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세컨드-43화 (43/100)

제목      제  8장. 누구나 다른 이를 부러워한다. 3 사부는 다시 장갑을 끼고. 나무 앞에 궁상맞게 털썩 주저 앉았다. 그리고.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에 로아도르는 기품과 예의를 잊고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사삭!사삭!

오로지, 힘과 속도로. 그것도 오로지 수도        手刀  )만으로 나무를 깎아 내는 것이 아닌가?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는 것이 다른 이들이 본다면 마치 버섯 같은 것을 채취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여유로운 모습 이었다.

한참이나 나무를 가다듬던 사부.

“자,다 됐다”

사부가 수도로 만든 것. 그것은   3미터 정도 되어 보이는 목검이었다. 아니, 아마도 그럴 것이다. 검폭이    1미터. 검신이    2미터   50센티는 되어 보이고 자루만      50센티가 넘어 보이는 것도 검의 형상이라면 말이다.

“이,이게 뭡니까?”

“뭐긴, 앞으로 네가 연습할 검이지.”

히죽 웃으며 사부는 그것을 들어 올린다. 부우우우웅!

어마어마한 바람 소리와 함께 그것은 사부의 손에 들렸다. 하기사 맨 손으로 저것을 만들어 내는 사부가 단번에 들어 올렸다 하더라도 이상 할 것은 없지만. 근본적으로 어딘가 맞지 않는다. 검이 너무나 커서, 들 고 있는 사부가 이상해 보이는 것이다. 코볼트에게 마상용 투핸드 소드 를 들려주면 저런 모습이리라.

사부는 대수롭지 않게 그것을 몇 번 휘둘러본 후, 로아도르에게 손짓 한다.

“자,들어봐.”

“이,이것을 말입니까?”

“그럼 설마 나를 들라고 하겠냐? 와서 빨리 들어 봐.”

들 수 있을 리가 없다. 카타나처럼 검신이 얄팍하다면 간신히라도 들 어 올릴 수도 있겠지만 저 것은 검폭만 하더라도                 1미터. 거의 통으로 된 나무나 다름없는 무게이다.

“끄윽!

쿠웅!

아니다 다를까, 사부에게서 넘겨받는 순간 들어 올리지 못하고 바닥 에 떨어뜨리는 로아도르. 사부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 다.

“이게 다음 과제다. 이거, 일반 검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해놔”

바닥의 목검을 들어 올리려고 애를 쓰던 로아도르. 아무리 힘을 써도 바닥에서 조금 띄우는 것이 고작일 뿐, 들어서 베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일어나 불만 섞인 눈으로 사부를 바라본다.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 정도의 검은 사용할 수도 없고, 또 설령 사 용할 수 있는 힘이 있다 하더라도 이렇게 검신이 길어서야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한  3미터쯤 되는 거인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로아도르의 체구는 또 래의 나이보다 조금 더 큰 정도. 180센티미터가 조금 안 되는 키이다. 체구에 맞는 검을 써야 한다.

병장기가 길다고 이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 길어, 사용하는데 불편할 것이다.

로아도르의 태도에 사부는 삐친 듯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가, 턱을 손 가락으로 두들기며 생각에 잠긴다. 얘기를 하면 통하는 놈이니 말로 해 보겠다는 거다.

“그랜드 마스터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지?”

“네?”

“보통, 검에서 하얀색의 오러가 피어나면 그 자를 소드 익스퍼트라 부른다. 그리고 하얀색에서 푸른색으로 바뀌면 소드 마스터라 부르지. 누가 정해 놓은 것인지는 몰라도 참 알기 쉽다. 그렇지?”

사부는 피식 웃으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마치, 알 수 없는 이에게 조 소를 보내는 것처럼.

“그렇다면, 그랜드 마스터는 어떨까? 뭘 알고 있지?”

로아도르는 고개를 저었다. 알지 못한다. 엑시엘에 대한 전설은 오로 지 그의 업적에 관한 것만이 전해질 뿐이다. 그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 식으로 싸우는가에 대한 것은 바이파 가문에도 남아 있지 않다. 그랜드 마스터. 소드 마스터의 경지를 뛰어넘은, 신에 근접한 자들. 수백년에 한번 나오는 이들에 대해 그리 자세한 정보가 남아 있을 리 없다.

