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아도르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홀로 그렇게 맹세했다. 제목 제 6장. 절대 의지. 4
“자아, 달려라.”
수도의 외곽에서 나오자마자 하는 말이 이거다. 그러나, 로아돌은 아 무런 의심 없이 달리기 시작한다. 사부라 부르는 자는 어디서 준비했는 지,큼지막한 거대한 준마 한 마리위에 올라타 심드렁하니 로아돌을 내 려다보고 있다.
타닥타닥.
성의 바깥에 있는 마을 사이를 뛰기 시작하는 로아돌. 마을 사람들은 갑자기 뛰기 시작하는 한 청년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생각만큼 이상한 것을 보는 눈치는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그의 복장은 결 코 도련님이라고 봐줄 수 없는 까닭이다.
“어허. 지금 그거 달린다고 달리는 거냐?”
로아돌의 달리는 속도가 빨라진다. 그러나 스승의 눈초리는 따갑기 그지없다. 지금도 거의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는 것인데, 실재로 사부의 말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그럼에도 성이 차지 않는지 한참동안이나 노 려보다가 그는 결국 한숨을 푹 쉬었다.
“그래, 지금은 이 정도가 한계냐. 더 빨리 뛰면서 들어라. 혹시 말이 다. 마차에 치일 뻔한 아이를 구하기 위해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한 어 머니의 이야기는 들어 본적 있냐?
마차 타고 다니던 위치이지 마차에 치이는 위치는 아닌 로아돌이다. 전속력으로 달리는지라 대답할 세도 없었다. 그저 숨을 헐떡이며 고개 를 저을 뿐이다.
“그래 없다 이거지. 뭐 말하자면 그런 일이 있다. 10미터를 거리를 순 식간에 뛰어 아이를 구해냈다는 지극한 모정을 나타내는 얘기지. 농담 같지만 이건 진짜 있었던 일이라구. 자, 여기서 한번 생각해 볼일이다. 지금 너, 10미터 뛰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볼까?”
그리고 로아돌이 정확히 10미터를 뛰는 동안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다음에 한마디 했다.
“우와!무지 느리구나 너!”
말 할 세도 없어서 대꾸는 하지 못했지만, 로아돌은 순간적으로 발끈 했다. 나름대로 체력적 단련을 꾸준히 해왔고, 달리는 것은 남들에 뒤 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던 말던, 사부는 마차 위에서 곡예라도 하듯 달리는 말 위로 올 라가 두 손을 쫙 벌리며 하늘을 끌어안는다. 그럼에도 멀쩡히 잘도 서 있다.
“넌 그 아낙네가 순간적으로 발휘한 그 속도보다 한참 느리다구! 무 지 느려!자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너처럼, 무식하게 단련만 해온 녀 석이 왜 그런 아낙네와 비교를 해야 당해야 하는 걸까?그냥 칼 붙잡고 싸우는 거면 네가 이기겠지. 그러나, 단 한 순간이었다 할지라도 넌 그 아낙네한테 졌다 이거다! 푸하하”
누가 봐도 명백히 비웃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큰 웃음이었다.
“어허. 속도 줄어든다. 참고로 그 가르안이라는 녀석은 여기까지 오 는데 1초도 걸리지 않을 거다. 그런데도 속도를 줄이고 싶은 욕구가 생 기냐?”
‘마법도 쓰니까 공간이동 같은 거 쓰면 한방이지 뭐.’ 귓구멍을 손가락으로 쑤시는 사부. 그러나 로아돌에게는 이걸 말해 주지 않았다. 아니다 다를까, 로아돌은 뒤를 한번 돌아 봤다. 순식간에 2킬로미터는 온 것 같은데, 이 거리를 1초 만에 올 수 있단 말인가? 로 아돌은 이를 뿌득 갈며 다시 한번, 전신의 육체의 힘을 짜낸다. 그에 사부는 감탄한 눈으로 로아돌을 보았다. 무지 단순한 놈이다. 앞으로도 힘들겠다 싶으면 가르안 ’ 세글자 만 말해주면 알아서 다할 것 같다.
