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제 10장. 절대 예지. 3
“오시오, 라? 어디서 사는 애송인지는 모르겠지만 네 주제에 나보고 오라가라 할 처지는 아닌 것 같은데 그래?”
시큰둥하게 말하는 커그너스. 납득이 가는 말이다. 건방진 저 언사는 모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그의 명성과 실력에 비해 로아도르 는 한참이나 뒤져 있는 것이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조금씩 다가간다.
그러나, 어느 정도 가자 더 이상 다가갈 수 없었다. 로아도르는 식은땀을 흘리며 커그너스를 노려본다. 그는 그저 서 있 을 뿐인데도, 도저히 다가갈 수가 없는 것이다. 도대체, 언제 어느 방향 으로 들어올 것인가? 그의 싸움 방식은? 로아도르는 커그너스에 대한 정보를 전혀 알지 못한다.
‘이것이, 라운 파이터....’
확실히 검보다는 간격이 짧을 것이다. 물론 마나를 사용한다면 간격 에 커다란 의미는 없어질 터이지만 그럴 생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게 다가 실내라는 점에서 로아도르에게 너무 불리하다. 검을 마음껏 휘두 를 수 없는 것이다.
한동안 이런 대치가 이어지자, 지겹다는 듯 커그너스는 하품을 하면 서 쫙 벌린 입을 손으로 톡톡 두들긴다.
슈슉.
그리고, 순식간에 로아도르의 앞에 그가 머리를 불쑥 내밀었다.
“대체 뭐하자는 거냐?”
“흐윽!”로아도르는 당황한 듯 소리를 지르며 목검을 휘두른다. 그러 나 목검은 애꿎은 탁상만을 박살 낼뿐, 커그너스가 맞았다는 느낌은 전 혀 오지 않았다.
그리고, 커그너스의 신형은 다시 로아도르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시 선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 로아도르의 귀에는 슈슉 거리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이다.
퍼억!
콰앙!
로아도르의 두터운 목검에 의해 주점은 거의 박살날 지경이었지만 커그너스는 스치는 기색조차 없다. 로아도르는 최대한 냉정히,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하며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향해 목검을 휘둘렀지만 한발, 아니 몇 발이나 뒤져 있는 느낌이다. 마치,
‘사부와도 같은 느낌이다 ’
재빨리 움직이면서도, 커그너스는 로아도르에게 제 할말을 다하고 있었다.
“내 가게를 다 때려 부실 셈이냐?기다려주기도 지겨우니까 내가 먼 저 공격하마”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로아도르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내뱉 고 만다.
“헉!”
쾅!쾅!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그저 갑자기 눈 앞에 커그너스의 파란 주 먹이 나타났고, 로아도르는 본능적으로 두 손으로 몸을 움츠렸을 뿐이 다.그러나 그 결과는 확실하게 나타났다. 주점의 벽을 뚫고.
바닥이 움푹 파일 정도의 일직선으로 튕겨 나가. 주점의 뜰에 있는 담에 가서야 멈춰 섰다. 투둑투둑.
그 담도 무사하지는 못했는지, 로아도르의 움츠린 머리 위로 돌가루 가 떨어진다.
단 일격. 어마어마한 위력이었다. 적어도 로아도르는 벽을 뚫고 나가 게 하는 못한다.
푸른색으로 타오르던 커그너스의 주먹이 원래대로 돌아오며 손을 위 아래로 턴다. 그는 별로 대단할 것도 없다는 듯 로아도르에게는 여전히 시선을 주지 않는다. 그저, 그 모든 광경을 말없이 팔짱을 끼고 보기만 하던 사부를 노려 볼 뿐이다.
애초에 커그너스는, 표정 없이 바라보고만 있던 사부에게 모든 신경 이 집중 되어 있던 것이다. 그는 화난 얼굴로 사부에게 따지기 시작했 다.
“뭐 하자는 거요? 뭐 하자고 이런 애송이와 나를 붙인 거요? 내가 그 리 우스워 보이오? 거 죽지는 않았겠지만 녀석 한동안 침대에서 벗어 나기 힘들 거요.”
그제서야 사부의 얼굴에 표정이 떠오른다. 입꼬리가 스르륵 올라가 있는 표정. 명백한 조소였다.
