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세컨드-48화 (48/100)

사부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떠올리며 큭큭 웃었다. 제목      제  9장. 오우거 슬레이어. 3

‘도대체 사부의 정체는....

한참동안이나 손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로아도르가 마법에 조예가 깊은 것은 아니었지만, 아주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물론 마법 의 발생 원리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은 마법사가 할 일이지만, 그 사용 법과 효용성은 다스리는 자가 해야 할 일. 바이파 가문의 휘하에도 적 지 않은 마법사가 있기에 어떤 마법을 어디에 사용해야 하는지. 즉, 세 상에 어떤 마법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어지간한 마법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육체와 어떤 물건을 연결시키는 마법이라? 들어 보지도 못 했다.

정상적인 마법은 아닐 터이다. 연관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왔냐.

그때 나지막이 들려오는 사부의 목소리에 로아도르는 생각에서 빠져 나왔다. 어느새 사부가 있는 물가에 다다른 것이다. 로아도르는 고개를 휘휘 저으며 뇌리 속에 있던 것을 지웠다. 사부는 악당이 아니다. 용사의 의지를 잇는 자라고 했다. 그 방법이 제 아무리 기괴하다고 하더라도 한 마을을 산사태로부터 구원하지도 않았던가.

눈을 감고, 깍지를 낀 손으로 머리를 받쳐 편안한 자세로 잠들어 있 는 듯 했지만 역시 사부의 감각은 일반인의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 다.

"오 멧돼지인가. “

맛있겠다는 듯 사부는 입맛을 쩝쩝 다신다. 사부의 시선을 무시하며 로아도르는 능숙하게 멧돼지를 손질해서는 불 위에 올린다. 이것 역시 처음에는 못하던 일이다. ‘이 내가 백정 노릇까지 해야 한다니            ’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었다. 그 대신, 전과는 달리 사부에 대한 원망은 많이 사라졌다. 믿음이 생긴 것이다.

그저 이 사람을 따라가면 된다고.

“사부. 국경을 넘어야 하는 겁니까?”

태평하게 말을 하고 있지만 로아도르의 모습은 지극히 희극적이었 다.제대로 세탁도 못한 복장에 더러운 얼굴. 그 화사했던 금발은 먼지 로 뒤덮여 갈색으로 보일 지경이었으니. 한 손에 통으로 구운 돼지 뒷 다리를 하나 떡하니 들고 있는 모습은 차라리 산적에 가까웠다. 게다 가, 그 돼지고기를 먹는 속도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다고도 볼 수 있 었다.

막 나왔을 때의 준수한 모습은 거의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그 특유의 분위기만은, 근  1여년에 이르는 시간이 지나도 변 하지 않았다. 많이 변했지만 그는 누가 봐도            ‘로아돌   이라고 알만한 그 분위기. 별로 영리하지도 않은 놈이 생각은 깊어서, 견디지 못할 정도 로 불편한 생활이었을 텐데 한마디의 불평도 하지 않고 있다.

“사부?”

“아,대륙 서쪽 끝으로 가야해. 거기다가 여기저기 들렸다가 갈 생각 이니까 한    7, 8년쯤 걸리지 않을까 싶은데.”

생각보다 긴 시간에 로아도르는 인상을 찌푸렸다.

“어디에 들리는 겁니까?”

“일단, 의지는 얻었으니까 다음의 힘을 얻어야지”

“또,입니까.”

확실히, 강해지기는 했지만 전과 같이 뼈를 부수는 것은 사양하고 싶 었다. 사부가 하라면 해야 했기에 더 와 닿는 공포다. 그러자 사부는 낮 게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후후후후. 너무 걱정하지 마라. 전처럼 몸에다가 뭔 짓거리를 하는 것은 아니니까”

대신, 맞아 죽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뭐,물에 빠져 죽을 수도 있고. 사부는 뒷말을 삼키며 고기를 씹는다. 당연히 사부의 속내를 알 리가 없는 로아도르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 겉으로 하지 않 을 뿐 한숨이 날로만 늘어가는 것만 같다. 로아도르는 당면한 문제에 집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경을 넘기는 힘듭니다. 전..”

바이파의 이름을 가지고도 외교의 문제가 아닌 한 넘기가 힘든 국경 이다. 아니, 원래대로라면 언제나 전란에 휩 쌓여 있는 엘로운에 갈 이 유가 없다.