“그래, 그랜드 급이란 건, 사실 꽤나 무식한 짓을 해야 얻는 칭호다. 육체의 완벽한 재구성. 그리고 검에서 무지갯빛이 흘러나오는 게 아니 라,그 짙푸른 오러가 계속해서 길어져서, 3미터에 이르게 되는 거지. 단순하게 말하지만, 칼 한번의 휘두름에         3미터의 적이 죽는다는 얘 기니, 그 위력은 말로 할 수 없을 것이다. 홀로서 몇만명의 병사에 해당 한다는 무력도 완전히 빈 말은 아닌 것이다. 실상은 무지 단순한 그랜드 마스터의 정체에 대해서라기보다는, 저 자신과 밀접할 것 같은 구체적인 숫자에 로아도르는 어이가 없었다.

“.....그러니까, 저도   3미터짜리 검을 휘둘러야 한다는 것입니까?”

뭐 이런 무식한 소리가 다 있는지.

“오!웬일로 이해가 빠르군 그래!”

사부는 손가락을 튀기며 환호한다.

그럼, 한 5미터쯤 되는 검을 휘두르면 신이겠습니다. 로아도르는 속 으로 자신도 모르게 빈정되는 소리를 내뱉고 만다.

“하지만, 제가 이 검을 들 수가 없지 않습니까.

“어허. 여기서 또 나를 실망시키는군. 말했을 터다. 절대 의지란, 끝 없는 성장을 의미한다고.”

사부는 정색하며 로아도르의 어깨를 두들긴다.

“들 수 있을 때까지 시도해. 아주 조금이지만, 너는 의지의 힘을 사용 했다. 네 힘은 네가 하기에 따라 무한히 성장하지, 그 회복력도 남들과 는 다르다. 틀림없이 할 수 있어. 넌 저 검을 사용할 수 있다.”

그리 단정 지어 말하고 사부는 휘휘 다시 들어가 버린다. 생각해보 면,사부는 이렇게 툭 지시만 하고 자신을 홀로 두는 경우가 많았다. 로 아도르는 한숨을 푹 쉬며 목검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나무 뭉치를 바라 본다.

“무한히 성장한다. 그러니까. 나는 이 검을 들 수가 있다.”

그는 중얼 거린다.

사부가 하는 말이 액면 그대로 와 닿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왜 대 검을 사용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눈앞에서 맨손으로, 사부가 만들어낸 검이다. 사부의 그 힘은 믿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못한다고 가만히 고민하는 것보다는,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할 터이다.

검을 눈앞에 두고, 로아도르는 팔만으로 지탱해 엎드린다. 그리고 정 면을 바라보며 팔굽혀 펴기를 시작한다. 단번에 성장하는 것은 그에게 주어지지 않은 일이다. 그 무한한 성장 이라는 것을 믿고, 힘을 키워나가야겠지. ‘그래, 이 정도에서 멈추면 안 되지.

창가에서 로아도를 바라보며 입에 뭔가를 우물거리는 사부. 겉모습 만 보면 동내 뒷골목에서 좀 놀던 백수 같지만, 눈만큼은 마왕을 물리 쳤다던 용사와 필적할 정도로 번뜩이고 있다. 물론 그도 알고 있다. 자신이 하는 말은 억지다. 녀석도 그것을 의심 하고 있을 터이지만, 우직하게 따라주고 있다. 그가 저런 대검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 로아도르에게 어울리는 것은 ‘그 검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 검 외에 버틸 수 있는 무기도 존 재하지 않을 것이다.

신과 동격이라 취급받는 마왕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그 뒤에 신과 동격이라 불릴만한 녀석과 마주하기 위해서는. 신들에게조차도 잊혀진 태고적 이야기들의 주인공. 신들 이전에 이 땅을 지배했던 자들. 신들과 싸워가며 멸망해 나간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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