“죽지는 않았다?그 정도일 것 같나?”
그러자 커그너스는 흠칫 놀라며 뒤를 돌아본다. 어두침침한 주점과는 달리, 앞 뜰은 일광이 제법 잘 비취는 곳이었 다.그 한 없이 밝은 태양 아래에서.
로아도르가 어깨위의 먼지를 털고 있었다.
“뭐야 저건”
그는 자신도 모르게 멍청한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그제서야 커그너 스는 로아도르라는 존재를 인식한 듯했다. 태연한 척 하고 있지만 놀라고 있는 것은 로아도르 역시 마찬가지였 다.틀림없이, 제 아무리 소드 마스터건 뭐건 간에 어딘가 제대로 나갈 공격이었다. 하지만 로아도르에게는 버틸 수 있는 공격이었던 것이다. 커그너스의 움직임은 따라 갈 수 없지만 그의 공격은 버틸 수 있 다. 게다가 이곳은 좁은 주점 안이 아니다. 저 커다란 검을 마음껏 휘 두를 수 있는 하늘이 뚫린 공간. 게다가 자신의 힘. ‘단,단 한번만 제대로 먹혀 들어간다면! 그 자체가 필살의 일격이다.
수련은 헛되지 않았다. 격차가 분명한 것은 뒤로하고, 마스터라는 존 재를 상대로 두고, 무언가 어떻게 해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로아도르 에게는 무엇보다 고양되는 점이었다.
“다시 한번 해 봅시다”
척 하니 목검을 들어 올리는 로아도르. 그의 자신감 있는 목소리가 오만하게 들렸는지, 커그너스의 짙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흐음. 꽤나, 맷집이 상식 이상인데 그래.”
확실히 꽤 놀라긴 했지만 겁먹을 정도는 아니다. 게다가 저 녀석도 저렇게 시건방지게 나올 처지도 아니건만. 어딜 감히.
로아도르는 하늘 높이 검을 들어 올리며 커그너스에게 달려들었다. 부우웅!
하늘을 반쪽으로 가르는 듯한 대검.
일반적인 수준이라면 상당히 빠른 속도지만 마스터의 경지에 이른 커그너스에게는 눈 감고도 피할 수 있는 느린 속도였다. 다만, 콰아아앙!!
파지지직!
‘뭐,뭐야 저거.’
그 파괴력만큼은 일반적이라 볼 수 없었다. 단한번의 휘두름에 땅이 저렇게 패이다니. 게다가 목검이 버티질 못 하고 부러져 나가 버렸다.
그리고 이건, 로아도르에게도 예상외의 결과였다. ‘이런 ’
생각보다, 너무 힘을 주어 버렸다.
“이,애송이가!”
아주 잠시였지만, 넋이 나가 있던 커그너스는 이를 뿌득 갈며 로아도 르에게 달려든다.
순간적으로나마, 자신이 겁을 먹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는 듯, 커 그너스는 고함을 지르며 로아도르에게 주먹을 휘두른다. 로아도르의 안면을 향해 날아가는 주먹. 그것은 조금 전과 같이 막았지만. 그와 동시에 커그너스의 왼 주먹이 로아도르의 배에 꽂힌다. 퍼억!
“크흑!
입에서 소량의 침을 흘리며 신음을 뱉어내는 로아도르. 막은 부분과 달리 배로 꽂힌 주먹은 기절할 정도로 아팠지만 강철과 같이 단련된 복 근이 버텨주고 있다.
그리고, 깨끗하게 보디에 주먹을 꽂아 넣은 커그너스는 다시 한번 경 악하고 있었다.
‘뭐,뭐야 이건! 내가 지금 바위를 때리고 있는 건가 ’ 어마어마한 맷집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자신이 말했던 대로 이 녀석 의 몸은 상식 이상이다.
애초에 이런 인간이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는 커그너스. 마스터라 불리는 자. 제 아무리 바위라 하더 라도 맨 주먹으로 부실 수 있는 경지에 올라 있는 자다. 퍼렇게 불타오 르는 그의 주먹은 좀 전과는 달리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네가 그토록 단단하다면, 내가 다 부숴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