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세컨드-53화 (53/100)

누구 하나, 살인마를 잡으러 가는 용사로 봐주지 않았다. 제목      제  10장. 절대 예지. 1

“와아아아아!”

가르안이 다시 수도에 돌아오자,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가 그를 기다 리고 있었다..가르안은 어리둥절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뭐냐 이건”

어마어마한 인파였다. 제국의 사람들은 모두가 나와 있지 않을까 싶 을 정도로. 사람들은 가르안의 얼굴을 한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 자리 싸움을 하고 있을 정도였다. 가장 앞에 선 사람들은 둘도 없을 영광이 라는 듯 눈을 반짝 거리고 있다.

“와아  ~! 그랜드 마스터 만세!”

“제국의 위대한 수호자!”

“사악한 드래곤을 물리치다니!멋져!”

가르안은 다시 한번 어리둥절해진다. 딱히, 저들을 구하겠다거나 하 는 욕심으로 나선 것은 아니었건만.

“뭘 그렇게 모르겠다는 눈길로 허둥거려? 모르겠어?우리는 지금 드 래곤 슬레이어가 되어서 귀환하는 거라고”

카시레타가 함빡 웃음을 사람들에게 손을 흔든다. 베르패트는 쑥스 러운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가르안은 한숨을 내쉬며, 카시레타처 럼 손을 든다.

그러자, 위뢰와 같은 박수가 쏟아진다.

‘이것 참. 곤란하네.’

가르안은 쑥스러운 듯 약간 얼굴이 붉어진다. 하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다. 너무 좋다. 많은 사람들이 자 신이란 존재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환호해준다. 그가 언제 이런 대우를 받아 봤을까.

좀 더, 좀 더 사람들에게 환영받는 존재가 되고 싶다. 그렇다.

난 영웅이 되고 싶다.

가르안은 자신의 손을 바라본다. 지금의 이손에는 그것을 이룩할 힘 이 존재한다.

“대마왕은 내가 반드시 무찌르겠다”

까앙!까앙!

남자는 검을 두들긴다. 덕지덕지 붙인 쇳덩어리는 이제, 하나의 검의 형태를 갖춰 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역시, 검이라고 부르기에는 미 숙하다.

날도 서 있지 않다.

가드와 구분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사람이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빛나는 검에 지지 않고자, 크기를 키우고, 그 광채에 지지 않고 자,점점 더 거무튀튀하고 두꺼워져 가고 있는 쇳덩어리. 이미 모든 것은 상관없다. 어찌 되어도 녀석에게 이길 수 있는 검만 이 필요할 뿐이다.

남자는 계속 두들긴다.

검은 점차 점차 커져만 간다. 오로지 강해지기 위해. 그리고.

그나마 있던 작은 꽃들은 점차 커져가는 검의 그늘의 가려 시들어 간 다.

나란히 있던 꽃. 언제고, 검을 덮어 주웠던 온화하고 강인한 꽃. 그 옆을 지키는 부드러운 꽃.

그리고, 생기발랄하게 빛나던 꽃.

남자에게 지금, 꽃을 돌아볼 여유는 없다. 그에게는 그저, 한 자루의 검만이 보일 뿐이다. 우걱우걱.

로아도르는 방금 찢어버린 트롤의 상체에 턱 하니 걸터앉아 마른 육 포를 뜯고 있다. 텅 비워버린 눈동자에는 사람의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 다.이미, 그토록 중요시하던 예식 따위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그 에게 가득한 것은 허기였기에.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다. 먹는 즉시, 대부분이 몸으로 가는 것이 느껴질 정도다. 그리고 더 내놓으라 소리치 고 있다.

꽤나 효용성이 낮아진 몸이 되어 버리고 말았군 그래. 배가 조금이나마 차자 눈빛이 돌아온 로아도르는 피식 웃었다. 오죽 하면 몬스터를 먹어야겠다는 생각까지 들고 있는 것일까. 여유 있게 식사를 제대로 챙길 수 있는 시간은 남지 않는다. 그 외에 는 모조리 단련에 힘을 쏟을 뿐이다. 그야말로 몸을 쉬는 시간은 식사 할 때와 잠을 잘 때뿐이다.

하지만, 그 식사 시간조차 아까워진다. 그렇기에 이런 시체 더미 위 에서도 얼마든지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흐음. 이 정도면 뭐.”

몬스터를 둘러보며 사부는 고개를 끄덕인다. 검과는 달리 몸을 쓰는 것은 체계가 잡히지는 않았지만 대략적은 틀은 잡은 것 같다. 몬스터를 물리쳤다는 증거를 용병 길드에 제출해야 보수가 나오기 에,사부는 그 흔적들을 긁어모으며 다른 고민거리를 말한다.

“그나저나, 정말 버는 족족 먹는 값으로 나가니까 곤란하군 그래”

“그렇습니다. 강해지는 것도 좋지만 유지비가 많이 나가는군요.”

“몬스터라도 먹어 보지 그러냐?”

사부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입고리를 스륵 올린다. 그러자 방금 전 까지 그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로아도르는, 왠지 모르게 자신에게 혐오감이 느껴졌다.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음,농담 같이 들리겠지만 진짜라구. 그럴 수도 있는 거지.”

“그런 상황이 어디 있겠습니까?”

“왜 없어? 예를 들면, 던전에서 몇 년 썩는다던가 하는 경우에는 몬 스터라도 먹어야지”

농담을 좋아하지만 실 없는 사람은 아니다. 로아도르는 눈을 번쩍인 다.

“던전에 들어갈 일도 있는 거군요.”

사부는 혀를 찬다. 나중에 알려주려고 했건만 말만 듣고 알아 버리다 니.그것도 눈치 챘으면 혼자 그런가보다 할 것이지 왜 입 밖으로 내고 난리냔 말이지.

“뭐 어쨌든, 이제야 커그너스가 있는 데온에 도착했군 그래. 손톱이나 몬스터의 수급 따위를 말에 안장에 잔뜩 실은 사부는 허리 를 톡톡 치며 멀리 보이는 산을 바라본다. 저 산을 넘으면 엘로운과 또 다른 나라인 데온. 마스터를 보유하고 있는 중소 국가 중에서도 돋보이는 나라다. ‘피스트 마스터. 커그너스.’

마스터라 불리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첫 번 째는 스승이었던 엘리엇.

두 번째는 가르안이다.

그리고 이 세 번째는 어떤 식의 만남이 될 런지, 사부는 한마디도 해 주지 않았다. 다짜고짜 끌고 가서 싸우라고 할 수도 있다. 사부는 능히 그럴만한 사람이니까.

로아도르는 걸음을 옮긴다. 전보다 세배는 무거울 것 같은 바위를 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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