차와 같다. 그토록 강한 힘에, 바람을 넘기 듯 노인의 검은 흘러간다.

로아도르는 멍청히 그 광경을 바라본다. 소드마스터니 익스퍼트니, 그런 것은 일절 관계없다. 굳이 그런 식으 로 따진다면 노인은 소드 익스퍼트 중급 정도라고 불러줘야 하겠지. 그 정도는 로아도르도 알 수 있다.

하지만 노인은 강했다. 소드 익스 퍼트의 실력으로, 이름 없는 자와 맞서 싸우고 한 치도 밀리지 않는다.

마스터, 익스퍼트. 오러 소드. 노인 앞에 그런 것에 의미는 없다. 빛 을 몇 미터씩 뿜어내지 못하겠지만, 저 노인은 정녕 세상에서 가장 강 한 검사였으니까.

주르륵.

로아도르의 눈에서 어째서인지, 눈물이 흐른다. 노인이 무슨 이유로 싸웠는지는 모르겠다. -노인이 저 자를 이기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저 노인에게도, 재능 따윈 없는데.

어째서, 저토록 강할까.

아무도 없는 평원. 지켜보는 이라고는 단 하나의 늙은 나무. 노인과 이름 없는 자는 몇일동안이나 그 싸움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어느 날 동틀 무렵. 그의 검이 노인의 심장에 박힌다. 누구도 인정하지 않았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세상에서 제일 강 했던 검사는 그리 쓰러졌다.

노인의 시체를 내려다보는 이름 없는 자. 그의 눈빛에 떠오르는 것은.....

“엇차. 어라? 너 왜 그러냐?”

갑작스러운 고통에 로아도르는 정신을 차린다. 머리를 휘저어 정신 을 차리고 보니 사부가 신기한 생물을 보듯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왼쪽 뺨이 쓰라린 것을 보니, 아마 멍하니 있는 자신의 뺨을 두들긴 모 양이다.

로아도르가 제 정신으로 돌아온 듯하자, 사부는 고개를 갸우뚱 하며 물었다.

“무슨 일이냐?

“풍차가....”

단 한마디를 꺼냈을 뿐이건만, 로아도르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단 한마디 만으로도 사부는 낭패라는 듯 뒷통수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일단 비웃음부터 날리고 볼 사부가 이런 표정 이라니, 꽤 오래 같이 있었지만 이런 사부의 표정을 보는 것은 처음이 다.

정신계 마법은 일단 자신의 정신을 상대방에게 접촉하는 것이 기본 이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정신세계를 단단히 보호하는 것이 기본이건 만, 아무래도, 로아도르의 정신세계에 놀라 자신의 세계가 일부 빠져 나간 듯 했다.

한참동안이나 뒷통수를 긁적이다가, 사부는 시선을 돌리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을 꺼낸다.

“흐음. 뭐, 보잘 것 없는 잡 기억이 빠져나간 모양이군. 아무것도 아 니니까 잊어라”

“예.

궁금하다. 하지만, 사부로써는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라 고 여긴 로아도르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잊으라는 말 한 마디로 잊을 정도로 단순한 기억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이름 없는 자. 사부의 기억 속에 있는 저자는 누구지? 본인인가? 아 니면?

한동안 둘 다 말이 없자, 분위기를 돌리려는지, 사부는 히죽이죽 웃 으며 커그너스가 있는 쪽을 향해 손가락을 쭉 뻗는다.

“그나저나 로아돌. 언제까지 녀석에게 두들겨 맞고만 있을 셈이냐? 지금쯤이면 옷깃정도는 스쳐도 될 만한 시기 아니냐”

로아도르는 말없이 고개를 푹 숙인다. 좋아서 맞고 있는 것은 아니 다.절대 예지니 뭐라고 떠들었지만 사실은 하나도 모르겠다는 것이 로 아도르의 심정이다.

사부의 비아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게다가, 내가 말 한 것은 하나도 안 지키고 있는 듯한데?”

검과 몸을 동시에 구사할 것을 뜻함이다. 검과 몸이 따로 놀고 있다 는 것은 로아도르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사부, 이제 제게 목검은 너무 약합니다.”

변명아닌 변명을 해보는 로아도르였지만 그 대가는 언제나처럼 머리 에 퍽 하니 박히는 사부의 주먹이다.

“멍청아, 머리를 좀 굴려라. 근육만 키우다 보니 뇌까지 근육이 된 거 냐? 대련이잖아 대련. 적당히 힘조절 하면서 대가리를 굴리란 말이 다.”

무언으로 긍정하는 로아도르. 이런 모욕적인 언사에도 조용히 있다 는 것은 녀석이 확실히 변했다는 것이다. 전에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분해 했건만.

“알겠습니다.

사부의 말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후, 로아도르는 다시 일어난다. 그러자 사제의 자리라고 생각했는지 멀찍이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커 그너스는 로아도르가 다가오자 그것을 벽에 비벼 끄며 로아도르에게 다가온다.

걸어가며 로아도르는 노인을 떠올린다. 자신보다도 훨씬 더 떨어지 는 조건에서도 완성 되었던 검. 어째서인지 모르게, 자신이 하고 있는 고민이 하찮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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