“누가 정식 절차를 밟자든?게다가 너 가출 중이잖아. 나  ‘로아도르 반 바이파요     ’하면 그대로 끌려 갈 텐데?”

“그럼, 밀입국을 하자는 겁니까?”

“그렇지. 뭐야, 눈 안까냐.”

사부의 말에 부릅떴던 눈을 아래로 내린다. 하지만 굴복한 것은 아니 었다.

이제, 범죄까지 저지르란 말인가. 그것은 로아도르의 자존심이 용납 하지 않았지만, 달리 방법도 없다는 것이다. 바이파의 이름을 버린 이 상,무슨 짓을 한다 하더라도 합법적으로 움직일 수는 없겠지. 그리고 국경에 이르러,

사부와 로아도르는 재빨리 숲 안으로 뛰어 들었다. 저 멀리서 보이는 먼지 구름. 척 봐도 기마대가 순찰을 돌고 있는 것이 확실한 것이다. 두두두두!

순찰중인 듯, 그리 빠르지 않은 속도로 방금 전까지 사부와 로아도르 가 있던 곳을 스쳐 지나간다. 로아도르가 지금까지 달려온 곳에는 바위 가 끌린 흔적이 가득했지만 저 먼지 투성이 속에서 그것을 발견할 이는 없을 터이다.

왜 이 내가 제국의 병사를 보고 숨어야 한단 말인가. 로아도르의 속 내는 말로 표현을 못할 지경이었다. 사부는 잔뜩 침울해져 있는 로아도 르를 보며 뒤통수를 살짝 치며 눈을 부라린다. 국경의 주위는 확실히 삼엄했다. 기마대가 지나가자, 로아도르는 보 라는 듯 쇠가 잔뜩 달려 있는 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국경을 넘기는커녕, 돌아다니는 것은 힘들겠습니다.”

온 몸에 쇳덩이를 주륵 주륵 달고, 그걸로 모자라 바위까지 끌고 다 니는 사람을 쉬이 국경을 넘게 해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니, 평화로 운 제국 영지 내라 할지라도 들여 보내 줄지는 의문이다. 물론 제국내 에서 영지에 들어 갈 때에는 벗고 들어갔다. ) “뭐,그렇긴 한데, 기껏 만들어 뒀는데 이것 참, 그냥 버리고 가기도 아깝고....”

모처럼 사부가 곤란해 하는 모습을 보이며 어찌할지 고민하고 있었 다.그러자 로아도르가 의아한 말투로 물었다.

“다시 만들면 되지 않습니까?”

쾅!

사부의 강맹한 주먹이 로아도르의 뒤통수를 때린다. 그것도 익숙한 일이라 로아도르는 묵묵히 고통을 견디며 사부의 말을 기다리고 있 다.

“이 멍청한 도련님 같으니라구. 네가 아직 경제관념이 제대로 안 잡 히나 본데, 우리 지금 수중에 돈이 얼마 안 남았거든?”

하기사, 돈 관리를 전부 사부가 해왔으니. 실재로 로아도르가 봐오던 돈의 액수는 일반인의 생활 운운할 것이 아니라, 영지 운영비 수준이 다.거기에 개인적으로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사는  ’것이 아니라, 시종 에게   말 ’을 하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던 도련님중의 도련님인 것이다. 기사 가문인 만큼 검소한 생활을 했다고 하지만, 역시 일반인과는 비교 대상이 틀렸다.

생각난 김에 돈주머니를 꺼내 들여다본 사부는 낮은 심음을 흘리고 만다.

“으음. 진짜로 위험하다. 네 녀석이 하도 먹어 되니까 이런 일은 예상 하고 있었지만. 돈이 없으면 움직일 수 없어.”

로아도르는 할 말이 없다는 듯 입을 꾹 다문다. 거의 돼지 한 마리로 한 끼 식사를 하게 되는 육체를 가지고 말았으니까. 화재를 돌리기 위 해 로아도르는 사부에게 물었다.

“국경은 어떻게 합니까?”

“아,그렇지. 일단은 국경이 문제지”

한참이나 고개를 까딱거리며 생각하는 사부. 이윽고. 결심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뭐,별 수 없지. 달리는 수밖에.”

“예?”

사부는 사악한 웃음을 흘리며 말한다.

“지금까지 달리기만 했는데, 이제 와서 잡힌다거나 하지는 않겠지? 달리기의 달인인 제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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