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제 8장. 누구나 다른 이를 부러워한다. 2 까앙!까앙!
쇳소리는 계속해서 울려 퍼진다. 검은 점점 더 조잡해져 간다. 까앙!까앙!
이미 검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 같다. 기웃기웃 붙인 쇳덩어리 뭉치 에 불과하다.
까앙!까앙!
이상한 그 고철 덩어리는 점차 커져만 가고. 까앙!까앙!
그래도 그는 계속 검을 두드린다.
그리고. 1개월이 더 지난 후.
로아도르는 몸을 일으킨다. 온 몸이 욱신거리지만, 고통에 격해 움직 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이미 다 붙었다고 여겨지는 부분은 붕대를 풀었다. 그는 주먹을 꾸욱 쥐어 본다. 뚜두둑 거리는 뼈가 마찰 하는 소리와 함께 힘이 가득 들어간다. 틀림없이 두 달이 넘도록 누워 있어 있었으니 몸의 근육이 죽었어야 정상인데, 어찌 힘은 한층 더 들 어가는 느낌이다.
이것이, 그 의지라는 녀석의 힘인가?
고개를 갸웃 거리는 로아도르. (그와 동시에 목에서도 두두둑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그리고 그 옆에서는 신관들이 한 마리의 괴수를 경악한 눈으로 바라 보고 있었다.
“자,자네 혹시, 하프 트롤이 아닌가?”
찌릿.
“무례하십니다.
영광스러운 대 바이파 가문의 적자인 자신을 몬스터에 비유하다니! 살기가 섞인 눈으로 신관을 노려보자 반 농담으로 얘기했던 그는 입을 다물며 뒤로 물러난다. 그러자 사부의 강렬한 주먹이 로아도르의 머리 통을 내리친다.
“크윽.
“아,너무 신경 쓰지 마. 이 녀석, 진짜 농담 안 통한다니까. 야야 로 아돌. 너도 눈깔 안 까냐. 이 녀석들이 그 동안 돌봐준 것 잊었냐?”
그제서야 신관들을 살피는 로아도르. 그러고 보니 다들 안색이 파리 한 것이 제대로 지친 모습이다. 그게 다 자신 때문인데 작은 무례를 범 했다고 은혜를 잊고 말았다. 로아도르는 몸을 반쯤 일으켜, 예를 표한 다.
“그 동안, 나를 돌봐주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은혜를 잊고 잠시 실례를 범했습니다”
그에 당황한 것은 신관들이다. 몸을 일으킬 때 어어! 하면서 말리려 고 했지만 멀쩡하게 일어나지 않는가!게다가 저 정중한 태도라니. 저 망나니 같은 사부와 비교했을 때 둘도 없이 예의가 바른 모습이다. 그 동안 붕대로 둘러 싸여 있어 몰랐지만 이 남자. 굉장히 단정하고 잘생 겼다. 귀족일 것이다. 그것도 상당한.
저토록 기품 넘치는 행동이건만, 그 사부는 아랑곳 하지 않고 그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는다. 대견하다는 표시였다. 3개월 잡은 것을 3분지 1이나 줄이다니. 녀석을 조금 얕보고 있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할 것 같 다.
사부에게는 나름 칭찬의 표시였지만, 아버지도 쓰다듬은 적 없는 자 신의 머리를 매만지다니. 로아도르는 불만 가득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 보았다.
다음날, 로아도르는 완벽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참상에 오래 누워 있 었지만 서 있는 것은 그리 어색하지 않았다. 그제서야 자신이 비정상적 인 것을 느꼈다. 남들이야 빨리 낳았네 뭐네 하더라도 2개월 동안 침대 에만 누워 있던 것은 사실이니 와 닿지 않지만, 몸의 상태가 지나치게 좋은 것이다.
손에 깍지를 끼고 쭉 들어 올린다. 전신에서 두둑 거리는 소리가 들 린다. 사부의 말 때문인가. 그토록 저주하던 이 육체. 조금은 마음에 든 다.
이 녀석은 이리도 힘을 갖추고 있었는가? 그때, 방으로 사부가 어슬렁거리며 들어온다. 손에는 낯익은 것을 들 고 있다.
“얼씨구. 벌써 몸을 풀고 있냐. 잘됐네. 야,나와 봐.”
그리 말하고 사부는 로아도르에게 검을 집어 던진다. 로아도르가 가 문에서 나왔을 때 가지고 나온 검이다. 달리기만 하고 그동안 검은 건 드리지도 못하게 하더니 이렇게 쉽게 쥐게 되다니. 로아도르의 입가에 가벼운 미소가 떠오른다. 이러쿵 저러쿵 해도, 검을 손에 쥐고 있을 때 의 기분이 가장 좋다.
신전 뜰의 공터에 마주선 사부와 로아도르. 휘익.
