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제 10장. 절대 예지. (끝 )
“주먹질이란 건 쭉 뻗을 줄만 알면 돼”
커그너스가 시큰둥하게 말한다. 그다지 누군가를 지도할 만한 성격 이 아니니 짜증도 나겠지만, 그것보다는 눈가에 퍼렇게 부풀어 오른 멍 때문일 것이다.
물론, 마스터의 눈가에 그 멍을 만든 이는 사부다. 커그너스는 매일 같이 사부에게 덤벼들지만, 매일 같이 어딘가 눈 확 튀는 곳에 멍이 시 퍼렇게 들어오곤 한다.
로아도르가 믿지 못한다는 눈으로 그를 노려보자 커그너스는 어깨를 으쓱인다.
“농담 아니다. 이봐. 세상에서 제일 빠른 검로 (劍路 는 뭐냐?”
생각에 잠기는 로아도르. 세상에는 쾌검이니 뭐니, 여러가지가 존재 한다지만, 역시 가장 빠른 검로라 할지라면.
“정면으로 베는 것입니다.”
일직선. 무슨 수를 쓴다 하더라도 그것보다 빠를 순 없다.
“그렇지? 뭔 지랄을 해도 그게 상대에게 닿는 가장 빠른 길이야. 주 먹도 마찬가지라고”
슉.
커그너스는 주먹을 쭉 뻗는다. 그 주먹은 로아도르의 코앞에서 우뚝 멈춘다.
“주먹도 가장 빠른 것은 정면으로 갈겨 버리는 거지. 하지만 상대방 도 가만히 있지는 않으니까 여러 가지 기술이 필요한가, 라고 생각들 본데, 결론적으로는 어떻게든 주먹으로 상대방을 갈겨 버리면 되는 거 거든. 그것을 노리는 것 역시 일직선. 다만, 방향이 문제인 거지. 쉽게 말하면 기술이란 건 그렇게 단순한 거라고.”
커그너스는 두 주먹을 몰아 쥔다. 그의 손에서 두둑 거리며 뼈가 마 찰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물론, 그 방향을 위한 기술은 필요 하지. 자, 상대가 가드를 하고 있 다.팔을 교차로 해서 막아 봐”
커그너스는 사람이 본능적으로 취하는 방어 자세를 취하며 로아도르 게에 지시한다. 가슴과 얼굴. 급소가 막아지는 자세다. 로아도르가 엉 거주춤 자세를 취하자, 커그너스는 히죽 웃으며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다.
“자아, 이럴 때는 배를 노려야지.”
말로만 끝나지 않는다. 커그너스는 실제로 주먹을 아래서 위로 뻗는 다.분명 아래에서 위로의 ‘일직선 이다. 투웅!
퍼억 같은 소리가 들려와야 정상이지만, 로아도르의 강철 같은 복근 은 그 소리를 허락하지 않는다. 물론 마스터의 주먹. 충격까지 막을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말이다.
“이렇게 말이야”
로아도르의 입에서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나오자 커그너스는 뒤로 물러나 몸을 잔뜩 움츠린다. 방금 전의 로아도르와 자세는 같지만, 달 리 빈틈은 보이지 않는다.
“막는데도 기술은 필요하지. 그럴 때는 몸을 움츠리는 거야. 자세를 낮추고, 가드가 온 몸을 막을 수 있...어라? 잠깐”
자세를 풀고 커그너스는 턱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긴다. 뭔가, 방향 이 잘 못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정정. 방금 말한 건 잊어라. 내가 가르쳐 줄 것은 주먹을 뻗는 방 향뿐이야. 나머지는 네 문제다. 자세의 제어라던가, 스탭이라던가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것은 네가 알아서 할 일이지.”
그것이 가르치는 것이란 말인가? 검술로 치자면 휘두르는 것만 가르 쳐 주겠다는 뜻이다. 로아도르가 말없이 노려보자 커그너스는 다시 어 깨를 으쓱인다.