“자아, 얘기를 마저 해볼까? 상식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 하 지만 해낸 아낙네가 있다. 그 원인은 뭘까? 인간이란 말이야. 무의식적 으로 저장하는 힘이 있어. 다칠까봐, 혹은 아플까봐. 목숨이 위험할까 봐. 이런 간단한 이유들로 말이지. 그건 당연 한거야. 하지만, 그런 것 들을 모두 무시하고, 자신의 ‘소중한 것 ’이 위험해 처했을 때 나오는 힘. 난 흔히 말하는 사람의 잠재된 힘이란 이런 것이라고 본다. 결코 ‘오오 신이 기적을 불러 일으켰도다!’하는 힘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거지.”
로아돌은 거의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이미 사부의 말은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러자 여전히 말 위에 여유롭게 서 있던 사부는 말을 끊으며 로아돌을 노려보았다. 저토록 지쳐 있음에도 눈에는 한줄 기의 자비도 없다. 처음 달렸을 때와 마찬가지인 눈. 아니, 오히려 장난 기가 서려 있다.
한번 시험해 볼까?
“그 가르안이라는 녀석은...”
끝까지 말할 것도 없이 다시 속도가 붙는다. 오오. 이거 신기하다. 그러나.
제 아무리 힘을 낸다고 해도 한계가 있는 법. 결국 쓰러져 버리는 로 아돌. 제 아무리 대단한 체력을 지니고 있다 할지라도 전속력으로, 그 것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5킬로미터를 뛴다는 것은 힘들었다. 그리고 대단한 것이었다.
그때까지도 달리는 말위에서 팔짱을 끼고 서 있던 사부는 톡 뛰어내 리며 로아돌을 발로 툭툭 건드린다.
“어이구, 잘하는 노릇이다. 겨우 이거 뛴 것 가지고. 좋아. 숨이나 돌 리면서 얘기나 들어라. 그래, 네가 지금은 꿈도 못 꾸는 그 아낙네 얘기 를 마저 하자. 하지만 그 아낙네 같은 사람은 흔하지 않아. 잠재된 능력 이니, 누구나 가지고 있는 힘이니 한다 하더라도 누구나 쓸 수 있는 편 리한 힘은 아니라는 얘기지. 사람마다 다르다. 마차에 치이는 예를 한 번 더 들어 볼까? 그렇게, 목숨 걸고 지키는 숭고한 어머니가 있는 반 면,몇푼 안 되는 돈 좀 벌어 보자고 아이를 마차에 집어 던지는 썅년도 엄연히 존재한다. 이토록, 사람은 인류라는 한 종으로 엮을 수 없을 정 도로 가지가지야”
그렇기에, 결코 아무나 쓸 수 없다. 누구나 가지고 있을 그 기적 같은 힘을.
“그 숨겨진 힘. 나는 그것을 절대 의지라고 이름 붙였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의지에 따라, 나올 수 있는 힘이기에.
“단순한 얘기다. 힘을 키워준다고 했지?하지만 마나처럼 편리한 힘 은 아니야. 이 의지란 한계를 없애주는 것을 뜻한다. 인간이 본능적으 로 쌓아 올리는 잠재된 힘. 숨기지 말고 모조리 끌어내라. 그리고 부딪 치고 부딪쳐서, 계속 끌어 올린다. 그토록 저주 받았다고 생각되는 네 육체를 끊임없이 단련해라.”
그렇다면!
“뭐,그 아낙네 정도는 이길 수 있을 거다.
심드렁하니 말하는 사부. 끝까지 아낙네 타령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그리 간단한 걸 요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너에겐 숨겨진 힘이 있다! 그것을 발휘해 라!라고 말하는 것. 좀 달리 말하자면 초능력이란 걸 쓰는 사람이 있으 니 너도 써라! 라고 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지 않은가. 사부는 씨익 웃었다. 지금쯤 녀석은 그 의지를 그저 발현 하면 끝이 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인데.
로아돌은 숨을 씩씩 몰아쉬면서도 말이 없었다. 그의 무례한 행동, 그리고 겪어보지 못한 기품 없는 행동은 사실 화가 난다. 그가 말하는 내용도 당장 와 닿지 않지만, 조금 더 점잖이 설명해 줘도 자신은 알아 들을 수 있다고 대꾸하고 싶었다.
그래도.
가르안을 이길 수 있다고 알려준 것은 다름 아닌 사부였다. 그리고 실재로, 그 힘을 보여준 것도 사부였다. 그것은 수도를 나오기 전.