로아도르는 가볍게 한번 휘둘러본다. 그런데 어째, 검이 가볍다. 무 거운 오거 린에 익숙해져 있던 탓일까? 그러고 보니 롱소드를 쥐어 본 것도 몇 년만이다.
사부도 나름대로 몸을 푸는지 발끝으로 통통 튀며 주먹을 쥐었다 폈 다 하고 있었다.
“일단 가볍게 몸이나 풀어 보자.”
몸이 다 풀렸는지, 뛰는 것을 멈추며 그는 품에서 장갑을 꺼낸다. 예 의 엘리엇의 오러 소드를 단번에 막아내었던 그 장갑. 그러고 보니, 세 삼 사부의 정체가 의심스럽다. 근본적으로 어떤 사람인지는 둘째로 치 더라도.
사부는 도대체 어떤 무기를 사용하는 사람인지가 의심스럽다. 검사 는 아닌 것 같다. 격투가가 가장 맞는 것 같으면서도, 어째서인지 더 한 것을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감출 수가 없다. 장갑. 그리고 얼핏 보았던 망토. 그것을 전부 착용해야 사부의 진면목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망토 란 사실, 무기라고 볼 수 없음에도 말이다.
“뭘 그렇게 멍하니 서 있어? 덤벼봐.”
로아도르는 그제서야 퍼득 정신이 든다.
“사부는 저 정도는 장갑 없이도 상대하실 수 있지 않습니까? “음? 아,그렇긴 한데. 다칠지도 모르니까. 내 피부는 섬세하거든”
로아도르는 미간을 찌푸리며 사부를 바라본다. 저 사부가 다친다고? 전혀 예상하지 못하겠다. 목에다 칼을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 건만.
“갑니다!
어쨌든 간에 오랜만의 대련이다. 로아도르는 온 힘을 다해 사부를 향 해 검을 내리쳤다. 턱!
움직이지도 않고, 장갑을 낀 손만으로 척 하니 받아내는 사부. 로아 도르는 뒤로 물러나며 횡으로 베어 들어간다. 턱!
역시나, 한 손으로 잡아낸다.
저 장갑은 도대체 무슨 재질로 되어 있는 건지, 검 날이 전혀 먹혀들 지 않는다. 하기사 오러 소드도 막아내는 저 장갑을 어떻게 하겠냐만 은.로아도르는 검을 휘두르면서 허무함을 감출 수 없었다. 연신 베어오는 로아도르의 검을 손으로 척척 받아내며 사부는 고개 를 끄덕인다.
“흐음. 기본 검술은 역시 잘 되어 있군. 그건 따로 안 가르쳐 줘도 되 겠어.”
나름의 칭찬이란 것을 알면서도, 마음 속 한 구석에서는 울컥한다. 전신전력으로 승부에 단번에 깨졌다면 모를까, 마치 상대를 살살 약 올 리는 듯 한 이 느낌. 당연하다고 느끼면서도 오기가 생겨 로아도르는 한층 더 강한 공격을 행한다.
‘흐음?이 녀석....
자신도 모르게 비웃음이 나오지만, 나름대로 감탄도 섞여 있다. 이 나조차도 이겨먹으려고?
필사적으로 검을 휘두르는 로아도르.
턱!턱!
하지만.
사부는 이제 보지도 않는다. 그는 손만 움직이며 로아도르의 검을 턱 턱 잡아내고 남는 한손으로는 턱을 매만지고 있다. 기사 가문의 아들이라 그런지, 검 자체는 상당히 숙련된 솜씨다. 다만,
턱!꽈악.
마지막으로, 사부는 로아도르의 검을 잡고 힘을 꾹 주었다. 그는 필 사적으로 검을 빼내려고 했지만 검은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여기까지.
이 녀석은 너무나 검사로구만.
검 한자루에 생명을 거는 타입.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 과 이기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강제적으로 검을 내리며 대련을 종료한 사부는 장갑을 벗으며 로아 도르에게로 다가갔다.
“어디보자. 몸에 이상은 없지?”
“잘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전보다 잘 움직이는 것 같아 이상할 정도다. 농락당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어, 로아도르의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다.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사부는 로아도르의 몸을 만 지작거리며 특별히 상한 곳은 없는지 살피고 있다.
“좋아. 몸은 괜찮군. 그럼 다음 과제로 넘어가 볼까”
빙글 돌아서 사부는 뜰에 있던 정원수들을 하나둘씩 살피기 시작한 다.신전 자체가 오래된 건물이라, 뜰에 있는 나무들도 전부 굵고 단단 해 보였다.
그리고, 결정을 내렸는지 한 나무 앞에 서서는. 퍼억!
와직끈!
둘레가 한아름은 될 것 같은 나무를 발로 차서 쓰러뜨리고, 쓰러지는 나무를 손으로 턱 하니 잡아 바닥에 내려놓는다. 로아도르는 경악한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다. 세삼 느끼는 것이 지만, 사부는 역시 사람의 경지가 아니다. 그런데,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