“건방진 눈이군. 잊었냐? 검이랑 동시에 써야 한다며. 네가 순수하게 피스트 계열로 나가겠다면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죄다 손 봐 줄 수도 있 지만. 검과 동시라면 난 잘 모르겠으니까”
그제서야 사부의 황당했던 명령이 떠오른다. 검과 권. 그 격 (隔 )이 엄격히 다르거늘. 과연 해낼 수 있을 것인가? 검 한가지에만 몰두해도 가르안은 아득히 먼 상대인데. 로아도르의 의심스러운 기색을 눈치 챈 듯, 커그너스는 꼽냐는 듯이 말한다.
“뭐,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일단 네가 사부라고 부르는 사람 아냐? 닥치고 따르는 게 제자의 도리다만.”
옳은 말이다. 이 자리에 이렇게 서 있는 것은 분명 사부의 덕. 그렇다 면 의심 없이 따르는 것이 도리일 터. 커그너스는 로아도르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자 재미없다는 듯 콧방귀를 뀐다.
“자,그건 됐고. 다음. 야! 맥”
“네에에에!!”
커그너스와 함께 있던 덩치 커다란 남자. 로아도르가 처음에 커그너 스가 아닌가 의심했던 그 남자가 쿵쾅거리며 달려온다. 미리 준비해 둔 듯, 저 커다란 남자를 모두 채우고도 남을 거대한 거울을 들고 뛰어오 고 있었다.
“자,거울 보이지?”
거울 앞에서 커그너스는 파이팅 포즈를 취한다.
“이미지 하는 거다. 자신의 폼을 보고, 거울을 가상의 상대로 생각하 는 거야. 그리고 노리는 거다. 어디를 쳐 갈겨야 저 새끼가 뻗을 것인 가.저 새끼가 여길 공격해오면 어떻게 막을 것인가. 너 같은 경우에는 우리는 이걸 쉐도우라고 부른다만. 뭐 명칭 따위야 아무래도 좋겠지. 내가 봐줄 테니까. 자, 하루에 내가 가르치는 시간은 1시간. 그리고 쉐도우로 5시간이다. 나머지는 자는 시간 외엔 끝도 없이 대련이야”
한번 죽어 보라는 듯 커그너스는 히죽 웃엇지만 그것은 지금까지의 로아도르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를 모르는 태도였다. 지금까지와, 크게 다를 것 없었으니까.
사실, 그것은 사부의 지시다. 절대 예진가 뭔가는 머리의 생각보다 몸의 움직임이 빨라야 하는 것. 비를 감지하는 개미나 지진을 감지하는 곰처럼 인간 이상의 무언가를 일깨워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줘 패고, 몸으로 익히는 수밖에 없는 거다. 처음부터, 로아도 르에게 주어 진 것은 머리로 깨우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 말이 다.
‘흐음. 로아돌 녀석이랑 있는지도 3년 가까이 됐구만. 사부는 턱을 만지작거리며 커그너스에게 두들겨 맞고 있는 로아도르 를 바라보고 있었다. 커그너스에게 턱을 얻어맞고 공중으로 떠오르는 로아도르의 모습이 마치 슬로우 모션 같다. 사부는 오.”하는 감탄사와 함께 가볍게 박수를 친다.
그때. 퍼엉 하는 소리와 함께 하늘로 무언가가 솟구쳐 오르는 것이 그의 눈에 보였다.
“얼레?”
그 하늘로 올라온 것은 저 세계로 흩어진다. 붉은 빛이 세상에 감돌고 있었다. 그러나, 저것은 아무에게나 보이지 않는다. 저 빛을 볼 수 있는 자는 오로지 자격이 있는 자들 뿐. 천계의 신들이나, 혹은 지상에서라면.
가르안을 필두로 한 몇 안 되는 강자들뿐일 것이다. 저 쪽에 있는 커 그너스도 보이는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의미까지는 모르 는지 무슨 불꽃놀이 보는 듯 하지만 말이다.
“뭐야. 그 건달 녀석. 벌써 나올 때가 됐어? 사부는 귀찮다는 듯, 곤란하다는 듯 뒷통수를 긁적거린다. ‘시간이 좀......아니지, 바로 튀어나오는 것은 아니니까. 아직 여유 는 있구만. 커그너스랑 2, 년은 비비게 하려고 했는데. 시간 계산을 다 시 짜야겠네. 짧게 2년으로 잡고.
“관건은 녀석이 거기에서 몇 년안에 검을 쥐고 나오냐 라는 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